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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님(桓雄)의 구슬 - 49

내글[影舞] |2005.08.23 13:08
조회 306 |추천 0

한님(桓雄)의 구슬 - 49   - 내글[影舞]

 

 

- 그렇다면, 저자도….

“아, 잘 먹었다! 노인장, 여기 얼마요?”

- 뭐하나? 빨리 내보내라!

“예, 닷 푼이요?”

“와, 싸네요! 여기 있습니다.”

정민의 손바닥에는 한 냥짜리 금원보가 놓여있었다. 노인은 물론 객잔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 이렇게 큰돈을…! 거, 거스름돈이 없습니다. 첫손님이니 돈은 받지 않겠으니 그냥 가시오!”

노인은 지금 자신의 앞에 서있는 잘생긴 젊은이를 살리고 싶었다. 사일 전, 손님이 별로 없는 이 객잔에 갑자기 들이 닥친 이들은 모두 서른 명이었다. 처음에 다섯 명이 먼저 찾아왔었다. 이들은 오자마자 은자 오십 량을 꺼내놓고 객잔 전체를 오 일간 빌려달라고 했다. 오십 량이면 사흘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하는 손님을 받아서 버는 돈을 쓰지 않고 육 개월 이상 모아야 만질 수 있는 거금이었다. 불안 했지만 곧 태어날 손자와 둘째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가야 하기 때문에 욕심을 부렸다.

그 후로 한두 명씩 불어나더니 그제 낮까지 삼십 명으로 불어났다가 다시 이십 명으로 줄었다. 그젯밤 일부가 복면을 쓰고 사라졌는데 그걸 큰아들이 우연히 목격하면서 일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다짜고짜 첩자라며 죄 없는 큰아들을 결박하고 신분을 밝히라는 닦달과 함께 잔혹한 고문을 가했다.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보통사람에게 가한 것은 내공이 있는 자도 버티기 힘든 가혹한 수법이었다. 그의 큰아들은 그들이 손을 쓰자 단 일각도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몸을 뒤틀다가 피를 토하며 숨을 거두었다. 그것을 본 만삭의 며느리도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뱃속의 아기와 함께 생을 마감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기혈이 뒤틀렸다고 했다. 그들은 피곤하게 됐다는 말로 큰아들 부부의 죽음을 표현했고, 뒤뜰에 구덩이를 파고 묻었다.

노인은 죽은 아들부부를 위한 구덩이를 작은 아들과 파면서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 화가 났지만 그들을 벌할 방법이 없었다. 그저 남은 작은아들의 목숨이라도 구해야 했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기 보단 그들이 시키는 대로 구덩이를 파야했다. 그러나 지금은 저들이 남은 식구를 살려 두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길 건너 이지방의 토호인 엄상의 집에서 있었던 딸의 혼인잔치를 지켜보며 그들이 나누었던 말을 들었다. 혼인을 막지 못했으니 내일 돌아가는 길목에서 저들을 끝내야 되겠다는 말을 했다, 그것도 자신이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 큰소리로.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에 빠졌다. 그들이 이곳을 떠날 땐 더 이상 이곳은 삼 대째 내려온 하 씨의 집이 아니고 폐가로 남거나 이집을 노리던 양가 놈의 소유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 젊은이가 왔고, 자신이 만든 마지막 음식을 먹어 주었다. 그래서 그만은 살아 나가기를 바랐다. 누군가가 자신의 마지막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덜 억울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젊은이는 금덩이를 내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사람을 죽여 놓고 그의 가족에게 묻을 구덩이를 파게하면서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잔혹한 놈들 앞에서.

“너무나 맛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돈을 받으시지요!”

“됐다고 하지 않았소!”

노인은 버럭 화를 냈다. 하지만 정민은 노인을 향해 씽긋 웃어주었다.

“거스름돈은 걱정 마십시오. 이곳의 수리비로 쓰시면 됩니다.”

“무, 무슨 말을 하…!”

“왜냐하면, 제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입맛을 떨어지게 하는 놈들께서 이곳을 걸어 나가게 할 생각이 없거든요.”

그리고 시작된 정민의 푸닥거리는 불과 십분도 안돼서 끝이 났다. 객잔 여기저기에는 정민에게 정신없이 두들겨 맞은 자들이 내는 신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정민의 말대로 객잔의 내부의 이곳저곳에는 부서진 탁자와 의자들이 널려져 있었고 온전한 문은 하나도 없어 수리하려면 만만치 않은 돈이 들듯했다.

키만 컸지 유약한 서생으로 보였던 자가 불과 일 각도 안 되는 시간에 저지른 일을 손 한번 쓰지 못하고 멍하니 지켜본 무림맹의 남궁청은 기가 막혀 말이 않나왔다. 멍하니 보기만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멍하니 지켜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제일먼저 옆에 있던 황보숭과 함께 마혈을 제압당하는 바람에 부하들이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고 있는 걸 지켜봐야만했다.

“너, 너는 혹시 엄추의 사주를 받고 온자냐?”

“엄추가 누군데? 난, 그런 사람은 모르겠고, 아까도 말했듯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의 입맛을 떨어뜨리는 자들을 패주는 사람이다.”

“찢어 죽일 놈, 감히 우리가 누구인줄 아느냐?”

“알아!” 

정민의 대답은 간단명료하게 딱 부러졌다. 황보숭은 어이가 없었지만 어떻게 하던지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야했다. 궁색한 처지일수록 강하게 나가는 것이 효과를 볼 수도 있기에 강하게 나갔다. 하지만 상대는 이 세상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한마디로 무식해서 겁날게 없는 미래에서 온 정민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황보숭도 역시 그를 몰랐기 때문에 용감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감히…!”

“이렇게 할 수 있냐고? 너희는 아까 말했듯 맛있는 음식을 을 먹는데 입맛을 떨어뜨리는 놈들 아니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니들처럼 쥐꼬리만 한 실력만 믿고 폼 잡고앉아서 밥맛 떨어지게 하는 놈들이거든!”

“…!” 

어이가 없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황보숭은 입을 다물었다. 경험상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기의 일만을 실행할 뿐 그 밖의 것은 신경 쓰지 않는, 한 마디로 말이 통하지 않는 자라는 걸 깨닫고 그냥 묵묵히 있는 것이 났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남궁청 역시 그냥 입을 다물고 정민의 하는 양을 지켜보기로 했다.

“저, 대, 대협!”

‘나도 책에서만 읽었던 협행이라는 것을 하는 건가! 에이 낮 간지럽다, 협행은 무슨 협행. 정신 차려 이친구야!’

“예, 왜 그러십니까? 참, 난 대협이 아닙니다. 그렇게 부르지 마십시오.”

정민은 대협이란 소리를 듣자 괜히 낮이 달아올랐다. 부담스런 호칭은 절대 사양하고픈 정민이었다.

“하여간 고맙소이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떠나시오!”

“예에?” 

노인은 정민에게 급히 떠나라는 말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언제 들이 닥칠지 모르는 저들의 일행이 걱정되었기 때문에 은인이 한시라도 빨리 떠나길 바랐던 것이다.

“저들에게 다른 일행이 있소. 분명 그들이 돌아오면 해코지를 하려할 거요. 그러니 이쯤에서 빨리 피하시오.”

“그럼 노인장은 어찌 하시렵니까?”

“나야 이미 죽은 목숨이오. 그리고 큰아들내외와 뱃속의 손자도 이미 저들의 손에 죽었으니, 그 원수를 갚고 이곳에서 그들을 기다릴 거요.”

“예에, 아드님을 이놈들이 죽였다고요?”

생각지도 않은 소리를 듣게 된 정민은 놀랐다. 그보다 자기의 일이 아닌 듯 저들이 아들내외와 손자를 죽였다고 말하는 노인의 침착한 목소리에 더 놀랐다. 아니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그건, 실수였소!”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남궁청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이대로 있다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무림맹의 순찰이 저 별 볼일 없는 시골 늙은이의 말 한마디에 꼼짝없이 죽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지금까지 지켜보며 침착함을 일지 않았던 노인의 눈에서 불이 났다. 그리고 마혈이 제압당해 꼼짝 못하고 있는 남궁청의 멱살을 틀어쥐고는 사정없이 따귀를 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무공을 익히지 않은 보통사람의 손이었지만 한이 맺힌 손은 매서웠다.

- 짝, 짝!

결국 이십 여대를 맞게 되자 얼굴이 붉어지고, 입안이 터져 입가에 피가 흘렀다. 하지만 누구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말릴 수 없다는 것이 맞다.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부하들은 자신의 몸이 더 아픈데 남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있을 리 없었고, 옆에 있는 황보숭은 자신이 직접 노인의 아들을 고문을 하다 죽였기 때문에 어떤 불똥이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민은 노인의 맺힌 한을 생각하여 아예 말릴 생각을 안했다. 노인의 아들내외를 죽였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몇 대, 아니 죽지 않을 만큼 패주지 않은 것에 후회를 하고 있었다.

“아프냐?” 

“…!” 

남궁청은 풀칠이라도 한 듯이 입을 굳게 다물고 말을 못했다.

“아프겠지! 그런데 내가 널 때린 건 실수였어.”

노인은 남궁청의 어이없어하는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그의 옆에 놓여있던 검을 집어 들었다. 검집에서 빠져나온 검에서는 예리하게 벼려져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움츠려들게 하는 섬뜩한 빛을 뿌렸다. 남궁가라는 검의 명가답게 값이 꽤나 나갈 것으로 보이는 칼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던 노인은 혹시나 하며 긴장하고 있는 남궁청 대신 그 옆에 앉아 애써 노인을 외면하고 있는 황보숭의 가슴을 다짜고짜 찌르려했다.

“자, 잠깐!”

“으윽!” 

정민은 생각지도 않은 돌발 행동에 노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황보숭의 옆구리에 칼이 박혔다. 급소를 비껴가긴 했지만 그 고통은 황보숭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정민의 의도도 숨어있었다. 아무리 돌발적인 행동이라고 해도 정민이 막지 못할 정도로 빠른 움직임은 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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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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