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죄를 지었다고 했으니 더 이상 시간 끌 것 없이 네 소원대로 해주마!”
“아, 아니!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으흐흑!”
마달의 애절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손에 들고 있던 옥피리에 입을 갔다 됐다. 분명히 입으로 피리를 불었는데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소녀 옆에 장승처럼 서있던 사내가 마달과 장식에게 번개처럼 달려들어 인정사정없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퍼, 퍼 벅, 툭탁!
“아이고, 나죽네! 어 흐흑!”
“아이고!”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스무 대도 넘게 온몸을 강타당하고 정신을 잃었다. 치부만 간신히 가린 체 널브러진 두 사내를 분이 아직 풀리지 않은 듯 사정없이 발로 차며 희연은 투덜거렸다.
“쳇, 별것도 아닌 것들이 날 건드려!”
희연은 근처에 떨어져 있던 돈주머니를 챙기고 다시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두리번거렸다.
“어라, 검이 어디로 간 거야?”
아무리 둘러보아도 검이 보이지 않자 희연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두리번거리던 거리던 희연은 쓰러져 있는 마달에게 다가가 사정없이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 철썩, 철썩!
“야, 정신 차려! 내 검, 어디에 팔아먹었냐?”
가뜩이나 퍼렇게 부풀어 있던 마달의 얼굴은 희연의 매운 손에 결국은 피가 터졌다. 거듭된 희연의 매에 주창의 푸르게 부어오른 눈꺼풀이 무겁게 올라갔다.
“내 검, 어쨌냐고?”
“으응, 주, 주창이… 끄응!”
“뭐, 주창이 누구야?”
- 철썩, 철썩!
다시 정신을 놓아버리려는 마달을 희연의 손바닥이 사정없이 내려쳤다. 10여대를 더 맞은 마달의 눈은 완전히 풀렸지만 뺨을 통해 전해지는 고통은 그를 그냥 기절하게 놔두지 않았다.
“대, 대장간… 자, 장가를 차, 찾으면… 거, 검을….”
“거기가 어디야?”
“도, 동문 객잔 옆에… 꺼억!”
위치가 확인 되자 희연은 사정없이 주먹으로 마달의 가슴팍을 쥐어박았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데 함부로 대장간에 팔아먹어! 만에 하나 그 검에 조그만 상처라도 나면 넌 본교로 데려가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 생체 실험 도구로 만들 거다.”
걷지도 기지도 못하면 굴러서라도 도망치려고 들었을 살벌한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뱉어냈다. 희연은 손에 묻은 마달의 피를 옆에 흩어져있는 옷가지에 닦고, 품에서 작은 옥피리를 꺼내어 불었다. 멍하니 앞만 보고 서있던 사내가 희연에게 다가 서더니 그녀의 옆구리에 손을 끼어 잡고 2장이 넘는 높이를 예비동작도 없이 뛰어 올랐다. 그리고 허공에서 그대로 몸을 틀어 동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갑자 이상의 내공이 없다면 절대로 보여줄 수 없는 어려운 몸놀림이었는데 불구하고 사람을 옆구리에 끼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다. 순간 보여준 놀라운 신법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어딘가 모르게 움직임이 딱딱 끊어지며 유연하지 못한 게 다듬어 지지 못한 구석이 있어 어색하게 보였다.
주창은 기분이 좋았다. 마달에게서 뺏은 검을 대장간 장가에게 가져다주면 적아도 은자 두 냥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그 돈 이면 한 삼일은 창해루의 향심이 년과 뒹굴 수 있기 때문에 걸음이 바빠졌다. 멀리 동문이 보이고, 그 옆에 골목초입에 장가의 대장간이 눈에 들어왔다. 주창은 더욱 걸음을 빨리했다.
“이보시오, 젊은이!”
“어떤 개자식이 바쁜 어른신의 길을 막…, 읍!”
주창은 거친 욕설을 하며 돌아서다가, 자신을 부른 사람이 눈에 들어온 순간 자신의 주둥아리가 너무 싸다는 후회와 함께 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기를 가진 사람들이 주창의 눈에 들어왔다.
‘제기랄…, 무림인!’
주창은 겉으로야 금방 얼굴 표정을 바꾸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최근에 이름도 미미했던 천사교라는 사파의 강력한 무리가 발호하여 강호를 긴장 시키고 있었고, 정파의 천부무관 때문에 숨죽이고 있던 사파들도 천사교의 영향을 받아 정파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천사교는 정식 명칭이 천부사교(天府思敎)였지만 천부라는 말을 사파가 쓰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던 정파에서는 사(思)자까지 바꾸어 천사교(天邪敎)라고 불렀다. 원래는 한때 천마가 피바람을 일으킬 때 부상자를 치료하던 일개 내부조직인 천의전에 있던 자들이 천마가 사라지자 뿔뿔이 헤어졌던 천의전 사람들이 비밀리에 다시 모여 천의전이란 단체를 만들고, 독과 해독제를 제조하여 사파에게 공급하며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사파에서도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미미한 존재였다.
그런 무명의 방파가 당대에 이르러 사독 담우석이 천부사교라 개칭하고 강력한 힘을 키워 사천 일대의 군소 사파를 통합하였다. 계속 힘을 키운 천부사교는 사천 당가는 물론 여타의 정파를 위협하며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여 침체일로에 있던 사파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툭하면 이곳저곳에서 정파와 사파 간에 충돌이 벌어져 사람들이 죽어 넘어가는 사건이 비일비재했다. 어제만 하더라도 주창이 점심을 먹던 객점에서 무림인 끼리 충돌이 일어나 단 칼에 다섯 명이나 되는 사람이 자신의 눈앞에서 뱃속에 들어 있는 내장을 쏟아내며 쓰러졌다. 비위가 좋다고 자부했던 그도 지켜보다 먹은 것을 다 토했고,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구역질이 나고 이십 년 전에 먹은 엄마 젖까지 토할 것 같았다. 기분 좋게 한건 올렸는데 무림인이라니 당연히 주창의 맘이 좋을 리 없었다.
“난 바뿐데, 왜 그러시오!”
퉁명스런 주창의 대답에 주창에게 말을 걸었던 초로의 노인의 눈썹이 찡그려지며 불편한 기색이 돌았으나 바로 온화한 표정으로 바꾸며 주창을 쳐다보았다.
“허허, 미안하이. 난 화산에서 온 조운이라고 하네!”
주창은 모르고 있지만 화산파의 조운은 강호에서 가볍게 이름이 불릴 사람이 아니었다. 현 화산파의 장문인인 현매검(賢梅劍) 조구의 사형으로 근래 화산파가 자랑하는 최고의 고수였다. 원래는 그가 서열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장문인이 되었어야 하나 칠 년 전, 천부정검의 실종사건이후 갑자기 자신의 무공이 보잘 것 없어 부끄럽다며 장문인 직을 포기하고 운둔해 버렸다. 그랬던 그가 이곳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그렇소이까. 근데 내게 무슨 볼일이 있소?”
“이놈이, 감히…!”
주창의 행동과 말투가 맘에 들지 않지만 나설 자라가 아니라 생각하고 참고 있던 사강이 결국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사강은 이대제자로 화산파를 대표하여 천부무관에 들어간 수련 2년차 수련생으로 화산이 자랑하는 차세대 기대주였다. 이번에 조운이 화산에서 하산하여 강호에 나서자 화산파에서 배려하여 특별 수행원으로서 따라 나섰던 것이다. 조운을 따라다니며 보다 높은 무공의 성취를 이루라고 배려한 것이다. 조운일행에는 사강 말고도 일대 제자인 능월과 염권, 그리고 사강의 여 사제인 설향까지 수행하고 있었다. 설향은 올해 천부무관에 화산의 대표로 들어갈 예정이었고, 사강과 같은 이유로 조운을 따르고 있었다.
“어허 됐다. 물러 서거라!”
“하지만, 이 건방진 자를….”
사강은 다시 나서려다 조운의 날카로운 눈총을 받고는 찔끔하여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섰다. 물론 주창을 노려보며 까불면 뒤탈이 있을 거란 경고가 담긴 눈짓을 잊지 않았다.
“허허, 아직 어려서…. 이해해 주시구려.”
“그, 그러지요! 헌데, 무슨 일로…?”
사강의 행동으로 기가 꺾인 주창은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였다.
“젊은이는 좋은 검을 두 개 씩이나 가지고 있구려! 그런데 어디서 그걸 취했는지 알고 싶은데, 알려 줄 수 있겠소?”
조운의 말투는 그 검은 네 것이 아니니 어디서 훔쳤느냐하고 따지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이런 제기랄, 이게 그렇게 좋은 건가? 그렇다면 이게 무림인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보검인가! … 그렇다면!’
“헤헤, 사실 이건 제 것이 아닙니다.”
“그렇소! 그럼 본래주인이 누구요?”
“저의 먼 친척이 산동에 살고 있는데, 이번에 집안 잔치가 있어 이곳에 왔다가 돌아갈 여비가 떨어져 이 칼을 팔아 달라고 해서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럼 그 친척이 강호인 인가 보구려.”
“아, 아닙니다. 이건 그냥 친척이 보관하고 있던 겁니다. 아주 오래전 조상 중에 강호를 유람하시던 분이 지니던 물건입죠.”
“허, 그런가! 그럼 가보로군.”
“그, 그런 셈입지요.”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주창의 넉살에 조운의 뒤에 있던 일행은 기가 찼다. 하지만 조운이 직접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그 대신 뒤에서 흉흉한 눈길로 주창을 노려보았다.
‘헤, 그렇게 노려보면 니들이 어쩔 건데!’
“쯔쯔쯔, 가보를 팔다니…! 사정이 꽤나 급한가보군?”
가보를 이렇게 허술하게 들고 다니며 판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느끼고 순간 당황했던 주창은 조운이 변명꺼리까지 알아서 해주자 속으로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 네! 사정이 그렇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헤헤헤!”
“그렇군. 사정이 절박하니 그럴 수 있겠지. 근래에 보기 드문 보검이로고…. 그럼 그 검들을 내게 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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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