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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투덜이의 그리스 헤매기 - Sure ? Are you Canadian ?

투덜이 |2005.08.19 17:49
조회 521 |추천 0

이아 가는 길에서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산적 아저씨 덕에 무사히 호텔에

돌아와 시원한 밤 바다 바람을 쐬려고 발코니에 나오니, 옆방의 캐나다인 부부도 발코니에 나와

다정하게 차를 마시고 계신다.   50대 중/후반 즈음으로 보이는 이 부부는 둘 다 최근에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이제부턴 둘이 오붓하게 여행 다니며 살기로 했단다.  “We quit, won’t be back”

이라고 얘기하던 그 아저씨의 평화로운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부부가 캐나다에서 왔다고 하길래 내가 씨익 웃으며 “진짜 ?  요즘은 미국 애들이 다 캐나다인

인척 하고 다닌다던데…” 했더니 부부가 배꼽을 잡고 쓰러지신다…  크레테에서 내가 Jaeck에게

요즘은 유난히 더 미국인 여행자들이 안 보인다고 했더니, 이라크 전쟁 나고부터는 테러 당할까봐

파병을 거부한 캐나다인 행세를 한다고 했었다.  평소엔 캐나다 촌놈들이라고 무시하던 미국 넘들이

말이다…. 정말, 한국 돌아와서 뉴스를 보니, 그때 당시에 미국에선 캐나다인처럼 보이는 법 이란

책도 나왔다고 하더라. ㅋ.ㅋ.ㅋ… 암튼, 이 맘 좋은 부부는 내가 호텔에 도착한 첫날부터 그날그날

내가 겪은 모험담과 불평을 매일 밤 재미있게 들어주는 청중이 되 줬다.

 

아줌마한테, 나 이아까지 걸어갔다가 죽다 살아났다고 베란다에 매달려 징징거리니, “어, 우리도

걸어 갔었어, 일몰 봤니 ? 멋지지 ?”  그러신다.  봤냐구 ?  대체 아줌마 아저씬 몇 시간이나 걸어

갔는데 일몰을 보셨우 ? 했더니 아줌마, 골똘히 생각 하시더니, 한 시간 반쯤 ?  그러신다 !  뜨아…. 

난 세시간 넘게 걸어가도 안 나오더라, 이거 사기다, 뭐가 우찌 잘못 된 겨 ?

 

사실, 이아는 한 시간 반 정도 걸어가면 도착 하는 곳이 맞긴 하다.  단, 섬의 등 부분에 해당하는

산길을 따라 난 도로를 따라 가는 게 아니고, 안쪽으로 휜 배 부분에 해당하는 해안가 절벽에 난

길을 따라 가야 한단다.  결론은, 난 엉뚱한 길에서 죽어라 헤매다가 일몰도 못 보고 돌아온 것이다… 

흑흑흑….

 

피라에서 제일 유명한 볼 거리라면 단연코 절벽 위의 하얀 집들과 파란 창문, 문들 일 것이다. 

근데 집들이 그냥 하얘서 거저로 이쁜게 아니고...  지금도 집집마다 열씨미 흰 페인트를 꾸준히

발라줘 가며 하얗고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거다.  암튼, 모든 건물이 몽땅 흰색만 있는것은

아니고, 간간히 옅은 분홍이나 레몬색으로 칠한 집 들도 있는데 얘네들도 그럭 저럭,  튀지 않고

주변과 자알 어울리는게 나름대로 이쁘다. 

 

그리고 옛 피라 항구에서부터 산 꼭대기에 있는 피라 시내까지 올라오는 600개의 계단.  뭐, 600개

라니까 내가 600개를 전부 걸어 올라가며 세지 않을 거면 그냥 믿어야지 뭐.  ㅋ.ㅋ.ㅋ..  (근데,

친절하게도 560개 인가부터는 계단에 숫자가 써져 있어 꼭대기까지 계단이 600개가 된다고 한다. )

 

또, 빼 놓을 수 없는 피라 박물관.  여기 역시 무시무시한 그리스 감시 꾼 아줌마들이 철저히

지키고 있어 유물 관리가 아주 잘 되고 있다. (그리스 어떤 유적지나 박물관에 가든 꼼꼼하게 깔려

있는 이 감시 아줌마들, 정말 무섭다… 이 아줌마들 곁에만 가면 마치 떠들다 무서운 선생님한테

들켜 손바닥 맞는 국민학생이 된 기분이 든다니까…)

 

참, 산토리니의 아크로티리에 가면 지금도 미노안 문물을 발굴하고 있는 현장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난 여기 찾아 가려다가 버스 두 번 엉뚱하게 타고 내리는 바람에 시간을 놓쳐 가 보진 못했다.  누구

말로는 아직 발굴 중이라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볼게 없으니 가지 말라고 하고, 그래도 발굴 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으니 좋은 기회라고도 하고, 암튼, 관심 있는 사람들에겐 추천할 만한 곳

이라고 한다.…

 

음…  개인적으로 내가 그리스 섬을 다시 여행한다면, 아마 산토리니나 미코노스를 다시 가는 일은

없을 거다.  그곳이 멋진 휴양지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다시 가고 싶을 만큼 내게 매력적이 진 않았다. 

대신, 아테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어떤 그리스 계 호주인 노 부부의 고향이라는 Itaki와 그 근처에

있다는 작은 섬들은 꼭 가 보고 싶다.  거기 가면 속 정이 깊고 따뜻한 진짜 그리스 섬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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