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나는 힘이 쭉 빠져서는 입맛마저 사라져 버렸다. 나만 쏙 빼 놓고 무슨 얘기를 하려고
윤정이를 부른 걸까..? 나한테 아무리 감정이 상해있다해도.. 나만 빼고 오란 말은 좀 너무헀지 싶다..
흔히들 말하는 왕따를 당하는 건가..내가..? 초 중 고 원만하게 잘 다니다.. 대학와서 왕따라....
너무 웃기기도 하고.. 너무 서럽기도 하다..
손톱을 매만지며..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는 언니한테 대뜸 물었다...
" 언니~ 내가 그렇게 매력적이야...?"
그러자 표정이 확~ 일그러지면서.. 날 이상하게 쳐다본다...
" 야.. 어떤 정신 빠진 놈이 그러든...? 니가 매력적이라고...?"
" 그런게 아니고.. 날 보면.. 자기 남자친구 뺏길까봐.. 날 경계시 할만큼.. 매력적으로 보이냔 뜻이야.."
" 친구 남자친구 뺏었냐...?"
자꾸 헛소리만 해대는 언니다. 으이그..말을 말자...
내가 공주병이냐고..? 그럴 리 절대 없다.. 성형수술을 해서.. 이뻐지기는 했지만..그래서 요즘 부쩍..
여기저기서 이뻐졌단 소리도 많이 듣긴 하지만.. 내 스스로 너무 아름답다고..느껴본적은 없다..
그런데 오늘 집에 오면서 정우한테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서영이가 나랑 정우랑 너무 붙어다니는 게
맘에 들지 않아 했단 것이다. 사실.. 서영이가 우스갯 소리로 몇번씩...
" 그렇게 붙어다니다.. 니네 둘 정분 나는 거 아니냐..?"
했었다.. 그냥 웃고 넘기자는 식으로 말했던 걸 알기 때문에..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내가 그렇게 친구 사이에서 신용이 없었나..? 그래.. 나 양다리도 모자라 오다리도 걸친 적 있었고....
남자친구의 친구랑 바람난 적도 있었다.. 그치만.. 친구 남자친구는 한번도.. 정말이지 한번도 건들인
적 없었다.. 현욱이 만나고나서부턴.. 내 바람기도 완전히 사그러 든것 같고.. 근데 주위에서.. 도저히
내 변화된 모습을 인정해주질 않는다.. 서글픈 현실이다. 남자 때문에 이렇게 친구들 사이에서 분란이
생겨서야.. 몇년씩 봐온 소중한 친구들이기에.. 정말 오해는 꼭 풀고 싶다..
오렌지랑 키위를 먹으면서 컴퓨터를 하고 있을즈음.. 전화가 왔다.. 세강이었다..
" 어..세강아..."
" 집이야...?"
" 어..집이야... 왜...?"
" 아까 정우랑 같이 시내 갔었다며...?"
" 어.. 정우 이번주 토요일에 평택 갈 일 있다고 기차표 끊으러.. 근데 왜..?"
" 내가 그냥.. 노파심에서 물어보는 건데......"
하며.. 자꾸 망설이는 세강이다..
" 뭔데..? 노파심에서 뭘 물어봐....?"
" 너... 혹시.. 정우.. 좋아해....? "
참나..진짜 기가 꽉~ 막힌다! 서영이랑 은미로 모자라 세강이까지...? 도대체가 왜들 그래..
" 좋아하면...?"
" 뭐...? 정..정말.. 좋아하는거야...?"
" 그걸 말이라고.. 내가 누구냐...? "
" 누구냐니...."
" 난 니 여자친구야.. 정우는 니 친구고.. 어떻게 그런말을 물어볼 수가 있어...?"
" 미안해..하은아.. 난..."
" 됐어.. 요즘 아주 날 못잡아먹어서 안달들이야.. 피곤해죽겠어..."
" 하은아..미안해.. 정말 미안해.. 다신 안그럴께..."
" 끊자.. 나 졸려..."
" 미안해.. 하은아... 응..? 미안해..."
미안할 말을 왜 했어.. 그러길래.. 미안하다는 말을 10번은 더 하고 전화를 끊은 세강이다..
띵동.. 문자가 왔다.. 누군가 했더니..세강이다..
[ 하은아.. 내 생각이 짧았어..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평소에 덕을 쌓지 못한 날 탓해야지.. 누굴 탓하겠는가.....
이틀 뒤.. 선주 남자친구 용욱이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 하은아~ 잘 사냐..? 오늘 좀 만날래...?"
" 오빠랑 나랑 단 둘이..?"
" 단둘이는 무슨.. 내가 은미랑.. 선주랑 윤정이한테 다 연락했어..."
" 오빠.. 나 선주랑...."
" 알아.. 그래서 마련하는 자리야.. 뭔가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몇년동안 지켜온 우정인데..."
" 아..알았어.. 그럼 이따 봐...."
드디어 오해를 풀 수 있는 건가...?
술이나 한잔 하자며.. 우리들을 부른 용욱오빠다.. 윤정이랑 선주는 미리 와 있었다.. 은미는 보이지
않았다... 용욱 오빠가 나를 보더니...
" 얼굴 좀 자주 보자.. 이뻐지고 나서.. 너무 바쁜 척 하는거 아니냐...?"
하며 농담을 건다.. 물론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하는 말인줄 안다.. 선주는 무표정으로 내내 일관한다
술이 나오고.. 오빠가 한잔씩 돌리며...
" 자..인제 얘기 좀 해봐.. 하은이..선주!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선주.. 표정 풀고.. 먼저 말해.."
그러자 용욱 오빠를 자꾸 흘겨만 보는 선주다..
" 니 성격 화끈하자나.. 오해 있으면 풀고.. 그 다음에라도 친구 끊겠으면 끊어.."
" 학교 안다니는 친구는 친구취급도 안해주는데 뭐~"
무슨 뜻이지...? 선주가 갑자기 불쑥..내 뱉는다..
윤정이가 살며시 나한테 귓속말로 소곤거린다..
" 은미가.. 너 지난번에 쪽지 보낸거..선주한테 보여줬었대.. 선주보다 우리한테 고민 털어놓는게
낫지 않냐는거..."
은미가 쪽지를....? 난 기가 막혔다.. 난 그냥.. 병준이 사귀고 나서부터 너무 태도가 돌변한 탓에..
조금 섭섭한 마음에 그런말 했던건데...
" 그런 뜻이 아니야.. 나도 은미한테 섭섭해서 했던 말이야.. 요즘 오빠랑 선주 너랑 같이 붙어다니면서
학교도 잘 안나오고.. 뭔가 고민은 있는거 같은데..말도 안하길래.. 우리한테도 말 해라.. 우리도 친구
아니냐.. 그런 뜻이었어.."
그러자 용욱이 오빠가...
" 그래.. 선주야! 느네 하루이틀 본 사이냐..? 니 자퇴했다고 얘네들이 니 안볼꺼 아니자나..."
그러자 울음을 터트리는 선주다.. 아니.. 답답하고.. 서러운 쪽은 난데.. 왜 선주가 우는 거지....?
나랑 윤정이는 당황했다.. 오빠도 티슈를 가져와서는 선주 눈물을 닦아주며..
" 왜 우냐..? 야.. 울지마.. 야.. 다 쳐다본다.. 그만 울어..."
정말이지 우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 내..내가 자퇴하고 나서.. 너네들 만나면.. 너네들은 학교 얘기 하느라.. 나만 소외시 당하는 느낌
들었어.. 근데.. 은미한테 하은이 니가 그런 말 했다고 하니까..내가 얼마나 너한테 배신감 느끼고..
서운했는데.. 나 자퇴한거 후회 한적 없어.. 근데.. 그것 때문에.. 친구를 잃는 건 싫단 말이야...."
솔직히 그랬다.. 1학기를 완전히 마치고 자퇴를 한 것도 아니고.. 친구들이 다 만나면.. 선주가...
일을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학교 얘기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 미안해... 난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었어.. 내 맘 알자나..."
난 오히려 사과를 했다.. 싸울 땐.. 무조건 우는 쪽이 이기는 거다.. 우는 쪽이 당했다고..생각하고...
우는 쪽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그래그래.. 인제 오해도 풀렸으니..술이나 한잔해.. 이렇게 쉽게 풀릴 것을.. 근데 은미는 안온데..?"
용욱이 오빠가 은미도 물어본다...
" 은미.. 집에 일 생겨서 못나온대..."
윤정이가 대답해준다.. 은미.. 이 기집애! 완전히 나를 궁지로 몬 주범 중에 한명이다.. 중간에서..
나랑 선주를 살살.. 이간질을 시킨.. 살쾡이 같은 기집애.. 그때.. 서영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 어..서영아..."
" 하은아....."
술을 먹었나...? 혀꼬부라진 소리로.. 그렇게 내 이름을 부르는 서영이다...
" 서영이야...?"
옆에서 윤정이가 물어본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 어..서영아.. 너 술 마셨어....?"
" 어.. 술이라도 마셔야지..그럼! 실연 당했을 땐 술이 최고자나...."
" 야.. 너 어디야..? 누구랑 있어...?"
" 애들이랑 있어..혜경이랑.. 나 며칠전에..정우한테 전화 왔다...?"
" 정우한테..? 뭐래...?"
" 미안하대.. 정말 미안하대.. 계속 미안하다 하드라구..."
" 그래서..너가 뭐랬는데..?"
" 미안하다는데.. 뭐라그래.. 근데.. 정우가 계속 그렇게 미안하다고 하니까.. 맘이 싹~ 풀리는 거 있지?
나 정말 바보 아니냐..? 나 싫다고 떠난 놈.. 다른 년 만나서 좋아 죽을 텐데.. 그 놈이 밉지가 않아..."
" ..............."
" 하은아..."
" 응..."
" 미안해.. 누구한테 뺨맞고.. 괜히 어디다가 화풀이 한다고.. 내가 딱 그 꼴이다..."
" 괜찮아.. "
" 괜찮긴.. 엊그제 너 빼고 애들 만나서.. 너 좀 씹긴 했다..."
하면서 실실 웃는다.. 술 취하면 웃는 것이 버릇인 서영이다...
"' 그래.. 나 씹으면서 노니까..잼있든...?"
" 재미있지 그럼~ 남 걱정하는 거 시러하는 여자도 있냐..? ..... 장난이고... 암튼 너무 미안하다..."
" 괜찮대도.. 술 먹지 말고..맨정신에 말하지.. 이게 뭐냐..?"
" 맨정신에..? 쪽팔려.. 쪽팔려서 못해.. 잠깐만.. 하은아... "
" 응..?"
" 혜경이가 바꿔달래..."
" 응..."
" 하은아..."
전화를 혜경이가 건네 받았다...
" 어..혜경아.. 서영이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대냐..?"
" 알딸딸하게 취할 정도로 마셨어.. 서영이 그만 데리고 나가야겠다.. 학교서 보자.... 끊어..."
나는 전화를 끊었다.. 한꺼번에 일이 해결되려고 하니.. 기분이 또 묘해진다..
" 서영이가 뭐래...?"
윤정이가 묻는다..
" 미안하다고.. 서영이 취했드라..."
" 다 잘 풀려서 다행이다.. 이제 은미랑 푸는 일만 남았네..."
은미..? 이 기집애랑은 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정말이지 사람 비위 제대로 뒤틀리게 한.. 나쁜...
삐리리다..
아무튼.. 선주랑 서영이랑은 그렇게 오해를 풀고 사과를 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씻고.. 세강이랑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 오해 다 풀렸어.. 이젠 좀 살 것 같애...]
[ 다행이다.. 하은아! 너 요즘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보기 안좋았는데...]
[ 이제 다음주면 시험인데.. 나 시험 하루에 3과목씩 봐서.. 수요일에나 끝날 것 같은데...]
[ 그럼 공주 올래..? 난 이번주에 시험 다 끝나는데.. ]
[ 나 혼자 못가.. 혼자 어디 가본 적이 없어서...]
[ 그냥 기차 타고 오면 되.. 아.. 논산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 갈아타야 된다.. ]
[ 나 기차 한번도 안타봤는데..? 어떻게 타는 줄 몰라...]
정말 이 나이 되도록 기차 한번 안 타봤다.. 어딜 가더라도.. 자가용으로 슝~ 가서 슝~ 오니까...
기차를 타볼 경험도.. 혼자서 여행을 가본 경험도..없었다..
[ 그럼 내가 데리러 갈께... 같이 오면 되겠다...]
데리러 온다구..? 공주에서 여수까지..? 그리곤 다시 같이 올라간다고...? 5시간 걸리는 거리를....?
좀 무리일듯 싶은데...
어쨋든.. 다음주는 공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물론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동아리 엠티를 간다고
거짓말을 미리 해뒀기 때문이다..
다음 날.. 나는 정우랑 같이 인간과 윤리 과목을 듣고 있었다.. 교수님이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건지
수업을 원래 시간보다 1시간이나 앞당겨 끝내주었다.. 횡재한 기분이라고나 할까..? 마침.. 아침도
안먹고 와서 배가 고프던 차에.. 점심을 일찍 먹자고 제안을 해.. 식당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식당
안에는 이미 현욱이랑 성완이가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난 흠칫 놀랬다.. 성완이가 날 먼저 알아
보고는..인사를 한다.. 나도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나는 멀찌감치 정우한테 떨어져 식당 안으로 들어
섰다.. 박하은! 지금 뭐하는 거야...? 나는 내 자신 스스로에게 물었다.. 현욱이를 보고는 단박에..
정우한테서.. 멀찌기 떨어져 걷던 나다..
- 박하은.. 너 뭐야..? 왜 갑자기 정우한테서 떨어져 걷는거야..?
- 현욱이가 볼까봐....
- 그게 무슨 상관이야..? 현욱이가 보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 정우가 내 남자친구라고 오해 할까봐...
- 오해 좀 하면 어때..? 어차피 너 남자친구 있는 거 현욱이도 안다며...
정말 그러네.. 아직까지 미련을 못 떨친건가...? 완전히.. 아직도 여전히....? 난 우울한 마음으로...
정우랑 그렇게 점심을 먹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씻고, 옷정리를 했다.. 맨날 옷을 제대로 개켜 놓질 않고..휙~ 던져버리는 스탈
이라.. 옷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정리하고 있을 무렵.. 전화가 왔다..은미다...
" 여보세요..."
" 하은아.. 나 은미...."
왠일이지..?
" 어..그래..."
" 나 사과하려고 전화했어...."
술에 취한 듯한 목소리다...
" 뭘...?"
" 내가 너 보지 말자고 했던 말.. 미안해.. 나도 그날 괜히 센티해져서는.. 너한테 불쑥.. 그런 말..
해버렸어.. 많이 후회했어.. 미안해..."
하긴.. 집안일 때문에 복잡한 은미를 건들인 건 내 잘못이기도 하다...
" 아니야.. 미안하긴.. 괜찮아...."
괜찮다고..? 속 좋게 말하는 나 자신이 놀라울 뿐이다.. 얼마나 속을 태우고.. 잠을 못자며... 걱정을
했었는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다 풀려버리는 내 자신이 정말 위대할 뿐이다..
이제 은미랑도 완전히 풀린건가...? 정말이지.. 오해할 꺼리는 앞으론 절대 만들지 않아야겠다...
다음 날.. 중간고사 때문에 다들 족보 구하고 복사하느라 정신이 없다.. 난 현대철학의 족보를 어떻게
하여 구하게 되었다.. 나랑 분반은 다르지만.. 같은 과목을 들어.. 은미껏도 한 부 복사를 했다..
은미한테 건네주고 오는 길에.. 윤정이를 만났다.. 커피나 한잔 하자며.. 커피를 뽑아오는 윤정이다..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 하은아..."
" 응..?"
" 어제 은미한테서 전화 왔었지..?"
어떻게 알았지...? 은미가 말했나....?
" 어.. 전화왔었어.. 미안하다고 사과하드라..."
그러자 콧방귀를 흥~ 하고 뀌는 윤정이다..
" 왜..그래..?"
" 걔 완전 가식이야..."
가식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못알아 듣겠다...
" 아까 쫌 전에 만났거든...?"
" 나도 아까 만났어.. 족보 구해서 복사 해줬거든.. 현대철학..."
" 그런 것도 해주지 마~ 버릇된다! 맨날 날로 먹을려고 하지.. "
갑자기 흥분을 하는 윤정이다..
" 왜 그래..? "
" 아까 만나서 그러드라..어제 전화해서 너한테 사과했다고.. 근데.. 하고 싶어서 한게 아니래...
그냥 치사해서.. 한거래..."
" 치사..해..?"
" 니가 했던 말.. 때문에 자기 기분은 다 안풀렸는데.. 선주랑.. 서영이랑.. 다들 좋게 풀려서.. 자기도..
어쩔 수 없이 사과했대...."
저..정말...? 어이가 없다..진짜! 서영이나 선주라면 모를까.. 은미는 안보고 살아도 괜찮다...
어쩔 수 없이..치사해서 사과를 해..? 진짜.. 속마음을 도통 알수가 없는 은미다.. 정말 교활하기 짝이
없다.. 나랑 윤정이랑 뻔히 친하단 걸 알면서 그런말은 윤정이한테 왜 한건지...
경계시 해야할 인물 1순위.. 조은미.... 두고보겠어...
시험공부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훌쩍 가버렸다.. 방금까지 해서 마지막 시험까지
다 치르고 나왔다.. 시험이 다 끝나고 난 후의 그 개운함이란.. 물론 시험을 잘 쳤으면.. 그 개운함이
몇배는 더 해진다.. 날밤새고 열심히 한 덕에 빽빽히 답을 적고 나왔다.. 그리고 내일이면.. 공주로
여행을 간다.. 엠티나.. 친척집 가는 것을 빼곤..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아~ 좋아라! 설렌다..
내일 아침 같이 기차를 타고 올라가자는 세강이는 오늘 밤.. 12시 쯤.. 여수에 도착한다고 했다...
잠은 어디서 잘 거냐는 내 말에.. 기차역에서 자도.. 안자도.. 괜찮다고 했다.. 괜시리 나때문에 미안해
진다.. 기차에서 잠을 자도 피곤할 텐데 말이다..
다음 날 아침 짐을 챙겨서는.. 역으로 향했다.. 세강이는 잠을 못잔건지..안잔건지.. 눈이 충혈되 있었다
" 어디서 잤어...?"
그러자 웃기만 하는 세강이다.. 기차표를 미리 끊어놓았다며.. 기차를 타는 곳으로 내 손을 이끌고
간다.. 티비에서는 봤지만.. 실제로는 처음이다.. 신기하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나를 보는
세강이는 마냥 귀엽다는 듯.. 쳐다본다.. 5분 쯤..기다리자.. 기차가 들어섰고.. 세강이는 표를 보더니
나를 데리고.. 기차에 올라탔다..
" 창가에 앉을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짐을.. 받아서는 위 짐칸에 올려준다..
" 아침 먹었어...?"
일찍 나와서 아침을 거른 나다.. 평소에도 잘 안먹지만 말이다...
" 아니.. 안먹었어..넌..?"
" 내가 요 앞에 가게서 김밥이랑 삶은 계란이랑.. 사 왔어.. 먹어..."
하며 종이가방에서 김밥이랑 계란을 꺼낸다.. 처음 타본 기차에서 먹는 그 꿀맛같은 아침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서서히 기차는 철컥철컥 소리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고.. 창밖으로 보이는..
논이며.. 산이며.. 아름다운 경치가 쫙~ 한눈에 들어왔다..
" 나 잠깐 눈 좀 붙일께..."
잠을 자겠다는 세강이다...
" 자지마.. 놀아줘~ 나 심심하단 말이야..."
나는 자지 말라고 투정을 부렸다.. 그러자 알았다며.. 감은 눈을 다시 뜨는 세강이다.. 나는 파우치를
꺼내.. 화장을 고쳤다.. 지성피부라 금방 기름이 끼는 콧등이며.. 이마를 기름종이로 정돈을 했다..
난 금새 장난기가 발동했다.. 눈썹펜슬이며.. 볼터치.. 파우더.. 립스틱을 꺼내.. 세강이한테 화장을
시키겠다고 덤볐다.. 그러자 기겁을 하며.. 안된다는 세강이다...
나는 금방.. 새초롬해진 표정으로..시무룩해진 척을 했다.. 이러면.. 안되..안되...하다가도 ... 되.....
하기 때문이다..
" 알았어.. 니 맘대로 해...."
단념을 하고는 눈을 질끈 감는 세강이다.. 나는 신이 나서는 눈썹이며.. 입술이며.. 막 화장을 해 댔다..
분홍빛 립스틱을 바르고 볼터치까지 하자.. 영락없이.. 펭귄 분장을 한 영구같다.. 난 웃음이 나와서
거울을 보여줬더니.. 기겁을 한다.. 그러더니.. 볼터치랑 립스틱을 쓱쓱 지운다.. 그렇게 장난을 치다
나도 지쳐서 잠이 들었다.. 내가 잠이 들고 나서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던 세강이다.. 익산 쯤..
기차가 달리고 있자 나는 깼다.. 같이 잠을 자던 세강이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곧 기차는 논산에
도착하게 되었고.. 우린 기차에서 내렸다.. 버스를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 걸어가면 터미널이
나온다기에 우린 손을 잡고.. 터미널로 향했다.. 20분쯤 기다려야 한다는 세강이는 차표를 나한테
잠시 맡기더니.. 매점에서 아이스크림 2개를 사왔다..
공주로 가는 버스가 곧 도착했고.. 우린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도 1시간을 더 가야 한다고 했다.
기차타랴..버스타랴.. 벌써부터 몸이 피곤해지는 느낌이다..
공주에 도착했다.. 이제 2박 3일동안.. 여기서 신나게 놀 수 있는건가...? 피곤함마저 싹~ 가시는
느낌이다..
" 학교 구경시켜줄께.. 아직 지운이랑 석훈이는 학교에 있어.. 나머지 애들도 소개시켜줄께...."
아..지운이랑 석훈이도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 학교구경을 시켜준다는 세강이의 손을 꼭 잡은 채..
우린 학교로 발걸음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