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아들 위진호가 유가장에서 당한 일을 듣고는 위연의 생각이 바뀌었다. 일행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는 고수가 있는 한 아들이 유가장의 주인이 되기는 글렀던 것이다. 그래서 총관 왕방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 결국 왕방은 스스로 뇌옥에 들기를 자청했다. - 다음날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유가장을 박살내기로 하고 저녁 내내 그 준비를 해왔다. 철환대는 밤 안에 유가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막 출발을 하려고 했는데 침입자가 들이닥친 것이었다.
쇠줄 끝에 달린 철환은 눈이라도 달린 듯 정민의 움직임을 집요하게 따랐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방중선은 정민의 움직임이 갑자기 달라진 것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그림자도 건드리지 못했던 암기와 검 끝과는 달리 철환들은 거의 그의 몸을 금방이라도 살을 찢고 들어가 뼈를 조각낼 듯 보였다.
‘위, 위험하다! … 아니네, 저…!’
방중선은 정민의 움직임이 뭔가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정민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움직임을 쫓았다.
‘너무 빠르게만 움직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최악의 몸 상태로 되었을 때 과연 공격을 피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도 의의가 있다.’
정민은 운기에 의해 만들어진 내력을 풀고 순수한 신경반응에 의해서만 철환의 공격을 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철환의 공격의 위협을 받자 몸에 내재된 공력이 반사적으로 격발되어 피했다. 의식의 조절에 몸이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몸의 움직임이나 기의 운용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철환의 공격이 워낙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피하는데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었다.
한 번에 여덟 개의 철환이 날아들고 다음에는 하나씩 연속되기도 했으며, 두 개, 또는 네 개씩 나뉘기도 했다. 몸을 감아오는 쇠줄이 있는가하면, 그 사이사이를 비집고 날아오는 철환도 있었다. 몸이 위험을 느끼고 반사적으로 피할 때는 의식이 위험을 인식하기도 전에 반응이 일어나 피했으나, 의식이 위험 하나하나에 대해 일일이 인식하고 대응하다보니 아슬아슬한 장면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후우, 이거 보통 힘든 게 아닌데! 이러다…, 으윽, 또 온다.’
아슬아슬하게 눈앞을 스치고 지나는 철환에서 신경을 자극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이어서 발목에 감겨오는 쇠줄이 보였고, 머리에서는 철환이 머리를 부수려 듯 맹렬한 속도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그리고 앞선 두 공격 후에는 뒤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또 다른 철환들이 주인의 손을 막 떠나려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앞에서 이루어지는 공격은 어떻게 하든 피할 수 있겠지만 연이어서 들어올 공격은 피해낼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이것 안 되겠다.’
“잡았다! 어어? 어~어…!”
- 파악, 쏴아 웅~ 쿵쾅!
그걸로 교응방의 자랑이었던 철환대는 더 이상 무림에서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자신이 들고 있던 무기에 자신이 당하는 기분은 무척 더러운 것이다. 지금 철환대를 이루고 있던 64명의 마음이 그랬다. 그리고 그 더러운 기분을 떨치지 못하고 고통에 신음해야했다.
‘헉! 저, 저럴 수가!’
멀리서 지켜보던 방중선은 볼 수 있었지만 앞에서 당한 자들은 무엇이 자신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고 자신들이 들고 돌리던 철환에 의해 심한부상을 입고 말았다.
‘으음! 이런 결과를 원했던 건 아니었는데…, 이건 너무 끔찍하군!’
쓰러진 대부분의 철환대원들은 쇠줄을 잡고 있던 왼팔이 어깨부터 뽑혀나가거나 부러져 나갔다. 그것도 정민이 마지막순간에 힘을 거두어 들였기 때문에 그나마 죽은 자가 없다는 것이 다행 이라면 다행이랄까, 하여간 정민은 자신이 저질러 놓은 일에 스스로 질리고 말았다. 처참한 모습에 헛구역질이 나는 걸 겨우 참아가며 자신이 대책 없이 벌여놓을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될지 생각을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정민이 쓴 수법은 자신의 몸을 치료하기 위해 썼던 격체격공의 수법이었다. 앞서 날아오는 두 개의 철환을 피하면서 뒤따라오는 철환들을 향해 양손을 뻗어 공기를 쳐서 상대를 밀쳐냈다. 그리고 다시 뒤로 공중제비를 넘고 땅에 내려서며 다시 한 번 손을 뻗었다. 이 순간 아차 싶었다. 자신도 모르게 막강한 공력이 손에 실려 버린 것이다. 급히 거두었으나, 이미 상당한 내력이 공기의 벽을 때린 후였다.
그 순간 공기의 압축으로 사물이 왜곡되어 보였고 압축된 공기의 벽이 철환대원을 휩쓸고 지나갔다. 공기의 벽은 부드러운 사람의 몸보다 쇠로된 철환에 더 큰 힘을 미쳤다. 때문에 철환을 잡고 있던 팔들이 뽑히거나 부러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몸에서 떨어진 팔을 매달고 계속 날아간 철환들은 뒤에 있는 건물 벽에 구멍을 만들거나 박혔다.
단 일수에 철환대가 재기불능에 빠지자, 이를 지켜보던 나머지 교응방의 무사들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저 살아야겠다는 마음만 굴뚝같았다. 슬금슬금 뒤꽁무니를 빼고 있는 무사들의 뒤에 요란한 소리를 듣고 교응방의 고수들이 급히 달려왔다. 그들은 현장에 도착해서 철환대가 무너지면서 만들어 놓은 살풍경에 기가 질려 버렸다. 자신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검은 두건을 쓴 사내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 쳐다보았다.
“네가 한 짓이냐?”
고개만 끄떡, 그리고 잠잠.
“너는 누구냐?(잠잠) 무엇 때문에 본방에 와서 행패냐? (그래도 말없음.) 내말이 말 같지 않게 들리는 모양인데, 네 너를 도륙해 부하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위로 하리라.(반응 없음) 자 덤벼라!”
검은 두건을 쓴 사내는 단 한번 고개를 끄떡인 것을 빼놓고 전혀 반응이 없었다. 기세 좋게 앞장서서 큰소리를 쳤던 자는 오히려 머쓱해졌다. ‘덤벼라’라고 소리칠게 아니라 덤볐어야할 상황이었는데 철환대를 무너뜨린 실력자라 겁이 났기 때문에 그렇게 소리친 거였는데 전혀 반응이 없자,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오해를(?) 했다. 그는 들고 있던 검을 벼락같이 내질러갔다. 건방진 놈의 목을 꿰뚫었다가 아니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를 환영한건 철환대원이 흘린 피가 고여 진창이 된 땅이 이었다.
- 철퍼덕!
“넌, 내 상대가 못돼! 거기 쓰러져있는 부하들 살펴라.”
재빨리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고 이번에는 사내의 정수리를 향해 검을 내리 쳤고, 사내는 반보 물러나는 것으로 간단하게 피했다. 다시 한보 앞으로 나아가며 내리쳤던 검을 위를 향해 베어 올렸다.
“내 상대가 못돼! 부하 살펴라.”
사내의 말소리를 듣는 순간 검을 들었던 손이 허전해졌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어서 뒷목을 통해 약간의 통증이 찾아왔다.
“윽, 뭐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의 칼을 들고서 자신을 노려보는 사내가 있었다. 무기를 빼앗기고 뒷목을 맞는 황당하고 곤혹스런 상황이었다. 이렇게 어이없이 당하는 모습에 더 이상 나서는 자가 없었다.
“방주가 누구냐?”
“워, 원하는 게 뭐요!”
“방주, 나오라고 해라! 그리고 부하를 살펴라.”
짧게 끊어 이야기하는데, 발음이 부정확하여 한족 같지 않았다.
“…!”
멍청하니 눈만 껌벅이며 쳐다보고 있는 자를 보자니 정민은 속이 터졌다.
‘어이구, 답답해! 이거 말이 짧아 목적 달성이 어렵군. 기왕에 이렇게 된 거 다 뒤집어 놓고 방 사범이 알아서하라고 해야겠다.’
- 방 사범님, 이들 상처를 돌봐 주시오!
‘이건 또 뭔 소리야?’
방중선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정민이 들고 있던 검을 집어 던지고는 사람들 사이를 누비기 시작했다.
“마, 막아라!”
“으윽!”
“죽여라!”
“끄윽!”
- 우당탕, 퍽, 철퍼덕!
- 펑, 와르르!
참으로 다양한 소리가 교응방전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주로 가죽 북이 터지는 소리와 비명이 주였지만 가끔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도 났다. 정민이 닥치는 대로 때리고 부수는 사이 방중선은 정민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허! 살수를 전혀 쓰지 않고 있군.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군. 뭘 했던 사람일까?’
방중선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두건을 쓴 뒤 담을 넘어 들어갔다. 그리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철환대원들에게 다가가 지혈을 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혈을 집으며 돌아다녔다. 방중선이 이일을 마치기까지 반 시진 정도 흘렀다. 방중선은 더 이상의 비명도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벌써 끝났나?’
방중선은 급히 정민의 흔적을 쫓았다. 정민이 남긴 흔적을 찾는 것은 쉬웠다. 신음소리만 따라가면 되었다.
방주 위연이 있는 거처에는 긴장감 보다는 허탈감이 무겁게 내려 앉아 있었다. 유가장을 치기로 결정하고 준비를 할 때만해도 내일 저녁은 유가장에서 잔치를 벌일 수 있으리라는 야무진 생각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들떠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불과 한시잔도 안 되는 시간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단 한명의 침입자로 인해 주 전력인 철환대가 박살났다는 소리를 듣고 고수들을 보냈으나, 큰소리를 치며 떠난 것과는 달리 돌아온 자들은 하나도 없었고, 건물 무너지는 소리만 여기저기서 크게 들려올 뿐이었다.
‘뭐야, 이놈들이 그동안 나한테 빌붙어서 밥만 축내고 있는 밥버러지들이었단 말인가! 이런 나약한 놈을 믿고 있었다니 한심하게 됐군. 혹시 20년 공든 탑이 허무하게 이렇게 무너지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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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