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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루찌차 팔던 노인 1부

장윤성 |2005.08.13 10:02
조회 2,531 |추천 0


벌써 수 개월 전이다.
내가 초록장갑이 된 지 얼마 안 돼서 L3를 즐겨찾던 그 때다.
솔프가 새로나왔던 때라, 나도 솔프를 하나 사볼까 하고 거래방을 찾았다.
마침 L3 1페이지에, 루찌차를 파는 노인이 있었다.
나는 혹시나 사기를 당할까봐, 루찌선을 먼저 요구했다.
그러자 노인은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이었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솔프 하나 가지고 에누리한다?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라?"

대단히 근성있는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솔프에 배찌하나 줄테니 전번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천천히 전화번호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금방 다 말할 것 같더니, 공일육, 아니 바뀌어서 공일공,허허, 
내가 나한테 전화를 건적이 없어서 번호가 뭐였다라, 하며,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핸드폰이 없는지, 자꾸만 대답을 안해준다.

전번 필요 없으니, 캐쉬선 먼저 보낸다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카앤이 들어온다고 한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해서 뼈와 살이 분리 될 지경이었다.

"배찌를 먼저 보내고 올 테니, 확인하고 루찌차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내가 사기 칠까봐 그런다? 하지만 난 핸드폰이 있다!"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슨 전화번호를 더 찾는단 말이오?
노인장, 소인배이시구먼. 시간이 없다니까요."

"안돼!"

"돼!"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라, 난 안팔겠다?"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카앤보고는 잠시 아이템전 하고 있으라고 말한 뒤,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전화번호 찾아서 불러 보시오."

"글쎄, 과도한 재촉은 미리 써 버린 부스터 처럼 나중에 역전당할뿐이라니까.
참았다가 빌드에 맞게 써야지, 급하다고 막 쓰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전화번호를 찾기는커녕 문어차를 탔다가, 거북이를 탔다가 차를 바꿔타며
태연스럽게 친구까지 불러서 노갈을 하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한참 후, 방에서 나가더니 다시 들어와서 솔프를 보냈다고 한다.  
루찌선 할거면서 전화번호를 찾겠다고 부린 객기에 어이가 없었다.

카앤까지 '접속중이지 않음'으로 뜨는 걸 보니,
내가 어디서 상콤한 디진희와 노갈이라도 하는 줄 알았나 보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캐쉬선 하라고 난리다. 드라군(dragoon)도 모르고 배짱없는 소인배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산케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광산 동굴 입구를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였다.
쌈박한 근성과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길드에 와서 솔프 스샷을 올렸더니, 길마는 적절하게 샀다고 야단이다.
다른애들 솔리드 R4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방사형의 설명을 들어 보니,
솔프는 무게감이 있어 착지시에 안정감이 있고,
부스터를 쓰며 달릴 때에도 접지가 잘 된단다.
최고속도가 요렇게 빠른 것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2>부에 계속 됩니다.

PS.많은 패러디의 원본이 되었던 [방망이 깎던 노인]을 재구성 한 것입니다.
      초딩분들이 나중에 교과서에 실린 글을 읽고,
      이 [루찌차 팔던 노인]을 표절한 줄 알까봐 .......OTL


숙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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