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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16화> 전진 앞으로

바다의기억 |2005.08.14 02:03
조회 12,923 |추천 0

뜬금없이 사람들이  점심을 사준다고 하질 않나

 

저녁에 친구가 고기를 사들고 찾아오질 않나

 

30분 일해주고 부페를 얻어먹질 않나...

 

요즘 아주 먹을 복이 터진 것 같습니다.

 

 

========================= 출산드라의 포교활동? ==========================

 

 

중간고사가 한창인 어느 날.


빠른 정보수집과 여가선용을 위해 전산실로 가던 중


그녀와 우연히 마주쳤다.



민아 - 안녕?


기억 - 예, 안녕하세요?


민아 - 아 네. 어디 가는 길이세요?


기억 - 전산실 가는 길입니다


민아 - 예, 그럼 이만....



.......... 또 못했다.


왜, 왜 못하는 거야 왜?


안녕이라는 그 한 마디를 왜 못해 !!!



현재까지 그녀는 27회중 8회


약 30%의 확률로 말을 낮추고 인사를 건넸지만


그에 대한 나의 방어율을 0%.....


늘 존댓말로 그녀의 인사를 받아


그녀를 더욱 뻘쭘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늘 인사를 받고 나선 후회를 하지만


그 다음번에도 결과는 변화가 없었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선재공격을 하자. 공수 교대!!


내가 먼저 어택해 주겠어.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하고 하면 돼.


유비무환이라고 하잖아, 응?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난


앞에 거울을 세워놓고 특훈에 들어갔다.



기억 - 아, 안녕? 아아, 아, 안녕? 큼.... 안녕?



대체..... 그녀가 앞에 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버벅 거리기 시작하는 난 뭐냐.



기억 - 안녕?



....표정이 굳었어.


뭐랄까, 반갑다는 인상 보다는


‘너 잘 걸렸다.’ 라는 인상이야.



뭐가 잘못됐지?


역시 좀 웃어야 하는 건가?



기억 - ........



웃어, 울지 말고, 웃어!


입꼬리를 좀 더 살짝 미묘하게 올리면서


눈은 살짝 감듯이 지그시....


앞니가 살짝 보일 정도만 입을 벌리고


볼을 약간 땡땡하게....!!



기억 - 아아악!! 얼굴에 쥐났다!!



억지로라도 웃는 얼굴을 만들어보려던 난


볼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바닥을 굴렀다.



무리야......


차라리 공중에서 문썰트를 하면서 인사를 하고 말지...

(문썰트 : 공중 2회 돌아 1회 틀기)


도저히 못해먹겠다.



기억 - ........ 안녕? .....안녕?



그래도 포기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후 난 앵무새 훈련이라도 시키려는 것처럼


내리 두 시간을 앉아서 ‘안녕’ 만 계속 연습했다.


그런 각고의 노력 끝에


난 ‘안녕?’ 에 숨은 오의를 깨우쳤고...


그 다음날.



그녀를 못 만났다.


.... 정말 허무했다.



그리고 다시 그 다음날.


난 이를 바득바득 갈며 눈에 불을 켜고 그녀를 찾아다녔다.



보이기만 해 봐라 아주 그냥...인사를  해주마.



그리고 드디어


덩굴지붕이 있는 벤치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그녀를 발견.



난 숨을 씩씩 몰아쉬며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인사를 하는 거야, 가볍게!



기억 - 아.....아.....


?? - 누구~게.



내가 말을 꺼내려는 그 순간


누군가 뒤에서 그녀의 눈을 가렸다.


......안군?



깜짝 놀란 그녀는 서둘러 손을 치우고 뒤를 돌아보더니


웃으며 그의 가슴께를 툭 때렸다.



민아 - 뭐예요~, 깜짝 놀랐잖아요.


안군 - 뭐하고 있었어? 공부?


민아 - 네, 수학 시험이 내일이거든요.


안군 - 오호.... 내가 뭣 좀 도와줄까?


민아 - 베.... 오빠도 수학 못한다면서요.


안군 

- 뭐 문제 풀어주는 것만 도와주는 건가?


커피 한 잔 사주면 그게 도와주는 거지. 어때?



내가 슬쩍 그녀의 옆을 지나친 직후


둘은 커피를 마시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 안녕? 안녕?’


...........



--민아양 지금 남자친구 있습니까?


--없어. 그런데..... 포기하는 쪽이 편할 걸?



그런 의미였나?


...... 빌어먹을.



혼자 있을 곳이 필요했다.


이마 근처에 뭔가 뜨거운 걸 올려놓은 것 같은 기분.


이게 열 받는다... 라는 걸까.



갑작스럽게 느낀 화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해가며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연습실이었다.


이번 주는 ‘중간고사 대비기간’으로 정해져


어떤 연습도 모임도 없었기에


안에 있는 사람은 없었다.



기억 - 후욱.....



가슴이 답답해 왔다.


내가 생각했던, 내가 고민했던


그 모든 일이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기억 - 아....후....아......!!



난 화를 내본 기억이 없었다.


그냥 잠시 ‘꿈틀’ 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가슴 속에서 뭔가 자꾸 훅훅 솟아오르는 기분은 처음이었다.



기억 - 제에에에에엔자아아아앙!!!!



난 근처에 있던 접이의자 하나를


맞은편 벽 쪽으로 집어 던졌다.



=콰당탕탕탕탕......=


바닥에 튕기며 몹시 둔탁한 금속음을 내는 의자.


생각보다 무척이나 큰 소리에


난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



주섬주섬.....



정신을 차린 난 의자를 주워서


원래 있던 자리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고


바닥에 뭔가 흠집이 없나 확인한 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안녕? 안녕? 안녕?’



부끄러웠다.


내가 지금까지 했던 짓들이...


이제부턴 뭘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목표변경?


김양 선배는 어떨까?



김양 - 죽을래?



..... 아냐.


차라리....음.....음.....


우리 과에 지연이?



지연 - 야, 닥치고 마셔마셔.



....... 인간이길 포기하진 말자.


그럼...... 그 다음으론....음...



....더 이상 아는 여자가 없다.


난 대체 지금까지 뭘 하고 산 걸까.



그렇게 허탈한 기분으로 한참을 앉아서


바닥에 어른거리는 커텐 그림자를 눈을 좇고 있을 때


문이 살며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인가?



문을 닫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자


열린 문틈 사이로 빼꼼 나오는 얼굴.


그녀였다.



얼굴만 안으로 내민 채 연습실 안을 살피던 그녀는


어정쩡하게 서있는 날 발견하더니


활짝 웃으며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다.



민아 - 혹시나 했는데 진짜 있었네?


기억 - 아....아.... 안녕?



날 찾아 온 걸까?


왜? 무엇 때문에?



민아 - 저기.... 혹시 바빠요?


기억 - 아....아니, 안 바빠.



기분이 조금 상한 것도 있고


안녕 특훈을 헛되이 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난 평어로 그녀의 말을 받았다.



뭔가 말끝이 허전하다.... 누다가 끊은 것 같은 기분이야.



민아 

- 저기 그럼... 이거 조금만 도와줄래요?


아직 잘 모르는 문제가 많아서....


시험기간이라 다들 바쁘고


또 물어볼만한 사람도 잘 없어서....



어깨에 메고 있던 작은 가방에서


수학 프린트 몇 장을 꺼내 보이는 그녀.



............ 어떻게 해야 할까.



거절할까?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잘 될 것 같지도 않은데....



--아유, 문제 풀어주는 것만 도와주는 건가?

커피 한 잔 사주면 그게 도와주는 거지. 어때?



......난 그렇게 당당하고 넉살 좋게 말할만한 재주는 없어.


딱히 생기길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성격도 좀 이상하고....


인간 자체가 덜 된 걸지도 몰라.



민아 - 아...... 저기.... 바쁘시면 신경 안 쓰셔도....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물러서고 싶진 않아!!



기억 - 아니, 괜찮아요. 그리고.... 말 놔요.


민아 - 아, 네.


기억 -..... 여기.



난 아까 세워놨던 접이의자를 펴서


그녀에게 권했다.


무릎까지 오는 주름치마를 입은 그녀에게


바닥에 앉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민아 - 아, 고마...... 꺄악?!


=덜컥!=



그녀가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


의자에 앉는 순간


다리 한쪽이 폭삭 무너졌다.


아까 던졌을 때 뭐가 잘못됐던 걸까?


난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를 받쳤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내 목을 잡고 매달렸다.



기억 - !!


민아 - !!



그렇게 난 허리를 조금 숙인 채


그녀를 안아든 것 같은 포즈가 되었다.


코앞에서 놀란 토끼눈을 하고 날 올려다보고 있는 그녀.



잠시 멍한 패닉 상태에 빠져있던 난


서둘러 그녀를 일으켜주었다.



기억 - 큼.... 괘....괜찮아요?


민아 - 아, 아아아, 네, 덕분에....어흠, 아...



서로 헛기침을 해가며


어색한 분위기를 감당 못하고 있는 상황.


손과 목덜미 근처엔 아직도 그녀의 체온이 남아있었다.



.....의자 던지길 참 잘했어.



기억 - ....문제.... 줘 봐요.


민아 - 아, 여기요.


기억 - ....... 연필 있어요?


민아 - 아, 네.


기억 - 그러니까.... 이 문제는....



그렇게 한 30분 정도


그녀와 함께 수학 문제를 풀고 나니


그녀가 가지고 있던 프린트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민아 - 어머나, 금방 풀었네?


기억 - 뭐.... 감만 잡으면 다 풀리죠.



의외로 빨리 끝났다는 듯


그녀는 한 번 숨을 휘이 내쉬더니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했다.



민아 - 저기.... 혹시 오늘 시간 되세요? 그럼....


기억 - 예.



너무 빠른 대답에 당황한 그녀는


다음 말을 찾는 듯 눈을 굴렸다.



그러니까 서론 본론 따위는 모두 제껴 버리고


도대체가 결론부터 짚어 가면



민아 - 그럼.... 저희 집에 안 가실래요?



오브코스, 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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