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당천하 ******
4. 그는 그녀의 맞수다.
[전화 왔어요....... 전화 받으세요....... 전화 왔어요....... 전화 받으세요.]
어젯밤 일들을 생각하며, 간신히 잠이 든 그녀. 그런 그녀의 귀에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벨소리. 그녀는 언니라고 생각하고, 귀찮은 듯 전화기를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유난희씨. 아직도 자고 있는 거요?”
그런데 그녀의 언니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굵직하고, 남성다운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의심케 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느낌. 그녀는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채고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봐요. 왜 이른 아침부터 전화질이에요!”
‘전화질? 이라니........’
그녀의 어투는 여전히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선생님인 그가 듣기엔 너무도 불쾌한 말이기도 했다.
“하하 어이가 없군. 아침은 무슨 지금 시간이 얼마나 많이 지난 줄 알아! 지금 12시 5분 전 이라 구! 그리고, 여자가 너무 입이 거칠군.”
그는 누가 선생님 아니랄 까봐서 남의 집에 전화한 마당에 그녀에게까지 설교를 하려했다. 그런 그의 행동이 정말이지 그녀는 못마땅하고 신경질 났다. 그러나 그가 말한 시간을 확인이라도 하듯 침대 밑으로 떨어진 자명종을 들어 올려 유유히 지나가는 시계바늘을 바라보았다.
“알아요. 12시 5분전이란 거 하지만, 나에겐 지금 시간이 이른 아침이나 마 찬 가지라 구요.”
“허~ 그거 미안하게 됐군.”
그는 조금도 미안하지 않다는 투로 그녀에게 사과를 했다. 그의 태도가 몹시 짜증이나 그녀는 그의 말을 자르며, 전화를 끊고 싶었다.
“됐어요. 그리고 용건 없으면 그냥 끊어요. 난 아직도 더 잠을 자야 하니까.”
그녀가 자신이 전화건 용건도 들어 보지 않고, 대뜸 욱하는 성질에 전화를 끊으려 했다. 대한은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자신이 있는 병원으로 불러내야 했기에 무작정 전화를 끊으려는 그녀를 서둘러 불렀다.
“이봐, 이것 봐. 유난희 난 아직 용건도 말하지 않았다고,”
용건이라니......... 그가 그녀의 꼬투리를 잡아 말다툼 하는 일 말고, 무슨 용건이 있다고....... 하지만, 그의 숨넘어가는 다급한 목소리에 그녀는 우선 들어 보기로 했다.
“알았어요. 알았어. 그럼 용건이나 어서 말하시죠!”
그는 알았다며 건성으로 볼멘소리를 하는 그녀의 말투가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아마도 그녀의 말투가 자신이 맡고 있는 여학생들과 흡사해서 그를 기분 좋게 하는 것 같았다.
“지금 시간 있나?”
“네?”
“시간 있냐고?”
“그건 왜요?”
다급하게 용건 있다는 사람이 다짜고짜 그녀에게 시간타령을 하다니
‘뭐 어제 키스이후로 그녀에게 새로운 호기심이 생겼다면 모를까. 에이 그럴 리가’
그의 뜻밖의 말에 그녀는 순간 잠이 확 달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악연이라고 말한 사람이 누군데....... 그녀의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그녀에게 늘 널, 널 하기만 한 시간을 물어온 것이다.
‘시간 많지. 그런데 댁한테는 1초도 내주고 싶지 않다고.’라는 말이 그녀의 목구멍으로 넘어오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그의 말에 집중하려 애썼다.
“글쎄, 있는지 없는 지부터 말해”
이거야 원 다짜고짜 전화해서 시간타령을 하는 남자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 악연 운운하면서 그래도 남자라고 여자 보는 눈은 있다는 건가? 내참, 하여튼 남자들이란........
“없어요. 없다 구요. 무지무지 바쁘니까 전화 그만 끊죠?”
“그래 그럼 없어도 시간을 좀 내봐. 여기 병원이니까”
‘병원? 왜? 혹시 어제저녁 내가 찬 그 곳이 심하게 다 친 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녀는 그의 말에 단전호흡을 할 때처럼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그에게 되물었다.
“왜요? 병원엔 왜 간 거예요?”
‘이 여자 보게 병원에 왜 왔냐고? 그야 미주가........ ’ 그녀에게 자신이 왜 병원에 있는지 말해 주려던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명석한 두뇌를 이용해 그녀를 골탕 먹일 첫 번째 실마리를 찾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퉁명스럽게 대답해 주었다.
“아프니까 왔지.”
그의 대답을 기다리던 그녀의 귀에 간단하고, 명확한 그의 대답이 들렸다. 그 순간 그녀의 숨통이 조여 오는 느낌. 정말 최악이었다. 고작 정강이를 찬 것뿐인데........ 병원이라니 말도 안돼!
‘그러게 누가 먼저 함부로 내 입술을 범하래? 다 자업자득이지 그건 그렇고, 그가 아픈 게 맞는지 확인을 해야 해’
“흠 흠 서 설마, 당신이 아픈 건 아니겠죠? 그렇죠?”
그의 예상대로 그녀의 즉각적이고, 당황한 말투에 그는 ‘희열’이란 단어를 말할 때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란 걸 새삼 통쾌하게 느끼고 있었다.
“어, 맞아 내가 아파. 당신 때문에........”
“이런 설마........ 내가 어제 당신을 차서 그런 건 아니겠죠? 설마 학교 가다 넘어진 건 아닌가요?”
정말 순진하게도 그녀는 그의 모든 말에 넘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그를 기분 좋게 자극했다.
그는 어제 저녁부터 오전 내내 그녀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지끈 거렸다. 그런 그에게 미주가 체육시간에 다쳤다며, 교무실로 반장이 찾아 왔다. 그는 더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다친 미주를 데리고, 가까운 병원으로 오게 되었다. 다행히 미주는 외상이 깊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의 급한 호출 때문에 자신이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것에 미안해하며, 하는 수 없이 미주를 집으로 데려다줄 보호자를 불러야 했다.
“안녕하세요. 형수님”
그는 미주의 작은 엄마가 그와 절친한 선배의 아내란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다정하게 형수라고 불렀다.
“네? 누구세요?”
“저예요. 미주 담임 최대한이라구요.”
재희는 잠시 멍해진 얼굴로 최대한이란 인물을 떠올렸다. 그리고 상대방이 말한 최대한이 자신이 그렇게도 천방지축인 동생과 짝을 지어주고 싶었던 그 최대한이란 사실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어머? 선생님 웬일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그는 미주가 다쳤다는 말에 형수가 놀랄까봐 차분하게 그리고 간결하게 지금의 미주 상태를 말해 주었다.
“그래서 형수님이 지금 오셔야 하거든요. 지금 오실 수 있죠?”
“네? 아......... 저 그러니까. 잠깐만요. 선생님”
재희는 두 번째 전략을 이맘때쯤 써야 할 것 같았다. 그 전략만 잘 먹힌 다면 올해 안에 그녀의 철부지 동생을 믿음직한 그에게 맡기고, 그렇게도 보고 싶던 엄마에게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저기요. 선생님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사실은 제가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밖에 나와 있는데요.”
“네? 그럼 어쩌나....... 제가 다시 학교에 가봐야 하는데.......”
재희는 대한이 곤란해 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금쯤 양심에 가책을 느끼긴 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썬 자신이 좋아 하는 두 사람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의의 거짓말을 계속 감행하기로 했다.
“아차, 그럼 이렇게 하세요. 제 동생 아시죠?”
“네?”
형수의 동생이란 말에 그의 머리가 쭈뼛거리며, 일제히 일어서는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소름이 절로 돋았다.
“왜요? 싫으세요?”
“네?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그는 말과는 달리 ‘네 무지 싫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걸 간신히 눌러 참았다.
“그럼 제 동생 전화번호를 알려 드릴 테니까 전화를 해서 나오라고 하세요. 걔가 좀 버릇이 없어서 그렇지 원래 정은 많거든요. 미주 아프다고 말하면, 득달같이 달려 갈 겁니다. 호호호”
그가 그녀를 볼 때 전혀 정이라곤 손톱만큼도 없어 보이는데 식구인 그녀의 언니 재희는 그녀를 아주 높게도 평가 했다. 역시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나 보다. 팔은 안으로 굽는 다더니........ 그 오토바이 족에 말 함부로 하는 조폭 같은 날라리가 뭐? 저 정이 많다고!!
“네.......... 그렇군요. 그럼 할 수 없죠. 형수님이 오시면 더 좋을 텐데......... 연락처를 알려주시죠.”
재희는 그가 그녀의 동생을 만난다는 걸 썩 내켜하지 않는 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동생도 알고 보면, 꽤나 좋은 여자란 걸 그도 곧 알게 될 거라 믿고 싶었다.
“010-6577-**** 예요. 지금 전화하면 바로 받겠네요. 그럼 선생님 수고 좀 해주시구요. 다음에 집으로 놀러 오세요.”
“네.”
그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중압감에 재희의 친절한 끝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그녀를 골탕 먹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하늘이 유난이도 드높고 더 파래 보였다.
‘푸 하하하 유난희 나의 복수를 기다려라!!!!’
“여보세요. 최대한 선생님 진짜 당신이 다친 게 맞느냐고요!!”
그녀는 자신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있는 그를 향해 급기야 언성을 높였다. 그녀의 흥분한 목소리에 그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손으로 틀어막으며, 대답을 했다.
“미쳤어. 내가 애야. 학교 가다 넘어지게. 아무래도 당신이 날 찬 게 잘못 된 것 같아. 나 무척 아프니까 빨리 세브란스병원으로 와!”
그녀에게 겁을 주기 위해 약간의 강압적인 말투를 실어 전화를 끊어 버렸다.
딸깍!
“여 여보세요. 이것 봐요. 젠장. 왜 하필 나야. 왜 하필 당신이냐 구!! 아 정말 싫어 아아악!!!!”
그녀는 그의 일방적인 통화에 화가나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집을 나서야했다.
‘이게 말이 된다고 봐? 어제 그야말로 죽기 일보직전 까지 간 내가 고작 여자의 발길질 한번에 다쳤다고 엄살을 부리는 남자를 데리러 가야 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어서.’
규식이 꽁꽁 숨겨 논 오토바이를 찾아 아파트 단지를 돌아 다면서도 그녀는 속상함을 달랠 수 없었다. 작은 돌부리를 툴툴거리며, 차던 그녀의 시야에 규식의 애마 ‘바람이’가 들어 왔다. 그녀는 ‘바람이’의 무사한 모습에 기쁨을 느끼며, 서둘러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그녀석이 알면 정말 끝장날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제 바람이의 열쇠를 복사해 놓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급하게 헬멧을 머리위로 뒤집어썼다. 그녀는 ‘바람이’와 함께 바람처럼 그 웬 수 같은 최대한을 만나러 득달같이 달려 나갔다.
그는 그녀가 오기 전 가까스로 병원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미주를 자신이 집까지 데려다 주고 병원에서 그녀에게 조금 더 엄살을 부려 보는 것도 꽤 재미가 솔솔 할 것 같은 장난 같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정말 바쁘게 차를 몰아 급하다는 학교에는 미주를 핑계 삼아 그녀를 데려다 주고, 그가 복수를 계획한 유난희 그녀가 올 병원으로 급하게 돌아왔다.
‘아직 안온 모양이군. 크크 쿡~ 그러게 나한테 좀 잘하지. 이제 곧 골탕이 어떤 건지 제대로 느껴보라고. 흐흐흐’
그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간신히 누르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실성했어요?”
“악!”
“놀라기는........ 그만 가죠.”
그가 입을 벙긋거리며, 웃는 모습에 그녀는 그의 아픈 부위가 뇌라고 믿고 싶어 졌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를 오라, 가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는 웃음을 거두며, 놀란 눈으로 자시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사실 그가 그녀를 알아보는 데에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얇은 가죽 재킷을 걸친 그녀의 상체와 거의 찢어지다 시피 한 너덜너덜한 청바지를 걸친 그녀의 하체가 그의 커다란 두 눈을 제대로 자극하고 있었다.
“허, 거참 빨리도 왔네.”
“빨리 오라면서요. 그리고 이제 보니 아픈 것 같지도 않아 보이는데 당신 정말 다친 거 맞아요?”
그녀는 그의 아랫부분을 정말이지 노골적으로 바라보며,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병원입구에 서있던 몇몇의 사람들의 시선과 어우러져 그를 제대로 망신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젠장 할 당신 그 말투 때문에 내가 미치겠군.’
그녀는 병원입구로 시원스레 오토바이를 몰아 들어섰다. 그리고 그녀가 찾기도 전 그의 얼빠진 듯한 웃는 모습이 제대로 그녀의 시야에 단번에 잡혔다. 그녀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그의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싶었지만, 택시들로 붐비는 병원 앞으로 가기가 꺼려져 주저 없이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그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뭐야? 이 사람 아프다는 사람이 저렇게 멀쩡해 보이다니. 이제 보니 미친놈처럼 베 시시 웃는 게 실성이라도 한 모양이군. 아무튼 저 인간 만나고 나서부터 일이 제대로 되는 게 하도 없다니까.’
그는 그녀의 의심에 헛기침까지 하며, 열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그는 지금 그녀에게 들킬까봐 괜히 찔리니까 선수치고 싶어지는 건 애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가 더 이상 눈치 체기 전에 그녀를 골탕 먹이는 일은 일단 후퇴한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다. 만약 이 상황에 아프다는 사람이 운전이라도 한다면 더 의심을 할 게 뻔했다. 그래서 후퇴라는 명목아래 우선은 택시를 잡는 게 순서라 생각했다. 택시를 잡으려 든 그의 팔을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붙잡았다.
“왜요?”
그는 ‘왜요’라고 묻는 그녀에게 우선은 그녀에게 당당하게 큰소리부터 쳐야 했다.
“당신이야말로 뭘 그렇게 멀뚱히 서있는 건데? 집에 가려면 택시를 잡아야지”
“집이 어딘 데요?”
“등촌 동”
“우화~ 멀다. 그럼 여태 성남까지 뭐타고 다닌 거예요? 혹시 박봉에 차 살 돈이 없어서 지하철 타고 다닌 건 아닐 테고, 보아하니 꽤 부르주아처럼 생겨 구만,”
“거참, 나 차있어. 어제 당신이랑 사고 난 게 바로 내 차였잖아. 누가 당신처럼 내 것도 아닌 차를 타고 다닐 까봐. 그리고 아픈데 운전하는 사람 봤어? 어서 택시나 잡기나 해. 다. 리. 가 무척 아프니까!”
그는 일부러 다리라는 말을 강조하며, 그녀에게 예민하게 말했다.
‘쳇, 누가 뭐랬냐고요. 누군 남의 오토바이 타고 싶어서 탄줄 알아요. 그 오토바이 사려면 언니와 형부에게 얼마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
그의 신경질 적인 말투에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택시를 잡으라는 그의 말을 무시하며, 멀리도 그를 끌고 갔다. 주차장. 대낮에 병원주차장이 이렇게 음산해 보인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그녀는 계속 그를 끌고 가더니 급기야 8월의 땡볕아래 그를 방치해 두었다.
“자, 타세요.”
그는 어이가 없었다. 환자인 그를 택시로 모셔도 시원찮을 것인데, 그것도 모자라 엉덩이도 제대로 걸 칠대도 없어 보이는 오토바이에 타라니. 도대체 여기 이 불안해보이기만하는 물건 어디에 타라는 건지 그는 주위를 다시 둘러보며, 혹시 그녀가 그를 놀리는 건 아닌지 눈만 껌뻑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해요. 아프다면서요. 어서 타세요.”
“설마 나한테 여 여길 타란 말은 아니겠지?”
“네, 왜요? 겁나세요?”
그는 그녀의 초롱 한 눈빛을 보며, 기암을 하고 말았다. 여자가. 그것도 전과가 있는(어제 사고 당사자가 누구더라.) 여자가 자신더러 어제 사고현장에 있었던 오토바이에 타라고 말하고 있다니. 게다가 그녀가 그에게 ‘겁이 나냐 ‘고 물어 오는 통에 그의 등 뒤로 알게 모르게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야! 유난희 당신 뭐데 그런 소리를 해. 그리고 내가 고작 이따위 허접한 오토바이에 겁을 낼 것 같아! 난 다만,”
그의 말을 한자도 빼지 않고 듣고 있는 그녀를 보니 딱히 뭐라 변명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가 납득할 무언가는 물고 늘어져야 할 것 같은데.......
“다만 뭐요. 내가 볼 땐 내 허접한 오토바이를 무시하는 것 보다 당신자신이 더 겁먹은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은데요.”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녀는 점점 그를 비꼬며, 화나게 만들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비겁하지만 어제의 사고를 들먹거렸다.
“누 누가 겁을 먹었다고 그래! 난 다만 당신의 실력을 못 믿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이 오토바이의 임자는 당신 애인 아니었나? 그 어린친구 말이야. 내가 볼 땐 적어도 당신보다 한두 살 정도는 어려보이던데 오늘은 허락받고 타고나온 건가?”
“이봐요. 당신 누가 누구 애인이라는 거예요!”
그녀는 그의 말에 너무 화가 나서 그에게 삿대질 까지 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고약한 남자 같으니 남의 약점을 들춰내는 것도 모자라서 멋대로 헛소리나 지껄이다니,’
그는 그녀가 어린애인하는 그의 말에 펄쩍뛰며, 반박하는 모습이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더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다. 다만 그녀가 헬멧을 거칠게 그의 머리에 눌러 씌우며, 그를 오토바이에 밀착시키는 바람에 온몸에 소름이 났다는 것이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는 사실 오토바이를 탄다는 게 무척 겁이 났다. 어릴 적 이후론 4발 달린 물건만 섭렵해오던 그에게 두발 달린 오토바이나 자전거는 무서움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겁도 없는 그녀가 오토바이에 거칠게 밀어 붙이고 있다니. 정말 생각할수록 그녀의 행동에 화가 나고, 열이 났다. 그리고 자신의 뒤에 타라고 말하고 있다니.......
‘젠장! 내가 당신 뭐 믿고 이따위 허 접 한 걸 타야 하는데!’
그렇지만 그는 딱히 별다른 방도가 떠오르질 않아 머뭇머뭇 그녀의 등 뒤에 올라 타야했다. 그런 그에게 그녀가 마치 착한 학생에게 하듯 싱긋 웃어 주며, 오토바이를 출발시켰다. 오토바이의 커다란 굉음과 함께 그는 세상에서 제일 간절한 기도로 자신이 무사하길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제발 무사히 달려 다오 바람아!’
“꽉 잡아요. 이렇게.”
“헉! 뭐라고? 너무 빨라! 천천히 좀 갈 수 없어?”
신나게 앞서 나가는 오토바이 그리고 자신의 등 뒤에서 무서움에 벌벌 떠는 그의 비명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질이는 느낌은 과히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남자들 보다 겁이 없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오토바이를 타지는 않는 다. 물론 가끔 씩 가다 ‘바람이’를 통해 쾌감을 얻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어떻게 통제할 수 없는 열정으로 마구 속도를 내곤했다. 그래서 지금 또다시 솟아오르는 주체할 수 없는 기분에 속도를 내고 말았다. 그녀의 뒤에 위태로이 매달려 있는 그를 생각하지도 않은 채 가속을 더했다.
“유 후! 어때요. 타보니까 생각보다 기분이 좋죠?”
그녀가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오토바이가 그녀의 기분에 더욱 탄력을 받아 가속을 낼수록 그의 정신은 몽롱 그 자체였다.
‘뭐? 뭐라고? 기분이 좋아? 우 욱! 이런 젠장, 젠장. 속도 좀 제발 줄여 어.......!!! '
그녀는 지금 20분 째 그의 등을 두드려주고 있다. 그의 남자답고 널찍한 등을 두들겨 주면서 그녀는 그를 불쌍하게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를 향해 그가 더 이상 올릴 것도 없다는 듯 그녀의 손을 꽤나 신경질 적으로 치워버렸다.
‘내참, 기껏 더러운 것도 참아 가며, 등 두드려 줬더니만, 뭐야 저 태도는....... 하 기 사 처음 봤을 때부터 내가 알아 봤지. 저 쫌 팽이.’
“자, 이거라도 마셔요.”
언제 사 놓았는지 기억조차 없는 음료수를 ‘바람이’의 의자 밑에서 꺼내 그에게 건 내 주었다. 그녀가 보기에 아무래도 그의 입안이 꽤나 텁텁할 것 같은 느낌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 그에게 선심 쓰듯 오래된 음료수를 건 내 주었다. 그도 입안을 헹구고 싶은 간절함에 그녀가 내민 음료수를 아무생각 없이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런데.......
“컥! 윽~ 이거 대체 뭐야? 윽! 우 욱! 맛이 왜 이래!?”
그녀는 기껏 그를 생각해서 음료수를 주었더니 또다시 날아든 그의 불평가득한 음성에 이맛살을 찡그렸다.
‘도대체 또 뭐가 불만이람.’
그녀는 그가 내민 음료수를 다시 건 내 받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날짜를 찾아보았다. [2004년 10월까지]란 표기가 너무나도 명확하게 그녀의 눈에 박혔다.
‘그러니까 오늘이 2005년 8월이니까........ 헉!’
저 불만 가득한 그에게 유통기안을 훨씬 넘긴 음료수를 주었다니, 그가 지금 그녀가 본 음료수의 날짜를 보았다면 아마도 그녀를 죽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며, 그가 볼세라 유통기한이 훨씬 지난 음료수 캔을 아무렇게나 건너편 도로로 휙~ 집어 던졌다.
“이봐, 당신 도대체 학교에서 뭘 배운 거야. 쓰레기를 함부로 버 버리다니. 우 우 욱!!!!!”
그녀가 음료수 캔을 아무렇게나 집어 던진걸 가지고, 그녀를 마구 나무라던 그는 결국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몸속의 모든 것을 또다시 밖으로 배출시키는데 사력을 다했다. 결국 기진맥진 탈진한 그가 그녀에게 남긴 한마디는 그녀의 오토바이에 두 번 다시 타지 않겠다는 말을 남긴 체 그가 그토록 원하던 대로 택시를 타고,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하!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기껏 자는 사람 불러내서 한다는 소리하고는 그러고 보니 정말 아픈 것 같지도 안 네. 아무튼 음료수 먹은 거나 별 탈 없어야 하는데........”
그녀는 저 멀리 택시를 타고 사라지는 그를 생각하며, 유유히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왔다.
“바람아 오늘도 수고 많았다. 무식한 선생 태워서 조금 미안했고,”
“뭐? 누굴 태워?”
“학! 깜짝이야! 너?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어느새 규식이 그녀의 등 뒤에서 소리도 없이 나타나자 그녀는 너무 놀라 3단지 계단 옆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평소에 ‘남자느낌’ 근처에도 못 가는 어린 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던 그가 오늘따라 그녀보다 한 치는 더 커 보이는 게 영 꺼림직 했다.
“나야 쭉 여기에 있었지. ‘바람이’가 실종된 그 시간부터 쭈~ 욱!”
그는 ‘바람이’를 함부로 타지 말라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멋대로 타고 나간 그녀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녀는 그런 규식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바지를 털며, 일어났다. 웬 일인지 자꾸만 저 녀석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는 게 정말 불쾌했다.
“미안하다. 정말 말하려고 했는데....... 오늘 좀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내놔.”
“뭐? 뭘?”
그가 갑자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차갑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녀는 그에게 무얼 주어야 하는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며, 그의 눈만 멍하게 바라보았다.
“알잖아 바람이 열쇠. 분명히 여기 내가 가지고 있는데 어째서 네가 내 ‘바람이’를 탈수 있는 거지?”
그녀의 앞에 ‘바람이’의 원조 열쇠를 흔들어 보이는 그가 이제는 그녀의 숨통을 조이려했다. 오늘 부로 잘못하면 영영 ‘바람이’를 볼 수 없는 상황에 그녀는 가슴이 답답해 져버렸다.
‘오 안돼. 이것만은 미안하다 바람아 어제 그 일만 아니었어도. 네 주인이 이렇게 화가 나지 않았을 텐데.......’
그녀가 어떻게 하면 열쇠를 주지 않고 무사히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고민을 하던 차에 그가 더 큰소리로 그녀에게 열쇠를 요구했다.
“어서 내놔. 잔꾀 부리지 말고!!”
그녀는 그의 태도가 어제부터 달라졌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 녀석의 말본 세는 가만히 참고 듣고 있던 그녀를 너무나도 기분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
“야! 잔꾀라니 여기 있다. 치사한 놈. 그래 너나 바람이 실컷 타고 놀아라. 아휴~ 유치해”
그의 성화에 못이긴 그녀가 그에게 화를 내며 열쇠를 집어 던졌다. 그는 그녀가 던진 열쇠를 재빨리 받아서 자신의 주머니 속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화가 난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다시 한번 무섭게 말했다.
“어디 갔었어. 또 그놈 만난 거야?”
“뭐라고? 그 놈? 누구? 아야, 이것 좀 놓고 이야기하자”
“그 선생인지 뭔지 하는 작자 말이야!”
언제부터 선생님이 그에게 ‘선생인지 뭔지 하는 작자’로 변한건지 규식의 버릇없는 말투에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어? 뭐? 그래 만났다. 왜!”
그녀가 화 낌에 그의 손에서 자신의 팔을 빼내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뭔가 캥 기는 것도 없는데 저 녀석이 무섭게 노려보는 눈이 그녀를 한 치의 거짓말도 못하게 만들었다.
“유난희 내가 어제 말했지. 우리 바람이랑 그놈 만나지 말라고! 그새 내말 잊어 먹은 거야!”
그녀가 어제 그만큼 말했건만, 또 다시 되 돌 임 표처럼 시작되는 그의 사랑 놀음에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내가 못살아 이놈을 그냥 콱! 이 어린놈을 어떻게 해야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는지.
“크 큭 이놈이 너 드라마 많이 봤구나. 흐흠 꽤나 멋지게 말하는 폼이 그 뭐냐 ‘강동원’ 같다 그래 ‘강동원’ 같아. 왜 이왕 내친 김에 ‘누나 사랑해. 넌 내 여자니까~ 너는 내 여자니까~’라고 말해 보지 그러냐? 풋 하하하 하하”
그는 배를 잡고 웃고 있는 그녀에게 매우 화가 났다. 그녀가 위험한 오토바이를 그에게 배우지만 안았어도 지금처럼 겁 없이 함부로 ‘바람이’를 타고 다니지는 않을 것을 그녀는 그런 규식의 마음도 모르고, 지금 그녀를 좋아하는 그를 비웃고 있었다. 게다가 그 위험한 오토바이에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남자를 태우고 돌아다니다니 정말 속상했다.
“유난희 그만해! 나 너랑 장난치고 싶지 않으니까.”
그는 지금 화가 너무 많이 나서 더 이상 그녀와 마주서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가 그녀를 볼 때 남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이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알고 있던 순진한 여자가 아닌 세상을 제 멋대로 살아가는 겁 없는 그녀였다. 오래전 그날 그가 처음 그녀에게 가졌던 안도라는 기분에서 지금의 불안한 심정이 그를 힘들게 만들었다.
‘넌 모르지 내가 너에게 이렇게 가까이 가기까지 너무도 소중한 시간들이었다는 걸.......’
---------------------------
소중한 시간이 흐름니다.
내일도 모레도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매일 매일 화이팅 하십시요.!!
이상 마음만 앞서 나가는 아랑이었습니다.
제가 말했죠...
리플, 추천 없이 그냥 눈팅만 하심 미오할꼬야........ ^^~~~~~~~~~
님들 편안한 하루 되세요....... 행복스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