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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4화> 발표준비2

바다의기억 |2005.07.08 02:06
조회 16,993 |추천 0

대부분의 학교에서 기말고사가 끝난 듯 합니다.

 

열심히 공부한 만큼,

 

이번주말까지 마음껏 즐기시길.

 

그리고 나면 다시 지옥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겁니다.

 

후훗. 농담입니다.

 

 

======================= 농담으로 안 들리잖아!! (퍼억!!!)=======================

 

 

분위기 있는 교향곡들을 들으며


그녀와 단 둘이 앉아있는 기분은


바늘방석 위보다 따끔거리면서도


구름 위보다 설레고 두근거렸다.



이 앞에 테이블이랑 커피 두 잔만 있으면


정말 분위기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곧장 실행에 옮겨보기로 마음먹은 난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기억 - 저... 커피 드실래요?


민아 - 예?


기억 

- 왠지 조금 피곤해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실까 하고요.


같이 드실래요?



좋아, 자연스러웠어!!


매끈한 문장에 완벽한 마무리 멘트!



민아 - 아, 피곤하시면 먼저 들어가세요.


기억 - 예?! 아, 아뇨! 괜찮습니다.



문장이 너무 매끈해서 미끄러진 걸까


생각지 못한 답변으로 날 당황스럽게 만드는 그녀.


잠시 일어나던 자세 그대로 엉거주춤하게 서있던 난


삐질삐질 다시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민아 - ..... 커피 드신다면서요?



제길..... 구박받고 있다.


그렇지 않고야 이렇게 사람을 무안하게 할 리가 없다.



아무래도 그녀는 날 좋지 않게 보고 있는 듯 하다.


하긴.... 처음 말을 나눴을 때도


전혀 못 알아보고 실수를 했던 데에다


대본 검토할 때도 맞춤법 틀렸다고 트집 잡고...


아무튼 좋은 인상을 심어줄 만한 일이 없었다.



지금도 괜히 찝쩍대는 것처럼 보일 지도....



다시 각 잡기 자세로 들어간 난


얌전히 음악이나 듣고 있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1 악장-



기억 - .......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 연주를 듣고 있다 보니


문득 서러운 과거가 떠올랐다.


여름방학 내내 울리지 않던 휴대폰을 옆에 두고


방바닥을 뒹굴 거릴 때의 그 기분.


오죽 할 짓이 없었으면 공부를 했을까.



민아 - .....예? 어느 부분이요?


기억 

- 이 음악 시작할 때 그 멜로디가


당시의 저를 떠올리게 만들어 주네요.


이 부분에 한 번 넣어보죠.



민아 - 음.... 박자에 맞춰서 뒤척뒤척?


기억 - 그렇죠.


민아 - 재밌겠네요. 그렇게 하죠.



이번엔 분위기가 괜찮았다.


좋아, 이런 분위기로 계속 가는 거야!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중간 중간 제법 많은 곡이 정해졌을 때


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치는


건조한 입안을 적시기 위해


뭐라도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억 - .....저 커피 좀 사러 다녀오겠습니다.


민아 - 네~.



이번에도 별다른 언급 없이 곡 찾기만 계속하는 그녀.


아무래도 커피 생각은 없나보다.




잠시 후 도착한 매점.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커피 하나를 꺼내드는 순간


난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대체 어떤 걸 사다줘야 할까?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면 ‘저도요~.’ 같은


반응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고


내 것만 사가자니 정말 싸가지 없을 것 같고....



난 잠시간의 고민 끝에 딸기우유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이미지엔 딸기우유가 딱이다.



하지만 딸기우유와 커피를 들고 연습실로 돌아갔을 때


그녀가 내 손을 보곤 입술을 삐죽 내밀며


미간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워낙 과묵하고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난


본의 아니게 사람 표정을 파악하는 게 빨랐다.


특히 ‘불쾌지수 높음.’ 과 ‘화남’에 대해.



지금 저 표정은 ‘조금 열 받음.’ 이다.


딸기 우유에 뭔가 안 좋은 추억이 있나?



기억 - ..... 커피 드세요.



뭔가 꺼림칙한 느낌에 커피를 내밀자


그녀의 미간에 있던 주름이 활짝 폈다.



민아 - 커피 드신다면서요? 딸기우유는 뭐예요?


기억 - 왠지... 갑자기 이게 마시고 싶어서.....



솔직히..... 딸기우유 같은 건


초등학교 이후 입에 대본 적도 없었다.


생긴 걸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내가 딸기우유 마신다고 하면


=표리부동죄 및 괜히 기분나쁨= 을 이유로


당장 구속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그녀의 기분은 확실히 나아진 듯하니


어떻게 되도 별 상관은 없지만....



기억 - ...?!



팩 입구를 뜯어 한 모금을 입에 머금는 순간


난 딸기우유의 맛이 내 예상보다 훨씬 달짝새큼한 게


몹시 찝찝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래서 아까 얼굴을 찌푸렸던 건가....



민아 - 에엑....



하지만 옆에서 커피를 마시는 그녀도 반응은 비슷했다.


무슨 한약 먹는 어린아이 같은 그녀의 표정.



.....커피도 싫어하나?


그럼 왜 그렇게 즐거운 표정으로 받은 거야?



기억 - 이거 생각보다 맛이 좀 새큼하네요.


민아 - 그래요? 바꿔 마실래요?



슬쩍 찔러본 한 마디에


선뜻 바꿔 마시길 제안하는 그녀.


이랬다 저랬다 도대체 속내를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처음부터 커피를 마시려던 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캔을 건네받아


입구에 입술을 댄 순간


문득 청춘만화의 한 장면이 뇌리를 스쳤다.



기억 - .....!!



이건..... 간접 키스!!!!!! 오오 신이시여.



내가 그런 어쭙잖은 행복감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그녀가 날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설마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눈치 챈 건가?



민아 - 저 사실은 우유 무~지 좋아해요. 특히 딸기우유.


기억 - .......


민아

- 그런데 왠지 다른 사람들이 주면


‘빨리 키 좀 커라.’ 아니면.......


아무튼 그런 뜻으로 주는 것 같아서


괜히기분이 안 좋거든요. 바보 같죠?



그런 것이었구나.


아무래도 그녀는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볼 땐 딱 적당한 것 같은데... 귀엽고.



난 그날 늦은 저녁 무렵까지


그녀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이런 저런 짧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민아 

- 아~ 이제 이 곡들을 테이프나 시디에 옮겨야 하는데


잘 될까 모르겠네요.



기억 - 음..... 제가 해올 게요.


민아 - 네?


기억 

- 대본 쓰시느라 고생하셨을 텐데


이 정도는 제가 해 와야죠.



예상 밖이라는 듯한 표정의 그녀는


내 제안에 선뜻 뭐라 대답을 하지 못했지만


난 그녀의 손에서 시디 묶음을 받아 들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맡아서 하려고 하는 지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웬만한 고생은 사서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였다.



물론 난 아직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나랑 나이가 동갑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지만


그냥 막연히 그러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나는


그녀의 동글동글한 글씨가 가득 적힌 대본에 따라


노래를 테이프에 복사하기 시작했다.




뭐 금방 끝나겠지... 라고 생각했던 작업.


하지만 꼬박 5시간을 하고도 작업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중간에 이렇다할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대체 그녀는 무슨 배짱으로


이 작업까지 해오겠다고 말한 걸까?


뭔가 그녀만의 비법이라도 있었던 건가?



결국 난 테이프 복사를 마치기 위해


그날 밤을 하얗게 불태워야만 했다.




다음날 학교로 가는 길.



밤새 이어폰을 끼고 있던 후유증으로


머리는 지끈 지끈 아프고


귀에선 쇼팽과 베토벤이 편을 먹고 슈베르트, 헨델을 상대로


2:2 태그 토너먼트를 벌이는 소리를 들렸다.



베토벤 =받아라! 바이러스 공격이닷!=


슈베르트 =후훗, 마왕 소환~!!=



인간인가 오디오인가.....


불쾌지수 MAX에 아름답도록 쾡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난


누가 봐도 경계대상 1호에 포함될 만 했다.



기억 - 크르르르.....


친구1 - 응? 기억아 너 왜 그러냐?


친구2 - 야, 가까이 가지 마, 물려!




저녁 무렵


찌꺼기 패밀리는 연극 연습을 위해


연극부 연습실에 모여들었다.



김씨 - 으아~ 뭔가 굉장해 보이는데?


허씨 - 오늘부터 여기서 연습하는 건가?



난 어제 노래를 들으러 와 본적이 있지만


이번이 첫 방문인 김씨와 허씨는


한참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민아 - 적당한 곳에 가방 놓고 앉아계세요.



김씨와 허씨가 산만하게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이


그녀는 연습실 한쪽에 있는 옷장에서


옷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연극 때 쓸 의상을 찾나보다.



난 밤새 녹음한 테이프를 건네주기 위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기억 - 저.... 이거 다 해왔는데요.


민아 - ...... 에? 이게 뭔데요?



2:2에서 배틀로얄로 종목을 바꾼


거장들의 싸움을 종결짓는 듯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머릿속에 울렸다.



바로 어제 일인데 까먹은 건가...


난 대체 뭘 위해 그 노가다를 한 거지?



기억 - 어제..... 노래 정한 것들이요.


민아 - 에에? 그걸 벌써 다 했어요??



안 그래도 동그랗던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굉장한 묘기라도 본 듯한 그녀의 반응에


난 금방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민아 - ....... 다음 주까지 하셔도 되는 걸...



마치 굉장히 큰 선물이라도 받은 것 같은 그녀의 표정.


난 나도 모르게 쓱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손으로 눌러 진정시키며 고개를 돌렸다.


지금 웃으면 왠지 바보 같을 것 같다.



김씨 - 나 어제 비디오가게에서 플랜더스의 개 빌려다 봤다.


허씨 - 어? 나도 며칠 전에 빌려다 봤는데.


김씨 - ..... 혹시 학교 밑에 있는 풀빵 비디오 대여점에서?


허씨 - 응. 어떻게 알았어?


김씨 - 빌려가서 3일 동안 연체한 게 너였냐? 응?


허씨 - 아니, 그게 다시 봐도 너무 감동적이라.....



민아와 내가 그레이트한 무드로 빠져들고 있는 사이


플랜더스 삼매경으로 빠져들고 있는 두 사람.



....... 나도 한 번 빌려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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