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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괴병御史가 말년에 이르러,또박도박 말을 배우는
손자녀석과 이야기 끝에 손자의 질문을 받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어사였다고 하셨는데,그동안 잘한 일만
하시고 잘못한 일은 없었습니까?"
"있지,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오는걸"
"어떠한 일이 있었는데요?"
"그게 오래된 일인데,이 할애비가 어느날 충청도를
순시하고 세갈래길 고갯마루에 당도했는데,
갑자기 예닐곱살 되어 보이는 소년이 황급히 뛰어오며
당부하는 말이
'아저씨,누가 와서 내 간 길을 묻거든 윗길로 갔다고
일러주세요'
그러면서 아랫길을 뛰어갔었지,
곧이어 뒤따라 나타난 험상궂은 사람들이 나타나
할애비 목에 칼끝을 겨누고 소년이 간길을 묻길래
엉겹결에 아랫길을 가르쳐주었지,
그러고 얼마 있지않아 소년의 비명소리가 났었단다,
그때의 악몽으로 지금도 그 생각만하면 가슴이 저려
온단다."
이야기를 다 듣고난 손자놈은 할아버지의 무지를
탓하는듯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땅땅치며 하는말,
"에이, 나는 할아버지가 名御史라기에 얼마나 지혜로
운가 했더니 별 수 없구만 쯧쯧"
아! 이놈이 혀까지 끌끌차면서 나무라는 듯 말을 하니
박괴병어사 어이가 없고 하도나 맹랑하여,
"그럼 너 같으면 그때 어떻게 처신 하였겠느냐?"
하고 묻자, 손자가 벌떡 일어 서더니 옆에 세워둔
명아지팡이를 짚고 눈을 질끈 감으면서
"이렇게 하셨어야
지요"하고 맹인 흉내를 내는게 아닌가.
박괴병은 인생 말년에 어린 손자로부터 크게 깨닫고,
참지혜가 무엇인가를 알았다고 한다.
論語에 이르기를 <자기보다 어리거나 사회적 위치가
밑이라 하여 가르침을 받는데 부끄러워 해서는 아니된
다(不恥下問)>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