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6화> 그러니까...

바다의기억 |2005.10.22 16:09
조회 11,900 |추천 0

즐거운 주말입니다.

 

이제 내일 모레면 다시 월요일이라는 현실이

 

내심 어둡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월요일이 있으니 화요일이 있고 주말도 있는 거겠죠.

 

아무튼 남은 주말 알차고 즐겁게 보내시길....

 

 

========= 그런데 왜 주말은 이틀 밖에 안 되는걸까요. 3:4 정도면 적당할 텐데 ===============

 

 

하아...... 하아........ 하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친구3 - 야, 어제 퀴즈 잘 봤냐?


친구4 - 몰라 한 두개는 맞은 것 같아.


친구5 - 그래도 풀긴 풀었나 보네?



길가에 있는 수풀 뒤에 몸을 숨긴 채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는 친구들을 지켜보던 난


긴장감에 주먹을 움켜쥐며 숨을 죽였다.



친구6 - 내일은 또 물리 리포트 내야 하잖아.


친구7 - 아주 숙제가 끝이 없네, 끝이.


친구8 - 어, 잠깐. 나 운동화 끈 풀렸다. 먼저 가고 있어~.



때마침 운동화 끈을 고쳐 매기 위해


대열에서 벗어난 친구8.



무리에서 벗어난 가젤은


치타의 먹잇감이 될 뿐!!!



사사사삿! 슈슛 팟, 츄루룹!!



.......



친구7 - 야, 빨리 오.....응? 그새 어디 갔어?



.........



친구8 - 읍!! 으읍!!


기억 

- 조용히 해, 얌전히만 있으면 목숨은 보장해주마.


자.... 그럼 이야기 안 해도 이미 들었겠지만....



동기들의 몰려다니기 전법에 맞서기 위해


각개 납치 작전으로 나서기 시작한 나.



친구8 - 나, 난 돈 없어!


기억 - 아.... 또 깝깝하게 나오네. 카드는 폼으로 있나?


친구8 - 통장 잔고도 없어!


기억 

- 어유, 그러게 술 좀 적당히 마시지....


그래도 목걸이는 예쁜 거 하고 다니네? 18K?



친구8 - 이, 이거 도금이야!


기억 - 흐음.... 이거 정말 방법이 없구만.


친구8 - 이제.... 가도 되지?


기억 - 그래, 뭐 여동생한테 안부나 전해 줘. 예쁘게 생겼던데?


친구8 - 이런 악마 같은 새끼!



이로써 현재 판매량 8장.


점점 줄어드는 판매 기회에 반비례해서


그 수단은 급속히 강력해져만 갔고


각각의 일화들은 하나의 공포괴담이 되어


공대 전체에 퍼져나갔다.



점심시간, 식당 근처 잔디밭.


답답한 기분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앞으로의 판매 수단과 민아와의 관계에 대해 고심하고 있을 때


조금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 응? 저기 지난번에 그 오빠 아냐?


여2- 어? 아냐 잘못 본 거야. 우,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


여 

- 아니기는... 맞는 것 같은데.


그리고 무슨 한 겨울에 아이스크림이야?



여2 - .... 아유.. 그냥 빨리 와~~.



뒤로 젖히고 있던 고개를 들어 앞을 봤을 때


시야에 들어오는 민아의 뒷모습과 그녀의 친구.


그녀의 친구는 아직 나를 학교 선배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친구 - 그봐~. 맞잖아~. 안녕하세요~~!


민아 - 으...응, 그러네? 아, 안녕하세요?


기억 - ......



그다지 눈치가 빨라 보이진 않는 그녀의 친구 탓에


민아는 마지못해 내 쪽을 돌아보았다가


이내 땅으로 눈을 피했다.


뽀뽀사건에 이은 똥개-간디스토마 사건으로


그녀와 나의 사이는 심각할 만큼 서먹해졌다.


내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그녀는 어느 샌가 훌쩍 자리를 뜨기 일쑤였고


우연히 마주친 길에도 인사말 이외엔 건넨 적이 없었다.



민아 - .......



착잡한 침묵이 몇 초 정도 계속되었다.


마치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이


서로 새로운 상대와 함께 길을 걷다 마주쳤을 때처럼


어색하고 우울한 침묵 말이다.



제일 먼저 그 침묵을 깬 건 그녀의 친구였다.



친구 - 식사 하셨어요?


기억 - 아....아뇨, 아직.


친구 - 어머나 잘됐다! 저희도 아직 안 먹었거든요~.


민아 - 어? 야, 야~.



너무나 당당한 그녀의 제안에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민아.


나도 평소 눈치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지만


그녀의 친구는 눈치가 있고 없고를 떠나


개념의 레벨까지 올라가야 할 듯하다.



만약 내 친구가 같은 짓을 했다면 두말 할 것 없이


←모아서 → + C를 날리고


점프 후 최고점에서 B+D 로 다운공격을 가한 후


사체(?)를 가지고 자리를 피했겠지만


지금은 차라리 잘 됐다.



기억 - 음... 이거 사줄 수밖에 없는 분위긴가?


친구 - 어머나~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여차저차해서 같이 식사를 하게 된 우리.


그날의 메뉴는 계란찜에 북어탕 기타 등등이었다.


함께 줄을 서있을 때부터 느낀 점은


그녀의 친구가 겁을 상실했다 싶을 만큼


붙임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친구 - 오빠는 무슨 과세요?


기억 - 아.... 전 공대에 다니고 있습니다.


친구 - 왠지~ 딱 보면 그렇게 생겼어요.


기억 - ...... 그래요?


친구 

- 맞다 맞다, 예전에 친구한테 들은 이야긴데


공대생 만나면 꼭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정의’가 영어로 뭔지 아세요?



기억 - ...... Definition?

(Definition : 수학적 ‘정의’ 할 때 정의 )


친구 

- 까르륵! 진짜로 그러네요?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Justice 가 나오는데...

(Justice : 정의의 용사 할 때 ‘정의’)



기억 - 아... 그런 것도 있었네요.



이후 내 친구들을 상대로 테스트해본 결과....


대략 90% 이상이 정의 = Definition 이라고 답변했으며...


Function = 함수 (가장 기초적인 뜻은 ‘기능’)


Equation = 등식 (보통은 ‘평형’)


Probability = 확률 (보통은 ‘있음직한’)


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아마 다른 뜻은 생각해본 적도 없을 것 같다.



아무튼, 그녀는 내가 부담스러울 만큼


많은 질문공세와 수다를 퍼부어댔고


이 기회에 민아와의 대화를 재개해보려던 난


속이 부글부글 끓는 걸 느끼면서도


별다른 대책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민아 - ......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식사를 계속하고 있는 그녀.


영 떨떠름하니 부담스러워 보이는 얼굴에


현재 속도로 봐선 먼저 먹고 일어나버릴 기세다.


음? 그런데.... 계란찜에 박혀있는 저건....



기억 - 잠깐만. 달걀 껍데기가 섞였네....



난 젓가락으로 그녀의 계란찜 사이에 있는 껍데기 한 구석을 잡아


조심스레 밖으로 끄집어냈다.


빙산의 일각이라고나 할까,


계란찜 속에선 생각보다 큼직한 본체가 딸려 나왔고


난 왠지 뿌듯해지는 기분마저 느끼며


내 식판 빈 곳에 껍데기를 내려놓았다.



친구 - 우와~ 오빠 짱 자상하다~.


기억 - ......응?


친구 - 생선 발라주기에 달걀 껍데기도 찾아주고~.


기억 - 아니.. 그냥 눈에 띄니까...


친구 - 솔~직히, 민아랑 무슨 사이에요? 네?



그녀의 친구는 몹시 들뜬 목소리로


나와 그녀의 사이에 관해 캐물었다.


뭐라 대답하기가 곤란했던 난


도움을 청하듯 민아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칠 새도 없이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아 - 먼저 실례할게요. 급한 일이 생각나서...



차마 같이 일어날 엄두도 안 들 만큼


냉랭한 어투로 말을 마무리 짓는 그녀.



문득, 테이블 위에 올려진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간단히 말하자면..... 억울했다.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나에게 화가 나 있는 걸까?



친구 - 아...



상황이 이쯤 되자 민아의 친구도 뭔가 이상을 느꼈는지


어정쩡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고


난 망설임 없이 식판을 정리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억 - 저도 이만....



그녀의 친구와 둘이 있게 되는 것도 어색하긴 했지만


솔직한 기분으론 나도 화가 났다.


그녀로 인해 고심하느라 쌓인 답답함이


스팀으로 승화했다고 할까.



대체 왜 그러냐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라도 봐야 속이 풀리겠다.



....... 그래, 나 원래 이런 놈이다.



아무튼, 분위기상 뛰어서 쫓아가는 건 무리가 있었기에


잰걸음으로 그녀를 따라 잡은 건


식당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벤치 근처였다.



기억 - 저, 저기.....


민아 - 뭐야 대체.



........... 찔끔.


나를 돌아보며 톡 쏘는 그녀의 한 마디에


난 고래가 멸치가 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사과하고 자시고 할 여지도 없어 보이는 싸늘함.


문득 =영문학부의 얼음여왕.= 이라는 그녀의 별명이 생각났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날 쏘아보던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민아 

- 자기는 만날 때마다 아무렇지도 않게


가슴 두근거리게 만들면서....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서....


나도 기억이가.... 그랬고 하니까.....


큰맘 먹고 .....그렇게 저렇게 했던 건데


마음대로 술주정 부린 것처럼 몰아세우고....


솔직히... 솔직히 좀 취하긴 했었어도.....


기억도 분명 나고, 소문 난 것도 후회 안 했었단 말이야!


그런데..... 기억이가 나중에 그러니까....


갑자기.... 후회도 되고,


나 혼자 착각한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마주하기가 힘들어서 피해 다녔어.


그런데 지금 와선 또 자기 마음대로...


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


원래 다른 사람한테도 그러는 거야?



엄청난 대명사의 남발로 인해


도무지 뭘 어떻게 했다는 건지


그 내용을 추정하기 힘든 그녀의 항변.



기억 - 아, 아니..... 그러니까.....



=그러니까= 라고 말을 꺼내긴 꺼냈지만


다음 말을 찾기가 힘들었던 나.


그녀가 한 말들의 의미가


머릿속에서 뭉뚱그려진 채 여기저기 맴돌았다.



대체 지금 뭐에 관해 말을 해야하는 거지?



내가 손을 머리 위쪽에서 빙빙 돌려가며 헤매는 동안


기다리기가 답답했는지


그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빽 고함을 질렀다.



민아 -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바보야!!!


기억 - 아...그러니까.......... 좋아....해요.



말을 마치는 순간 한숨이 푹 새어 나왔다.


아주 마른하늘에 봉창을 뜯어 먹어라.....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