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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희망은 한글자 차이라지요...

패가망신 |2005.09.04 14:32
조회 67 |추천 0

세상사람 모두가 나를향해 비난의 소릴 퍼붓는다 해도 나 스스로

떳떳할수 있다면, 그 힘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살아갈수 있다고 믿었었습니다.

하지만 정당하지 못했던 행동으로 인해 가만히 멍하게 앉아서 한곳만

응시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니 저도 어쩔수 없는 놈인가 봅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

 

끊임없이 반문해 보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는 것이...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이제사 처음으로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와 버렸다는

생각이 드네요...

 

꿈많던 20대 중반에 한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집안이 좋은것도 아니고 학벌이 좋은것도 아니었고요, 막 졸업했으니 마땅한

경력도 없는 말 그대로 아르바이트 경력만 10년인 사회 초년생이었지요..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경기가 기울면서

회사사정도 어려워졌지만, 불행중 다행인지 업무적으로는 인정을 받아

그 전보다 훨씬 더 나은 대우를 받게 되었고요...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것이 화근이

었을수도 있었으리라 생각이드네요....그래서인지 정말 더 열심히 뛰었습니다.

같은 또래분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한없이 부족한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모든것을 주기 마련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죠..정말 일에 미쳤다는

소릴 들을 정도로 맹목적으로 충성했습니다. 그렇다고 간신처럼 매달린건 아니고요..

'남일을 남일처럼 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주관덕분에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업무스타일

을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지요..

젊음을 과신한 벌이었나 봅니다. 터무니없는 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때 그만 두었어야

했는데...곧 집안에 행사가 있는터라 백수 된 모습으로 치룰수는 없었고..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자리가 허망하게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말도 안되는 오기가 생기

더라고요...치료 잘 받고 업무스케줄을 조정하면 되겠지 생각했었습니다.

 

인생에도 성장기가 있으면 쇠퇴기가 있는 법인지, 그동안 상승세 잘 탔으니 이제고마

내려가라는 신호가 오더군요...이제고마 좋아질때도 된것 같은데 병세는 점점더 안좋게

진행되었습니다. 이 악물고 버티다버티다 진급하는날 병원에 입원하게 됐죠..

 

꽤 오랬동안 있었습니다.

처음엔 참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그렇게 생각하자고...

어디 조용한데 가서 쉬는게 좋을것 같다고...

 

종합병원으로 옮긴지 한달만에 거기서도 같은 소릴 들었습니다.

 

이제 그만해도 되는데...충분히 지난날 반성하고 착하게 살수있으니까 이제 그만해도

될텐데...남자가 이런말 하는거 참 창피한 일이지만...그때 참 많이 울었던것 같습니다.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누구나 하는 생각이겠지요..왜 나한테 이런일이 생기나..

지난날을 되돌아 보면서 누구한테 원한 살만한 일을 했던건 아닌지...

무심하게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꺾어오진 않았는지 돌이켜

보게 되지요..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고, 장가도 못가봤고..남들 다하는 불같은 연애도 못해봤고..

그동안 원망만 하던 가족들한테 사랑한다는 말한마디 제대로 못해줬는데...

나 없으면 우리가족들 누굴 의지하고 사나...어느새 노인네가 되버린 아버지를보며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하도 울다보면 눈물이 마른다는게 아마도 맞는것 같습니다.

나중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더이상 후회해서 달라지는것은 없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절박해 지더군요..

난생처음 가족들과 진심으로 대화하기 시작했고, 가끔은 다른집들처럼 외식도 하고

그동안 연락못했던 친구들한테 안부전화도 하고..생각만 해오던 봉사활동도 나가보고..

착하게 살면, 그렇게 마음 먹으면 누군가 내편이 되어 좋은일이 생길것도 같았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가장 좋다는 병원으로 전원해서 다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임상경험이 많은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서인지 솜씨가 좋아서인지, 모든 치료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조심스럽게 수술을 시도해보자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때로 부터 벌써 3개월정도가 되어가네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걸 보면..아마도 잘 살아있는것 같습니다.

그동안 일하면서 잘 못챙겨 먹던밥 하루 네끼씩 꼬박꼬박 잘 먹고 있고요,

그동안 못잔 잠...조금이라도 졸릴라 치면 바로 이불깔고 자고 있고요..

길을 가다가도 전에 못해봤던거 있으면 해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나중에 정말 최악의 상황이 오게되면 최소한 이런 사소한 것때문에 후회하는일은

없게 만들려고요..다른건 괘안은데, 근데 하나..연애는 쉽게 안되네요...이건 혼자하는게 아니라..

모든 병이라는게 치료도 중요하지만 재발하지 않게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보니 전에 하던것처럼

만 안하고 현재까지는 잘 해오고 있습니다.

 

이제 이 글을 쓰게 된 사건에 대한 얘기를 해야 겠네요..

 

입원하면서 그동안 밀린 급여와 퇴직금을 계산해보니 1년치 연봉에 조금 못미치더군요..

예전엔 일하면서 배운게 많아서 오히려 내가 돈주고 일해야 된다고 우스개 소리도 한적이 있는

것 같은데..상황이 막상 이렇게 되다보니..그 생각 자체가 쏘옥 들어가더군요..

그동안 생활비로 충당해온 돈이나 어느새 천문학적으로 불어나 버린 병원비..오히려 퇴원해서가

더 문제였죠..나가면 잘 사는게 아니라 오히려 굶어 죽겠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회사사정이 어려운건 알고 있었지만 수술실에서 나와서 비몽사몽 계좌확인을 해보니

잔액이 영원이더군요..이제 그런것 쯤은 초월할때도 됐는데 사람마음이라는게 그렇질 않더군요..

퇴원해서 몸도 추스리기 전에 저와같은 사정에 있는 동료들과 협의해서 회사와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 사정이 가장 다급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나서면 회사측에서도 무시하진 않을것이라는

가정에서였죠..그것이 첫번째 실수였습니다. 가만히 감나무에서 감떨어질때까지 기다리다가

삐쩍꼴아 그냥 죽었어야 했는데..

협상에 반드시 응할것이라 여겼는데, 예상보다 사정이 더 안좋더군요...

밀고 땡기기도 여러번...예전에 입사할때부터 친동생처럼 아껴주시던 분의 도움이었는지

회사관계자로부터 병원비로 쓰라며 개인적으로 일부를 지급해주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그 짧은 순간에 내린 결정이 제 두번째 실수였습니다.

제 자신도 참 못된 놈인것이 그래도 협상의 선봉장격이었고 절대 개인적인 접촉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까지 받았던 제가 오랜시간도 아닌 짧은 시간의 복잡한 계산끝에 오케이 사인을

해버렸습니다. 비밀을 지켜주겠다던 약속과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현명하게 합리적으로 판단해왔다고 생각해왔던 저 자신이었지만 그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나중에 사람들이 알게되도 내 사정을 이해해주지 않을까

하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이 너무 깊이 작용했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병원비에도 못미치는 헐값에 제 양심을 팔아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함구해버렸습니다.

그게 제가 저지른 세번째 실수입니다. 영원한 비밀은 없는법, 오랜시간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동료들에게 그 사실을 밝히고 질책을 받는편이 훨씬 나았었는데 나름대로 제생각에 배려해주신

그분과의 신의를 지켜드리는게 내가 할 도리라고 단정해버리고 동료들을 배신한 행위가 용서받지

못할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본인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그건 저 만이 아닌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진리였던 것이죠..

영원히 묻혀있길 바랬던..어리석었던 사실이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버린 지금..

전 많은것을 잃고 또한 많은것을 얻었습니다. 그중에는 꼭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오늘 굳이 재미도 없는 이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것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예전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요..

하지만 누구나 자기 인생이 소중하듯, 저 자신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술대에 누워서 홀로 씩씩하게 수술장으로 들어갈때, 결심한게 있거든요...

이제는 예전의 튼튼한 몸도, 돈도, 좋은 자리도, 친구같던 동료들도, 힘이 되어줄 가족애도 모두 잃고

없지만 내 인생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에 내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잘 살아갈겁니다. 이글을쓰고 난 뒤.. 그동안의 일들은 잊어버리겠습니다.

지난날을 후회하고 반성하고, 자학해보아도 바뀌는 것은 없으니까요..그저 그런 절박한 마음만 안고

더 열심히 사는것으로 그  죄를 씻겠습니다. 그런다고 얼마나 씻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그랬듯 제 나름의 삶의 방식으로 씻어나가겠습니다.

 

이글을 잃는 같은 시대를 풍미해온 20대 여러분...

사람은 누구나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순간에 직면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늘에 우러러 부끄러울 결정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만약 벌써 해버렸다면 그것으로 더이상 자신을 괴롭히진 마십시오.

세상 살면서 큰 실수 한번 했다고 정말 큰일이 일어나진 않습니다. 적어도 숨쉬고는 살아있겠죠..

큰일을 겪고나면 큰 것을 잃지만, 더 작은 많은것들을 얻기도 하니까요..

자기자신을 두번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와같은 상황에 직면해 계신 분이 계시다면...

왠만하면 그냥 굶어 돌아가십시오...그 얼마나 대대로 길이남을 아름다운 결말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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