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고등학교 개교기념일이다. 모처럼 늦잠도 자고 실컷 티비도 볼수 있으련만,
나 박하은 ,, 하나뿐인 내 남자친구 현욱이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
그 깜짝 이벤트란 바로, 내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샌드위치를 만들어 현욱이에게 전달 하는것!
흠.. 작년에 엄마의 성화에 겨우겨우 요리학원에서 양식을 배워 자격증 하나는 땄지만,,,
솔직히 자신없다. 그래서 내 단짝 친구 중 한명, 지민이에게 부탁을 했다.
재료와 상자를 사서 지민이 집으로 단걸음에 뛰어갔다. 이제부터 하은이표 샌드위치 만들기 시작~
햄이랑 당근, 양파 송송 썰기.. 이거 보기보단 쉽지가 않군..
참치캔 기름 쭉~ 따라 버리고 마요네즈에 살짝 버무리기... 흠..난 개인적으로 마요네즈는 별로지만..
샌드위치용 식빵은 살짝 팬에 구워주기.. 자.. 재료는 이만하면 됐고...
빵에.. 마요네즈를 살짝 발라준다.. 지민이왈/ 식빵이 재료에 젖기 때문이라나..? 암튼..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치즈도 한장 얹어주고, 재료 버무린 것도 얌전히 올려주고.. 슬라이스 햄 하나..보너스로..
얹어주고.. 마지막은 마요네즈 살짝 덧바른 빵 하나로 마무리~ 휴우...
이거 생각보다 되게 어렵네.. 지민이가 그런 내가 안쓰러웠던지..시원한 체리쥬스 한잔을 만들어줬다..
캬아~ 살것 같다.. 하나씩 하나씩 이 박하은의 손때(?)가 묻은 샌드위치가 하나씩 완성이 되고..
이제 빵을 자를 시간이 왔습니다! 어떻게 자를까..? 네모나게..? 세모로..?
에이~ 네모로도, 세모로도 자르면 되지!크큭.. 이때 지민이가 또 한마디하기를...
식빵 가장자리부터 자르란다.. 깔끔하게 보이라고.. 난 식빵 가장자리가 고소하고 짭짜름해
맛있든데.. 뭐.. 자르라니..자른다... 제법 샌드위치 여러개가 나왔다.. 남자 5명도 거뜬히 먹을수
있는 양이 나왔다. 우리 현욱이에게 점수도 따고, 그의 친구들에게도 인정을 받기 위한 이 박하은의
피나는 노력이라고나 할까..?
상자 밑에 유산지를 깔고 샌드위치를 하나씩 조심스럽게 담았다. 그리고 더불어 사가지고 온
방울토마토와 미니바나나나도 또 다른 상자에 예쁘게 담았다. 와~ 이 정도면 감동 먹겠지..?픗~
마지막 상자뚜껑까지 조심히 닫은 다음 종이가방에 넣자.. 이제야 숨좀 돌릴 것 같았다..
아~현욱이에게 문자를 보내야지..
[현욱아/ 점심시간에 잠깐 보자.. 클리오 앞 로터리에서 말야...]
그렇게 현욱이와의 약속장소로 룰루랄라~ 신나게 뛰어간다! 어떤 표정을 지을까 현욱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아무말도 못할까.. 아님 감동에 겨워 눈물을..?ㅋㅋ
띵동..... 어..? 현욱이다~
[하은아..미안한데 우리집으로 올래..? 나 잠깐 외출증 끊고 나왔거든.. 클리오랑 가까워..
장미아파트 704동 803호야... 문 열어놓고 기다릴께..]
으잉..? 집으로 오라고..? 이건 또 뭔일이래..? 클리오에서 5분만 걸으면 나오는 거리라...
택시를 갈아타지 않고 그냥 가기로 했다. 장미아파트.. 어..? 여기닷...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을 눌렀다. 806호.. 805호.. 804호.. 흠.. 803호..
문을 열어놓겠다 했지만, 예의상 벨을 눌렀다.. 삘릴리리리.....
"어.. 들어와..하은아~"
나와보지도 않네..? 살며시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허거덕.............
샤워를 했는지, 반바지만 걸치고 있었다. 윗도리는 홀라당 벗은 채..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난 고개를 휙~ 돌려..
"야야.. 윗옷입어~ 민망해서 들어갈 수가 없자나..."
그러자 싱긋 웃으면서 옆에 놓여있는 면티를 훌러덩 입는다..
"이제 들어와.. 옷 입었어.. 오늘은 정말 자율학습 하는데 더워서 지치더라... 왠 날씨가 이렇게 덥냐?
응..? 손에 든건 뭐야..?"
그제서야 내 손에 든 종이가방을 알아본다...
"아..이거.. 이거.. 너 줄려고 내가 만들었는데.... 샌드위치야..과일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식탁에 올려놓고 바로 꺼내본다.. 입을 다물지 못한채 샌드위치랑 나를 번갈아
본다.. 짜식.. 감동했구나..?크크...
" 이거 다~ 나 먹으라고 만든거야..? 나 배 터지겠다..이거 다 먹을려면,, 애들이랑 나눠먹을께...
날씨도 더운데 뭐하러 이런걸 만들었어.. 힘들게.. 암튼 너무 고마워 하은아..."
정말 고맙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갑자기 냉장고를 뒤지며...
" 아.. 그래도 우리집에 처음 온 숙녀분에게 쥬스 한잔 안드리고 내 정신 좀 봐... 하은아.. 오렌지 쥬스
마실래..? 어..? 쥬스가 떨어졌네..? 사과라도 먹을래..?"
한사코 괜찮다는 날 두고 잘 익은 풋사과 2개를 쟁반에 과도와 함께 꺼내온다...
소파에 앉으라며 사과를 깎기 시작하는 현욱이.. 나는 기겁하면서..내가 깎겠다고.. 하자...
" 나 이래뵈도 과일 잘 깎아.. 사과살 많이 깎지도 않고.. 봐.. 이렇게 껍질 끊어지지 않게 길게도
깎자나.. 나 과일 잘 깎지..?"
그렇게 사과를 썰어서 포크로 콕 찍어 내 입에 넣어준다.. 멋진 우리 현욱이가 주는 사과라서 그런지..
풋사과라도 달콤하고 상큼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가족사진이 눈에 띄였다.. 엄마 아빠.. 현욱이...
그리고 누나 두명.. 이렇게 다섯이서 찍은 다정한 가족사진이었다.. 큰누나는 일본에서 통역사로
근무하고 있고 현재 엄마아빠 현욱이 작은누나 이렇게 넷이서 살고 있다고 했다...
"현욱아.. 너 사진 하나만 주라.. 내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맨날 보고싶을때마다 꺼내보게.."
"사진..? 나 사진발 안받아서 사진으로 보면 별론데.. 예전에 찍은 사진 두세장 있는데..잠깐만..."
하면서 자기 방에서 꼼지락 거리더니.. 증명사진 2개를 찾아왔다.. 하나는 좀 앳되 보이는 것이..
좀 오래전에 찍은 사진 같았고, 또 사진 하나는 그나마 최근에 찍은 사진이었다..
내 지갑을 열면 바로 보이는 맨 앞쪽에 두 사진을 고이 끼워뒀다.. 정말 어떤 유행가 가사처럼..
현욱이는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난히 더운걸 참지 못하는 현욱이는 선풍기를 쐬고 있는데도 덥다고 시원한 냉수를 컵에 떠왔다..
갑자기 나 박하은.. 재미있는 놀이를 현욱이와 해보고 싶었다... 냉수를 마시려는 현욱이를 잠깐 막고..
"현욱아/ 잠깐만.. 너 이 컵.. 손 안대고 나 물 마시게 할 수 있어..?"
" 손을 안대고 너한테 물을 마시게 한다...? 잠깐만.. 생각 좀 해보고..."
하면서 물을 마실 생각도 멈췄는지 골똘히 생각을 하더니.. 씨익 겸연쩍게 웃는다...
"하나..있기는 한데.... 쫌..."
"왜..? 그게 뭔데..? 이 컵에 손 안대고 나 물 마시게 해줘봐바...어디 한번..."
뭔가가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선뜻 하기는 어렵다는 듯 자꾸 망설이는 현욱이다..흣...
"어서~ 왜 못해.. 빨리 해봐... 얼른~"
그러자 물을 한 입 벌컥 마시는 현욱이.. 그러면서 날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그대로 삼켜버린다..
- _-;; 뭐란 말인가..이건..
"뭐야.. 누가 너 마시랬나..나 마시게 해달라구..."
그랬더니 다시 한번 벌컥 물을 입에 담고는.. 내 입술을 확~ 덥쳤다....>.<
순간 눈을 꽉~ 감은 나.. 현욱이의 입속에서 내 입술을 스쳐 스며드는 뭔가가 있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입술을 떼고 나자.. 우린 서로 쑥스러워서 고개도 들지 못했다..
이 침묵을 깰 수 있는 사람은 나 박하은 뿐이다.. 음...음..... 그리곤 된통 현욱이에게 소리쳤다..
"야..야.. 누.. 누가 물 마시게 해달랬지, 뽀....뽀뽀하랬냐...너...?"
말까지 더듬고 가관이다 박하은... 그러자 머리를 긁적이며.. 이게 아니였냐면서...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 귀여운 녀석이다.. 하지만 이걸 바라고 제안했던 내 뻔한 속셈을 들킬 것 같아..
"야.. 이거봐봐.. 자.. 손 안쪽과..안쪽을..이용해서 물컵을 들어올리는거야.. 그리고 상대방한테..
전해주는거야.. 이러면.. 손 안(쪽)대고 물 마시게 할 수 있는거자나... 에잇~ 늑대!"
이러는 박하은 나는 꼬리 아홉도 모자라 아흔개 달린 불여우다.. -_ -;
이렇게 해서 얼떨결에.. 그리고 내 치밀한 계획(?)속에 우리의 첫 뽀뽀는 이루어졌다...
현욱이는 학교로, 나는 집으로,, 이렇게 각자 헤어지고 나서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갈 즈음..
띵동.. 현욱이에게 문자가 왔다...
[애들이랑 샌드위치랑 과일 먹고있어~ 맛있다고 애들이 엄청 부러워하는데..?역시..
센스만점이라니깐.. 오늘 박하은 100점 만점에 120점이다~^-*]
오늘은 현욱이와 처음 뽀뽀도 하게 되었고, 현욱이에게 내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도 만들어주었고,,
현욱이 친구들에게 점수도 얻은 아주 기쁜 날이닷~ 365일이 오늘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하아~
집에 도착하니,, 모의고사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허구헌날 싸돌아다닌다고 들어오자마자..
우리엄마 조여사 날 들들 볶아댄다..
"옆집 지은이는 오늘 개교기념일이라고 시립 도서관 가서 공부한대드라.. 대학갈꺼냐..말꺼냐...?"
'에효.. 대학 못가면 현욱이한테 시집가면 되지뭐... 저런 우리 엄마한테서 울현욱이..
장모님사랑이나 듬뿍 받을 수 있을려나 몰라.. 에효에효..."
엄마 잔소리 안들을려면 책상에 우선 책부터 펴야 한다.. 수학의 정석..! 정말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다!
한문제..두문제..풀다보니..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다.. 에잇.. 현욱이는 뭐하고 있을려나...
흠.. 저녁은 먹었겠고,, 또 자율학습 들어갔겠네... 문자 하나 보내볼까..?
[현욱아/ 공부하고 있어? 갑자기 니 생각 나서 문자보내는거야...^-^]
띵동.. 역시 답장은 즉각즉각.. 이다..
[나도 우리 하은이 생각하고 있었어! 아까 봤는데 또 보고싶다.. ♡]
으허헝... 나도 현욱이 또 보고 싶다.. 하지만.. 아직 토요일이 오려면 3일은 남았다...
고3의 벽이 이렇게도 높았단 말인가.. 슬며시 오늘 받았던 현욱이의 사진을 보기 위해 지갑을 꺼냈다..
실물보다야 별로지만, 그래도 그 인물이 어디 가겠어...? 암만 봐도 멋있단 말이야...픗...
헉.. 얼른 지갑을 서랍속에 넣었다. 우리 엄마 나 헛짓거리 하진 않는지 응큼하게 소리 없이..슬그머니
방문 열어보는게 취미시니까.. 입술을 살짝 건드려보았다.. 오늘 현욱이의 입술과 닿았던 아랫입술..
생각만 해도 짜릿하고 아들바들 떨린다.. 참 내가 생각해도 순발력 하나는 대단한 나다...
"어이구..어이구.. 머가 좋다고 실실 쪼개면서 입술은 비비고 난리시래...?"
-_ -; 왠수덩어리 언니, 언제 들어왔는지 옷을 갈아입으면서 나를 한껏 비웃어준다..
그러던가 말던가, 오늘은 우리 현욱이와의 첫 뽀뽀..했던 감동적인 날이니까..다이어리를 열고..
오늘 날짜 한 모퉁이에 입술그림 하나 추가요~ ^-^
오늘이 내겐 첫키스는 아닌데, 왜 이렇게 들떠있고, 기분이 업 되어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분명한건, 현욱이는 나에게 특별하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고, 나도 알 수 없는 늪에 점점 빠지는 느낌이 든다..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