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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길들이기 (2부)

베리소다 |2005.07.03 03:57
조회 1,347 |추천 0

띠용~ 아니 이건 뭐란 말이지..? 그 싸가지 현욱이가 나랑 연락하고 싶다고..?

이 복잡 미묘 시큼 떨떠름한 느낌은 또 뭐란 말이지..?

"어..어.. 하준아..잠깐만,, 유린이가 아니고 나 박하은이랑 연락하고 싶대..? 현욱이가..? 정말..?

아니.. 왜..? "

"모르겠어, 그 자식 취향 독특한 거 알아줘야 한다니까.. 암튼 너도 그렇게 싫진 않은가 본데..

연락처 준다~? 현욱이 녀석이 연락할꺼야.. 잘됐다.. 앞으로 우리 넷이 뭉쳐서 놀자야~"

하준이가 뭐라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정말 멍~ 해 있었으니까.

 

그 다음날 점심을 먹고 나른하게 낮잠을 청해 있을 무렵, 교복 주머니에서 드르르....

진동이 울린다. 머리를 긁적이면서 "에이.. 누구야.. 잘 자고 있었는데..."

하며 폴더를 열자..

[하은이 번호 맞아요..? 나 현욱인데,, 기억하지..?]

볼 밑으로 3센티 가량 흘러있던 침을 후다닥 닦고는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버렸다..

침착하자.. 박하은.. 유난 떨거 없어.. 괜히 좋아라 하고 그런 촌스런 티 내지 말자구...

음.. 답장은 뭐라고 보낼까..? 음.. 아씨.. 생각이 안나.. 그까이꺼 대충 보내면 될껄...나도 이렇게

고민 하고 있는 내가 참 우습다.. 천하의 박하은.. 나 지금 떨고 있냐...?-_ -;;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갑자기 드르르... 진동이 온다! 헉.....

그녀석이다. 답장이 없자 전화를 한건가..? 쯔쯧.. 그걸 못참고 전화를....

"험..험... 여보세요.. 여보세요.. 음.. 목소리 좋고.. "

폴더를 열고 통화버튼을 누르자..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 짜식.. 목소리 하난 멋있다..칫~

"여보세요.. 하은이 폰 아닌가요..?"

"아..예.. 마..맞는데요.. 누구세요..?"

어머, 나 지금 뭐하는 시츄에이션..?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내숭떠는거야.. 박하은..?

"아..나 현욱이.. 기억해..? 엊그제 소개팅에서 만났던.."

"으..으응.. 기억해.. 근데.. 무슨일로..?"

여자의 내숭은 무서운거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시침 뚝 떼고 제법 얌전을 뺐다...

"아, 하준이한테 얘기 못들었어..? 나 사실 그날 너 맘에 들어했었는데, 그렇게 일찍 가버리고 나니까

되게 서운하드라구. 이번주 토욜에 시간있니..? "

헉.. 말도 없고, 왕싸가지에 꼴초로만 봤던 현욱이가 사실 내가 맘에 들었던거래~  게다가..

이번주 토요일 데이트 신청까지..? 진짜,, 입이 귀에까지 걸렸다..

그래도 여자의 자존심이 있지, 단번에 OK하면 재미없지 않겠어? 한번은 튕겨봐야지..

"글쎄.. 이번주는 내가 좀 바쁠 것 같은데.. ..."

"아..그래..? 많이 바쁜가보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뭐......"

헉.. 괜히 튕겼나..? 나 이번주 토요일에 할일 없는데, 시간도 엄청 많은데...아... 괜히 튕겼나..?

"아..저.. 근데.. 시간 좀 내볼께.. ...많이 바쁘긴 한데...뭐..."

으이그.. 여자의 자존심은 무슨.. 처음에 OK할 것이지 이제 와서 체면 구겨지게 시리...미쳐아주..

 

이번주 토요일이다.. 뭘 입을까..? 향수도 좀 뿌려볼까..? 치마를 입을까..? 바지를 입을까..?

투명 메이크업에 입술은 살짝 글로시하게~ 좋아! 오늘은 그냥 스포티하게 폴로티랑 면치마가 낫겠다.

"엄마~ 나 친구 만나러 가! 저녁 먹고 올꺼야.."

"아니, 누굴 만나길래 그렇게 한껏 멋을 내고 가..? 고 3이 그렇게 공부 안하고 친구만 만나고 다녀서..

어디 대학 가겠냐..? 엉..??"

"아.. 엄마.. 센스하고는! 공부도 쉬엄쉬엄.. 노는것도 열심히..요즘 고3은 이렇게 한다구...

 나 좀 늦을지 모르니까.. 나 기다리지 말고 저녁 드셔~? 응..? 나 갔다올께~~~~~~"

정말 한껏~ 날아오를것처럼 사뿐사뿐 뛰어갔다. 오늘의 데이트 장소는 하늘공원!!

오후가 되면 바람도 제법 시원하게 불고 가족들이랑 연인끼리 많이 오는 데이트 장소 중 하나다!

"어..? 버스닷~ "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와서 잽싸게 탔다. 좌석 젤 뒤 맨 오른쪽에 앉아 창문을 한껏 제쳤다..

시원한 여름 냄새가 확~ 풍긴다.. 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설레임이란 말인가...하~~~~~

그렇게 30분을 버스가 달렸는데, 하늘공원,, 어디서 내려야 한단 말인가.. 기사아저씨한테 물어볼까?

사람들도 많고 저 틈을 비비고 들어갈 용기가 감히 내겐 없다. 흠.. 에라~ 모르겠다..

여기서 내려야겠다.. 삑~ 벨을 누르자 곧 버스가 정차했다...

" 흠.. 여기가 어디지..? 좀 더 걸어야 할 것 같은데.. 아.. 맞다.. 이쪽으로 더 걸어가야 겠다.."

아무래도 내가 2정거장은 일찍 내린 모양이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무작정 걷는다 그래~ 다리도 튼튼하고 운동도 되고! 나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바보 박하은!!!

"어..? 약속시간이 5신데.. 5시 8분이네..? 뭐.. 레이디가 8분 늦는데 뭐라하진 않겠지..?"

근데 엄청 멀다.. 애써 한 투명 메이크업 다 지워지게 생겼다.. 으이그...

그런데 반대쪽 200m앞에서 하얀색 셔츠와 청바지를 말끔하게 빼 입은.. 바로 그녀석 현욱이다!

인상 빽빽 써가며 열심히 개선장군처럼 걸어가던 나.. 살포시 걸음을 사뿐사뿐 바꾼다..

손을 번쩍 들어 나를 향해 흔들어 준다.. 와... 멋있다.... 짜식....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응..? 현욱인데..? 뭐야..바로 앞에서 전화를 다 하고..?

"으응.. 왜..? 아.. 내가 정류장을 잘못 내리는 바람에.. 아니야.. 올 필요 없어..내가 가면 되지.."

그런데 그녀석 전화를 하면서 한걸음씩 내게 오는 것이 아닌가.. 정말 심장이 터질것 같다 박하은~~~

코 앞까지 가까이 온 현욱이.. 내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걸 보고,, 글쎄.. 손으로 내 이마를

훔쳐 땀을 닦아주는 것이 아닌가.. 정말 심장 뛰는 소리 들킬까봐 조마조마했다...

" 가자, 내 친구들도 있거든.. 요 앞에서 만났어.. 너 소개시켜 줄께.. "

아니, 친구들을 소개 시켜준다고..? 음.. 친구를 소개시켜준다는 뜻은 분명.. 나를 중요한

존재로 알리고 싶다는 뜻.. ??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말이다..

 

하늘공원을 같이 올라갔다. 경사가 30도로 제법 걸으니까 현욱이의 이마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중간쯤 다다르니, 운동이랑 조깅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나타났다.

" 여기에서 좀 쉬자. 내 친구들 곧 내려올꺼야. "

"으응.. 그래..."

오늘 제법 얌전뺀다.. 내 특유의 웃음 전원주 아줌마 웃음소리도 오늘은 얌전히 숨겨뒀다...

그 웃음소리에 현욱이 기절할지도 모르니까.. 현욱이가 근처 슈퍼에 가서 음료수를 사왔다...

둘이서 마시면서 얘기를 나눌 즈음.. 현욱이 친구들이 몰려왔다.. 남자 둘. 여자 한명~

"오~ 현욱이.. 그림 좋다!  안녕하세요.. 저 현욱이 친구 민성입니다.."

까불까불하게 생겨가지고 구렛나루 수염을 제법 길은 민성이란 친구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나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 옆에 친구는 싱긋 웃고만 있었다. 그 옆에 여자와는 손을 잡고

있는걸 보니, 둘은 연인사이일테고..

"하은아.. 이쪽은 내 친구 성완이, 그리고 옆은 성완이 여자친구 민희.. 인사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현욱이 잘 부탁드려요.."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뭘 부탁한다는 말인가. 아직 이렇다저렇다 할 처지도 아닌 사이끼리..

친구들은 곧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나랑 현욱이는 좀 더 걷다가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내 왼손 네번째에 낀 반지를 보더니.. 내손을 확~ 낚아챈다..

"어..??"

" 이 반지.. 뭐야..? 이건 결혼반지 아니면 커플링 끼는 손가락 아닌가..?"

으이그.. 이걸 왜 끼고 나와..이걸..

엊그제 나 좋다고 서울에서 내려온 꼴통이 사준 반지다. 글쎄..싫다고 싫다고 했는데도...

나랑 똑같은 것 하나라도 공유하고 싶대나..? 그래서 겨우 끌려가 똑같은 반지.. 흔히들 말하는..

커플링을 한 것이다. 꼈다가 뺐다가.. 하다가 하필 오늘은 끼고 나왔다.. 머저리 같은 박하은...

"으응.. 그거.. 나한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반지야.."

하며 확~ 뺐다.. 그러더니 이 녀석.. 자기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껴본다... 오잉..?

내 네번째 손가락이랑 이녀석의 네번째 손가락.. 사이즈가 ...... 같다...- _-;;;;;;;;

"어맛..? 너 정말 손가락 가늘다.. 보통 여자 네번째 손가락하고 남자들 새끼 손가락하고 같은데..."

그렇다.. 그녀석의 손가락은 정말 섹시하게 가늘고 이쁘다.. 제길...

그러더니 반지를 다시 뺀다.. 한참을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더니....

"이거 중요하지 않은 반지랬지..? 내가 이거 마음대로 해도 되...?"

"응..? 그..그래..마음대로 해...."

그러자 이녀석.. 손바닥에 꽉 쥐더니.. 휙~ 멀리 던져버린다.. 나는 그 손동작을 따라.. 멍~ 하니..

반지가 떨어졌음직한 그 곳만 혼 빠진 사람처럼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씩~ 웃는다.. 뭐야 이 표정은.. 미안하단 뜻이야.. 배째란 뜻이야...

 

그렇게 반지를 뒤로 한채 하늘공원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른손에는 손가방을 휙휙~ 흔들며 가고..

우린 30센티 정도의 거리를 두며 걸어갔다.. 해도 다 지고.. 선선한 저녁이 되자 장난을 쳐보고 싶었다.

"아~ 오른손에는 가방이 있고.. 왼손은 좀.. 심심하네.. 왼손아..너 심심하지..?"

자폐아인가..?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한다... 이런 나를 현욱이가 보더니 싱긋 웃으며...

자기 오른손을 내민다..

" 니 왼손.. 심심하다며.. 내 오른손 빌려가..."

꺄아아아아~~ 내가 원한게 바로 이거였다. 역시 바로 알아드는 센스!

그렇게 손을 꽉~ 쥐고 우린 공원을 내려왔다.. 그냥 집에 가기는 뭣하고 해서 앞에 있는 하늘대교를

건너기로 했다.. 별로 길지도 않고. 저녁 야경이 제법 죽인다.. 우린 꽉~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천천히 대교를 걷기 시작했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로맨틱한 야경불빛까지...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으리라~~~~

"하은아...."

갑자기 현욱이가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렀다..

"응..? 왜...?"

"너도 솔직히 내가 좋지..? 나 처음에 느꼈어.. 하준이는 너 바람둥이에, 성격도 다혈질이라고...

사귀기엔 힘든 스타일이라고 했지만.. 난 첨부터 니가 끌렸다...?"

헉... 하준이 이자식.. 날 바람둥이에 다혈질이라고 했겠다..? 죽~~~ 었어....

"너무 빠른 시작은 아닐까.. 생각도 하는데, 너... 오늘부터 내.. 여자친구 할래..?"

이거 프로포즈 맞지..? 정말 오늘은 내 심장을 가만두질 않는구나..너 ~~~~~

얼굴도 빨개지고,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수가 없다. 그런데 표정관리 안된다 정말....

입이 귀에까지 걸려서.. 고개만 끄덕끄덕 거린다.. 바람둥이고, 박하은의 전설이고 뭐고...

다 없어진지 오래 전 일이다.

시내에 가서 같이 밥을 먹은 뒤 집에 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집에 조심히 들어가고,, 집에 도착하면 연락해줘.. 걱정되니까..."

아~ 이 자상함! 버스가 오고, 내가 버스를 타자 창 밖에서 손을 다정하게 흔들어주는 멋진 자식~ㅎ

오늘부터 너 김현욱.. 내가 관리 들어간다.. 나 오늘부터 니 여자친구니까... 으하하하하~~

집에 오자마자 신이 나서 룰루랄라 거리니.. 엄마는 고3이 얼빠져 있다고 쯔쯧..혀를 차신다..

얼른 씻고 문자를 보냈다...

[현욱아// 나 집에 도착했어.. 오늘 너~무 잼있었어 ^-^]

그러자 1분도 안되서 띵동~ 답장이 왔다...

[나도 재밌었어~ 그리고..고마워/ 내 여자친구 되어줘서..]

꺄아~~ 다시한번 실감을 느낀다.. 이제 내 남자들은 하나씩 정리들어 가야겠다..

우선 서울사는 그 찐드기부터 떼내고, 1달전 소개팅한 그 느끼남도 떼어내야지...

오늘부터 나 박하은은 현욱이의 여자니까...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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