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일의 원인은 소지상이 개방 총타에 나타나기 전 우연히 만난 단 한 사람 괴 노인에게서 비롯되었는데, 그 괴 노인이 바로 백두산에서 유가장으로 돌아오던 정민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정민이 유가장에 나타나기 한 달 전 그는 송과 요의 국경을 넘으면서 역용술을 이용해 노인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이유는 힘없는 노인을 까다롭게 검문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을 거란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뜻밖의 사건을 목격하고, 덤으로 술친구를 얻게 된 것이다.
“후우, 덥다 더워! 이 늙은이를 태워죽이려나 해는 왜 이리 따가운 거야. 늙으면 죽어야지. 암, 그래야지!”
백두산을 출발한지 오일 째가 되면서 정민은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관도를 걷고 있었다. 사실 정민에게는 시원한 얼음접부채를 가지고 있어 하나도 더울 것이 없었지만, 주위에 보는 눈이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더 신경질적으로 부채를 부쳐대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걷고 있었다. 정확한 지명은 알지 못했지만 섬서 지방인 것만은 틀림없는 곳을 지나고 있었다.
- 두두두!
“위험하다!”
“제기랄, 말 똥구멍에 불이라도 달았나!”
“좁은 길에 마차를 저렸게 험하게 몰다니…, 어어!”
전체를 검게 칠한 쌍두마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것을 발견하고 더위에 짜증을 내며 걷던 사람들이 관도에서 피하며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런데 한 노인만이 관도를 벗어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걷고 있었다.
“에고, 저 노인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비켜라, 비켜!”
“위험해!”
- 우당탕, 쿵쾅!
마차는 요란한소리를 내며 멈추었고, 사람들의 시선은 처참한 몰골로 저승사자의 손을 잡고 있을 노인의 모습을 상상하며 노인이 서있던 곳을 쳐다보았다.
“어, 어떻게 된 일이야?”
“저, 저럴 수가?”
노인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멀쩡했고 오히려 말들과 마차가 처참한 몰골로 부서지고, 두 필의 말은 네다리를 허공에 허우적거리며 쓰러져 있었고, 마차에 실렸던 것으로 보이는 다섯 개의 관이 길가 여기저기에 흩어져나 뒹굴었다.
“이, 이 늙은이가…, 억!”
“감히…, 윽!”
마차를 몰던 두 명의 인물은 무공이 꽤나 높은 듯 몸에 상처하나 입지 않고 부셔진 마차와 는 좀 떨어진 곳에서 검을 빼어들고 노인에게 덮쳐들었다. 그러나 노인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꺼꾸러지고 말았고, 그 자리에는 거지꼴을 한 노인이 서있었다.
“허허허, 이제야 나타나셨군, 비렁뱅이 할아범!”
“껄껄껄, 언제부터 알았나?”
“십리 밖에서도 맡을 수 있는 냄새 때문에 진작 알았지, 헤헤헤!”
“그런가! 근데 마차는 왜 박살냈나?”
“응, 이거! 이건 자네가 흥미를 가질 만 할 것 같아서 선물로 주고 가려고. 내 성의니 거절하지 말게나, 허허허!”
- 휘익, 꽝!
노인이 들고 있던 부채를 이리저리 휘두르자 흩어져있던 관들 중에 하나가 거지 노인 앞에 떨어지며 박살나고, 그 안에서 한 거지의 시신이 나왔다.
“이, 이건!”
“그럼 잘 있게나. 참, 나는 자네 같은 냄새나는 늙은 꼬리를 달고 다니는 것 싫어한다네, 껄껄껄!”
“자, 잠깐!”
“늙은 거지야, 내게 신경 쓰지 말고 네 친구들 원혼이나 풀어 주도록 해라. 껄껄껄!”
소지상은 더 이상 문제의 인물을 쫓는 걸 포기했다. 꼬박 이틀 동안을 종적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쉽기 이를 때 없었지만 그의 말대로 자신의 혈육과도 같은 아이들의 시신을 먼저 챙겨야 했다.
‘휴우, 끈질긴 노인네 같으니라고. 헌데 누굴까? 개방의 인물인건 틀림이 없는데 내력이 장난 아니게 높은 걸 보면 상당한 지위를 가진 자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단 말이야.’
정민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마차를 박살낸 곳을 벗어나 가던 길의 반대편으로 전력으로 내달렸다. 한 시간여가 흐르고 이백 리 길을 단숨에 이동한 정민은 울창한 수림속의 한 나무에 몸을 숨긴 후 한숨을 돌리고 보퉁이에 있는 건량을 꺼내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그 엉뚱한 늙은 거지도 날 찾지 못하리라. 지난 이틀 동안 쉬지 못했으니 여기서 쉬어가야겠다.’
얼마가 지났을까, 정민은 지난 이틀 동안 숨바꼭질을 하느라 자지 못한 잠을 벌충하느라 꽤 오랜 시간을 잠들어 있었다.
‘응, 무슨 소리…? 에고, 그 노인네잖아!’
정민이 누워있는 나무 근처로 누군가가 접근하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분명 떼어놓았다고 생각한 늙은 거지가 여전히 뒤를 따르고 있었다. 사실 정민이 마차를 부수며 소동을 벌일 때 소지상은 마차를 몰던 자들을 제압하면서 정민이 눈치 채지 못하게 몸에 개방에서 사람을 추적할 때 쓰는 독특한 ‘만리신향’이라는 것을 묻혀놓았던 것이다. 만리신향을 한번 접하게 되면 아무리 멀리 도망하더라도 그 향을 완전히 없애지 않는 한 개봉의 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그 향은 쉽게 지워지거나 사라지는 것도 아니요, 특수한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은 그 향을 맡을 수도 없었다.
정민은 이런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자신을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쫓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늙은 거지는 잠시 주위를 살피는듯하더니 정민이 쉬고 있는 나무를 향해 거침없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민은 잠시 고민하다 나무에서 내려섰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정면 돌파다!’
“어이 늙다리 거지!”
“어, 어디 갔나 했더니 겨우 요기까지 밖에 도망가지 못했구나, 껄껄껄! 어디 다시 도망가 보라고, 내 다시 잡아 볼 테니, 헉헉!”
“크크, 내가 지은 죄도 없는데 뭐 하러 도망치지? 난 네놈이 왜 이 늙은 몸을 잡지 못해 안달 났는지 모르겠다. 물 빠진 살이라 질겨서 먹을 것도 없는데 말이야.”
정민은 노인으로 역용을 하고 있으면서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변성하여 내고 있었기 때문에 소지상이 비록 공력이 높았지만 역용을 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소지상이 이렇게 악착같이 정민을 쫓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깊은 기억 속에 묻어놓았던 한사람의 추억 때문이었다. 비록 겉으로 보이는 나이로 보면 전혀 그로 보이는 점은 없었지만 움직임 속에서 언뜻 비쳐지는 모습은 분명 그였다.
이십 년 전 나이를 초월하여 진정으로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던 동무가 되었던 그가 자신이 그의 부탁을 받고 잠시 강호를 떠나 북방 초원을 헤매며 어떤 인물에 대한 조사를 하고 돌아왔을 때, 그는 어이없게도 무림의 공적이 되어 실종되었다. 훗날 그를 시기한 정파 무림의 수뇌들이 놓은 덧에 걸려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복수를 하겠다고 나설까도 했지만 개방까지 무림공적이 되는 걸 감수할 용기는 없었기에 그저 복잡한 세상사를 외면하며 소위 나쁜 짓하는 자들을 혼내면서 떠돌아다녔었다.
그런데 꿈에라도 한번 보았으면 했던 그리운 동무, 아니 동무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헌데 그 사람은 나이가 너무나 많았다. 호기심에 뒤를 따르면서 더욱 더 그에게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그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로부터 꼬박 이틀 동안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늘 그와 접촉이 가능한 기회가 왔다. 그가 갑자기 마차를 박살내는 소동을 벌인 것이다. 그 잠시의 혼란한 틈을 타서 그에게 만리신향을 묻히는데 성공을 했지만 그와 더불어 개방의 제자 다섯의 시신을 떠안게 되었다. 하나 같이 무공을 익히지 않은 백의개들이었고, 마차를 몰던 자들의 몸에서는 놀랍게도 무림맹의 순찰소속임을 나타내는 신표가 나왔다. 가까운 분타에 연락을 하여 비밀리에 시신을 수습하게 하고 마차를 몰던 자에게서 배후에 순찰부의 수장인 사운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대충 마무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쫓아 왔는데 그 거리가 이백리길이나 되어 흔적을 찾아오는데 고생을 했다. 거의 두 시진이나 되는 시간동안 숨이 턱에 차도록 죽은 개방 제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비밀리에 근처 분타주로 하여금 비밀리에 일을 처리하도록 했고, 다시 한 시진 동안을 쉬지 않고 전력을 다해 정민의 뒤를 쫓아왔으니 아무리 공력이 높다하더라도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헉헉, 내가 미쳤다고 너 같은 늙은이를 뜯어 먹겠냐, 강아지라면 몰라도.”
“껄껄껄, 그렇지! 난 맛이 없겠지. 그 대신 이런 재주를 가지고 있어!”
“헉!”
정민은 다짜고짜 소지상의 멱살을 움켜쥐고 업어치기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소지상은 정민의 빠른 몸놀림에 얼떨결에 멱살을 잡히긴 했지만 정민의 의도대로 볼썽사납게 땅바닥을 구르진 않았다. 취팔선법을 발휘하여 교묘하게 정민의 손을 잡고 몸을 타넘어 그대로 섰다.
“어라, 늙은 거지가 제법이네!”
“체, 너 만 재주가 있느냐, 나도 있다!”
소지상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들고 있던 타구봉으로 너무나 많은 변화를 담고 있어 지금까지 완벽하게 시전 된 적이 없었던 천화봉법으로 정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에고, 역용을 하고 상대를 하려니 힘들군!’
정민의 몸은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며 요혈을 노리고 날아오는 타구봉을 미꾸라지처럼 피해냈다. 소지상의 얼굴은 기가 찬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처음에는 오성의 공력으로 공격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몸속의 내력을 모두 타구봉에 실어 공격했지만 상대의 옷깃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정민을 향해 휘둘러지는 타구봉의 속도는 문자 그대로 빛살처럼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있었지만 정민은 거친 물살을 거스르며 오르는 물고기처럼 유연한 몸동작으로 소지상의 전력이 담긴 타구봉을 피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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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
*** 지금까지 읽어 주신 것 감사 드리고, 이후로는 아래에서만 연재할 예정입니다. ***
http://club.paran.com/nanumgul
그동안의 성원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