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을 읽고 같은 현업에서 일하는 구조대원으로써 마음이 울컥해서 올립니다...
머리위로 소용 돌이 치는 불길과 좁은 단란주점 통로에서 앞이 안보이고 불빛을 비쳐도 손끝도 안보이는 화마 속에서 오직 사명감으로 불속에서 산화 하신 선배 후배구조대원님들에 영전에 머리숙여 뜨거운 가슴으로 조의를 표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님께 드리는 편지 -
그토록 매섭게 춥던 2005. 1. 8. 시온글로버 공장 화재때 선착대로 도착하여
화염에 쌓여 고립된 장애우 분들을 구조하여 안고 나오시던 일들을 기억하십니까?
워낙 추운 날씨여서 방수한 물이 금방 얼어 후착대 진입이 어려울 때
소방차가 진입해야 한다며 모래를 뿌리시던 일 생각나십니까?
03년 3월 23일 05시 금산공단 영남코르패드 공장 화재때 외국인 근로자 분들이 살려 달라고
아우성칠때 불속에 뛰어들어 나이드신 아주머니를 업고 나오시던 일 기억이 나십니까?
석적면 다부재 대형버스 교통사고 때 45명의 사상자를 구조하신 일 또한 기억나십니까?
할머니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흥건하게 피를 흘리며 누워 계셨을 때
나의 가슴이 조여지는 것처럼 답답해 하며 구조하시던 일 기억하십니까?
낙동강 골재 채취장에서 익수자를 구조하여 입을 대고
인공호흡을 하면서 일어나시라며 애원하던 일 기억하십니까?
경부고속도로에서 벗겨진 신발의 주인을 30분간 수색하며
낭떠러지에 떨어진 할머니를 들것으로 모셔 구급차에
옮기시던 일이 기억나십니까?
금오산 산불화재 때 산중 절벽아래 촛불을 켜놓고 기도하다가 불이났었지요
산속에 LP가스통이 10개가 폭발할 때 숨죽여 밤을 새운 일을 기억하십니까?
대양수산 공장 화재때에 입과 손이 얼어 붙고, 귀는 붙었는지 기억조차 없을때
님께서는 저에게 방수복을 입혀 주셨던 일이 기억나십니까?
동물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해서 부러진 애완견 다리를 고쳐 주면서
나 아니면 까닥 잘못했더라면 저승갈 뻔 했다고
환하게 웃으시던 일 기억하십니까?
고라니가 국도에서 승천하여 이런 일도 구조대가 해야 하느나며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시던 일 기억하십니까?
님과 함께 우리는 99년 1월부터 칠곡군 지천면 지체장애우와 노인들의 요양원인
'엘리사벳의 집' 에서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매월 1회씩 목욕 봉사를 하곤 했었지요
이제 누가 그 일을 맡아 해야 하는지요 그 일을 기억하십니까?
2002년 4월 15일에는 김해에 중국 민항기가 추락했을 때에도
님은 피곤을 뒤로 한 채 제일먼저 추락현장에 도착하여 구조작업을 지원하는 현장에 계셨었지요
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참사때 매연에 그을린 님의 모습이 텔레비젼에 비쳤을 때
우리는 영원한 구조맨이라고 부등켜 안았던 일 기억하십니까?
2003년 9월 17일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하여 하늘이 구멍난 듯 억수같이 비가 퍼붓는 중에도
동명면 송림저수지 인명구조와 가산면 금화리의 가옥 침수로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할 때도
님은 어김없이 현장에 계셨었지요 그 일을 기억하십니까?
윗층에서 반갑다고 인사하며 건강을 챙기시라고 항상 자신보다 더 염려하셨고,
출동 중에는 또 반갑다며 환하게 웃으시던 그 모습을 언제 다시 볼수 있을까요
건강해야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며 40킬로그램이나 되는 바벨을 올리시던
늠름한 기상과 그 모습을 비디오에 남겨 두자던 일이 기억나십니까?
힘이 쎄야 구조대원 자격이 된다며, 대구에서 칠곡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셨지요
이제 그 자전거는 어떻게 하시란 말씀입니까?
현장에서 팀웍이 생명인 구조대에는 단합과 협동만이 구조대의 전부라고 말씀하시면서
기울이던 쓴 소주잔을 이제는 님과 함께 마주할 수 없어야 만 할런지요
새천년 식당에서 소방공무원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어야 화재 현장에서 마신
연기가 제거된다면서 하신 말씀 기억하십니까?
매사에 긍정적이며 협조적이시던 님께서는 어찌 한번쯤 거절도 하실 줄 알아야 하는데
왜 모든 일을 수긍만 하시고 수용만 하시었습니까
눈빛만 봐도 윗사람이 무얼 이야기 하시려는지를 금방 읽으시던 님께서는
왜 한번쯤 거부도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니되오! 아니되오! 아니됩니다
나는 아직 아니됩니다 라고 크게 한번 만이라도 외쳐 보시지
그것마저도 수용만 하시었습니까
어찌 그 부름을 그렇게도 쉽게 수용하셨습니까
아직은 님께서 하실 일이 많으시건만, 또 님과 함께 하고픈 동료들이 많건만
그렇게 쉽게 수용하셨습니까
정말 이건 만은 아니됩니다
님이시여! 남은 저희는 오직 부끄러울 뿐입니다
때묻은 코펠이며 장갑, 동생처럼 사랑했던 의무소방원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좋은 후배들을 소개시켜
노처녀 노총각 중매를 하시겠다더니....
어찌 그렇게 부름을 거부하지 못하셨습니까?
너무 큰 슬픔입니다
어찌 눈물이 그치리이까 님이시여!
가슴 저려오는 님 생각에 너무나 북받쳐 오는 슬픔으로 목이 메입니다
님이시여!
눈물로 쓰는 편지에 님의 화사한 웃음이 담긴 편지를 언제까지나 기다리겠습니다
님이시여! 편히 잠드소서
乙酉年 十月 辛未日 酉時에
義城消防署長 白 周 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