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항구 마르마리스에서 18km 떨어진 그리스 섬 로도스로 가기 위해 페리를 타고 생각해 보니…
터키를 한달 넘게 헤매 어느 정도 터키 물정에 익숙해 질 만 하니까 이젠 그리스라… 일단, 서울서
가져간 그리스어 정리집을 펼쳐봤는데 이런 된장..… 터키에서 겨우 1시간 떨어진 곳인데, 여긴
그냥 말이 틀린 정도가 아니고, 어순도 다르고, 암튼, 정말 달라도 완죤히 다르다 !
터키에선 규나이든 (good morning) 이라고 인사 했지만 그리스에선 깔리메라 라고 해야 한다.
깔리메라.. 깔리메라.. 왜 일케 외우기 어렵디야… 터키에선 “XX 어떻게 가요?” 하고 묻고 싶으면
우리말처럼 “XX 네레데 ?” 그럼 된다. 근데, 그리스어는 유럽어기 때문에 영어처럼 “뿌이네 XX ?”
라고 물어야 한다. 이궁… 내 나쁜 머리로 터키어 몇마디도 버거웠는데 이젠 그리스어까지 ???
이거 나한테 넘 무리 아냐 ???
로도스가 으찌나 가까우신지… 단어장 펼쳐 그리스어 몇 줄 외우지도 못 했는데 벌써 내리란다.
항구에 내려 쬐끄맣지만 그래도 갖출 건 다 갖춘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해 그리스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라는 이미그레이션 아저씨의 인사를 받고 로도스 섬에 입성하니 거대한 요새 같은 견고한
성곽이 앞에 떠억 버티고 있다. 우와… 이런 거대한 중세 성벽이 아직도 있단 말인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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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
거대한 성곽에 놀라 고개를 치켜들고 입을 쩌억 벌리고 있는 나한테 자그마한 체구에 50대쯤 되
보이는 어떤 아줌마가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 오신다. “너 숙소 잡았니?”
당근 아니쥐… 그리스는 EU 통합되기 전까지는 유럽에서 좀 못 사는 축에 들었는데, Euro화를 쓰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GNP도 몇 만 불로 뛰고, 물가도 따라 올라가 갑자기 잘사는 나라가 됐다.. 하지만
수입은 몇 배 더 많아졌어도 물가가 똑같이 몇 배 뛰고보니 사람들 생활은 결국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란다.
이 할머니, 자기가 팬션을 운영하는데 자기집이 깨끗하고 호텔처럼 잘 되 있다고 가 보잔다. 지금이
비수기니까 손님이 별로 없을걸 감안, 싸게 해 줄 수 있냐니까 집 먼저 보고 얘기 하란다. 이 아줌마
생글생글 웃으시지만 진짜 선수시다…
"난 비싸면 못 묵어요…" 하니까 그럼 다시 데려다 줄 테니 걱정 말라며 저쪽에 숨어있던 아저씨에게
손짓을 하니 한 덩치 하시는 아저씨 한분이 후딱 뛰어나와 옆에 세워 둔 오토바이에 내 짐을 냉큼
싣고 떠난다. 아니… 왠 당황스런 시츄에이션 ?
내가 당황하는걸 본 아줌마는 계속 생글생글 웃으시며 “my dear, don’t worry”를 연발해 가며 나를
성문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갔는데, 여긴 길이 왜 이렇디야... 미로도 이런 미로가 없다. 골목을 딱 3번
꺾어지니 방향감각 완죤히 상실 ! 이러다 낼 아침 신문에 “부부 사기단에게 납치된 어리버리 동양
여자애 로도스에서 개털 되다!” 하고 신문에 실리는 건 아닌지… 헨젤과 그레텔처럼 길에 조약돌,
아니 빵 부스러기라고 떨어뜨려 놔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하면서 나쁜 머리로 일단 골목을 기를
쓰고 외우려고 했지만 다 그 집이 그 집처럼 생긴데다 골목이 너무 많고, 골목 이름도 적혀 있지 않고…
소형차 한대가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까 없을까 싶을 정도로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을 한 5-10분쯤
갔나 ? 내 심정으론 30분 이상이 따라 들어오지 않았나 싶다… 거의 초 긴장상태로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아줌마 뒤를 따라가니, 위층 베란다에 작고 아담한 정원을 가꾸어 놓은 예쁘장한 집 앞에
아까 그 아저씨가 내 짐을 내리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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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 의심 병이 또 도져 쓸데없는 걱정했군.. 이러니 내가 늙지…… 과연, 아줌마 말씀이 뻥은
아니었고아줌마가 정말 정성껏 예쁘게 꾸며 놓으신 팬션이었다. 팬션이 맘에 들기도 하고 아줌마가
선수이니 길게 얘기해야 서로 피곤한 관계로 중간 선에 대충 타협을 하고 묵기로 했다.
아줌마는 팬션 약도가 그려진 명함 한 장을 주시며 시내로 가는 길을 일러 주셨다. 골목이 꼬불꼬불
하긴 하지만 큰 대로가 나올 때까지 계속 직진하다 보면 대로가 나오니, 거기부터 시내니 혼자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일단 짐 놓고 뭐라도 좀 먹어야 갰다 싶어 팬션 명함 한 장과 지갑만 달랑
들고 길을 나섰다.
아줌마 말대로 시내로 들어가는 대로는 쉽게 찾긴 했는데, 한쪽방향으로만 계속 쭉 걸어가면 되돌아
갈 때는 다시 그 길 따라올 수 있을 거란 알량한 생각에 구 시가지 시내로 들어가며 상점을 기웃대다
팬션으로 돌아가려고 뒤 돌아보니 꺄악 !!! 똑같이 생긴 골목이 사방 팔방으로 뻗어 있다 ! 도대체
내가 온 길이 어느 길이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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