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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꼬가 아파 못걷겠습니다~

추억속 |2007.03.02 15:30
조회 11,082 |추천 0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본인이 근무하던 군대가 위치했던 곳입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산과 하늘 뿐이고...

 

기껏 외박받아 나가면 30분이면 다 둘러보고도 남을...

 

군인과 식당, 여관, PC방, 군장점 이외 다른 것들은 찾아보기 힘든 '사방거리'라는 곳이 나오죠.

 

저는 군생활동안 약 230km 이상 행군을 했습니다.

 

유격행군 약 70km 두번, 혹한기 약 30km 두번, 훈련소 주야간 행군 통합 3~40km정도?

 

다행이 보병은 아니어서 이정도로 무사히 끝날수가 있었습니다.

 

사실 가라군장을 싼다고 해서 더 편한것도 아니고...

 

가다보면 다 똑같잖아요...

 

그리고 뭐 다 똑같이 물집잡히고 죽어나는 거죠.....

 

유격행군이야 해좀 저물랑말랑 하면 출발해서 밤새 걷고 이틑날 점심 될랑말랑할때 들어가는..

 

대략 16시간정도 걷나?? 벌써 예비군 3년차라 가물가물 합니다만... ㅋㅋ

 

우리 분대 있던 웃긴 녀석 하나가 생각 나서 글 한번 남겨봅니다.

 

초말년이자 군대에서 마지막 이벤트가 될 유격행군이었습니다.

 

나름 분대장이었기에 후임들 챙길 수밖에 없었고...

 

가뜩이나 대대 작전분대여서 애들이 상황근무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이놈들이 병기본도 많이 빠지고 거의 사무직만 해서 나약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아침 구보만 해도 헐떡였으니까요...

 

우리분대 12명의 애들을 데리고 행군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좀 걱정이 되는 비만분대원과 유격때 힘들다고 울던 후임의 전투배낭은 트럭에 실어 보냈습니다.

 

가장 걱정이 되는 애 두명이 바로 비만분대원과 울던놈이어서 걍 단독군장으로 걷게 하였습니다.

 

제발 퍼지지만 말라는 간절한 소망으로 말이죠.

 

굉장히 까불거리던 이등병 하나가 있었습니다.

 

요녀석은 자기는 다 할수 있다며 군장을 FM으로 싸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옆에서 마구 말리며 베낭에서 짐을 빼내기에 급급했고 결국 그녀석 고집을 꺽을수 있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바로 요녀석에게 있었습니다.

 

일단 행군 전에 차량으로 추진할 물품을 갖고오라는 중대장의 말에 비만분대원과 울보분대원 베낭을 중대장에게 갖고 갔습니다.

 

그리고 애들 군장 가라로 싸게하고 남은 것들을 더블백에 가득 담아 몇개의 더블백을 갖고 갖습니다.

 

갑자기 너희분대는 왜이렇게 추진 물품이 많냐는 중대장의 질문이 있었고..

 

제 군장을 까보라고 했습니다.... ㅠ.ㅠ

 

그리고 제 군생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FM 군장을 싸고 행군을 하게 되었습니다.. ㅠ.ㅠ

 

특별히 중대장의 배려로 접이식 야삽이 아닌 봉야삽까지 착용하게 되었습니다.. ㅠ.ㅠ

 

암튼.. 행군이 시작되고 도로를 따라 번화가를 지나 산골로 마구 접어들었습니다...

 

도로를 따라 가던 대열이 점점 도로가 아닌 산속으로 접어들고...

 

산길을 따라 한참 걷더니 가파른 고개도 넘고...

 

암튼 전형적인 행군을 하고 있었지요...

 

원칙은 50분 행군 10분 휴식이나 그런게 어딨습니까.. 그냥 걷는거지..

 

걷다보니 또다시 비틀비틀 거리며 행군 대열에서 이탈하는 애들이 생겼습니다.

 

행군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2시 넘어가면 행군하면서 거의 자지않습니까.. ㅋㅋ

 

그렇게 가는데 대대장 레토나 나타나서는 확성기로 잠깨라고 난리를 부리고..

 

자기는 걷지도 않으면서 말입니다....

 

대대장 레토나만 나타나면 개념없는 놈들 한두명 꼭 쓰러집니다..

 

태워줄줄 알고.... ㅋㅋ

 

암튼 걷고 걸어 동이 틀 무렵...

 

행군의 최고 고비... 고개이름이 생각 안나는데.. XX령만이 남았습니다...

 

새벽 4시쯤이었죠....

 

모두 비틀비틀대며 그 고갯길을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스팔트 도로였지만 민통선 안에 위치하고 있어 차량 통행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근데 아까 FM으로 싸겠다며 까불던 제 이등병 후임.. 상당히 힘들어합니다..

 

무엇보다 걷는게 어그적어그적 이상했습니다..

 

인정을 보였다간 행군 못할것 같다는 소리 들을까봐 냉정하게 그냥 걸었습니다..

 

10분간 휴식! 이라는 소리가 선두에서 들리고 행군은 멈췄습니다..

 

그 이등병 엉거주춤하니 영 이상해서 저도 모르게 물었습니다..

 

"야 너 왜그래?"

 

그러자 아무것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했습니다...

 

또다시 행군을 쭉 하고 있는데 대대장 차가 또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무슨 요상한 트롯트를 틀어놓고 잠을 깨우려 하는듯 보였습니다..

 

근데 까불이등병 이자식.. 대대장 레토나 보더니 갑자기 쓰러지는겁니다!

 

아 순간 걱정반 분노반.. 이거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대대장이 내려서 왜그러냐고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이녀석 울면서 대대장님께 말했습니다...

 

"똥..똥꼬가 아파서 못걷겠습니다..."

 

그 상황에서... 웃을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름 스무살 넘은 사내아이가 대대장 앞에서 X꼬를 운운하며 어리광 부리는 모습이란... ㅋㅋ

 

사실 행군하다 엉덩이 쓸리는것 당연하잖아요..

 

그래서 다들 바지를 올려입고 펜티를 끼우고 난리피우며 그렇게 가는데...

 

이자식 말못할 그 고충을 대대장에게 고백한 것입니다...

 

뭐 발목 아프다 어지럽다 별별 이유 다대며 두번세번 넘어진 애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타는 육공 트럭...

 

대대장도 아픈 추억이 있는지 그 아이에겐 더 걸으라고 이야기 하지 않고 곧바로 그 트럭에 태우더이다.. ㅠㅠ

 

아 씨.. 나도 아픈데.... 게다 FM군장인데.... ㅠ.ㅠ

 

역시나 행군은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힘듭니다.. ㅠ.ㅠ

 

게다 새벽녘에 비까지 와서 모두 판쵸우의를 입었지만 저는 군장 벗고 착용하기 귀찮아 비맞으며 걸었습니다..

 

그렇게 밤새 걷고 아침도 걸어 도착한 부대...

 

저는 술 잘 안마시고 좋아하지도 않습니다만....

 

행군 후 마신 막걸리와 두부김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오죽하면 한사람당 한컵만 마시라 그랬는데...

 

전 병나발을 불었더랬죠... ㅋㅋㅋ

 

뭐 지금은 추억이 되었지만 새벽 출근길에 오는 비를 보니 문득 그때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잠시.. 끄적여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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