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오늘은 꼭 말해야 겠다.
정말 오늘은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잡지에서 요새 제일 잘 나가는 레스토랑을 찾아 예약도 했고,
박스 오피스에서 1위했다는 영화도 예약을 했다.
항상 일하는 곳에서 부딪히는 그녀이고,
다른 사람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이지만,
난 한 번도 맘속 이야기를 꺼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처음 그녀가 내 개인 비서로 발령받았을때는
몰랐다. 그녀가 그렇게 아름다운지.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녀만 보면 가슴은 콩닥콩닥 뛰어 오르는데,
정작 내 모습은 차가워진다.
왜 일까?
거절 당할까봐, 두려워지는 것일까.
전번에 같이 연구소에 미팅나갔을때,
단 둘이 같은 차를 탔을 때,
정말 고백하고 싶었다.
사실 오래 전부터 그쪽을 좋아했다고,
가는 1시간 동안,
미팅에 관한 것은 잊고
오직 그녀만을 떠올랐다.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갔고,
또다시 업무용 얼굴로 그녀를 대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녀의 머리결에서 나는 샴푸 냄새는
정말 향긋했다.
오늘은 나도,
그녀도 오프이다.
미리 전화를 걸면 어색하니,
아침에 일찍 전화를 걸어 봐야겠다.
급한 일이 있으니까
나와 달라고,
그럼 나오겠지...
내가 상사니까,
아무튼 빨리 퇴근해야 겠다.
내일을 준비해야 하니까,
[그여자]
나의 상사는 독특하다.
아니 매우 특별하다.
1000만명 중에서 1명 꼴로 발생하는
사토라레이다.
그가 생각하는 것을
반경 3m이내의 사람들은
직접 뇌속으로 전달 받는다.
사토라레는 뇌 기능이 매우 발달하여
보통 사람의 4-5배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우주항공이나, 의학에서 이룬 업적은 매우 크다.
나는 두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사토라레인 그 남자의 비서
또 하나는 사토라레 대책위원회 보호과 직원이다.
사토라레는 자신이 사토라레라는 것을 알면
정신적으로 붕괴하기가 쉽다.
그것을 방지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사토라레 보호법에 의거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주의를 준다.
그가 자신이 사토라레인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말 그대로 속보이는 인생이 되는 것이니까,
만약 자신이 사토라레라는 사실을 알면, 인격이
무너질수도 있다.
다행히,
임상의가 아닌 순수의학을 공부하여
그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직업을 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매우 보호하기가 쉽다.
나의 상사이자 보호대상인 그가,
사랑에 빠졌다.
누군지 모르지만,
시간이 날때마다,
그는 그 여자 생각뿐이다.
그녀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은채,
그는 그저 그녀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사람만을 생각하는 것 같다.
내일은
그가 바깥으로 외출한다.
나는 당연히 그와 동반해야 한다.
주위사람들이 그에게
무슨 해를 끼칠지도 모르니까,
매일 그를 보고
모든 것을 그에 대하여 알고 있지만,
그가 요처럼 설레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가 사랑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나는 언제나 그의 그림자가 되겠지만,
그래도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토라레라는 특성상, 친구가 거의 없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정말 따듯하다.
어떤 사람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한다.
나는 그것을 3년 넘게 지켜보았다.
[그남자]
저기
그녀가 온다.
그동안 나를 힘들게 한 사실 2가지가 있었다.
사실이지, 너무나 힘들었다.
처음은
내가 사토라레라는 것....
사실 너무나 충격적이였다.
아주 우연히 연구 논문을 읽다가,
거기서 나의 이름을 확인하였다.
대게 사토라레들은 자신이
사토라레라는 사실을 알면 혼란을 겪는다지만,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두번째, 사실...
그녀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은 것.
내가 생각하는 대로 그대로
그녀에게 전해지겠지만,
그녀를 사랑한다는 말 만큼은
내입으로 직접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