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웅... 두두둥......
어둠을 맹렬하게 뚫고 시내로 달렸다. 길이 얼어있어 위험했지만 넘어질듯 위태로우면서
도 기어이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저멀리 번쩍거리는 불빛들이 보이고 볼이 얼얼해진 추림은 속도를 줄여 시내를 살피며 지
나쳤다. 구정을 보내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고 그들은 다시 친구들과 어울리기위해 시
내로 모여들어 작은 거리는 사람들로 북젹거렸다.
주점 레드스타는 아주 오래된 가게였다. 전에는 다른 간판이었고 간혹 이름이 바뀌었으나
끝내 자리는 변하지 않은 곳이었다.
시내 중심가 안쪽에 위치한 그곳은 소위 말하는 명당쯤 되는 곳에 있다.
넓은 주차장이 보였다. 그 주위에 언제부턴가 들어선 노래방의 간판이 낮설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레드스타 앞에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들어가지 않고 모여있는 그들은 모두 젊었다. 이미 레드스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고
있는듯 그들의 얼굴은 밝지가 않았다.
우두둥......
추림이 오토바이를 몰아 레드스타 앞으로 접근하자 모여있던 사람들이 고개를돌려 추림
을 바라보았다.
"추림아! 왔구나... 야 큰일났다!"
누군가 추림을 아는채 하며 다가왔다. 추림이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일년 선배인 광식이다. 비쩍 마르고 얼굴이 누렇게 뜬 이놈은 어릴때부터 그랬다.
추림이 가죽 장갑을 손에 낀 채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지포 라이터로 불을 당기자 시큼한 기름 냄새가 알싸하게 풍겨왔다. 싫지 않은 냄새다.
"상황을 대충 말해봐! 요점만!"
추림이 굳게 잠긴 레드스타 앞으로 다가가며 광식이에게 물었다.
"몰라 자세한건... 조금전에 씨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비명이 들렸어. 울음 소리같았는데 여
자였다구. 문을 안에서 잠가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어. 어? 너 들어가려구?"
광식이가 추림이 레드스타 앞으로 곧장 다가가 서너개의 계단을 오르자 기겁해서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그런 추림을 바라보며 웅성거렸다.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제법 많아 인사도
건네곤 했지만 추림은 묵묵하게 할 일만 하려하고 있었다.
쾅쾅!
"문 열어라! 안에 있는 놈들 문열어! 나 혼자 들어간다!"
추림이 굳게 잠긴 문을 발로 걷어차며 소리치자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놀라는 모습
들이었다.
"야! 거기 지금 전쟁터야! 칼하고 도끼도 들고 있다는데 미쳤어?"
선배쯤 되는 이가 추림을 말리려는지 다가와 소리쳤다.
"조용! 전쟁터면? 넌 전쟁이 벌어지면 먼저 도망갈 놈이구나! 조용해 새끼야!"
선배지만 예전부터 그런것은 당체 무시한 추림인지라 짜증이 난 그가 도리어 그 선배를 나
무라는 소리를 했다.
"꺼져! 어떤 개새끼야? 깝치지 말고 꺼져! 죽고 싶으면 들어오든가!"
안에서 거친 욕설과 함께 반응이왔다.
무식하고 잔인한 놈들이었다. 안에 사람들도 제법 있을것이다. 고향 혹은 타지에서 이런일
을 서슴없이 벌일 정도면 똘아이나 정신병자쯤 되고도 남을 놈들이다.
"지금 말한놈! 문열어! 면상좀 보자! 여자들이 있다고 하는데 경찰을 부를까? 그들은 내보
내라. 나하고 이야기 한번 해볼테냐?"
지금 상태에서 경찰은 오히려 위험하다. 광분하거나 흥분한 놈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자
극하는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험으로 알고 있는 추림은 놈들을 부추켜 문을 열게끔 만들
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뭐야? 어딨어! 어떤 새끼들이야?"
"이새끼들 다 죽었어!"
그때 한떼의 무리가 모여들며 거칠게 말들을 쏟아냈다. 그쪽을 바라보니 시골에서 논다고
하는 놈들이 무리를 지어 다가왔다.
"어? 너 추림이잖아? 오랜만이다!"
"왔냐? 어떻게 된거야?"
새로 모인 그들이 추림이 레드스타의 입구에 떡하니 서있는 모습을 보고 추춤거렸다.
낮익은 얼굴이 서너명쯤 보였다. 손을 흔들어 아는채로 인사를 대신한 추림은 입구 옆에
나있는 창을 바라보았다.
손으로 툭쳐보니 빗살무니 철제 방범창이 부실하게 보였다.
"안에 잘 들어라. 나 들어갈테니 가만있어라. 거기 용성이있지? 나 추림이다. 너 이새끼 선
배면 선배답게 굴지 족팔리게 이짓이냐? 들어간다!"
안에 있는 놈들 중 한명인 이년 선배 최용성을 거론하며 추림은 가죽장갑을 낀 손가락을
깍지끼며 숨을 몰아쉬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곳을 돌아본 추림이 조금 전, 말을 건네온 선배들 중 한명에게 손짓을
해 불렀다.
"내가 들어가고 안에서 들어오라고 소리치면 치고 들어와. 그전에는 움직이지 말고 연장
을 들었다고 하니까 위험할거야. 열명쯤 된다고 하니까 머릿수 맞추고 걸리적 거리는 놈들
은 빼! 추리란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들어오란 신호가 없으면 가만있고."
긴장한 덩치의 선배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에 든 각목을 힘껏 움켜 쥐었다.
"넌? 혼자 들어간다고? 용성이 그새끼 돌면 못 미치는데... 알았다."
어딘가 불안한지 덩치가 뒤로 물러났다.
추림은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기다리지 않고 창문을 바로 툭 차고는 힘껏 다리를 허
공으로 비산키키며 창문을 걷어찼다.
푸당!
철제가 우그러지는 것을 확인한 추림이 다시 다리를 놀려 창문을 걷어찼다.
뚜아앙!
안으로 움푹 꺼지며 유리창은 그대로 박살이 나고 철제 방범창 한쪽이 뜯겨 나갔다.
숨을 돌린 추림이 창틀을 잡고 발로 서너번 걷어차자 방범창이 완전히 뜯겨져 나갔다.
추림의 대담함에 질린 이들이 그 모습을 기함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아마 미친놈이다 죽고 싶은 놈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창이 뜯겨나가자 추림은 안에서 어떤 반응이 있을지 잠시 기다렸다.
말소리가 들려왔지만 확인은 불가능했다. 레드스타는 규모가 그리 작지 않아서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이 추림의 귀에 들어오기전에 약해지는 것이다.
창틀을 잡고 안으로 들어서자 난장판이 되어있는 가게 내부가 보였다.
손님들로 가득했는지 테이블마다 생맥주며 소주하고 안주들이 고스란히 놓여져 있었고 깨
지고 흐트러진 물건들로 가득했다.
추림의 눈에 하나같이 만만하게 볼 수 없을 덩치를 지닌 예닐곱 명의 사내들이 보였다.
"최용성!"
추림은 그들 중 선배 용성을 발견하고 낮게 부르짖었다.
가죽 점퍼에 청바지를 입고 손에 소주병을 들고 있었는데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취해있다. 그놈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 그렇게 취해있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는 아
닌지 아직은 견딜만한 모습들이었다.
"이추림! 이새끼 왜 왔어?"
"저건 뭐하는 물건이야? 너 이리와 잘됐다. 심심했는데!"
"웃어? 좋아 너 이새끼 죽여주지!"
놈들의 행태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 추림을 보고 놈들이 기분이 나쁜지 으르렁 거렸다.
"양아치 새끼들! 어딨어? 당장 데려와! 아니 내가 데려가지."
대담하게 추림이 그들 앞으로 다가가며 비웃었다. 정건이와 현아등은 아마 가장 넓은 룸에
있을 것이다. 이곳은 추림이 지겹도록 드나든 곳이라 위치와 내부 사정을 잘 안다.
주방을 힐긋 바라보았다. 추림과 가까운 위치였으므로 그는 머릿속으로 한가지 생각을 떠
올리며 이들을 좀 더 긴장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식하게 행동하지만 충동에 의한 움직임을 보이는 어설픈 놈들이다. 잘 구슬르는 것보다
대담하게 보임으로서 질리게 만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이게 정말 죽으려고? 이새끼!"
쨍그랑!
한놈이 추림의 행동에 기분이 상해 들고 있던 호프잔을 내던지며 다가왔다.
작심했다. 이놈들은 양아치다. 떼로 덤비면 위험하지만 한두놈은 일도 아닌 것이다.
사실은 이놈들도 불안할 것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작지 않고 나가면 맞아 죽을 일밖
에 없음을 알고있을 것이다.
"오면 너부터 죽여주지! 최용성 이새끼 나 모르지? 이놈 죽여도 상관없겠지? 죽게되면 니
가 책임져라!"
"......!"
"......?"
최용성을 바라보며 추림이 다가오는 놈을 턱으로 가르키며 말하자 놈이 잠시 추춤거렸다.
그때 넓은 룸 안에서 신음소리와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들의 울음소리다!
"죽엇!"
다가오던 놈이 추림이 잠시 눈을 돌리자 주먹을 뻗어왔다. 걸렸다. 이놈은 삼류도 못된다.
추림이 일부러 시선을 비운 것인데 방심한 놈이 기회로 착각한 것이다.
추림보다 머리하나는 큰 놈이 휘두른 주먹을 고개짓만으로 여유있게 피하고 발을 놀려 놈
의 발목을 걷어찼다.
"억!"
비틀거리며 놈이 휘청거리자 추림의 왼 팔이 놈의 목을 감싸안았다.
추림의 품안에 갇힌 놈의 복부를 무릎으로 올려치고 오른 팔꿈치고 등짝을 내리찍었다.
"쿠억! 큭!"
단번에 놈을 제압하자 축 늘어져 버렸다.
놈의 목을 부여잡고 추림이 최용성등이 모여 서있는 곳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응시했
는데 얼굴이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
"최용성! 전쟁한번 치룰까? 새끼야 넌 예나 지금이나 그 양아치 기질을 버리지 못하는구나
? 너! 그리고 너! 눈깔아라! 내가 누군지 모르냐? 너희들 어디서 온 놈들인지 모르지만 나
랑 술한잔하며 친구먹을래 아니면 한놈씩 맞짱한번 뜰까? 떼거지로 덤비겠다고? 좋아 해
보자. 하지만 기억해둬라 꼭! 한두놈은 병신이 되거나 죽을지도 모른다! 최용성! 말해봐라
내가 어떤 놈인지!"
질린얼굴로 최용성이 추림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놈들이 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질문이 가관이었다. 죽이고 도망가자는 둥 별로 강해 보이지도 않으니 한번에 덤벼 조져
버리자는 둥... 놈들은 모른다. 싸움은 주먹으로 하는게 아니라 배짱으로 하는 것임을 모르
고 있었다.
추림이 특별하게 싸움질을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절대 아니었다. 추림은 남들보
다 조금 냉정하고 대담할 뿐이다. 물론 싸움도 곧잘 했지만 추림의 진짜 무기는 물러서지
않는 용기와 굽히지 않는 기백이었다.
"난 강릉에 조덕배라고 한다. 내이름 들어보았냐?"
코수염을 기른 한 덩치가 조금 앞으로 나서며 말으 걸걸어왔다.
이놈이 이들 중 머리다. 폼이나 풍겨지는 느낌이 조금 묵직했다.
추림도 한걸음 다가서며 놈을 유심히 살피며 입을 열었다.
"들어도 본것 같군. 이 촌구석까지 온 이유가 겨우 이것이었나? 대진이 알아? 이대진?"
놈이 얼굴을 사납게 구겼다가 추림의 말에 다시 놀란 얼굴이 되었다.
"이대진을 알아?"
"그놈이 내 친구다. 여기 출신인데 모르고 있나보군."
이대진. 초등학교 삼학년때 군인인 아버지의 전출과 함께 전학온 말썽꾸러기 문제아!
중하교때 가출하고 나서 강릉의 유명한 주먹이 된 친구였다.
놈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추림은 기회임을 느꼈다.
"너희들 당장 저기 갇힌 사람들 데리고 와라! 거기 형씨! 그거 꺼내지마! 쓸줄이나 알고 꺼
내던지. 양야치 새끼야!"
추림이 한놈이 허리춤에서 시퍼렇게 날이선 회칼을 꺼내들자 경고하는 투로 말했다.
추림이 서너걸음 다가서자 놈들이 긴장하며 몸을 낮추었다. 조금전에 널부러진 놈이 정신
을 차렸는지 끄응하는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최용성 다 용서해도 넌 용서가 안된다. 어떤 새끼야? 연장질해서 상처낸 놈이 누구야? 최
용성 너 이새끼 이 바닥에서 아주 사라지게 만들어주지!"
추림이 룸안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와 울음소리에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최용성에게
곧장 다가가며 거칠게 말했다.
"서 이새끼!"
"오지마라. 너 죽는다!"
놈들이 추림이 계속 다가오자 으르렁 거리며 싸울 태세를 갖추었다. 조금전의 상황에 긴
장이 되는 모양인지 추림을 만만하게 보지 못했다.
"조형! 형씨는 제법 계보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양아치 새끼였군! 이런 놈들과 어
울려 다니며 이곳까지 온걸 보니 쫒기고 있나? 맞군! 여기가 피신처고 저 새끼가 제공했겠
지? 내가 연락을 넣어주지. 이대진에게 가라. 그러면 조건은 된건가?"
이런 놈들을 다루는것은 일도 아니다. 서울에서 그 거칠다하는 재건대나 넝마주의 후계자
들을 만나 수없이 격어본 바였다. 굶주린 승냥이 떼처럼 이곳 저곳을 몰려 다니며 남의 것
을 빼앗고 훔친다. 걸리면 차가운 구속이 기다리지만 이미 그런 생활은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적당한 먹이감이나 쉴 자리가 있으면 무엇이든 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차돌안테? 누가? 니가?"
조덕배놈은 못 믿는 눈치다. 이대진의 별명이 차돌이었다. 작은 키지만 엄청난 덩치를 지
녀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인데 놈은 불과 열일곱의 나이에 폭력조직을 결성하고 강릉에세 무
시못할 주먹으로 행세했다.
"빨리말해라! 선택해라. 그놈에게 널 보내주마. 더이상 개짓거리 그만하고 나랑 술한잔 하
던지 아니면 맞짱한번 뜨던지 하자."
룸을 힐긋거리며 추림이 급한 마음에 그렇게 말하고는 놈들을 쭉 훓어 보았다.
최용성에게 곧장 다가갔다. 놈들이 저지하려 다가오다가 조덕배가 가만있자 멈추어 서 버
렸다.
"그거 넣어라. 꺼내면 면상에 박아주마! 최용성 너 좀 맞아야 겠다!"
추림이 대담하게 놈들을 지나쳐 등을 비웠다. 한놈이 다시 회칼을 꺼내들자 추림이 경고성
발언을 했다.
뒤로 물러나면서 싸울 태세를 취하는 최용성은 얼굴이 시커멓게 죽어있었다.
과거에도 안됬지만 지금은 더 안될 것이다. 이른바, 팔십인의 유혈극이라는 사건이 일어
난것은 불과 삼년전 이었다.
폭력 서클과의 싸움! 그 싸움에서 한명이 죽어나가는 참극이 벌어지고 열명이 넘게 구속
되는 등 강원도 일대가 무척이나 씨끄러운 사건이었다. 그 속에 어쩔수 없이 참여한 추림
이 움직임! 인근 학교 폭력서클과의 잔인한 싸움에서 본 추림은 사람이 아니었다.
동문 여학생이 타 지역 학생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자살한 사건으로 터진 싸움!
한명이 죽을 정도로 무자비한 그 사건에서 추림은 야수처럼 짐승처럼 날뛰었다.
날고 긴다는 선배들이 있었지만 눈에 띄는 것은 오로지 추림이었다.
그 사건을 겪고 난 후 최용성은 추림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도 건드려서는 안되는 놈으로 인식된 후배! 그도 무섭지만 더 무서운건 그의 사촌 형
이었다. 언젠가 커다란 일본도를 휘두르며 학교 한폭판을 누비던 광경은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모습이었다. 강원도의 전설주먹! 추림이 지닌 배경이었다.
추림이 빠르게 다가가 최용성의 멱살을 움켜 쥐었다. 최용성이 거칠게 저항하며 주먹을 휘
두르는 통에 추림의 얼굴이 한번 돌아갔지만 꿈쩍도 하지 않은 그가 최용성을 밀어내며 그
틈을 이용해 뒤돌려 내려찍기로 어깨를 후려갈겼다.
"크헉!"
풀석하고 주저앉는 놈의 뒷 목을 수도로 내려치자 최용성은 정신을 반쯤 잃으며 앞으로 꼬
꾸라졌다. 추림의 발꿈치가 다시 그의 등짝에 작렬하자 신음도 흘리지 못하는 최용성은 눈
물을 쏟아내며 몸을 격렬하게 떨어댔다.
"형씨! 이런놈은 죽어야겠지? 고향을 고향답게 지키지도 못하고 행패부리며 용렬한 주먹
자랑이나 하려는 쓰레기! 보여줄까?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지? 사람 죽여본적 있어? 없지
? 그럼 내가 너희들을 죽여서 교훈이 되어줄까?"
추림이 최용성을 뒤로하고 모여있는 놈들에게 다가가 조금전에 계속 두번이나 칼을 꺼내
들었던 놈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 당겼다. 추림의 기세에 기가질린 놈이 얼굴을 하얗게 변
색한 채 손을 들어 추림의 팔을 막으려했다.
"칼 쓰는 법을 알려줄까? 이새끼! 조형! 이런놈들이 부하야? 이놈좀 봐라! 겁에질려 떨고
있잖아? 남자는 주먹을 써서 강한게 아니라 마음이 단단해서 강해지는 법이다!"
추림이 놈의 면상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놈의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사십센티나 나갈 것 같은 좁고 날카로운 회칼을 손안에 넣고 빙글빙글 돌리며 양손에서 재
주를 부렸다.
"자 이제 너히들도 연장을 꺼내라! 이제 나도 이걸 들었으니 공평하다! 어찌할테냐? 조덕배
씨! 여길 당장 떠나! 다시는 이곳으로 오지 마! 이곳은 조용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촌동네야. 그리고 잘 봐둬라! 칼은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다!"
추림의 손안에 들려있던 회칼이 번쩍거리며 사라지고 놈들이 칼이 날아간 방향을 보다가
기겁한 표정들을 지었다.
"으헉!
막 룸에서 나오던 덩치 한놈의 머리위를 스친 칼이 룸 기둥에 꼿힌 채 부르르 칼신을 떨고
있었다. 추림이 룸에서 나오는 덩치를 보고 작정하고 던진 것이다.
이놈들에게 기가 질릴 배짱을 보여주어야 한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자신마저 장난감으로
전락할 것이고 상황은 더 힘들어 질 것이다.
그 본보기가 처음이 덩치였고 두번째가 최용성이었다. 최용성 그놈은 정말 죽이고 싶을 정
도로 비겁하고 역겨운 놈이다. 고향에서 후배들을 지켜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선동하고
앞에 서서 괴롭힌 것이다.
"좋다. 차돌에게 소개장이나 연락을 넣어줘라. 우린 가겠다."
기어이 굽힌 조덕배가 추림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타지역에서 아무리 주먹을 자랑해도 위
험하다. 벗어나기 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추림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허세도 부리고 쓸데없는 행동을 연출했는데 그것이 통한것
이다.
"내일 떠날테지? 어디에 묵고있나?"
"태성여관! 304호!"
"사람을 보내주지. 전화도 해놓고 소개장도 써 주겠다. 믿어라."
"믿지. 그런데 궁금한것이 있다."
"그래? 물어봐라 대답해주지."
"너 주먹이냐? 어디서 활동하냐? 춘천? 서울?"
추림의 움직임과 말을 토대로 놈은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았다. 오해라고 볼수도 없었다.
추림이 하는 말이나 움직임이 딱 그런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아니. 착각했군. 난 평볌한 사람이다. 서울에서 얌전하게 일하며 살지."
그러자 조덕배를 비롯해 나머지 놈들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자신들의 견지내에서
멋대로 생각한 추림의 직업은 큰 도시 어딘가에서 잘 나가는 주먹잽이 쯤으로 보았을 것이
다. 웃긴 놈들이다. 이런 놈들은 생각과 사고의 폭이 정말 좁다. 그것이 이놈들의 한계였다.
"넌 상당히 재밌는 사람이군! 언제고 인연이 된다면 술이나 한자 하자."
"좋지. 다시한번 말하는데 제발 당당한 대장부로 살아라! 주먹을 써도 너희들 세계에서 사
용하고 이런곳에서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아라. 쪽팔리지도 않아?"
"여긴... 나도 좋은것은 아니었지만 난 지금 쫒기는 몸이다. 저 친구가 어떻게 자리를 마련
해주어 그저 그의 얼굴을 무시하지 않으려 했던 것 뿐인데 이지경이 되었군."
조덕배가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고통스러워하는 최용성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만... 난 사람들이 걱정되서 말이야. 빨리 끝내지."
"그러지.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 한놈이 덤비다가 좀 다쳤지만 그것도 상처면 우리같은 놈
들은 수백번도 더 죽었다."
다행이었다. 상처는 났지만 크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고 보니 이 조덕배라는 남자는 그저
파렴치한 놈만은 아닌것 같았다. 하는 짓거리가 양아치여서 그렇지 아주 쓰레기 같은 놈은
아닌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렇게 나가도 될까?"
당연히 안될 것이다. 밖에 수십명이 모여들어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을 것이고 이놈들 전부는 맞아 죽어야 하는 입장이 되어 있을 텐데... 걱정이 되
는 모양이었다. 추림이 싱겁게 웃으며 조덕배와 놈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일을 저지르는것은 쉽다. 그러나 그 일을 수습하거나 피하는 것은 시작에 비해서 수
십배쯤 어려워 지는 것이다.
"배웅하지. 내가 몇마디 해놓겠어. 이따가 사람을 보낼테니 그리알고, 가급적 조용히 머물
다가 떠나라. 가끔 미친놈들도 있으니 그건 책임져주지 못해."
조덕배가 놈들에게 뭔가 말하고 지시하자 놈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쓰러진 놈들을 부축하고 추림을 앞에 둔 놈들이 입구로 향했다. 긴장으로 굳어진 놈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추림은 실소가 흘러나왔다. 긴장되었던 몸이 이완되자 기운이 빠지는 느
낌이었다. 큰 각오를 했는데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린 것이다.
안에서 잠근 문을 추림이 열자 답답했던 가게내부의 공기가 빠르게 정화되면서 신선하고
차가운 바람이 느껴졌다.
"......!"
"......?"
"와아!"
"나왔다!"
"추림아!"
밖으로 나온 그들을 확인한 수십명의 사람들이 놀라고 기뻐하면서 환호를 질렀다.
"무사했구나! 걱정했잖아 새끼야."
"어휴. 너때문에 못살겠다 새끼야!"
언제 왔는지 석호와 친구들이 죄다 몰려 있었다. 형만이 놈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듯 했다.
"거기. 선배! 이들 그냥 보내주셔. 내가 약속했으니까 건들지마! 알아들으셨어?"
추림의 뒤에 긴장한 얼굴로 서있는 놈들을 가리키며 모인 이들 중 제법 강단있고 힘을 쓰
는 몇년 선배에게 추림이 다가가 말하자 그가 얼굴을 일그리며 추림을 노려 보았다.
"못하겠다면?"
"그래? 한번 붙어봐! 아마 절반은 죽어나가겠지? 어이 조형! 이들이 못 보내주겠다고 하는
데 몸 한번 풀고가!"
"......!"
"......?"
모두의 입이 자물쇠를 채운듯 다물어지고 뚱한 표정이 되었다. 허세다! 바보같고 어리석은
놈들! 왜 일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려고 할까? 자신도 없으면서 말이다.
"선배. 잘들어 두셔! 저 사람들 만만한 사람들 아니야. 저기 가운데 있는 사람 보이지? 내
가 좀 알아. 그러니 건들지마 부탁하는거야."
"저새끼들을 그냥 보내주면 당한 애들은? 너 이곳 사람맞어? 누구 편이야 지금?"
선배와 그 친구들이 못마땅한지 얼굴을 구기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들어냈다.
울컥하고 화가 치민 추림이 선배들으 쏘아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어 말했다.
"거 씨발 말 되게 많네! 그럼 너희가 들어가서 해결하지 왜 이러고 있었어? 이 씨발놈들이
뒤에서 수작을 부리다가 다 끝나니까 뭐? 야 김철우! 너 씨발놈아 선배 대접해 주니까 엿
먹이려 드는거야? 내가 이곳 사람 아니냐고? 그런 넌 니 고향을 사랑하고 아껴서 술처먹
고 노닥거리다가 이 지랄이야? 어이! 조덕배씨 다시 들어가야겠어. 이번엔 이 사람들이 들
어 간다고 하니까 한번 잘해봐!"
추림이 등을 돌리고 그대로 현장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이새끼들 여긴 뭐하러 왔냐? 가자 잘난 선배들이 해결한다고 하니까 우린 가서 술이나 마
시자!"
추림이 석호등에게 말하며 초조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던 수연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안심시켜주려는 행동이었다.
추림이 몇걸을 발을 떼자 주위가 싸늘한 침묵에 빠졌다.
"좋아! 이봐! 형씨들. 우린 치고 나가겠다. 한번 붙어보자!"
상황이 이상해지자 조덕배가 그렇게 말하고 허리춤에서 퍼런 칼을 꼬나들었다.
그러나 나머지 놈들도 저마다 믿을수 없게도 칼이며 작은 손도끼를 꺼내 쥐었다.
"......!"
"......?!"
추림에게 완전히 무시당한 김철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그의 주위에 서있던 이들이 겁
에 질려 두로 물러났다.
"어서 붙어! 싸우라고!! 왜 안 싸울까? 이상하네. 김철우선배님 실력한번 보여 주시죠?"
추림이 지켜보다가 그렇게 비아냥 거렸다. 말만 많은 허세부리는 인간임이 드러난 것이다.
추림이 한심하게 웃으며 다시 다가가 그들의 중앙에 섰다.
"말만 하지말란 말이다! 조형 그만 가! 선배 이래도 해볼거야? 배떼기에 칼침을 서너방 맞
아야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겠냐고!"
추림이 겁에 질린 얼굴로 서있는 김철우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난... 그냥 보내주겠다."
끝까지 허세를 부린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한 추림이어서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고자했다.
"건들지마 내일 간다고 하니까! 잘못 건들면 큰 싸움 나. 자자 그만들 가시고. 이제 명절이
나 잘 보냅시다!"
추림이 눈짓으로 조덕배에게 오라고 이르고 잠깐 그들을 배웅했다. 골목길을 꺽어 현장이
보이지 않게 되자 그들을 보낸 추림이 다시 돌아와 주위를 살펴보고 빠른 걸음으로 레드스
타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가게 안으로 들어온 몇몇이 지저분하게 변한 가게 안을 정리하고 있었다.
뒤로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고 추림은 룸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룸안은 한번에 서른 명 이상이 모여앉아 놀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추림이 들어서자 룸안에서 강압당하고 있던 이들이 보였다.
"추림오빠!"
"혀... 형!"
먼저 입가에 피의 흔적이 뚜렷한 현아가 보였고 커다란 덩치를 쇼파에 기대고 힘없이 누워
있는 정건이가 보였다.
"이런 멍청한 새끼! 운동이나 열심히 하지 너 이게뭐야? 술집이나 드나들고! 너 좀 맞을래
? 몸은 괜찮아?"
추림이 아직도 울고 있는 몇명의 후배들과 현아 정건을 쓸어보며 다가갔다.
"괜찮긴 나 죽겠어! 씨발 놈들이 연장질을 해대는 통에 당했어!"
"오빠... 미안해!"
정건이와 현아가 추림에게 각기 말해왔는데 추림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추림이 정건이의 허벅지를 살펴 보았다. 청바지가 널덜거리며 찢어진 채. 피가 조금씩 흐
르고 있었다. 상어를 보니 그리 크지 않지만 꿰메야 할듯 보였다.
"밖에 누구 있으면 들어와라!"
추림이 정건이의 상처가 가벼운 것이 아님을 알고 밖에다 대고 소리쳤다.
휴일이라서 약국만 문을 열고 보건소나 병원은 꿈도 못꾼다.
"대바늘하고 나이롱 실좀 구해와! 약국에 가서 탈지면하고 소독약 사오고 환부에 바르는
연고도 가져오고 사장에게 말해서 독한 양주 있으면 가져와!"
후배 한놈에게 돈 이만원을 건넸다.
"형 미쳤어? 날 지금 수술하려고? 나 안해!"
정건이가 그제서야 상황을 눈치채고 펄쩍 뛰었다. 현아와 나머지들도 놀라기는 매 한가지
였다.
"그래? 그럼 그러던지.아마 움푹패인 상처가 죽을때까지 남을걸? 혹시 썩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다리병신이 될지도 모르지 아마."
"병원 가면되잖아!"
"미친새끼야 지금이 몇신데? 군에 나가겠다고? 이 한밤중에? 휴일인데? 잠자코 있어!"
"에이 씨발! 더럽게 됐네."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이게 뭘 잘했다고 살려놓으니까 어디서 까불어? 너 나안테 맞
은지 좀 됬지?"
정건은 키가 188센티에 백이십킬로나 나가는 거구의 후배였다. 춘천에서 학교를 다니며
역도를 했는데 하는짓이 워낙 거칠어서 운동과 공부는 뒷전이고 맨날 사고만 치고 다니는
놈이었다.
"현아! 너 왜 여기에 있어 이놈아! 요것들이 까져가지고. 현아야 너 아무래도 오빠안테 볼
기짝좀 맞아야겠다. 너희들도."
추림이 현아에게 다가가며 알밤을 후배들에게 한대씩 놓았다.
여덟명이나 되는 놈들이 이 지경이 되도록 울기만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현아는 참 오랜만에 본다. 많이 변했고 숙녀가 다 된 모습이다.
가끔 옛일을 회상할때면 늘 떠오르던 녀석이었다.
많이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좋아보여 마음이 놓였다.
"오빠아. 미안해. 오랜만인데 이런 모습 보여주고."
힘없이 말하는 현아를 추림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한살 차이지만 추림에겐 늘 동생
같고 어리기만 한 현아였다.
후배들이 나가고 정건이와 현아 추림만 남게 되었다.
"정건아 이새끼야! 엄마 걱정좀 그만 시키고 제발 정신좀 차려라."
"나 얌전해. 오늘은 재수가 없었어. 그런데 나 형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왔네 되게 신기
하다! 엄청 쫄았었거든. 씨발놈들이 현아랑 애들을 때리고 만지고 하잖아. 내가 참아? 좆
까고... 그래서 한번 붙었는데 도끼가 날아오잖아. 에이 비겁한 새끼들!"
이놈은 사고를 치고 다니지만 나쁜짓은 하지 않는 놈이었다. 그것이 추림은 마음에 들었지
만 그래도 그가 제대로 살기를 바랬다. 언제고 큰일을 한번 치룰 놈이다.
석호와 수연이 성규등이 들어왔는데 손에 술하며 안주를 한 두개씩을 들고 있었다.
아직도 술 생각이 나는지 이런 상황에서 술을 먼저 챙기고 있는 모습이 우스웠다.
"석호씨! 좀 있다가 수술할건데 여기서 술 맛나겠어? 나 책임 안진다!"
"상관없다. 밖에서 애들하고 마시려는데 사람들이 떼로 몰려들어 북새통이다! 정건이 너
이새끼 아직도 이러고 다니냐?"
"석호씨 오랜만인데 너무 그러지 마셔! 나 지금 죽을거 같으니까!"
"저게 확! 까불다 다친것이 자랑이라고... 하는짓이 왜 그 모양이냐 미친놈아!"
덩치가 산만한 정건이가 추림의 흉내를 내며 아양을 떨었다. 석호가 그런 정건이에게 다
가가 상처를 살피며 나무라며 상처를 눌렀다. 그러자 정건이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쳐댔다.
수연은 추림을 살짝 바라보다가 추림의 옆구리에 붙어 얌전히 앉아 있는 예쁘장한 현아를
바라보았다.
이야기는 들었다. 추림의 첫사랑 같은 후배라고했다. 석호말로는 현아가 추림을 무려 육년
간을 쫒아 다녔다고했다. 지금은 진짜 동생같이 대한다고 했는데 여자인 수연에게 지금 추
림곁에 앉아있는 현아의 모습에서 묘한 감흥이 일어나고 있었다.
추림의 개입으로 무사하게 사건이 마무리되어 사람들이 인사차 여러번 오갔다.
사장은 신고도 못하고 죽어나가고 있다가 추림에 의해 사건이 해결되자 추림에게 하루동
안 술을 꽁짜로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추림이 거절했다.
"꽉잡아! 입 악물고!"
대바늘을 절반을 잘라 날을 세우고 둥굴게 휘게 한후 불에 달구어 소독했다.
실을 독한 양주에 담가 소독시킨후 정건에게 남은 양주를 마시게했다.
마취도 안된 상태에서 생살을 찢고 꿰메는 고통은 지독한 것이다. 하지만 참지 못할 정도
는 아니었다. 수건을 입에 물고 눈을 부릅뜬 정건이 몸을 부들거리며 떨어댔다.
추림은 무심하게 정건의 상처를 꿰멨는데 아주 익숙하고 재빠른 손놀림이었다.
경험이 한두번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몸짓이었다.
"아프냐? 아프지? 자 다되어간다. 두바늘 남았다. 한 이주 정도 지나면 아물고 삼주 정도
지나면 실을 뽑을 수있을거야. 그건 니가 알아서 하고 술 처먹으면 새살이 멋대로 자라니
까 자재해라. 자 다 됐다."
정건의 허벅지에 난 상처는 아홉 바늘을 꿰메야했다. 제대로 궤맨다면 열서너번을 해야
했지만 추림은 그것으로도 효과는 있다고 판단했다.
추림이 그렇게 살을 궤멜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들이 징그럽다며 밖으로나가기도 했
고 토한 놈도 있었다. 수연은 마냥 신기해 져 추림을 다시 보게 되었다.
"자 이제 술이나 마시자! 나 왜 이렇게 고생을 자처하나 몰라! 피곤하다 팔자가!"
"난 너때문에 팔자가 피곤하다 새끼야. 마음 졸이는 짓좀 그만해. 이게 술먹다가 혼자 사
라져서 별짓 다하고 있어!"
"맞아 추림 너 차라리 외국 나가서 살아라 응? 너 주위에 있으면 살떨려서 못살겠다!"
"야!너무 그러지 마라. 우리의 호프 이추림이 없으면 무근 재미로 살겠다고."
"잡소리 그만하고. 오랜만에 고향에 모여 기분이 좋다. 건배하고 새해 복 많이들 받아라!"
"그래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건배! 위하여!"
잔을 들어 새해를 자축하며 추림과 친구들이 목청을 높였다.
(21장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