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2시 신촌역에서
공대사 까페 정모가 있습니다.
노래방과 보드게임 등 간단한 친목도모 활동이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자세한 내용은 cafe.daum.net/enlovestory ======================
===============================끄적끄적 게시판 ==================================
민아 - .......
기억 - ........
열려진 문 틈 30cm 사이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어색한 침묵이 흐르길 3초.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건네려는 찰나.
=탁.=
그녀의 손에 의해 문이 다시 닫혔다.
기억 - ....
...... 바.....방금 그 행동은?
차마 헤어 나오기 힘든 혼돈과 충격 속에
출입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 때
연출이 큰소리로 날 불렀다.
연출 - 숙자야! 거기서 뭐하냐?
업자 다음은 숙자인가...
민아가 왔었다가 그대로 돌아갔다는 말을 하면
또 한 번 폭풍이 몰아칠 건
가우스 함수가 불연속적인 것만큼이나 뻔했기에
난 적당히 둘러댈 말을 찾았다.
기억 - 아니... 나가려고 하는데 바람 때문에요.
연출 - 아~ 난 또 뭐라고.
좋아.... 이번 건 확실히 잘 넘겼어.
이제 그녀를 따라 갈 것인가
그냥 적당한 데 피해있느냐의 문제인데...
내가 그 질문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다시 열리는 출입문.
그녀가 돌아온 걸까?
김군 - 어유, 깜짝이야.
조건반사 학습의 결과인지
문 바로 앞에 있던 날 보고 한 번 흠칫 놀란 그는
조금 쿠리해 보이는 눈을 비비며
연습실 안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무래도 어제 겁 없이 연출, 회계와 함께
무한 알콜 로드에 올랐던 후유증인 듯 하다.
연출 - 여~ 김군. 어제 많이 마신 것 같던데 잘 들어갔냐?
김군 - 그럼요, 제가 또 귀소본능 하나는 연어랑 동급이잖아요.
연출 - 필름은 안 끊겼고?
김군
- 아.... 어느정도는 기억 나는데
막판이 가물가물하네요.
그건 그렇고 민아는 어딜 그렇게 바쁘게 뛰어가요?
연출 - 응? 민아?
김군
- 방금 요 바로 앞에서 마주쳤는데요?
저쪽으로 막 뛰어가던데..... 여기 안 왔었어요?
아주 인생이 꼬인다, 꼬여...
대체 어제부터 왜 이러는 거냐.....
연출 - 오~ 그래? 바람이 아니라 민아였구나?
박군 - 아니면 민아가 바람과 함께 사라졌나?
회계 - 오호라~ 왜 사라졌을까?
연출 - 이미 뛰어갔는데 한 번 봐주시죠?
민아 이야기에 다시 한 번 분위기가 왁자해지자
안군은 자신만 겉도는 분위기에 미간을 찌푸리며
대화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안군 - 어제 둘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요?
연출 - 풉!! 어제 민아가 기억이한테 뽀뽀했거든!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튀어나온 연출의 한 마디.
다음 순간 안군이 굳어지며
서늘한 어떤 감정이 번뜩였다.
안군
- 이야~ 그런 빅뉴스가 있는 데
저만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이거 섭섭한데요?
그의 표정에 드리웠던 그림자는
불빛에 바퀴벌레 기어들어가듯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난 분명히 보았다.
적의가 가득했던 그의 눈빛을...
분위기로 봐도 뭐로 봐도
우선은 밖으로 나가야겠다.
그녀를 따라갈지 말지는 그 이후의 문제다.
딱히 목적지가 없었던 난
우선 바람이나 쐬자는 생각에 비상계단으로 나갔다.
기억 - 하아......대체 뭐냐고.
혹시 그녀가 나에게.... 뽀뽀...를 했던 건
단순히 취해서 한 실수일 뿐이었던 걸까.
그래서 술 깨고 생각해보니 쪽팔려서 날 피한 건...
그럼..... 나 혼자 오해하고 있었던 건가?
그것 참 가관인데?
기억
- 젠장 젠장 젠장.... 술버릇도 참....
괜히 사람 마음만 뒤숭숭하게....
마냥 잘 풀리는 것 같다가도
엎치락뒤치락 하고 나면 어느새 밑바닥에 있는 기분.
대체 뭐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기억 - 아냐 아냐.... 취중 진담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렇게 계단 난간에 팔꿈치를 걸친 채 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문득 담배가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충동 때문에
흡연의 길로 빠져드는 건 아닐까?
...... 그래도...... 가래 끓는 건 싫다.
기억 - 아아아아....닝기리 조또 씨..... 에이, 빌어먹을....
난 기지개를 켜듯 몸을 비틀어
난간에 등을 기댄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겨울 하늘같지 않게 청명한 하늘.
그리고 위층 난간 앞으로 튀어나와
나를 마주보고 있는 누군가의 머리.
검고 윤기있는 머리카락이 나를 향해 죽죽 늘어져있는...
기억 - ....!!!!!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은 괴이한 각도에
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오싹함을 느꼈다.
왠지 그대로 벽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와
나를 덮쳐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
하지만 더 경악스러운 건
그 얼굴의 주인공이 민아였다는 것이다.
대체 왜 거기서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는 거야?
지금까지 말한 것도 다 들었나?
우린 누가 더 눈을 크게 뜰 수 있는지 경쟁하듯
휘둥그레 해진 눈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민아 - .......
내가 무슨 말을 꺼낼지 고민하는 사이
그녀는 뒤늦게 계단 난간 안으로 쏙 모습을 감췄다.
왠지 아까랑 상황이 똑같은 것 같은데...
나는 조금 느린 걸음으로
그녀가 날 내려다보던 발코니로 올라갔다.
계단 난간을 등진 채 앉아 있는 그녀.
혹여 그녀가 놀라 또다시 도망치는 건 아닐까
난 더욱 걸음을 늦추며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섰다.
우선 그녀에게 가장 묻고 싶은 건
대체 왜 이런 곳에 있었냐는 거지만
그건 또 왠지 그녀를 나무라는 것 같아 관두기로 했다.
기억 - .....
하지만 그로써 할 말 자체가 없어져버린 난
그녀 옆에 다가가 어색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민아
- ...... 영화 같은 데 보면
사람이 도망치면 항상 아래쪽으로 쫓아가잖아.
그러니까 위로 가면 못 찾을 것 같아서
여기 숨어있었거든.
그런데 밑에서 말소리가 들리기에...
쪼그려 앉은 무릎 위로 늘어진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빙빙 꼬아가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녀.
그렇다는 건 내가 혼자 궁시렁거리던
푸념소리를 다 들었다는 건가.
욕도 제법 섞여있었던 것 같은데...
하아... 점점 깝깝해 진다, 진짜..
내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낙담하는 동안에도
그녀는 뭐라도 말을 해야겠다 싶었는지
더듬더듬 힘들게 말을 이어나갔다.
민아 - 그리고.... 어제 있었던 일말인데...
기억
- 아니... 뭐..... 술김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난 그냥..... 신경 안 써도 돼.
오히려 일이 너무 커진 것 같아서
내가 미안할 지경인데....
민아 - 아니야!!
깜짝 놀랄 정도로 큰 그녀의 목소리.
술김에 그런 게 아니라는 건지
내가 미안해 할 게 없다는 건지
그 의미는 애매모호했지만....
만약 전자 쪽이라면... 많이 행복해질 것 같다.
민아 - .......
내가 그녀의 말을 뇌까려 보는 사이
그녀는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입술을 달짝거리며
다음 말을 망설이고 있는 듯 했다.
왠지 덜컥 그 말을 듣기가 무서워졌다.
스텝은 꼬이기 시작하는데 템포는 점점 더 빨라지는 기분.
이대론 정말로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이 되 버릴 것 같았다.
오른손으로 왼쪽 소매를 꽉 움켜쥐고 있는 그녀.
그 손이 내 가슴을 옭아 죄는 듯
숨쉬기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있었다.
거머쥔 주먹 안에 땀이 차올랐다.
기다림은 길었다.
시간이 몹시 늦게 흐르는 것 같았다.
그녀의 기도를 타고 호흡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녀의 입술이 어떤 발음을 내기 위해 움직이는 게 보였다.
민아 - ㄴ......
기억
- ...... 아유..... 아무튼 김씨랑 허씨는
왜 그런 이야기를 동네방네 퍼트려가지고....
난 그렇게 김씨와 허씨에게 슬쩍 책임을 넘겨놓고
머쓱하니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섰다.
민아 - 아....!
그녀는 안타까운 탄성으로 내 발걸음을 잡았지만
지금 다시 돌아서면
=할 말 있어요?=
라고 되묻는 꼴이 되어
그녀를 더욱 압박하게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두근두근두근두근...=
내 심장박동의 한계점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했다.
가뭇가뭇 흐려지는 시야에
계단을 내려가기가 몹시 불안했다.
그녀의 발소리는 날 따라오지 않았다.
다행이다..... 이 계단만 지나면 앉아서 쉬자.
계단의 반을 내려와 반대로 꺾는 부분을 조금 지나
난 무너지듯 자리에 주저 않았다.
기억 - 하아....... 하아.......
내 자신이 한심했다.
마지막 한 자리만 맞으면
1억원에 당첨 되는 즉석복권을 들고 끙끙 앓다가
끝내 마지막 칸을 긁지 못하고 숨을 거둬버린
어느 노파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하아......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나는....
자꾸만 눈이 감길 것 같았다.
여기서 쓰러져버리면 또 노숙자 소리를 들을 텐데...
하지만 일어날 수가 없다.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린 것 같다.
뭐야 이건....
이래서 평생 딱지나 뗄 수 있을까?
앞서가도 심하게 앞서간 것 같은 고민 속에
혼자 해매이고 있을 때
그녀가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야 돼, 일어나야.....
일어나야아~~~!!!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몸.
난 계단에 난간에 바짝 웅크려 붙은 채
그녀가 그냥 지나쳐 가기만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내 바로 뒤에서 멈추는 그녀의 발걸음.
뭔가 위험한 기운이 오싹 하고 등 뒤를 타고 올라왔다.
민아
- ......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멍청이! 똥개! 멍게! 해삼! 간디스토마!!
그렇게 내 뒤통수를 향해
감히 규칙성을 찾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 그녀.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좀......
그녀의 말이 끝나고
삐질삐질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봤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건 그녀의 뒷모습.
그녀는 계단에서 내려오던 방향 그대로 난간에 붙어 서서
하늘을 향해 소리를 치고 있었다.
민아 - 후우......
이내 맺힌 한을 다 풀었는지 긴 숨을 내쉬며 돌아선 그녀는
곧장 나와 눈이 마주쳤고
민아 - 꺄아아악!!!
다시 계단을 뛰어올라가 버렸다.
.......... 참 가지가지 하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