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린 명절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졌던 장마가 잠시 주춤한 사이 날씨는 강렬한 햇볕과 함께 매일 30도를 웃도는 맹렬한 무더위를 쏟아 붓고 있습니다. 오늘도 행복을 배달하는 저는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기쁜 소식을 가득 싣고 시골마을을 향하여 천천히 우체국 문을 나섭니다. 시골마을로 향하는 길가의 가로수는 강렬한 햇볕과 맹렬한 무더위에 지쳤는지 나뭇잎을 축 늘어뜨린 채 오가는 길손에게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저 무심히 바라보고만 있는 듯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여름의 시작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무더위와 싸워야 하나?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무슨 좋은 방법은 없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지만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저는 강렬하게 쏟아지는 햇볕을 막을 수 있는 뾰쪽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그저 쏟아지는 햇볕을 받으며 천천히 시골마을로 향하고 있는데 시골마을을 가로지르는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함을 넘어 상쾌함까지 느끼게 해 줍니다. “아! 신은 우리에게 무더위를 주시면서 또한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시원한 바람을 선물하셨구나!”하는 것을 느끼며 마을의 입구에 들어섰는데 오늘따라 마을의 정자나무 그늘아래에
마을사람이 한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하다! 오늘은 모두들 어디를 가셨지? 평소 같으면 지금쯤 정자나무 그늘 아래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장기를 두던가 아니면 가을에 파종할 마늘씨를 손질하든가 이야기를 나누든가 할 것 같은데 왜? 사람이 아무도 없지?”하는 생각을 하고 정자나무 아래를 지나쳐 마을로 들어섰는데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마을이 조용하기만 합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오늘은 왜? 이렇게 마을이 조용하지? 그리고 모두들 어디를 가셨기에 마을에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이지?”
하는 생각을 하며 마을의 우편물 배달을 모두 마친 후 다음 마을로 향하였는데 다음 마을 역시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마을이 조용하기만 합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오늘은 마을마다 왜 이렇게 사람이 보이지 않지? 마을사람 모두들 한꺼번에 마실 을 가시려고 날을 받았나?”하면서 열심히 우편물 배달을 하다 무심히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정자를 바라보았더니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정자에 모여 계신 듯 합니다.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마을사람들이 모두 정자에 모여 있는 것일까? 혹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영농 교육을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마을마다 교육 일정이 따로 잡혀있어 이렇게 한꺼번에 마을이 조용할리는 없는데!”하는 생각을 하며 다음마을로 향하였는데 다음마을 역시 조용하기만 합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오늘이 무슨 날일까?”하고 위쪽 마을로 올라갔는데 위쪽마을 정자에는 평소 같으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많이 모여계시는 곳인데 오늘은 할아버지 한분이 혼자 앉아계시다 저를 보시고는“날씨도 더운데 고생 많이 하시네! 오늘 무지하게 더운 날 이제?” “예! 덥기는 정말 덥네요! 그런데 이제 여름시작인데 이 정도는
보통으로 생각해야지요!”하며 정자 바로 옆에 괄괄 솟아오르는 산위에서 기다란 파이프를 통하여 내려오는 약수 물 한 바가지를 받아 꿀꺽 꿀꺽 마시고 나니 더위도 잠시 물러가는 듯 합니다. “어르신! 그런데 오늘이 무슨 날인데 마을이 이렇게 조용해요? 이상하게 마을마다 사람들이 통 보이지 않네요! 오늘이 무슨 날인가요?” “이 사람아! 오늘이 음력으로 6월 보름 유월 유두날 아닌가? 그러니까 동네사람들이 동각에 모여 술 한 잔씩 하고 있을 것이여! 자네 동네 지나다니면서 그것도 못 보았는가?”하십니다.
“아니요! 저기 신근 마을 정자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는데 농업기술센터에서 영농교육을 하는 줄 알았거든요!” “옛날 내가 젊은 시절만 해도 유월 유두는 상당히 큰 명절이었네! 그때만 해도 모를 늦게 심었는데 유두쯤에는 모심기가 다 끝이 나니까 농사가 잘되라고 고사를 지내기도 했거든 그리고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술도 한잔씩 나누고 했는데 이제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다 보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유월 유두가 무엇인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 버리더라고 그래도 옛날이 좋았는데!”
하시며 조금 서운한 표정이십니다. “어르신! 그러면 저 아랫마을 정자에 모여 계신 분들은 오늘이 유월 유두날이라고 술 한 잔씩 나누고 계시는 거예요?” “그라제! 그란디 나는 거가 있으려니까 너무 더워서 술 만 한잔하고 이리 올라와버렸어! 아이고! 더워라!”하십니다. 오늘은 우리 고유 명절의 하나인 유월유두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다보니 고유의 명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고 그냥 지나치고 있었던 것인데 아직도 시골마을에는 유월유두라는 우리 고유의 명절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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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나무입니다. 차잎을 채취하여 가공하면 녹차가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