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일요일다운 일요일 이다.
낮의 일도 밤의 일도 없이 쉬는 날 모자른 잠을 채우느라
늦은 시간 일어나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한권 밖에 읽지 못한
먼저 산 다빈치 코드를 읽으며 모처럼의 휴일을 보내는 중
잠시 현장에 가신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분야는 다르지만 10년 넘게 현장 밥을 같이 먹은 목수 아저씨가
돌아 가셨다는……. 이주 전까지 현장에서 얼굴을 보고 같이 밥도 먹고
농담도 주고받던 너무도 건강하신 분이 마흔 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평택에서 서울 까지 먼 길을 한번의 결근도 없이 출 퇴근 하시면 서도
힘든 표정 하나 없던 분이셨는데....
교통사고란다……. 그것도 뺑소니차에 치어 길에 쓰러져 계신 분을
비 오는 새벽이라 뒤차가 미처 발견 하지 못하고…….
먼저 사고를 낸 차가 도망가지 않고 병원에만 옮겼어도 생명은 건질 수 있었다는데…….
결국 상이 끝나도 부검을 해야 하기에 발인도 못하는 신세…….
오늘도 노래를 하는 줄 아시고 노래가 끝난 후에 상가에 같이 가시자는 말씀에
오늘 쉬는 날이에요 준비 하고 있을 테니 얼른 오세요…….
아버님과 친한 목공반장님의 조카라서 아버님도 각별 하게 생각 하셨던
분이다. 서울로 이사 오라고 해도 부모님이 시골이 좋다고 하셔서 못 온다고 하시던 효자 였는데.... 어린 두 아들과 젊은 부인 그리고 노부모님들만 남기고 ...
상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버님은 내내 한숨만 쉬신다.
그 와중에 난 또 이것저것 못 마땅한 아버지의 모습들을 푸념 한다.
아버님 일을 도와 드리고 있는 몇 달 ……. 하루 중 자는 시간 과 노래하러
가는 시간 외엔 늘 아버지와 함께 있다. 지금 까지 살면서 이렇게 까지
아버지와 함께 긴 하루를 보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속맘은 그렇지 않은데
자꾸 이것저것 아버지의 모습을 못마땅해 하고 또 그것들을 끄집어내 불만스럽게
이야기 한다. 어려서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다 커서 보게 돼서인지…….
실망한 부분들이 많다. 내가 못나서 인가.....
또 투덜거리는 나를 외면하듯 아버님은 고개를 돌리고 차창 밖만 응시 하신다.
말없이..... 이젠 나도 늙어 가는 구나하고 읊조리듯…….
도착 하니 같이 일하시던 동료 분들과 인테리어 업체의 과장이 대표로 와있다.
어떻게 된 건지 묻는 아버님의 말씀이 길어지자 슬그머니 짜증이란 놈이 밀려온다.
먼저 상주께 조문인사를 드려야죠! 하고 말을 자른다.
향을 사르고 술을 올리고 절을 한다. 영정사진은 아닐 텐데 사진 속의 눈빛이
이승의 사람 같지 않게 느껴진다. 상주와 절을 하고 앉아 아직 어리둥절한
까까머리 어린 상주들을 바라본다. 상주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시는 아버지의 음성이
떨린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시면서 그것도 손자뻘 되는 어린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시면서
음성이 떨리시다니……. 언제나 당당하시고 목소리도 우렁차시던 분이…….
음식이 차려진 방으로 자리를 옮기니 조카를 먼저 잃은 목공 반장님이 조문객을
맞아 소주잔을 기울이신다.
반갑게 맞을 분위기는 아니지만 아버지를 반갑게 맞으신다.
일찍 오신 분들도 아버님이 오신다기에 아직 안가고 있었단다.
집에서는 아니지만 밖에서는 아버님의 인기는 상한가다.
술잔이 오가고 돌아가신 고인의 이야기가 안주가 돼 때론 슬프게
때론 즐겁게 자리를 수놓는다.
일년에 한잔 드실까 말까 하는 술을 반병이나 드셨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한 집안 내력인데 반병이나 드셨다면 치사량인데…….
걱정이 돼 아버님께 괜찮으시겠어요? 묻자 오늘은 좀 마셔야겠다. 괜찮아
그만 드세요 이제… 하고 목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켰다.
이 얘기 저 얘기 하시던 중 할아버지를 일찍 여의시고 젊은 나이에
가장이 되신 당신 이야기를 꺼내신다.
늘 할아버지께 반항만 하시던 당신이 마음을 고치게 된 사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할아버님의 눈물 이야기…….
부인과 자식 보단 홀어머니께 더 극진 하셨던 할아버님이 미워 늘 반항만 하셨던 고교 시절 어느 날 말썽만 피우고 다닌 다고 매를 드시는 할아버지께 이젠 몸도 마음도 커버린
아버지가 방문을 발로 차고 집을 나가 버리셨단다. 한달 넘게……. 친구들에게 신세 지는 것도 하루 이틀 절에 들어가 절밥을 드시며 버티다 결국 돈도 떨어지고 배도 고프고
갈 곳은 집 밖에 없어 매 맞을 각오를 하고 집에 들어가니 할머님만 눈물을 흘리시며 버선발로 뛰쳐나오시고 할아버지께선 안방에서 얼굴도 비치지 않으셨단다.
안방 문을 열고 할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잘못 했습니다 하자
그 근엄하시던 할아버님이 눈물을 흘리시더란다. 생전 처음 할아버님의 눈물을 본
아버님의 심정은 어땠을까……. 눈물을 흘리시며 할아버께선 내가 지금껏 살면서
두 번째 흘리는 눈물이다. 첫 번은 아버님이 돌아 가셨을 때이고 두 번째는
너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다…….라고 하시더란다. 그 이야기를 하시며 아버님의
음성이 떨리기 시작 하더니 눈물을 참으려 손으로 눈가를 가리신다.
그러다 결국 소리 없는 눈물이 이젠 주름져 바랜 아버지의 손가락 사이로
흐른다. 어찌해야 하나....순간 당황스러운 나를 옆에 있던 나 보다 두 살 위 목공사장이
담배나 한대 피자며 떠민다.
담배에 불을 부쳐주며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가 워낙 힘든 부분들이 있다며
특히나 같이 일을 할 때는 더욱 그렇다며 자신의 경험들을 이야기 해준다.
자기는 소장님 존경 한다고....
결혼 후 독립하기 전 동생은 아마도 현장에서 아버지와 충돌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동생에게도 그러지 말라고 충고도 많이 해줬었다고...
아버지의 눈물....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하는가.... 깊게 들이마신
담배 탓인지 기침이 난다.
이젠 노인네 취급 한다며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시기 전 옆에 앉은 친한 분께 술 몇 잔의
취기 탓 인지 아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분과 너무도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윈 두 상주의 모습에서 예전의 당신 모습을 보게 되셔서 인지 아님 내가 들으라고
하시는 건지 이야기를 하신다.
전에 동생이 출근길에 차에서 투덜대면 고속도로 위에서도 차 세워
너 내려 임마 , 걸어가라고 큰소리 치셨는데 이젠 그러지 못하신다고.
이젠 늙었는데 예전처럼 그러면 더 늙으면 괄시 받을 거 아뇨
그렇게 나들으라고 몇 말씀 하시다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고... 그러다
눈물 까지 보이셨다..... 할아버님이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내게....
한 시간째 모기에 뜯기는 줄도 모르고 담배만 연신 피웠다.
그렇지 않은데…….속맘은 그렇지 않은데.... 아버지께 서운한 게 있는 건 사실 이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하진 않는데....
날도 날이지만 참고 참다 서운함이 넘쳐 흘리신 눈물 그것도 자식 앞에서 남들이 보는 와중에..... 그러고 보니 내가 그간 아버지를 무시하기도 짜증내는 말과 행동으로 마음 아프게
했었다. 내가 받은 상처가 아직 크기에……. 내가 아버지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야 란
건방진 생각에…….
이 사태를 어떻게 추슬러야 하나.... 단순하게 상갓집에 와서? 어린 상주들을 보니
예전 당신의 모습이 떠올라서? 자식에게 서운 한 게 많아서?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눈물을 보이시다니…….
이젠 정말 늙어 가시는 구나.... 술에 취해 잠이 드신 아버지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정말 주름이 깊고 많아 지셨다.
내가 그간 너무 많이 잘 못하고 있었구나.... 아버지께 눈물을 흘리시게 할 정도로...
나쁜 바보탱이.... 창에 눈물이 맺힌다. 윈도우 브러시를 작동 한다는 걸 깜박이 등을 켜고 말았다. 바보탱이.....뒤늦은 후회를 하는 청개구리다 난.....
속맘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겉으로 나오는 것들은 왜 그럴까 도대체 난....
청개구리가 내 뱃속에 가득 한 것 같다. 바보탱이 청개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