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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관계-(3)Frothingham

瓚禧 |2005.06.19 23:07
조회 2,398 |추천 0

 

이상한 관계




(3)Frothingham



환한 모습이 신랑 신부가 피로연장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자 저마다 축하 인사를 건네느라 순간 소란스러워 졌다. 그들의 소란스러움 속에서 영효와 상한은 버그 같은 존재였다. 멀뚱히 앉아 그들의 호응에 조차 반응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접시에 음식들을 입에 밀어 넣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새도 없이 둘은 음식 먹는 것이 존재의 이유인 마냥 그렇게 입안 가득 음식들을 밀어 넣었다. 붉은 치마에 녹색 저고리를 입은 주리는 한복 패션쇼 모델 같은 모습이었다. 우아하게 상현의 곁에서 미소를 짓는 그녀의 표정을 보는 순간 영효는 또다시 그녀의 고운 얼굴을 향해 손톱 세우고 달려들고 싶은 욕구가 일어났다. 잔뜩 굳은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는 영효와 달리 남자는 멍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차인 입장에서 보면 그녀가 밉고 증오스러울 만도 한데 남자는 그러지 않았다. 고작 식장에서 ‘이 결혼은 무효야, 무효.’라고 중얼거린 것이 전부였다. 가면을 쓴 것처럼 우아한 미소를 짓는 주리를 향해 욕 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아직도 애정이 있는 욕설임에는 분명했다. 주리를 증오하는 영효와 달리, 남자는 상현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상현의 미움까지 주리에게 퍼 붙는 영효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주리의 움직임 하나 마다 남자의 눈동자가 분주히 움직이며 그녀를 쫓았다. 잡지 못하는 나비를 쳐다보는 것처럼 남자의 눈빛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그렇게 애틋해 하면서 왜 욕 한마디 하지 못해요?”

“욕하는 것 주리가 싫어해요.”


주리가 싫어한다는 말 한마디에 영효는 할 말을 잃었다. 상현과 헤어지고 그가 싫어했던 행동들은 모조리 해 버렸다. 술 마시고 주정도 하고, 열심히 울어보기도 하고, 악다구니 질러 대며 그를 비난하고 욕하기도 했다. 한동안은 상현이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하는 게 인생의 목표인양 했던 여자였다. 그런 여자와 달리 남자는 아직까지도 주리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이해 할 수 없는 남자였다. 그때 영효와 상한을 발견한 주리가 하늘거리는 자태로 주리가 그들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곁에는 영효의 전 애인이자, 남편이 될 뻔한 사람이 무표정 하게 서 있었다.


“어머? 결혼식에 와 주었네? 난 안 왔을 줄 알았는데. 고마워.”


비꼬는 것이 확실한 말투였다. 주리의 말에 영효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뭐 못 올 이유도 없지. 친구 남자 채어간 여자가 얼마나 잘 사는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쳐다볼 요량이거든.”


그녀에게 질 새라 영효가 며칠동안 이를 갈며 준비했던 말들을 툭 내뱉었다. 그녀의 말에도 상현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장식품 같이. 주리의 장식품 같이 남자는 그렇게 멀뚱히 서 있을 뿐이었다. 이를 바득 바득 갈며, 이해 못한다고 용서 못한다고 했던 영효는 막상 상한이 그런 품새로 주리의 곁에 서 있는 것이 못마땅했다. 한때 자신의 남자가 누군가의 액세서리 취급 받는 것은 인정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자는 남자를 항해 조금 아주 조금 동정의 눈길을 보내었다.


“어머? 이상한도 왔네?”


분명 영효와 상한이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왔으면서도 새삼 상한을 처음 본다는 말투로 말했다. 주리의 놀라운 연기력에 영효는 ‘너 탤런트 시험이나 보는 게 더 어울리겠다.’라고 조롱하려다 말았다. 그녀가 그렇게 조롱하려는 것을 미처 알기라도 한 사람처럼 상한이 조금은 서글픈 눈으로 그녀를 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눈빛에 여자는 입을 조개처럼 꾹 닫아버렸다.


“이름 이상하죠? 이상한.”


주리가 옆에 장식품처럼 서있는 상현을 향해 종알댔다. 그제야 남자의 성이 이씨고 그의 이름이 이상한인 것을 안 영효가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가 성 부분에서 왜 낮게 이야기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상한이라. 이상한 상한과 영효의 관계만큼 이상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드는 영효였다. 주리의 비틀어진 말에도 남자는 반응이 없었다. 마치 그런 주리의 반응들에 익숙해진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런 상한의 무덤덤한 반응을 보자 참고 있던 화산이 폭발했다.


“근데 변주리? 너 능력 좋다. 뭐 변주리 능력 좋은 거야 세상이 다 알지만. 그래도 난 결혼 날짜 까지 잡은 친구의 애인을 가로챌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야.”


웃으며 이야기 하는 영효의 말에 상현의 얼굴이 그녀를 향해 틀어졌다. 영효가 있는 자리로 와서 처음 내 보이는 상현의 반응이었다. 남자의 무표정한 눈빛을 또렷이 바라보며 영효는 그동안 연습했던 말을 내뱉었다.


“뭐 어찌됐든 결혼 축하해. 상현이 고지식한 것 너도 알고 있지? 결혼 하면 네 그 나이트 중독증은 좀 버려야 할 거야. 말은 없지만, 그래도 할말 다 하는 성격인 것도 알고 있지? 또 시부모님이랑 함께 살아야 하는 것 알고 있지? 상현이 장손이라서 결혼 하면 아이 먼저 갖어야 하는 것도 알고 있고? 다 알면서도 결혼한 너도 참 대단해. 새삼 너한테 존경심마저 든다.”


빠르게 말을 다 내뱉은 영효가 싸움 막 끝낸 사람처럼 씩씩댔다. 사실 ‘돈으로 남자 사니깐 좋니?’ 라는 직접적인 말을 내 뱉고 싶었지만, 차마 상현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말을 한참 듣고 있던 주리의 얼굴이 가늘게 경련하는 것을 보며 영효는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 중 10%정도는 감소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표정에 의기양양해진 영효의 얼굴 사이로 상현의 시선이 스쳤다. 그동안 무표정했던 상현의 표정은 화난 모습이었다.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 거니? 내가 주리한테 한 것이 심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어? 그런 거야?’


그를 향해 따지고 싶었지만,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더 이상의 논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집들이 때 오라며 황급히 상현의 팔을 끌고 사라지는 주리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영효였다. 눈물 번벅된 영효의 얼굴을 상한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그럴 것을 왜 그랬냐는 자책이 숨어있는 듯해 영효가 울먹이며 중얼댔다.


“내가 우는 것은 눈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라고. 결코 슬프거나, 억울해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야. 지독한 안구건조증 때문이니깐 그렇게 불쌍한 강아지 쳐다보듯 보지 말아줘!”


남자는 울먹이며 말하는 영효의 말에 작은 한숨을 내 쉬었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태도에 더 줄줄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하지 못하고 영효가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맨 끝 칸에 변기 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 걸터앉아 흐른 눈물을 소매 끝으로 대충 문질렀다. 문질러진 소매 끝 사이로 검은 얼룩이 생겨났다. 그제야 마스카라한 눈임을 생각해 낸 영효였다. 정말 되는 일이 없는 하루인 것 같았다.


“진짜 되는 일 없네. 인생 왜 이렇게 구질 해 진거야! 응? 결혼 약속한 남자친구가 딴 계집애랑 결혼을 하질 않나, 애인을 두 번이나 변두리한테 빼앗기질 않나. 진짜 인생 엿 같네.”


한참을 꺽꺽대며 울다 지쳐 나온 여자화장실 입구에 상한이 동그랗게 쪼그려 앉아 나오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일어났다.


“나 기다린 거야?”


영효의 말에 남자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휴, 너도 내가 한심해 보이지?”


여자의 말에 남자는 아니라는 표정으로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정색하는 남자의 표정이 우스워 영효가 살짝 웃어 보였다. 여자의 웃음에 상한이 말했다.


“이제 좀 괜찮은 거야?”

“응. 나 보기 추했지?”

“아니.”

“아니야. 추했어. 완전히 Frothingham(프로딩햄-헛소리를 지껄이며 과장된 연기를 하는 삼류배우)같았어.”

“뭐?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안 추했어.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안 추했어.”


손까지 내 저으며 안 추했다고 말하는 남자의 태도가 오히려 그녀가 추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여 여자는 씁쓸하기 까지 했다. 어느새 말을 놓아버린 여자의 말투에도 남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와 남자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서로에 대해 경계심을 허물었다. 어느새 그에 대한 경계와 마음의 벽을 허물어 버린 것을 느낀 영효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사람이란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에게는 관대한 법이니깐. 영효의 핸드백을 넓은 어깨와 팔 사이에 찌푸려 트리듯 매고 있는 상한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키가 큰 사람이었다. 158인 키를 바득 바득 우겨 160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영효와 제법 큰 차이를 내는 그를 올려다보며 영효가 물었다.


“도대체 키가 몇이야?”

“글쎄. 확실히 재 보지는 않았지만, 고등학교 마지막 신체검사 때 186이었어.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좀더 컸으니깐 아마 그것보다는 더 클 거야.”

“정말 크구나.”


중얼거리며 상한의 팔 사이에 억지스럽게 걸려있는 자신의 핸드백을 까치발 들어 빼 내어 매었다. 그리고 출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나가자, 풍선과 꽃들로 장식된 웨딩 카가 인사하는 신랑 신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짜 타이밍 하나는 죽인다. 아까 본 것도 모자라서 여기서 또 보냐.”


못마땅한 표정으로 영효가 중얼거리며 환하게 인사하며 웨딩 카에 올라타는 상현과 주리를 쳐다보았다. 상한 역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영효가 문득 그를 올려다보았을 때, 남자가 여자의 시선을 느끼며 그녀를 보며 슬프게 싱긋 웃었을 뿐이었다. 그의 표정이 너무나 슬퍼 보여, 영효는 자신도 모르게 또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그녀의 볼에 흐르는 눈물 한 줄기를 보던 남자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그의 손짓 한번에 그녀의 얼굴에 흐르던 눈물들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상하게 마음이 두근거렸다. 남자의 작은 친절 하나에도 이렇게 흥분하다니. 영효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 여전히 올려다보는 영효를 보며 싱긋 웃던 남자는 그녀의 눈물을 훔친 손을 바지에 문지르며 말했다.


“다 큰 처자가 울고 다니면 못써. 지지라고.”


그가 고개를 숙여 영효의 작은 얼굴을 쳐다보며 꾸짖듯 말했다. 지지라고? 영효는 하마터면 그 남자의 정신연령에 대해 물을 뻔 했다. 다 큰 그리고 영효 자신보다 나이가 좀 더 많이 보이는 남자에게 유치원 이후로 들어본 적이 없는 지지라는 단어는 참으로 오묘하고도 이상했다. 손을 바지에 쓱쓱 문질러 닦던 남자가 영효에게 말했다.


“하드 안 먹을래?”


남자는 허우대 멀쩡하게 생겨서 참으로 언어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남자였다. 명색이 국어교육과를 나온 여자 앞에서 잘도 그런 말을 하는 남자가 여자는 신기했다. 항상 문법에 맞게 정확하게 이야기 하는 상현과 다른 남자의 모습에 여자는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뭔가 덜떨어져 보이는 남자의 뒤를 쫓아갔다.


하얀 파라솔의자에 앉아있는 영효에게 남자가 아이스크림 하나를 불쑥 내 밀었다. 평소 군것질은 잘 하지 않는 영효가 망설이며 쳐다보자, 남자가 영효의 손에 강제로 아이스크림을 쥐어 주며 말했다.


“기분이 울적할 때는 말이지. 이렇게 초콜렛이 많이 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나아진다고.”


남자가 자신만 아는 비법을 전수해주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남자의 말에 영효가 그가 쥐어준 아이스크림 껍질을 벗기며 말했다.


“그건 초콜릿에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래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성분이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 뇌가 분비하는 화학 물질과 동일해서, 몸의 에너지 수위를 높이고 심장박동을 높여서 살짝 꿈꾸는 듯한 행복감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우와! 무지 똑똑해요.”


여자의 말에 남자가 감탄하며 외쳤다. 상한은 영효의 말투에 따라 때론 존댓말로, 때로는 반말로 응수하고 있었다. 그런 남자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영효는 어느새 기분이 봄눈 녹듯 스르륵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입안 한가득 아이스크림을 베어 무는 남자는 초등학교 꼬마 사내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이제 좀 기분이 나아진 것 같아. 고마워.”

“뭘. 별말을……. 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언제 아이스크림이 당긴다 싶으면 전화해! 내가 그것 하나 정도는 사줄만한 능력이 되는 사람이니깐.”


남자가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며,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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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설들 보다(제가 쓴) 더 공들여 쓴 글입니다.

재미가 있을 지, 없을지, 쓸때마다 떨리네요~ 리플 한번씩 주시고 가시면 큰 힘 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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