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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님(桓雄)의 구슬 - 46

내글[影舞] |2005.08.18 11:06
조회 357 |추천 0

한님(桓雄)의 구슬 - 46   - 내글[影舞]

 

웬일인지 전에는 부상을 당해 피를 흘리는 모습만보고도 구역질을 했었는데 지금은 참혹하게 토막 난 시신을 거부감 없이 살펴보고 있었다. 게다가 이지저리 뒤적여보기도 했는데도 전혀 감흥이 없었다. 그냥 정육점에 있는 잘 잘라놓은 고기를 쳐다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는데, 이것이 정민의 마음을 더 이상한 감정을 가지게 했다.

‘이러다가 완전히 이상한 괴물이 되는 건 아니겠지. 그때처럼 의식과는 관계없이 칼을 휘두르는 그런 괴물이 되는 건 바라지 않아.’

정민은 우선 흐트러져 있는 시체들을 빙옥수와 얼음접부채를 써서 피가 흐르지 않게 시체들을 얼리고 한곳으로 모았다. 모두 여섯 구의 시신이 수습되었고, 토막 난 시신들의 제짝을 찾아 맞추는 작업까지 끝내자 서산에 해가 걸렸다.

‘후우, 드디어 끝났군! 이렇게 놓고 보니 복장이 눈에 익네! 어디서 봤더라? 에이, 이거 또 그 알 수 없는 기억에서 나오는 건가? 생각을 말자!’

죽은 자들이 입은 옷이 눈에 익어 한동안 쳐다보던 정민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더 이상의 비약은 하지 않기로 했다.

‘자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군. 헌데 저 사람은 누군데 저렇게 숨어있는 거야? 좀 더 있음 발이 저려올 텐데. 귀하의 인내심에 치하를 보냅니다. 에고, 그 정도 고생 시켰으면 된 것 같으니 이젠 빨리 끝내버리자.’

가지런히 정리된 시신들을 향해 장력을 한방씩 날리자 시신이 놓여있던 바닥의 흙이 파이며 자연스럽게 시체들이 땅속으로 들어가고 위로 튀어 올랐던 흙이 자연스럽게 덮였다. 이런 모습을 누군가가 보았다면 놀라 자빠질 정도로 어려운 수법이었지만 손을 흔드는 자연스런 동작으로 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옆에 서있는 나무를 향해 손을 뻗자 뿌리째 뽑혀 날아와 손에 잡혔다. 대충 화염강으로 잔가지를 쳐내고 여섯 구의 시신이 묻혀있는 무덤 앞에 박았다.

- 무 명 육 인 지 묘.

글자까지 세기고 나자 잠시 묵념을 하고 돌아서서 관도를 향해 걸어갔다. 십여 분을 말없이 앞만 보며 걷던 정민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섰다.

“이제 그만 나오시오, 스님! 스님 체면에 그렇게 숨어서 남을 훔쳐보는 것은 어울리지 않소이다.”

“…!” 

‘응, 언제 나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

상대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정민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따르던 자도 조심스럽게 정민을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제기랄, 스님만 아니면 당장 어떻게 해보겠는데!’

정민은 어머니가 불교신자였기 때문에 참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었다면 정민의 뒤를 쫓던 자는 벌써 무슨 사단이 나도 단단히 났을 것이다.

정민은 이미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적의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그대로 무시하진 않고 계속 관찰만하고 있었다. 장승처럼 미동도 않고 그 자리에서 남을 지켜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무언가 행동을 하기를 바라면서 일부러 천천히 작업을 했다. 거의 한 시간이 넘도록 질리지도 않은지 죽 지켜보는 모습에 감탄 했다. 좀 더 시간을 끌며 반응을 보려 하다가 포기했다.

‘에구, 네 팔뚝이 더 굵다! 그러니 그만 나와라.’

그래서 시신들을 수습할 때와는 달리 땅을 파고 묻는 것은 한방에 끝을 낸 거였고, 비목을 세울 때는 일부러 ‘난 이런 놈이다.’라고 실력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최초로 놀란 듯 반응을 보였고, 이어서 정민이 움직이자 천천히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때 아주 작지만 등에 맨 보퉁이- 스님들은 바랑이라고 하는 - 에서 목기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와 움직이면서 머리카락이 날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스님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후후, 과연 스님다운 참을성 하나는 인정하겠소. 그러니 그만 나와서 떳떳하게 정체를 밝혀 주시면 감사하겠소.”

정민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가면서 말을 걸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계속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를 따르기만 할 뿐이었다.

‘허, 이것 봐라! 날 가지고 놀겠다고. 그럼 그렇게 해줄 마음이 전혀 없는 관계로 혼 좀 내겠으니 극락왕생을 빌어 주진 못하더라도 유황지옥 불에 빠지도록 저주하지는 말아 주시오, 스님. 용서하시오!’

어머니를 생각해서 참았던 정민은 인내심에 한계가 옴을 느꼈다. 그리고 사정없이 이기살인의 수법보다는 약간 약한 무형상인의 수법을 빌어 뒤를 따르던 스님의 기를 휘저어버렸다.

‘으 헉, 이게 뭐야!’

숨어서 정민의 뒤를 따르던 대정은 기혈이 뒤엉키며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야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골이 띵할 정도로 왕왕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 스님, 미안 하오이다. 제가 원래 꼬리를 달고 다니는 짐승이 아니라 그냥 잘라 드리오니 저녁공양에 보태십시오. 참 공양드리실 땐 주위에 사람이 없는 곳이 좋을 듯싶으니 여기서 삼백 미터…아니 백장정도만 가면 허름한 사당이 있으니 꼬리가 무겁더라도 들고 가셔서 그곳에서 하십시오. 서두르지 않으면 반각이네로 그 꼬리를 보전하기도 힘들 것 같으니 서두르셔야 할 겁니다. 참고로 꼬리를 노리는 도적이 한 삼백 장 뒤에서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지요. 한 열다섯 명 정도 되는 떼도둑 같은데…. 그럼 저는 갈 길이 바빠 먼저 갑니다.

‘이, 이런 낭패가…, 흑!’

대정은 졸지에 도마뱀의 잘려진 꼬리 신세가 되는 모욕을 당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운기 하려고 했던 것도 포기하고 몸을 일으켰다. 이미 자신이 쫒던 자는 눈앞에서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게 보이질 않았다. 목구멍을 치받고 올라오는 피비린내와 함께 가슴이 답답하며 통증이 왔다. 이대로 있다가는 내상이 영구적인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급히 운기를 할 장소를 찾아야 했다.

‘내상까지 입다니…!’

뒤쫓던 자의 무시 못 할 경고도 있었기 때문에 결국 그의 말대로 가슴을 부여잡고 사당이 있다는 곳을 향해 기다시피하며 힘들게 움직여갔다. 일 각(15분)이 지나서야 그의 말대로 다 무너져가는 허름한 사당이 눈에 들어왔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지 않고 방치된 듯 낡고 여기저기 허물어지긴 했지만 몸을 숨기고 운기하기에는 딱 알맞은 장소였다.

‘허어, 수년간 이곳을 지나쳤어도 이런 곳에 사당이 있다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는데 초행길인 듯 보이는 그자가 이걸 어찌 알았단 말인가?’

관도에서 삼백 장이나 떨어진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는 곳이라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고, 아무리 살펴도 최근에 이곳에 사람이 왔었다는 흔적은 없었다. 게다가 그가 잡초가 우거진 경내에 들어서자 사람을 본적이 없는 듯 뛰놀던 산토끼가 겁 없이 신기하다는 듯 그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이곳에 인적이 끊어진 게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대정은 주위를 살핀 후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사당에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놓았다. 먼지가 한 치나 쌓여있어 발을 옮길 때마다 먼지가 피어올랐다. 사당 안은 생각보다 넓었지만 목상들이 어지럽게 쓰러져 있어 앉아서 운기를 할 만한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리저리 살펴보다 문 옆에 바로 앉았다. 이런 곳은 무슨 일이 생기면 안쪽 보다는 문 옆이 행동하기 편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했다.

‘오늘은 일진이 좋지 않구나. 헌데 그자의 정체가 무얼까? 하는 짓을 보아서는 악한 자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내게 쓴 수법이 뭘까? 그렇게 멀리 떨어진 나에게 이런 내상을 입힐 수 있는 무공에 대해 들어본 적이…, 아, 아니군!’

대정은 맘이 급해졌다. 하루라도 빨리 소림사로 돌아가 공상 장문인을 만나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운기를 하면서도 마음이 정심하지 못해 자꾸 기가 흐트러졌다.

‘하지만 그는 죽었어! 그것도 바로 내 눈 앞에서 그리고 그의 사문은 그를 끝으로 완전히 절맥했는데 어이하여 그자가 그의 무공을 쓴단 말인가?’

- 허, 그렇게 해도 운기가 되시오? 빨리 하지 않음 손해가 많을 것 같은데요, 스님! 생각이 많으신 것 같은데 급한 내상을 치료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됩니다.

‘으응, 언제 나를 따라 왔지!’

대정은 또 한 번 놀라고 황당했다.

- 놀랄 것 없소이다. 그보다 내상부터 치료하는 게 우선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우선은 당신을 뒤쫓는 자들의 이목을 잠시 돌려놓고 갈 것이니 안심하고 운기나 열심히 하시오. 그럼, 난 진짜로 먼저 갑니다.

대정은 지금 천부사교가 갑자기 혈의교라고 간판을 바꾸어달고 개파대전을 치른다는 소문을 확인하고자 급히 사천으로 파견되어 나왔다. 혈의맹이 일으킨 피바람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소림사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사건이었기에 특별히 차기 장문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대정을 급파 했던 것이다. 보름 넘게 혈의교에 대해 조사를 해본 결과 소림의 걱정대로 교주 오연은 혈의맹 부 맹주 다섯 명중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라는 것을 알아냈고, 천사교 교주 담우석과 그의 딸이 갑자기 실종되었다 것까지도 알아냈지만, 결국 정체가 알려져 쫒기는 몸이 되었던 것이다. 쫓긴다고 해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귀찮은 일이 많았다.

혈의맹의 준동할 때에 비하면 아직은 혈의교의 교세가 미미했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는지라 산문을 벗어난 해방감을 즐기기 위해 유람을 겸해 숭산을 향해 천천히 길을 잡고 있었는데 피비린내에 이끌려 가보니 혈의교의 흑사대 - 예전의 흑의대였던 것을 혈의교에 걸맞게(?) 개칭했다. - 원들이 죽어있었고 그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정민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나서서 도와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시체를 얼려버리는 수법을 보고 혹시나 혈의교의 주구가 아닌가하여 멀찌감치 떨어져 감시를 했다. 시신을 다루는 모습에서 전혀 악의나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더욱 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이어서 시체를 땅에 묻는 수법과 곁에 있는 나무를 취하는 수법, 그리고 삼매진화의 수법도 아닌 화기를 발출하여 비목을 새기는 것을 목격하면서 궁금증을 넘어서 정체를 꼭 밝혀야 될 인물이 되었다.

널려있던 시신수습을 마치고 움직이는 그자의 뒤를 쫓으면서 평범한 유생의 모습이 되어 걸어가는 걸 보고 또 한 번 놀랬다. 방금 전에 무공을 쓰는 걸 보지 않았다면 무공을 익힌 사람이라 보기 어려운 평범한 모습이었고, 흔히 볼 수 없는 막강한 무공을 발휘할 정도의 내공을 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알 수없는 수법으로 자신을 무력하게 만든 것 도 그렇고, 머리를 울리는 전음은 기존의 무공상식을 벗어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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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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