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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길들이기 (10부)

베리소다 |2005.07.08 00:45
조회 835 |추천 0

뭐야, 자율학습은 어쩌고 우리학교 앞까지 왔단거야. 전화를 끊고도 혼자서 쫑알쫑알 대면서..

가만히..서 있자.. 옆에서 소은이가

" 현욱이가 빨리 내려오랬다며.. 얼른 가봐.."

하면서 날 밖으로 내민다.. -_ -; 소은이가 더 서두른다.

" 어..? 어..어.. 나 빨리 갔다올께.. "

신발을 갈아신고, 교문 밑으로 뛰어내려갔더니 현욱이랑 민성이가 서 있다.

" 어.. 민성이도 왔네..? 안녕~"

하면서, 민성이한테 인사를 했다. 민성이도 인사를 한다.

" 하은아, 오늘 니 디데이자나.. 그래서 내가 오래전부터 준비한게 있거든..? 이거 줄려고

민성이 꼬드겨서 같이 온거야.. 이것만 주고 나 또 금방 가봐야되.. 미안.. "

하면서,, 막 내 품으로 들이민다.. 케익상자, 장미꽃다발, 그리고 뭔가가 들어있는 종이가방...

" 오랫~동안 축하해 주고 싶은데, 알자나.. 금방 가봐야되는거! 미안해..미안해 하은아.."

하면서,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옆에서 민성이가 시계를 보더니..

" 야.. 안되겠다. 지금 가도 정각에 도착하겠어.. 얼른 가자~"

하면서 재촉한다. 어..? 나 고맙단 말도 못했는데, 현욱이 본지 아직 2분도 안지났는데...

" 하은아, 나 인제 가볼께. 정말 늦었다.. 미안..미안~"

하면서.. 육교로 건너지 않고 바로 무단횡단을 해버리는 민성이랑 현욱이..

아씨..고맙단 말도 못했는데 그냥 가버리네..? 맞은편 쪽에서 빈 택시를 잡고는.. 그렇게 가버렸다.

택시가 안보일 때까지 그곳에 한참 서있다가 너무 무거워서 잠시 손에 들고 있던 지갑이랑

케익, 꽃다발, 종이가방을 내려놓았다. 뭐야.. 뭘 이렇게 많이 준비한거야.. 짜식..

나 감동하는 모습 좀 보고 가지는.. 이거 들고 우리 반에 올라가면 또 난리나겠네..아주..

다시 주섬주섬 챙겨가지고는..룰루랄라~ 반으로 올라갔다.

" 이야~~~"

사방에서 탄성소리가 터져나온다..소은이가 쪼르르 다가와서..

" 현욱이가 직접 주고 간거야..이거 다..?"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유린이가 어느새 옆으로 와서는... 뭔가 싶어 빼꼼히 쳐다본다..

" 이야.. 하은이 너 오늘 케익 3개나 받은거야..그럼..? 야.. 우리 하나는 같이 먹자야~"

하면서,, 먹성 좋은 주영이가 내 케익에 눈독을 들인다. 흠.. 케익 3개를 집에 가져가는 것도 문제고,

워낙 단걸 좋아하지 않는 엄마랑 다이어트 중인 언니땜에 먹을 사람도 없다 싶어서.. 울 현욱이가

준 케익 말고, 중학교 후배녀석이 준 케익을 먹으라고 줘버렸다. 언제 알고 왔는지 서영이도 우리반에

들어서고 있었다..

" 와~ 박하은! 인기 좋다..오늘~ 이 상자는 뭐냐..?"

하면서 툭~ 건드린다! 아..맞다! 종이가방 안에 금빛상자가 들어있었는데..  나도 궁금하여 상자를

꺼내 열어보았다. 우와........    끝과 끝을 하나씩 연결해.. 길이가 3m도 넘게 쓴 카드와..

거북이랑 별을 예쁘게 접어 화장지며, 도끼엿이며, 포크모양 사탕이랑 한가득 들어있는 상자였다.

" 야..읽어보자..읽어봐..얼른..."

하면서 카드를 읽어보라고 옆에서 다들 들볶는다.

" 흠.. 하나만 읽어줄께, 젤 처음껏만..."

나는 그래..이정도 인심은 쓴다싶어서 젤 앞쪽에 있는 카드를 크게 읽어내려갔다..

" 사랑하는 우리 하은이에게...."

" 아우~~~~~~~"

애들이 야유를 퍼붓고 난리다. 읽어달라할 땐 언제고 이것들이 그냥... 아주..콱...

" 우리 하은이 디데이날을 준비해서 내가 오늘부터 이 카드를 하루에 한장씩 쓰기로 했어.. 음..

수능공부하느라 고생이 많지..? 우리 조금더 힘을 내 꼭 같은 대학교 가서 캠퍼스커플 하자..꼭!

그러니까 우리 서로 힘내서 공부 열심히 하자~ 알았지? 나 이거 쓰는거 민성이밖에 몰라. 카드

쓰다가 우리반 애들이 알면 정말 난리날지도 몰라. 팔불출 따로 없다구.. 크크.. 내가 우리 하은이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사랑해..하은아..어제도, 오늘도,.내일두......"

아..진짜.. 나 표정관리 정말 안된다..오늘은.. 정말 ! 애들은 어느덧 내가 다 읽기도 전에..하나둘씩..

멀어지고,, 지들끼리 케익 먹기에 여념이 없다.. 이것들이 읽어달라 쫑알댈때는 언제고..

하긴.. 현욱이가 나를 위해 몇일간을 고생해서 쓴 거니까.. 나 혼자 이따 몰래몰래 읽어야지..흐읏..

근데 처음부터 듣고 있던 유린이가..갑자기 한마디 툭~ 하는게..

" 야..박하은! 너 나한테 고마워 해야하는 거 아니냐..? 처음에 현욱이가 나한테 관심있었다던데..

내가 현욱이랑 연락 안해서 너랑 사귀게 된 건지도 모르자나..?"

아유아유.. 진짜.. 재수없어~저 기집애! 진짜..쟤는 잘 나가다가도 저렇게 재수없는 말 한마디에..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니까.. 그래그래.. 백번만번 고마워 죽겠으니까.. 저기 저 케익 좀 입에 처 넣고

입 좀 다물어라.. 응~~~?

이따 현욱이 쉬는 시간에 맞춰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지~

 

" 어.. 현욱아~ 뭘 이렇게 잔뜩 준비했어.. 나 막..고맙구.. 미안하구..그러자나.. 카드는 언제부터

쓴거야..? 꽤 오래전부터 썼던데..나한테 힌트 한번 안주고말이야..."

" 미리 말하면 재미없자나.. 카드는 다 읽어봤어..? "

" 응.. 아까 자율학습시간에 다~ 읽었어.. 집에 가서 볼려고 했는데,, 어디 궁금해서 참을수가

있어야 말이지.. 현욱아..나.. 너무 고마워..너한테.. 정말정말정~말 고마워..."

" 우리 사이에 그런말 하기야..? 쑥스럽게..."

하면서 배시시 웃는다.. 정말 고마워..현욱아.. ^-^

종례를 하고, 다들 떼지어 교실을 나가는데.. 나 박하은.. 혼자서 멍~하니.. 케익들이며 꽃다발이며..

다른 친구들한테 받은 선물을 앞에 두고..  서 있다. 이걸 다 어떻게 가져간담.. 머리에 이고.. 양손에

들어도.. 모자랄 껏 같은데!

" 소은아, 미안한데..나 밑에 정류장까지만 이것 좀 들어줄래..?"

겨우겨우 소은이한테 부탁을 해서 정류장까지는 내려왔다. 에라..모르겠다! 현욱이가 준 케익 빼고..

나머지 케익 하나는 요즘 미안했던 것도 많고, 고마웠던 일도 많은 소은이한테 선물로 줘버렸다.

아유..짐 하나 덜어서 편하긴 하네.. 정말 양쪽 팔에 끼고, 책가방에 끼워넣고,, 땀으로 범벅이 되서

집에 도착하자, 엄마가..

" 왠 꽃다발..? 어떤 얼 빠진 인간이 주든...?"

" 엄마.. 좀 받아줘.. 잔소리는 나중에 하고.. 나 힘들어 죽겠어.. 헥..헥..."

어떤 얼빠진 인간이 줬냐며 핀잔을 주면서도 꽃병에 얌전히..꽂아서 즐거워한다! 역시 여자들은..

꽃에 약한 것인가..? 오늘 현욱이한테 받은 이 웬수(?)를 어떻게 다~ 갚을 것인가. 기대해라.. 김현욱!

아..맞다.. 그러고보니, 다음주에 현욱이 디데이도 껴있고, 생일도 껴있네..? 내 정신 좀 봐...

음력으로 세니까.. 맞아.. 다음주 금요일이네.. 디데이는.. 목요일이구! 정말 깜박할 뻔 했다..정말..

그럴줄 알고 내가 용돔 좀 모아뒀지.. 음흐흐흐.. 

지난주에 엄마랑 언니랑 같이 시내나갔을 때 쇼윈도에 진열된 남자 야광 트렁크를 내가 엄마랑 언니

몰래 미리 사뒀지..암!

그걸 생일 선물로 주면 되겠고! 쿠쿠쿠... 현욱이가 깜짝 놀래겠지..? 야광 팬티..크크크...

암튼, 오늘은 이래저래 행복하고, 또 피곤한 하루였다. 다시한번 고마워...현욱아..♡

 

다음날 아침, 어제 너무 피곤했던 것인가.. 또 늦잠을 자버렸다. 한번 깨워서 일어나지 않으면..

열번이라도 깨워야지.. 그냥 자게 내버려뒀다는 울 엄마 심보.. 정말 계모 아닌가..싶다니깐!

" 엄마~ 스타킹은 다 어쨌어~ 왜 한켤레도 보이지 않아~"

바빠죽겠는데 이놈의 스타킹은 다 국 끓여먹었는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 아무거나 신어! 거기 그거 신고 가면 되겠네...뭐~"

옆에서 언니가 발로 쓱..밀더니.. 그 아줌마들이 신는.. 신으면 종아리 젤 많이 튀어나오는 부분은

하얗게 보이는 그 스타킹을 신으랜다.

" 야~ 장난하냐..? 우리 학교 이런거랑 타이즈 못신게 한단 말야.. 아씨..바빠 죽겠는데 스타킹도

없고~ "

암만 찾아봐도 없다. 어제 신었던 거 신을까..하고 다시 신었더니.. 어맛..? 발 뒤꿈치쪽에..

스타킹 코가 나가서 쭉~ 하고 종아리까지 올라와 있다. 정말 미쳐내가.. 그냥 아쉬운 김에..

언니가 준 스타킹이라도 신어야지뭐.. 아씨.. 짜증나..정말~

 

어쨌든, 그 스타킹을 신고 학교에 가긴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내 다리만 쳐다보는 것 같아..

괜히 민망하고.. 괜히 쑥스럽다. 에이씨.. 매점 가서 얼른 스타킹 사서 갈아신든가 해야지원...

그렇게 교문으로 걸어가는데... 헛.. 뭐야..  쩌어기.. 교문 앞에서 선도부 학생들과 함께 학생주임이

나와서 복장검사와 명찰검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옆엔 명찰이 없는 학생, 교복 치마 딸랑~

줄인 학생, 학생용 스타킹 안신고 타이즈 신은 학생이 줄줄이 서있다. 뭐야...진짜.....-_ -;;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에이~ 어쩔 수 없다! 다시 내려가서 문방구에서 사서 신고 올라가는 수밖에..

 

" 아저씨, 학생용 스타킹 하나만 주세요..."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려고 했는데, 엄마야~ 이건 또 뭐야.. 없다! 지갑이 없어~ 내가 집에 놔두고

왔나..? 아니면 학교에다 놔두고 왔나..? 암튼 가방이며 온 주머니를 뒤져도 지갑이 없다..

이를 어쩌지... 그러다 맘 좋게 생긴 아저씨한테..

" 아저씨, 저 죄송한데요. 제가 지갑을 놔두고 왔나봐요. 학년이랑 반이랑 이름이랑 써두고 갈테니..

이거 외상으로 주시면 안될까요,.?"

사정했다. 그러자 아저씨가 학교 밑에서 장사하는데,, 학생을 믿어야 한다며 나중에 돈은 가져오랜다

아..다행이다. 문방구를 나와서  스타킹 신은 채 그대로 학생용 스타킹을 대충 주섬주섬 신고

학교로 갔다! 교실에 도착하자 마자 부리나케 지갑을 찾았다. 분명히 집에 놔두진 않았다..

책상이랑 사물함을 막~ 뒤져도..지갑은 찾을 수 없었다.. 잠깐.. 침착하고.. 어제의 기억부터..

되돌리자.. 자..침착해..침착해...

어제.. 소은이랑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갈때 지갑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고, 교실에 왔을 때까지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현욱이 전화가 와서.. 지갑을 가지고... 그래..현욱이 만나러 갔을 때

가지고 갔었어.. 그러다...그러다... 그러다...  아 맞다! 현욱이가 준 선물들이 너무 무거워..내가

땅바닥에 잠시 내려놨었지..? 맞아..맞아..내가 선물만 챙겨왔어.. 맞아...

얼른 어제 현욱이랑 만났던 육교 밑으로 뛰어내려갔다. 암만 찾아도 지갑은 없다. 앞에 문방구

아저씨한테 물어봐도 모른댄다. 누가 주워간거야.. 분명해... 분명해...잃어버린거야..

지갑속에,, 현욱이 다음주 디데이 챙겨줄려고.. 모아둔 돈 15만원이랑.. 현욱이 사진이랑...

다 있는데.. 다 있는데.. 나 어떡해... ㅠ_ㅠ 힘없이 터벅터벅 올라와서는 내 자리에 앉았는데...

순간 눈물 한줄기가 뺨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린다.

 

어떡해..어떡해.. ㅠ_ㅠ 나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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