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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정말 많은 우리 회사.

아줌마사원 |2005.10.09 10:01
조회 835 |추천 0

이 회사에 출근한지도 벌써 4개월이네요.

제조업경리는 처음이고, 그동안 다른 계통에 일을 해서 얼마간은 정말 정신이 없더군요.

사람 못믿는 사장 성격때문에 서류는 엄청나게 많고, 정말 별거아닌 서류에도 결재란을 찍어야 합니다.나중에 일터지면 책임소재 확실히 가리자는 뜻이죠.

다품종 다거래처 회사인데다 수출까지 해서 처음엔 꿈에서도 전화받고 컴퓨터 작업하고 암튼 아침이 두려웠습니다. 

이제 이나이에 이 회사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악착을 떨며 나보다 어린 동료여직원의 면박과 영업부사원들의 잡심부름까지 다 받아주며 일을 배우다보니 슬슬 예전 가닥도 나오고 일이 손에 완전히 익었습니다.

다른 글들 보면 싸이코같은 동료나 상사, 급여,업무환경이 많은데 저는 솔직히 그런 고민이 있는 건 아닙니다.

급여도 괜찮고 직원들도 특별히 모난데 없고, 다만 일이 지나치게 많아서 여직원이 팔망미인이 되어야 한다는게 가끔 심한 피로감으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어차피 중소기업이란 직원능력의 120%이상을 70%의 월급으로 빼써야 하는 곳이라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합니다.

그런데 요즘 같이 일하는 여직원때문에 속상한 일이 자주있습니다.

고등학교때 실습나와서부터 일하고 이곳에서 자녀 둘 둔 주부가 된 사람이라 누구보다 회사사정을 잘 알고 자존심도 엄청나게 셉니다.

초조한 완벽주의자라고도 할까요.

거래처와 무슨 문제가 터지면 그 여직원은 '우리 새로 온 아줌마가 좀 어리버리해요.제가 대신 사과드립니다.'라는 핑계로 넘겨버리는데, 그 일은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이거니와,

제가 아직 회사 전용의 물류프로그램을 완전하게 운용하지 못해서 마감을 같이 했는데 그때 넘겨준적도 없는 매출세금계산서를 장부에 기장 안했다고 '요즘 잘하는 것 같아서 냅뒀더니 안되겠네요?내가 일일히 점검해야겠네'라면 일부러 직원들 다 있는데서만 큰 소리로 나무랍니다.그날은 제가 너무 화가나서 등기영수증을 발칵 뒤져가며 다 찾았지만 끝내 발행하지 않은 걸로 밝혀졌습니다.그때 그 여직원이 그러데요.'어머, 내가 이런 실수를 할리가 없는데.전산이 가끔 이렇다니까...'

자신이 잘못한것은 정색을 하면서 바로 다른 직원 실수로 돌려버리거나 전 여직원한테 돌리거나 암튼 어이가 없데요.

무슨 서류든 자신이 만든 서식을 이용해야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배워야하고,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주부이며 며느리이며 완벽한 여직원인지 끊임없이 무용담을 늘어놓습니다.

 

회사에서 거의 두시간 걸리는 곳에 사는 제가 8시40분에 출근해 그 넓은 사무실 다 청소하고,컵 닦고,

금고 열고 전날 쌓인 매입거래명세서며 영수증이며 뭉텅이 꺼내놓고 일 시작하면 바로 코앞에 살면서

도 9시30분에야 슬슬 출근합니다.그때와서 냉커피타서 직원들한테 한잔씩 돌리며 호탕한척 웃어제끼는 모습보면 '그 긴 세월을 회사다닌 내공이 바로 저런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업무 경력으로 치면 둘이 거의 비슷한데 저는 다만 이쪽 경리를 이제야 적응한 단계라 많이 쳐지긴 하지만 총무업무,직원들의 다사다난한 부탁들어주기,  영업부직원들로부터 끊임없이 팩스용지 끼우는거, 토너 갈아끼우는거,엄청난 서류,공문서 접수하고 결재 올리고 화일처리까지 하는거, 화분 물주는 거, 생수 뒤집어놓는거, 문구류 제때 시키는거, 화장실 청소,전화받는 것은 물론,퀵서비스 불러서 짐 올려주고,수출용 컨테이너에 붙일 내용물표시용지를 일일히 손으로 코팅해주는 것도 모두 떠넘겨지는게 너무 힘에 부칩니다.그리고 각 날짜별로 놓여있는 각종 공과금,할무 납부금은 칼같이 맞추어야함은 물론이고 뭔 이자는 그렇게 복잡한지... 신용장개설과 어음할인이 동시에 물리면 그날은 거의 초죽음입니다.

경리업무이외의 잡일로 책상에서 조물락거리는 제 옆에서 '나 아무래도 불안해서 회사 못 그만둘것같아.나 없으면 잘 굴러갈까? 잠이 안온다니까.내가 다 기반 닦아놓은 회산데.'이렇게 얘기하는 걸 들을때면 화가 치밀어오릅니다.

여직원 넷에서 이제 두어달 후면 저 하나로 압축됩니다.제 옆의 여직원도 그만두는거죠.

이제 혼자 다섯회선 전화 다 받아주고, 의심많고 확인하기 좋아하는 사장이 수시로 와서 종으로 횡으로 시재나 대출, 은행잔고,수금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져 올때 척척 대답하지 못하면 또라이 취급받을 각오는 항상 하고 긴장하며 지내야 합니다.

그래서 제 옆 여직원이 더 자존심 긁어가면서 일을 가르치려드는 것이지도 모릅니다.

 

이제 다른 곳을 간다는 것도 그렇고, 이곳에서 일을 배우고 제 능력을 펼칠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환장할 일이 벌어져도 허허 웃으며 다 참아내는 중입니다.

 

이정도 스트레스나 격무야 다 이겨내도록 할겁니다.

어딜가나 내맘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나중에 언젠가는 그 이기적인 사수에게 감사할 날이 오겠죠.

 

에고 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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