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오는 돈은 뻔한데, 나가는 돈은 갑절이 된다면? 생활이 힘들어질 것은 뻔한 이치다. 다름 아닌 요즘 대학생들 이야기다. 새 학기만 시작되면 여지없이 솟구치는 대학 등록금, 그리고 통신비… 비용은 나날이 치솟는데, 아르바이트 길은 오히려 좁아졌다. ‘대학생 경제’는 12년 전과 비교하면 얼마나 팍팍해졌을까? 각각 05학번과 93학번인 호랑이띠 ‘띠동갑’ 동문 두 젊은이의 대학 재학 중 수입·지출 명세서를 비교해 궁해진 요즘 대학생들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등록금
93학번인 오모(34·고려대 경영 졸업)씨는 현재 금융 공기업 대리. 그는 14년 전 대학 입학할 때 150만원을 등록금으로 냈다. 2002년 졸업할 때는 한 학기 등록금이 220만원까지 뛰었지만 그런대로 참을 만했다. 그는 “등록금이 부담스럽다고는 해도 등록금이 없어서 학교 휴학하는 친구들은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05학번 김모(22·고려대 경제 2년)씨의 등록금은 315만원. 대학 생활 첫출발부터 띠동갑 선배보다 2배로 늘어난 등록금의 압박을 안고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지난 학기엔 등록금이 버거워 휴학했고, 곧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학 재학생 1년 평균 등록금은 2001년 477만원이던 것이 2006년엔 646만원으로 35% 뛰었다. 매년 등록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의 1.6~2.75배를 기록했다.
많은 대학생은 불어나는 등록금을 빚으로 해결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대학생들이 받은 학자금 대출이 4조4000억원에 이른다. 대출 건수가 156만8000건이었음을 감안하면, 평균 대출금액은 280만원 정도인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자도 급등했다. 지난 2005년 정부가 학자금 대출 이자의 절반을 보전해 주던 정책을 포기하면서 이자가 최저 연 4%이던 것이 요즘엔 연 7.05%까지 뛰었다.
◆아르바이트
고향이 각각 대전·논산인 선후배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둘 다 학교를 일터로 삼았다. 그런데 문제는 12년이 지났는데도 학교 아르바이트의 시급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배 오씨는 자리가 생길 때마다 학교 주차장 정리(시간당 4000~5000원), 복사 등 잔심부름을 하는 근로장학생(4000원), 학생회관 취업센터의 잡일(4000원)을 했다. 후배 역시 학교를 일터로 삼은 것은 마찬가지다. 기숙사 옆 체육관에서 회원을 관리하고, 운동기구를 정리하고, 가습기에 물을 가는 일을 했는데, 시급은 4100원으로 12년 전 선배 오씨와 거의 같다.
‘고수익 알바’로 통하는 중·고생 과외의 경우 오히려 시급이 과거보다 떨어졌다. 과거 선배 오씨는 과외를 하지 않았지만, 만일 과외를 했다면 주 2회 2시간씩 가르치고 한 달 30만원(시간당 1만5000원)을 벌었을 것이다. 반면 후배 김씨는 지난 겨울방학 때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고향에서 과외 ‘다섯 탕’을 뛰었는데, 주 5회 2시간에 50만~60만원을 받았다. 시급으로 환산하면 9000~1만원에 불과해 12년 전보다 30% 이상 떨어진 것이다.
◆잡비
통신비도 선후배 사이에 많은 차이가 났다. 선배 오씨 시절엔‘삐삐’(무선호출기)를 사용했는데, 사용료는 한 달에 1만원이 채 안 됐다. 그러나 후배 김씨는 휴대전화 요금으로 월 3만원을 낸다. 만 21세가 넘어 ‘청소년 정액(定額) 요금제’적용을 못 받게 되면 요금이 2배로 뛸 수도 있다.
학원비는 어떨까? 선배는 영어학원비로 한 달 7만원, 교내 토익 수강료로 3만원을 썼다. 후배는 학원을 다닐 여유가 없지만, 만약 선배가 들었던 강의를 지금 들으려면 학원비 19만2000원과 교내 토익 수강료로 12만원이 든다.
그뿐인가? 당구는 10분에 600원에서 1000원으로, 음식점에서 소주 한 병은 2500원에서 3000원으로, 담뱃값은 700원에서 2500원으로 뛰었다.
띠동갑 선후배는 둘 다 어려운 형편인데도 적금을 붓지만, 적금 액수도 차이가 크다. 선배는 월 20만원씩이었는데, 후배는 월 1만5000원씩이다. 2년 만기가 되면 후배 김씨는 40만원 정도 되는‘목돈’을 만질 수 있다. 그는“그때 되면 등록금의 10%는 감당할 수 있겠죠”라며 웃었다.
[김정훈기자 runt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