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총기사고 때문에 군 내무반 문제, 병영생활 문제 등이 한참 회자되고 있다.
안그래도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생활의 좋고 나빴던 추억들이 평생을 가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88년도에 입대해서 GOP에서 근무했던 기억이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되살아나고 있다.
내가 근무할때도 전방의 총기사고는 꽤나 많았다. 여기서 밝힐 사항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보다
더 큰 사고도 있었고, 총기자살, 고참병 사살, 후임병 사살, 오발로 인한 사고, 지뢰사고 등 끊이지 않고
전방에선 사고가 일어났다.
철책 근무를 마치고 잠시 훼바지역에 나와있을때 전방을 향해 의료헬기가 날아가는 모습만 보면
또 누가 다치거나 죽었을까 가슴 조이며 걱정하곤 했었다.
GP나 GOP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요즘 말이 많다.
그러나 군대란 지역과 특성을 막론하고 자기가 근무한 지역이 그리고 자기가 맡았던 일이 가장
힘든 곳이다. 어떤 지역 어떤 임무를 맡던 그 자체로 새롭고 자유가 없고 경험치 못했던 구속된
공간이기 때문에 그렇다.
사실 88년부터 90년까지의 나의 경험만 볼때 전방 근무자들에 대한 남다른 배려가 있었다.
우선 생명수당이 나온다. 당시 GOP가 하루 120원, GP가 하루 150원이었다. 당시 나의 이등병
월급이 6,600원이었으니까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었다. @,@
하루에 보름달 빵도 꼬박꼬박 나왔다. GOP는 120원짜리, GP는 150원짜리가 나왔다.
하루에 라면 1개씩도 나왔고, 과일도 매일 한개씩 나왔다. 여름엔 과일쥬스로 나왔다.
군장비로 비교적 신형이 많았고 신형 군장도 후방보단 빨리 보급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먹는 것 주는 것이 잘해주는 것이냐고 하면 할 말없지만 당시 열악한 군대여건에
비해 그래도 전방이라고 신경 써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말이지 먹을 것이 다라는 말은 아니다.
작년 봄, 내가 근무했던 철책선에 군과 민간의 합동행사가 있어 갈 기회가 있었다.
자신이 근무했던 철책에 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무척 기쁘고 들뜬 마음이었다.
난 그때 사실 무척이나 놀랬다. 신형 2인용 침대, 현대화된 주방과 식당, 샤워실, 수세식 화장실...
그리고 컴퓨터실, 독서실 등등... 땅파서 똥퍼날라 묻던 시절이 생각나고 전우신문에 눈길 줬다가
글자 본다고 꼴밤 맞던 시절이 생각났다.
옆에 이등병이 있길래 슬쩍 물어봤다. 요즘 고참이 괴롭히냐?
이등병은 씩 웃으면서 무척 잘해줍니다 라고 대답한다. 낯선 민간인에게 둘더댔을 수도 있겠으나
말하는 표정이나 웃음이 해맑고 편해보였다. 거짓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번 사건...
참 안타깝다. 당시 내가 근무할땐 간이 탄약고가 없었다.
수류탄 1발, 실탄 75발, 조명탄 1발, 신호탄 1발, 대검 1개가 주렁주렁 달린 탄띠를 그대로
개인 관물대에 보관했다.
근무나갈때나 작업나갈때 관물대에서 꺼내 맸고, 내무반에서도 그대로 차고 있거나 관물대에
던져두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안전감 상실의 시대였던거 같다. 내가 병장 쯤인가에 간이 탄약고가 생겼고
그곳에 탄티를 보관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탄띠를 매고 내무반을 왔다갔다 하는 것은 상례였고
특히나 순찰병(전령)과 상황병은 경우는 그대로 탄띠를 관물대에 두고 다녔다. 당시에 그랬단 말이다.
과연 열악한 병영환경과 살벌한 내무생활의 문제인가 아니면 김일병 개인의 정신적 문제일까...
자세한 내막을 모르기 때문에 결코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아니 말하기 두렵다.
그러나 며칠전 윤국방장관의 말한마디는 3년의 군생활을 한 나에게 참으로 상처가 되었다.
"관습처럼 이어져온 선임병들의 악의에 찬 기득권을 포기해야..." 이게 무슨 말인가...
선진 병영문화, 내무생활 다 좋다. 시대가 변하는데 군대 내무생활도 변해야 한다. 대찬성이다.
그러나 GOP시절 그 고독감, 북과 대치하는 긴장감을 이겨낸 힘을 자부심이었다.
조국의 최전선에 있다는 그 자부심과 명예감 말이다.
전방부대는 경계근무만 서는 것이 아니다. 남들 1년하는 훈련 훼바에서 6개월만에 다 받았다.
그리고 다시 전방 투입이었다. 지금은 이 방식이 많이 바꼈다고 하지만...
그렇게 이겨낸 군대 생활에 대해 국방장관이 그렇게 말을 한다면...
군대에 다녀온 이 땅의 남자들은 모두 악의찬 선임병의 기득권을 행사했고 또 물려줘서
결국 이런 비참한 참극을 만들어낸 간접적인 원인 제공자란 말인가?
참 어이없고 허무하다.
요즘엔 군대생활을 안주로 삼지도 않는다. 그냥 안타깝고 비참할 뿐....
더불어, 이번 사고로 인해 60만 전군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분위기가 말이 아니란 말을 들었다.
군인들이 모조리 죄인신세가 된 것이다.
게다가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도 맘 편할리가 없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대한민국이여!! 그리고 청춘을 불사르는 60만 아우 군인들이여...
부디 힘을 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