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된장녀, 된장녀 말이 많다.
된장녀가 무슨 뜻인가 찾아봤더니, 명품과 패션 유행을 즐기고, 커피를 먹어도 요즘 속된 말로 '가오' 가 제대로 나게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즐기면서 낭만을 추구하는 여자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싸이월드나 블로그에다가 아웃백, 베니건스 등에서맛있게 먹는 사진을 올려놓고, 마놀로 블라닉 구두가 너무 좋아서 남자친구에게 사달라고 조르는 그녀들. 그리고 요즘 대세로 유행하는 '잇백 (유행의 정점에 가 있는 명품가방)' 을 어떻게든 구하고야 말고, 남자친구나 그 외 자신들에게 '집적대는' 남자들과 약속을 잡을땐 강남역, 청담동, 압구정동 아니면 안 만나는 대담하고 도도한 여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된장녀라는 단어를 뜻하는 여러 예가 아닐까.
그렇다. 이런 여자들은 지금 대한민국 서울을 비롯, 어느 지방에나 다 골고루 분포되어있다. 특히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보그', '앙앙', '맥심', '엘르' 같은 패션 잡지들이 어느 때보다도 거대한 패션 잡지 시장을 이루는 가운데, 뉴욕, 밀라노, 도쿄 등 세계 패션의 중심지에서 날아온 최신 유행들을 빨리 접할 수 있고, 또한 인터넷의 각종 패션 관련 카페 (이 카페들은 대부분 친절하게도 회원들을 자연스레 쇼핑몰로 연결시키는 재주가 있다.) 에서 명품 브랜드들의 최신 상품 정보를 알 수 있고, 거기다가 어떻게 코디하면더 이쁘게 입을 수 있을까하는 법도 회원들의 입에서 입으로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시대다.
이렇게 패션에 관한 사람들의 눈이 제대로 텄기 때문에, 패션 스타일리스트들은 요즘 우리나라 패션 유행이 결코 뉴욕, 밀라노에 뒤쳐지지 않은 수준이라고 감탄을 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봐도 우리나라 요즘 남성, 여성들의 패션 수준은 이제 아시아에서 일본과 자웅을 겨뤄도 절대 지지않을만큼 많이 발전했다고 본다. 여기에 중국, 태국이나 베트남 일부지역까지 가세해서 패션계에서도 '아시아 순위' 가 자세하진 않지만, 대충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예전보다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했고, 몰라보기 힘들게 컸다.
한국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진 가운데, 여기서 변종 인류가 등장했다고 요즘 다들 혀를 껄껄 차는 '된장녀' 의 거론은, 자세히 살펴보면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다들 어이가 없고 한심하게 느껴질 것이다. 분식집에서 찌개와 백반 하나, 그러니까 밥 한끼 값인 5000원가량의 돈을, 단지 한 순간의 '간지' 와 '가오' 를 위해서 기꺼이 스타벅스의 비싼 커피를 사마시는 여인네들. 염치도 없이 대학교 동문 남자들, 그리고 남자 과 선배들에게 밥 좀 사달라고 조르면서, 결국 그녀들이 메고 있는 루이 비통 '잇백' 에는 책은커녕 기름 종이와 핸드폰만달랑 들어있는 대략 어이없는 현상들. 이런 점은 남자들에게 한심한 시선으로 보이기 십상이며, 그렇지 않은 여자들에게마저도 손가락질당하기 쉬운 상대다. 이렇게 남녀 각각에게 '공공의 적' 으로 떠오른 된장녀들은, 정말 그렇게 죄가 많은 것일까.
나는 된장녀라는 단어가, 유행을 좇는 여자들을 같이 싸잡아서 비하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최소한 요즘 대한민국 여자들은, 예전에 비해 미용에 관심이 많아지고, 비싼 음식을 좋아하는경향이 적잖다. 하지만, 이들 여자들이 과연 우리가 비하하는 것처럼 정말 겉만 중시하고 속은텅텅 빈 사람들일까? 이건 너무 극단적이고 좁은 시각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런 '트렌드 세터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 여성들 대부분은 우리가 칭하는 명문대 소속에다가, 과외 알바나학점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등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 최고를 달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그들은 그렇게 해서 자신을 발전시킨 다음, 그런 모습들이 싸이월드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통해서 알려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인이 된다.
이런 수순은 남녀를 막론하고 어떤 누구도 성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나같은 사람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 나름대로 아등바등하는데, 이런 절차는 한편으로는 거짓일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운 대상이 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각자 마음 한 구석에서 노력해야겠다라는 마음 다짐도 불러일으킨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그리고 겉모습도 명품 브랜드를 요즘 트렌드에 맞게 요리조리 잘 코디해서 입고 다니면서 마치 뉴욕의 자유분방하고 탁 트인 시야를 지닌 '뉴요커' 들과 같은 생활을 하는 솔라이트 (Seoulite : 서울 시민들) 들이 널리고 널렸다. 이런 사람들은 결코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아니며, 그냥 일반인에 속하는 편이지만, 인맥 관계가 원만하고 넓다. 거기다가 패션 감각도 지녔고, 능력도 평균 이상으로 '잘 나간다.'
정말 우리가 칭하는 된장녀들은, 아마 소수의 사람들일 것이다. 대개 그런 사람들은 명품 브랜드를 좋아하고, 몸에 치장하는 것은 내가 바로 전에 언급한 그 잘 나가는 부류와 비슷하다.하지만, 그들은 딱 보면 티가 나기 십상이다. 제대로 코디를 안하고 무조건 아르마니 진스로일관하거나, 라코스테로 몸을 다 도배시킨다. 거기다가 그런 사람들은 육안으로는 잘 확인이 안 되지만, 그들이 들고 다니는 토트백이나 숄더백을 꽉차게 수놓고 있는 브랜드 로고들 (대표적으로 루이 비통, 구찌, 그리고 발리의 그 빨강/흰색 스트라이프 등등) 이 불규칙적으로 박혀있거나, 색깔이 너무 옅은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 가짜 명품 브랜드를 메고 다니면서 도도한 척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그런 사람들은 실속이 없으니까 압구정 거리를 그냥 무의미하게 돌아다니고, 할 것이 없으니까 다시 주황색 3호선 지하철을 타고 강북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런 그들을 자세히 보시라. 정말 내가 말한대로 실속이 없고, 겉만 번지르르하다. 이런 사람들을 '된장녀' 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된장녀의 반댓말이 '고추장남' 이라고 하는데, 고추장남은 그 반대로 대부분 군대 제대 후에 나와서 패션 센스가 꽝인 남자를 일컫는다고 한다. 나는 여기에 '된장남' 이라는 단어를 추가하고 싶다. 이 된장남이라는 단어가 이미 사람들 사이에 오르락거린다고 한다면 난 할 말이 없지만, 어쨌건 이렇게 실속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남자들도 된장녀와 함께 묶여야한다. 이런 사람과 함께 트렌드 세터, 능력있고 패션 감각 뛰어난 사람들, 스타벅스에서 낭만을 즐기면서 뉴욕 타임즈를 읽을 줄 아는 능력자들을 싸잡혀서 욕먹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내가 된장녀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글을 썼는데, 사실 나도 알고보면 정말 실속없고 능력없는 사람이다. 나도 압구정, 강남 가는 것을 즐기며, 명품 브랜드를 좋아라하지만, 결국 나는 삼수생이고 수능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나는 정말 찌질한 인생을걷고 있지만, 겉으로는 멋있게 보이기 위해 명품 브랜드를 즐기고 싶고, 자꾸만 한강을 넘어가서 '압구정 물' 좀 먹을려고 달려든다. 이렇게 나도 결국 실속없는 사람인데,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엔 내가 방금 언급한 '수완 좋고, 거기다가 패션 센스까지 뛰어난' 사람들의 숫자는 그리많지 않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렇기에, 된장녀들을 정의하는 예시에서 '능력 좋은 사람' 과,'무능력자' 사이를 갈라놓을 시기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믿는다. 진정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이제는 타인들에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되어져야 하며, 거창한 말이지만 어쨌든 사람들에게 작은 본보기가 되면 더 좋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이고 서글퍼서, 어디 얼굴 내놓고 다니겠나.
암울한 앞날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