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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7화> 액션 스타트

바다의기억 |2005.09.19 02:39
조회 10,197 |추천 0

즐거운 추석입니다.

 

토`일요일을 끼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아프긴 하지만

 

어찌됐건 내일까지 휴일이라는 건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월화수였으면 와딴데.... ========================

?? = 기억아, 자전거 탈 줄 아니?


기억 = 당연하죠.


?? = 그럼 같이 자전거 타러 갈까?


기억 = 아...아니요.


?? = 왜?


기억 = ......


?? = .... 너, 사실은 자전거 못 타는 구나?


기억 = 탈 줄 알아요!


?? = .... 정말?


기억 = .........


?? 

=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도 돼.


처음부터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


하나씩 알아 가면 그걸로 된 거야.




그 사람은... 그렇게 내 약한 부분을 파고 들어와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한 순간, 잔인하게 그 뿌리를 뽑았다.


그 뿌리가 박혀있던 마음까지 통째로.


웃음도, 울음도, 기쁨도, 사랑도....



그리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오늘


그 텅 빈 황무지에


다시 싹이 돋기 시작했다.


일편단심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의 싹이.




연극 D-15


난 그녀와의 특훈 덕분에


대부분의 장면을 NG없이 커버할 수 있게 되었다.



연습이 한창인 연극부 연습실.


의자에 앉아 있는 내 옆으로


박군이 다가와 섰다.



기억 - ..... 아그야.


박군 - 네, 형님.


기억 - 나랑 철수 그 새끼 중에 누가 더 잘났냐.


박군 - 당연히 형님이 더 잘나셨습니다. 형님.


기억 - 내가 그 쓰레기한테 꿇릴만한 게 있냐.


박군 - 없습니다. 형님.


기억 - ..... 찾아 와.


박군 - ....예?


기억 - 알아오라고, 나한테 부족한 게 뭔지.


박군 - 아유,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형님.


기억 

- 뭐 하나라도 있으니까 선희 그 계집이


그 쓰레기를 못 잊는 거 아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당장이라도 발길질을 해댈 듯한 나의 기세에


박군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연출 - 컷! 거기까지!


민아 - It's so great!



연출의 오케이 사인이 나오자


박수를 치며 격려의 말을 해주는 그녀.



나를 위한 배려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연습 때 있었던 내 행동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았고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태도로 나를 대해주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


나는 아직 서툴고 부족하니까.



연출

- 업자 저거... 요 며칠 사이에


눈깔이 더 무서워지고


말투가 더 딱딱해지고


싸가지는 극단적으로 고갈되어 버린 게


어디 파이낸스가서 내공 쌓고 온 거 아냐?


실전필이 팍팍 나는데?



김군 - 저 놈이 저거 날 죽이려고....


연출 - 김군 넌 다음 장면 준비나 해. 민아도 레디!



그렇게 칭찬 아닌 칭찬을 들으며


민아와 김군 그룹에게 바톤을 넘기고


연습실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자


잠잠하던 심장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뛰어댔다.



아찔한 순간을 어영부영 무사히 넘긴 뒤


한 템포 늦게 밀려오는 이 긴박감.


내가 아직 미숙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사실 난 아직도


내가 무대에 서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게


막연하기만 하고 실감이 가지 않는다.


수능 치기 전 날 수험생의 기분이라고나 할지...


그 때 그 때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게 잘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괜히 마음만 뒤숭숭해지는 것 같아


난 다시 대본을 집어 들고


대사 중간 중간에 표시해 놓은


액션 포인트들을 체크해 나갔다.



=스무~쓰하게 칼날을 핥는 듯한 인상으로


=겁에 질린 눈알을 낼름 핥는 듯한 인상으로


=언제든 따귀를 때릴 듯한 어깨 놀림으로 포인트 강조.


=얼굴을 만질 땐 갑자기 눈을 찌를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며.



모든 사금융계의 모범이 될 듯한 주옥같은 문장들.


내가 생각해도 하나같이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어디, 성과를 한 번 볼까.



김군 - 선희야... 우리 도망치자. 응?


민아 - .... 어디로요?


김군 - 몰라, 그냥.. 그냥 도망치자. 나 너무 힘들다...



초췌한 얼굴로 힘들게 대사를 이어가는 김군을 보며


내심 뿌듯한 기분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렇게 거울 근처에 앉아


김군의 피를 더욱 바싹 말릴만한


모션과 표정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중


회계가 다른 부원 몇몇과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회계 - 소품 도착!!



회계가 가져온 상자들엔


연극에 쓸 소도구들과 의상 몇 벌이 담겨 있었다.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회계의 부모님이 엔터테인먼트 계통에서


제법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업가인 덕에


여러 극단이나 업체에서


헐값에 소품들을 빌려 오고 있다고 한다.



박군 - 오~ 이게 그 각목이야?


어깨 - 진짜 리얼하게 생겼네.


덩치 - 이제부터 이거 연습하는 거야?



박군 일당은 소도구 함에 담겨있는 모형각목들을 꺼내보더니


김군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 순간 뭔가 불안한 기운을 감지한 김군은


재빨리 눈치를 살피더니 벗어놨던 잠바를 가져다 입었다.



연출 

- 자, 이제 소품도 왔고 대본도 거의 다 외웠으니까


실제 모션을 다 해가면서 연습을 해보자.


음... 14페이지에 철수가 부둣가에서 맞는 장면부터 해 볼까?



김군 - 자, 잠깐.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연출 - 글쎄.


김군 - ....... 실험 한 번 해보고 하죠.


연출 - 그래, 그럼 우선 한 대 맞아봐라.


김군 - 아, 아니 그러니까....



얼핏 보면 진짜처럼 보이는 각목의 위협적인 모양에


김군은 주춤주춤 몸을 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회계는 한심하다는 듯


마이 단추를 풀며 앞으로 나왔다.



회계 - 야, 아무나 한 번 쳐봐라.



터프하게 겉옷을 벗고 와이셔츠 차림이 된 회계는


팔을 들어 몸 옆면을 가리며


스스로 실험대상이 되길 자청했다.


자신이 가져온 소품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김군 정도면 몰라도


회계라면 연극부의 정신적 지주이자


노장 쌍두마차의 일원이었기에


아무도 섣불리 각목을 들고 나서진 못했다.



회계 - 안 치고 뭐해?! 김군, 네가 쳐라.


김군 - 아, 아녜요. 차라리 제가 맞지 어떻게...



두 손을 내저으며 정색을 하는 김군.


그에게도 일말의 개념은 남아있었나 보다.



그런 김군의 말에 회계는 고개를 끄덕이며


벗어놨던 마이를 집어 들었다.



회계 - 역시 그렇지? 자, 네가 여기 서 봐라.



너무 자연스럽게 김군에게 바톤을 넘기고


자리로 돌아가는 회계의 뒷모습을 보며


김군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거두지 못했다.



그렇게 실험대상은 김군으로 확정됐다 싶었지만


자리로 돌아가던 회계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다시 연습실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회계 

- 새끼 쫄기는.... 내가 너냐?


연출, 안 되겠다. 네가 쳐라.



근처에 서있던 박군에게서 각목 하나를 받아


연출에게 건넨 회계는


가볍게 몸을 풀 듯 어깨를 돌리더니


예의 준비 자세로 들어갔다.



연출 - .... 복수하기 없음.


회계 - 아, 얘가 또 김군처럼 나오네. 그냥 치기나 해.


연출 - 오케이!



연출은 이내 각목을 고쳐 잡더니


야구 타자를 떠올리는 경쾌한 스윙으로


회계의 어깨 언저리를 가격했다.



‘빠아악!!’



순간 연습실 안에 울리는 탁한 타격 소리.


마치 나무판 두개를 서로 맞부딪힌 듯한


우렁찬 소리에 사람들은 어깨를 움찔했다.



회계 - 훗, 그 봐. 괜찮다니까.



소리와 자세만 볼 땐 당장 꼬꾸라져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회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반대쪽 손으로 어깨를 털었다.


갑자기 드래곤볼의 베지터가 생각난 이유는 뭘까...



회계 - 자, 알았으면 연습 시작하자고.


김군 - ......



회계의 당당한 모습에 기가 눌린 김군은


자신만의 세계에 존재하는 스타일이 구겨지진 않았을지 염려하며


박군일당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김군 - ..... 야, 한 번 쳐봐라.



혹시라도 회계가 존내 맞아도 안 아픈


싱하형 체질인 건 아닐까 염려됐는지


김군은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박군에게 각목을 쥐어주었다.



박군 - ......


‘뻑.’



그런 김군이 좀 안 돼 보인 박군은


성의 없는 자세로 시험 삼아 그의 상박을 때렸다.



김군 - 호라.... 좀 더 세게.



생각보다 정말 안 아팠는지


김군은 조금 더 자세를 꽉 잡으며


더 세게 쳐볼 것을 권했다.



박군 - ...... 핫.


‘빠악!!’


김군 - 호오, 이빠이!


박군 - .... 흐읍!!


‘뻐어억!!!’


김군 - 오... 진짜 별로 안 아픈데?



연극 내내 고르게 두드려 맞을 처지에 처해있던 김군은


각목이 별로 안 아프다는 사실이 굉장히 기쁜 듯


호들갑을 떨어가며 박군에게 소리쳤다.



덩치 - 그래요? 야, 줘봐.


김군 - 그래, 너도 한 번 쳐봐.


어깨 - 합!!


‘뻐어어억!’


김군 - 아~ 하나도 안 아파, 안 아파~.



제법 덩어리가 있는 어깨가 풀스윙을 해서


몸이 흔들 했는데도 별 통증이 없자


김군은 초인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즐거워 했다.



덩치 - .... 얍!



그 때, 뒤에서 보고 있던 포동포동한 덩치가


김군의 행동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과감하게 정수리께를 노리고 각목을 휘둘렀다.



‘따악!’



그리고 들려온 몹시 청아한 울림은


일순간 연극부 전체를 침묵하게 했다.



김군 - ......


덩치 - .... 안 아프죠?


김군 - ........



비틀 비틀 뒤돌아선 김군은


덩치에게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이내 통증에 인상을 찡그리며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의 손에 묻어 나오는 붉은색 무언가...



김군 - 피....피이이이이!!!



열 받은 김군이 휘청거리며


덩치를 잡기 위해 뛰어 다니는 사이


회계가 다른 부원들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회계 

- 자, 만져보면 한 쪽은 나무 손잡이로 되어있고


반대쪽은 압축 스펀지로 되어있으니까


나중에 장난치다가 반대로 때리는 일이 없도록


각자 주의하기 바랍니다.



현재 피해자 한 명.


액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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