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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바람 피우기는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전망 |2005.09.12 12:01
조회 1,372 |추천 0

 

 
아! 바람 피우기는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나는 불량주부이다. 남들 잘 하는 남편 내조하여 출세 시키기는 커녕 밥도 제대로 못해 줘 남편은 처갓집에 가면 친정어머니께 밥을 못 얻어 먹어 몸이 부어 자꾸 뚱해진다고 항의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아이들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 공부를 잘 하게 하지도 못하고 그런 내가 가끔은 평소 내가 가는 길이 아닌 엉뚱한 행동을 하는데 바로 그제 어제가 그런 날로 몇칠전 남편은 토요일 친구부부가 고향에 다니러 온다고 했으며 그건 우리 집의 연중행사 중 하나로 추석전 벌초기간에 꼭 우리집으로 와서 1박을 하고 갔기 때문이다.   나는 하룻밤을 주무시고 갈 손님 맞이를 위하여 평소 잘 않았던 집안 구석구석 대청소는 물론 침구셑을 깨끗이 빨아 말리고 시장에 가서 싱싱한 조기며 이 지방 사람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콩잎양념장무침 등을 사서 냉장고에 보관하고..   그리고 백화점에 가서 우리집 식탁에 어울리는 예쁜 그릇도 사서 씻어 놓았는데 토요일 남편은 서울친구와 가까이 사는 친구와 함께 고성 앞바다에 낚시를 간다길래 나는.. 저녁 식사는 내가 준비를 할테니 돌아오는 길에 싱싱한 회를 사서 오라고 했다.   점심을 먹고 나는 손님들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주제는 '바다'로 주로 바다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해산물인 조갯살과 새우를 넣고 미역국을 끓이고 조기를 굽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정구지 잡채를 만들어 놓고 조신하게 기다리는데 남편과 손님들 단체로 연락이 없다.   저녁 7시 경에 남편에게 전화를.. "저녁시간이 됐는데 왜 안와요?" "낚시가 너무 잘 되어 아직 배에서 낚시하는데 저녁 준비는 하지마라 회쳐서 먹고 갈께.."   그렇게 보기좋게 나는 손님보다 먼저 바람을 맞고 아이들과 놀고 있었더니 밤 11시쯤 남편과 손님 일행들이 집으로 와 인사를 나누고 여자들은 식탁에서 엘레강스하게 남자들은 거실 좌탁에 둘러앉아 낚시하며 즐거웠던 얘기를 용용 죽겠지라는 식으로 하는데 나는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가을볕에 얼굴 타는 것도 싫고 낚시를 던져놓고 아까운 시간을 보내는 그 마음도 이해가 어려워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돈을 준다해도 정말 싫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마음 맞는 사람끼리 끝없이 얘기를 나누는 것인데 우리집으로 온 손님들이 바로 그런 분들..   우리는 손님들과 과일 차를 앞에 놓고 날밤을 꼬빡 세우며 새벽 5시까지 놀다 기분좋게 잠이 들었다. 어제는 늦은 아침을 먹고 오후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 파라다이스라는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나는 웨이트에게 올드팝을 부탁했다.   레스토랑에서 여기 분위기 어떠냐고 물었더니 합창으로.. "구뜨~"라길래 나는 기다렸다는듯이 "나를 만난 것은 당신들의 복"이라고 생색을 내었더니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렇게 분위기가 화기애애 익어가며 해질무렵 손님들을 고속버스 터미널에 배웅을 하고 났더니 손님접대에 긴장했던 마음이 풀렸어인지 아니면 어젯밤 날밤을 세워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불량주부에서 잠시 바람을 피워서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 차 안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불량주부인 내가 평소 않던 모범된 주부가 되는 바람을 피운 탓인지 피곤이 몰려와서 거실 소파에 누웠더니 또 잠이 쏟아졌는데 아! 바람 피우기는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원래대로 불량주부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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