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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님(桓雄)의 구슬 - 29

내글[影舞] |2005.07.25 17:53
조회 176 |추천 0

한님(桓雄)의 구슬 - 29   - 내글[影舞]

 

왕방은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고, 위진호의 눈에서는 불똥이 틔었다.

“아, 오늘 아침에 교응방 방주님께도 통문을 드렸는데, 길이 어긋나신 모양이군요! 난 알고 계신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냥 신랑감 후보로 오신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왕방은 드디어 서있던 벼랑 끝에서 떨어지기 시작했고, 위진호는 더욱 분기탱천하여 검 손잡이를 잡았다. 아침에 마차에 오를 때에만 해도 화령을 품에 안을 것이라는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지금은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라 당장 유가장을 쓸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칼을 빼려고 했는데 갑자기 알지 못하는 공포가 감싸 돌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 어이, 가만있어봐! 너 누구니?

“난, 교응방 소방주 위진호다.”

아찔하며 머릿속을 확 뒤집어 놓는 소리에 위진호는 순간 머리가 진탕되며 알지 못할 공포가 몰려 왔다. 이를 떨쳐버리기 위해 악을 썼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통에 모두가 놀라 그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현 무림의 전음술인 어기충소나 어기전성과는 다르게 정민의 전음술은 특이한 다른 점이 있었다. 상대의 기가 가지는 기의 고유의 파동과 주파수를 읽어내는 수법을 익히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 이용하여 자신의 말을 전하는 방법이라 귀청을 울리기만 하는 기존의 전음술과는 달리 신체의 다양한 부위를 진동시켜 말을 전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귀와는 상관없이 머리뼈를 진동시켜 음성신호를 전하는 골각 전화기 같은 거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말을 전하면서 부수적인 효과도 노릴 수 있는데 간단한 뇌진탕 같은 걸 일으킬 수 도 있다는 소리다. 지금 위진호는 정민에게 그렇게 당한 것이었다.

- 교응방 소방주라, 너 내 부하 돼라!

- 챙!

“어떤 놈이냐? 감히 내게 장난을 치다니!”

- 채 쟁!

“막아라!” 

위진호가 검을 빼어들며 소리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일제히 자신의 무기들을 빼들었고, 방중선은 유벽을 보호하기위해 유벽의 앞으로, 나머지 두 호위무사는 재빨리 뒤로 물러선 장하걸의 앞에 나섰다.

‘개자식아 미쳤냐? 여긴 적진이야, 아직은 아니라고, 벌써 이럼 어떻게 해. 방중선의 공력이 상상 이상이란 말이다. 여기 있는 모두가 달려들어도 될까 말까한데 그렇게 설쳐 되면 어떻게 하냐고!’

“아하 왜들 이러십니까? 진정들 하시고….”

- 귀면, 내가 방중선의 시선을 잡아 놓을 테니 넌 기회를 놓치지 말고 유 장주를 잡아라!

왕방은 재빨리 위진호의 앞을 가리고 나서며 신법이 가장 뛰어난 귀면 악진휘에게 전음을 통해 지시를 내렸다. 악진휘가 귀면이라는 명호를 얻은 이유는 얼굴 생김새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신법이 귀신같아 붙여진 것이다.

“방 사범, 카, 칼을 거두시오. 그리고 소방주님도 그만 자리에 앉으시지요! 이렇게 서로 흥분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왕방은 귀면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방중선의 시야를 교묘하게 가리며 앞으로 나섰고, 이때를 놓치지 않은 악진휘가 막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 너, 귀면이냐? 생긴 대로 구는군!

결정적인 순간에 머리를 때리며 들려온 전음은 악진휘의 움직임에 맥을 끊어 버렸다. 악진휘는 주위를 들러보았지만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전음을 날릴 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에 무시하고 다시 몸을 움직이려했다.

‘제기랄, 말을 제대로 못하니 말발이 먹혀들지 않잖아! 하루라도 빨리 중국말 정복이다.’

- 귀면이냐고?

“누, 누구?”

악진휘는 결국 더 이상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소리를 칠 수 밖에 없었다.

- 너 가만있어! 움직이면 두 배다, 지난 것 까지.

방중선은 귀면이 소리치자 짚이는 게 있어 흘깃 정민을 쳐다보았다. 역시 생각대로 정민의 입가에는 아주 묘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 정민은 턱짓으로 왕방의 뒤에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귀면을 가리켰다. 방중선은 상황을 알아채고 앞에 서있는 왕방에게 검을 고쳐 겨누었다.

“왕 총관, 뒤로 물러서시오. 더 이상 허튼짓을 한다면 손님의 예를 거두겠소이다. 검에는 눈이 없는 것이요.”

“허, 아, 알겠소이다!”

왕방은 전신을 흩고 지나는 예기에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고 멀찌감치 물러섰다.

“장 집사,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들을 문밖으로 배웅하라!”

“이이, 유벽! 그래도 아내 될 사람의 아버지라 봐주었더니. 뚫린 게 입이라고 나오면 다 말이 되는 줄 아느냐?”

“뭐라고!” 

‘야, 정말 제정신이냐?’

“소방주니~임!” 

왕방은 돌아서서 위진호를 노려보았다. 위진호는 지금까지 지내면서 왕방이 무섭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을 빼고. 이어지는 전음은 더욱 살 떨리게 만들었다.

- 야, 너 여기서 죽고 싶어?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 난 여기서 너랑 개죽음 당하기 싫으니까, 알았어?

“유장주님, 철부지의 말입니다. 너그러이 용서 하십시오!”

- 흥, 철부지! 철부지는 맞아야 철이 든다!

- 짜 자 짝!

“으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위진호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뭐, 뭐야!”

위진호의 양 볼에 손자국이 점점 짙어지고 당한 위진호는 물론 방안의 모든 사람은 영문을 몰라 했다, 단 한사람 빼고. 잠시 침묵이 흐르고 제일먼저 방중선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아하하하!” 

- 장주님, 정 대협께서 손을 쓴 모양입니다.

아직 상황파악이 안되어 어리둥절한 유벽에게 방중선이 설명을 했고, 아무 일도 없다는 시치미를 떼고 있는 정민의 모습을 보고 유벽의 입에서도 통쾌한 웃음이 터졌다. 두 사람을 제외하고 위진호의 뺨을 때린 사람이 정민이라는 것을 모르는 나머지 사람들은 뺨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있는 위진호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 부하해라.

“킥!” 

두 사람의 웃음소리에 더욱 약이 오른 위진호의 입에서 악에 받친 소리가 나왔어야 하지만 뜻밖에 바람 빠지는 소리 같은 짧은 신음과 함께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이런 어이없는 상항에 왕방도 더 이상 피를 보지 않고 일을 처리하긴 틀렸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된 이상 전력을 다해 이곳을 벗어나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모두 소방주님을 보호해서 이곳을 벗어난다, 서둘러라!”

“…!” 

왕방은 큰소리치며 자신도 무기를 빼어들었다. 그런데 아무도 그의 외침에 호응하여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어, 무슨 일이야?’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하나같이 조각상처럼 자신들의 무기를 들고 꼼짝 않고 있는 열한 명의 모습이 왕방의 눈에 들어왔다. 특히 귀면 악진휘는 조금 다른 수법에 당했는지 학질에라도 걸린 듯 부들부들 떨며 온몸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게다가 위진호는 한술 더 떠 바닥에 코를 박은 채 허였게 질려 있었다. 분명 자신이 인식하기에 전혀 움직인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한 가지, 짓궂은 표정으로 빙글거리며 처음 이방에 들어온 이후로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포함해서 모두 열두 명이 위진호를 호위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물론 마부나, 하인을 제외한 순수한 호위무사들만 따진 것이다. 단순히 뽑은 것이 아니라 특별히 실력 있는 자들로 뽑아왔고, 특히 귀면 악진휘와 파천도 하후연은 꽤 실력이 있는 자였다.

유가장에 오기 전에 내부사정을 알아본 바로는 방중산을 제외하면 50여명의 호위무사들 중 변변한 무공을 가진 자가 없다는 것과 그나마 실력이 있는 자들은 천부무관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유성과 유진령의 호위를 위해 유가장을 떠나고 그저 별 볼일 없는 40여명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래서 자신을 포함해서 일류고수 열두 명 씩이나 이끌고 출발 할 때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유가장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대책 없는 짓이었나를 새삼 깨달아야했다.

아무리 망한 왕조의 별 볼일 없는 후예가 만든 일개 장원에 불과했지만 역사가 말을 해주는 명문거족이었다. 이런 규모 정도의 명문거족이라면 식객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 식객들 중에 상상을 초월하는 무공을 가진 자가 한, 두 명쯤 없으리란 장답을 하지 못한다.

왕방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처음 왔을 때는 이런 객방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대문 옆에 있는 접객 소에서 우서진만 만났을 뿐이었다. 그래서 유가장의 규모에 대해 과소평가 했던 것이다. 그동안 유가장을 위협하기위해 유가장의 후원을 받고 있는 무술도장들을 치면서 너무나 맥없이 무너지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유가장의 맥 빠진 대응에 방심한 까닭도 있었지만, 이건 너무나 큰 실수였다.

“…!” 

“왕 총관님, 아마도 귀방의 방주님께서는 지금쯤이면 우리장주님께서 보내신 편지를 읽고 계실 것이니 안심하고 돌아가십시오. 물론 선물도 보냈으니 이번일은 크게 문제 삼지 않으실 겁니다.”

“뭐, 뭐요?”

“장주님, 그리고 공자님, 그만 들어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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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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