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음식 얘기를 할 차례가 왔다 ! 터키에서 여성 여행자들에게 하는 경고가 바로 “에크멕 조심”이다.
이 에크멕이 뭐시냐… 이건 터키 빵인데, 바게트 비슷하게 생겼으나 바게트 보다 더 구수한, 마치
우리 공기밥같은 터키인들의 빵이다. 터키에선 어느 식당에서나 에크맥은 추가 요금 없이 달라는 만큼
얼마든지 주는 값 싸고 맛이 좋은 빵이다. 가격도 그 큰 빵이 우리 돈으로 한 300원 하나 ? 이러니
터키에선 배고파 굶어 죽는 일은 없지 싶다. 게다가 맛도 훌륭하니 말이다...(내 입맛엔 재작년, 그해
빠리에서 열린 제빵 경연에 우승했다는 빠리의 한 유명한 빵집 바게트 맛도 훌륭했지만 솔직히
터키 어디서나 살 수 있는 이 에크멕이 빠리의 유명한 빵집 바게뜨보다 더 맛있더라...)
이 빵은 바게트 보다 두 세배 정도 두툼하고 길이는 약간 짧다. 이렇게 큰 빵을 터키 명물인 양젖
치즈를 발라먹기 좋은 크기로 두툼하게 잘라 놓으면 처음엔 2-3조각 정도 먹던 것이 몇일 후 부터는
한끼에 한 개씩 먹어 치우는 엽기적인 일이 벌어지게 되고, 나중엔 바지 위로 옆구리 살이 심각하게
삐져 나오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에크맥 때문에 살이 너무 많이 쪄서 한국 돌아가면 식구들이 얼굴을
제대로 못 알아 보게 된다는 사람들이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니구나 싶어진다. 이노무 빵이 중독성이
으찌나 강하신지… 아직도 이 빵맛이 삼삼하게 떠 오른다…
터키 길거리에 돌아다니다 보면 제일 흔하게 파는 빵이 시미츠인데, 시미츠 사라이(=궁전)라는 전문
빵집에서도 팔고, 노점에서도 가장 많이 파는 빵으로 터번 모양으로 꼬인 것도 있고, 버터와 크림
치즈가 듬뿍 들어간 번도 있고, 모양과 맛은 여러가지인데, 공통점은 무지 싸고 무지 맛있다는 거다….
내가 마르마리스를 떠나기 전에 남은 터키돈 탈탈 털어 산 것이 바로 시미즈 였다. 그리스가면 넘
그리워 질거 같아 하루만 지나도 굳어 못 먹는거 뻔히 알면서도 그 맛을 못잊어 욕심을 부리고야 말았다....
내가 장담 하건데, 난 밥순이지 빵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배 고플 때는 신경이 예민해지는
관계로 배고플 때 누가 나한테 빵 먹으라고 하면 막 화를 내는 편인데, 터키에서는 에크멕과 시미츠
덕에 밥 못 먹는 고통에 시달리지 않았다. 다만…터키를 떠난 후 에크멕과 시미츠가 너무 그리웠다…
어제인가 ? TV에서 터키 디저트에 관한 소개를 하는 프로를 봤다. 이스탄불의 이집션 바자르에 가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화려하고 다양한 로쿰(터키 젤리사탕 같은 디져트)을 볼 수 있다. 개중엔 넘
달거나 이상한 향신료 땜에 비위가 상하는 것이 있다고는 하는데, 로쿰을 파는 가게는 대부분
시식용을 가게 앞에 준비 해 놓기 때문에 이상한 것을 사서 낭패 보는 일은 별로 없는 거 같다. 난
내가 좋아하는 견과류가 들어간 로쿰을 몇개 집어먹어 봤는데, 사실, 좀 단 거 빼고는 진짜 맛있었다.
결코 단 거 좋아하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뜩이나 삐져 나오는 옆구리 살과 살살 아파오는 이
때문에 더 먹지 않고 참았지, 결코 너무 달아서 참았던 건 아니었다..
또, 단 거 하면 절대 안 빠지는 설탕물에 절여놨다 파는 바클라 과자(파이가 맞나 ?)가 있다. 이것도
정말 달아 많이 못 먹지만, 진짜 맛있다…
터키인들은 차를 많이 아시는데, 여기도 역시 손잡이 없는 작은 유리잔에 끓는 물을 가득 채워 주는데,
나도 이 뜨거운 유리잔을 들고 차를 마시는 요령을 터득 하기까지 한동안 고생 했다. 터키는 차 값도
무지 싸지만, 동부 쪽으로 갈수록 차를 대접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단, 라마단에 걸리면 이 차도
금식하는 중엔 마시지 않는다.
터키에서 뭘 먹어야 할지 몰라 빵과 과일만 먹다 가는 여행자들이 많다고 한다. 세상에… 터키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그렇다고 빵이나 과일이 맛 없단 얘기는 절대 아님 ! 터키는 과일도 죽이게
맛있다. 아마도 비가 잘 오지 않는 기후 탓에 과일이란 과일은 죄다 당도가 높지 않나 싶다. 특히
터키 청포도는 정말 죽음이다… 껍질이 아주 얇은 청포도는 물에 씻어 껍질째 먹으면 정말 이렇게
달고 맛있는 포도가 또 있을까 싶다… 그리고 터키엔 석류와 오렌지가 흔해 터진다. 거의 우리나라
가을 가로수에 운행이 주렁주렁 열리듯이 지방에 가면 길가에, 담 옆에, 뒷 뜰에 심어진 모든 나무에
석류,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려 가끔은 너무 많아 썩어가고 있다. 나도 사실 터키에 와서 석류가 이렇게
맛있는 과일이란 거 첨 알았으니까..
참, 터키와 그리스어로 오렌지를 ”포르투갈” 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마 오랜지가 포르투갈에서
전래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닌가 ???
터키 대표 음식을 꼽으라면 다들 케밥을 꼽을 것이다. 케밥을 굳이 설명하자면 바비큐라고나 할까 ?
가장 흔한 케밥 이라면 고기를 덕지덕지 붙여 커다란 기둥 모양을 만들어 불에 세로로 꽂아놓고
돌려가며 구운 후, 익은 부위만 얇게 져며내 여러 종류의 빵에 야채와 함께 싸거나 끼워서 주는
도녜르 케밥이 있고, 꼬치 바베큐는 시쉬케밥, 양의 내장을 구워 주는 코코렉 케밥, 한국사람들이
냄새만 맡아도 거의 환장하는 고등어 케밥 등 무수한 종류의 케밥이 있다고 한다. 다만, 무슬림이라
돼지고기는 불결하다며 질색을 하기 때문에 양고기나 쇠고기, 닭고기로만 케밥을 만드는데, 난
양고기가 질기고 누린내 나서 싫어하는데도 터키 양고기는 좀 질긴거 빼고는 아주 훌륭했다.
참고로, 난 개인적으로 돼지고기를 좋아한다. 일단 고기가 연하고 얕은맛이지만 고소하니까. 우리
나라야 돼지고기가 소고기 보다 싸지만 사실 외국에선 돼지고기가 소고기 보다 싼 경우가 별로 없는
거 같다. 같은 값이거나 좀 더 비싸거나.. 암튼, 무슬림들에게 왜 이 맛있는 돼지고기를 안 먹냐고
물어 보면 그들의 답은 한결같이 “더럽다”였다. 대체 뭐가 더럽단 말이지 ????
그들 말이, 양이나 소는 풀을 먹고 인간에게 젖과 고기를 내 준다. 하지만 돼지는 오만 잡스런 음식을
모두 먹어 치우는 지저분한 동물이란 거다. 그런 더러운 동물의 고기를 먹는 것이 불결해서 못 먹겠
단다. 글쎄, 유난 스럽단 생각도 들었지만… 그거야 기호니까. 누가 나보고 개고기 먹으라고 하면
뭐 먹을게 없어 그런 거 먹냐, 난 그냥 닭이 더 좋다라고 늘상 얘기 하니까, 아마 그들이 돼지고기 안
먹는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
터키에도 코프테가 있는데, 아마 터키가 원조인거 같다. 이집트에서 끔찍한 코프테의 기억이 있어 이것만은 피하리라 생각 했었는데 어느 할아버지가 소개해 준 집에 가면 맛있다고 해서 갔는데 이런이런,... 소고기 코프테를 시켰는데 양고기 누린내가 난다... 내가 왠 양고기 냄새가 난다고 투덜 거리니 이런 된장... 코프테는 고기를 갈아 뭉쳐 숯불에 굽는건데, 양고기나 소고기, 모두 같은 기계에 갈기 때문에 양고기 갈고 나면 냄새가 남아 뭘 갈아 코프테를 만들어도 누린내가 배게 된단다 !
그리고 터키 음식 중 한국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피데 ! 그리스나 로마, 터키는 지정학적으로 많은
역사나 문화를 터키와 공유하고 있는 듯이, 피데는 여로 모로 이태리 피자를 연상 시키는 터키
음식이다. 이태리 피자 처럼 토핑을 전부 위에 얹는 것이 아니라 토핑을 얹은 둥근 빵 반죽을 좌우로
길쭉하게 잡아당겨 당겨 올라온 양쪽 가장자리 반죽으로 토핑 위를 약간 덮은 후 "프룬" 이라는 터키 식
오븐(이태리 참나무 오븐하고 아주 흡사하게 생겼다) 에 구워 주는데, 정말 피자랑 비교가 안된다….
난 터키를 여행 하면서 과연 바게트 원조가 프랑스이고 피자의 원조가 이태리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됬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과연 피데가 바로 피자의 원조란다… 아마 크로와상이 오스트리아가
원조이듯이 아마 바게트도 터키 에크멕이 원조가 아닐까 싶다….
또, 터키 사람들이 좋아하는 간식 중 쿰필 이라는 통 감자 요리가 있는데, 맛이 죽이네, 꼭 먹어봐야
하네 하는 소릴 듣고 그거 하나 먹자고 트램 타고 버스 타고 오르타교 까지 갔는데 (내가 편식은 해도
먹는 거에 목숨은 좀 건다…) 이런… 통 감자 위에 다양한 토핑과 치즈를 얹어 먹어야 하는데, 내가
이거 빼고 저거 빼고 하다 보니 내 쿰필은 맛이 영 아니었다… 게다가 크긴 왜 글케 큰지… 가격도
비싸고….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편식을 한다 싶은 사람들은 쿰필 시도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 말로는 쿰필을 꼭 먹어 보란다, 진짜 죽인다고….
그밖에 나는 안 먹어 봤지만 터키의 스프도 유명 하다고 한다. 특히 남자들 해장용으로 죽인다는데,
뭐, 나야 해장 할 만큼 술을 먹어보지 못 했으니.... 그리고 내가 제일 맛있게 먹었던 뵤렉은 찐방도
아니고, 만두도 아니고, 야채빵도 아니고... 이걸 으찌 설명 해야 하나... 시루떡처럼 켜켜로 건건이
넣고 찐 빵이라고 해야 하나 ? 암튼, 무게로 달아 파는 이 뵤렉은 기대 밖에 아주 맛있었다...
터키의 대표적인 음료는 단연 아이란이다. 이게 뭐시냐 하면, 터키 요구르트 음료인데, 난 시큼한
요구르트는 시큼해서, 달착지근한 요구르트는 달착지근해서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란은 정말
별로 다시 먹어보고 싶지 않는 맛 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먹을 만 하다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터키의 맥주 에페스 !!! 내가 이집트의 스텔라가 못 마땅했지만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고 했던가 ? 터키에선 에페스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 이었다. 그나마 가끔은 이것도 동부에선
무슬림들 눈치 보느라 사는 게 여의치 않을 때가 있지만…
지금은 시간이 지나 에페스 맛이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난 호러블한
음식은 정확하게 기억 하는데 에페스에 관한 나쁜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서 내가 나름대로 만족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