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속에서 감사했던 기억..
여러분은 혹시 그런 적 없었나요? 너무나도 큰 실수를 저질러서... 주위 사람들한테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그래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무안했던 기억말예요.
저 역시도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쭉 수원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20살 무렵부터 딱 2년 동안은 수원이 아니고 경기도 **시에 있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군대생활을 의무경찰로 지냈거든요. 그래서 경기도 **경찰서에 있었어요. 의경, 전경 하면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얼굴에 방독면을 뒤집어쓰고 험악한 방패와 진압봉을 들고 있는 살벌한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죠? 하지만 의경이라고 해서 전부 시위진압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교통의경을 했었어요. “ 실례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도로교통법 5조 신호위반 하셨습니다. 면허증 제시해 주십시오... ” 하는... 그래서 시위현장 근처에는 가본 적도 없었답니다. 다만 하루 종일 아스팔트 위에서 음주단속과 교통 단속만 했었죠.
그런데, 그때 그러니까.. 제가 경찰서에 들어간 지 얼마 안돼서,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 버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그만 광명경찰서 서장 관용차량의 딱지를 끊으려 했기 때문이었죠. 처음에 경찰서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경찰 서장 및 그 밖의 간부들에 관용차량 번호를 암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 그만 경찰 서장 차의 차량 번호를 외우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아침 8시 무렵에 광명 사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 한대가 제 눈에 목격이 됐죠. 그래서 신나게 ‘삐----익’하고 호각을 불었어요. 그랬더니 그 차가 제 앞에 섰어요. 그런데... 그 차의 운전석에 아주 낯익은 사람이 앉아 있더군요. 그 사람은 바로 우리 내무실의 미하나경(경찰 서장 운전요원)이었어요. 그리고 뒷좌석에는 나이 지긋한 어느 중년의 아저씨 하나가 매우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그 미하나경한테 뭐라고 하며 혼을 내고 있었죠. 그 아저씨는 다름 아닌, 경찰서 서장이었습니다. 그 순간 ‘앗차’ 하며 뭔가 큰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하나경이 서장한테 핀잔을 들으며 저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것에서 더욱 그것은 분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이해가 안 가실지 모르겠지만, 계급사회에서 일개 의경이 경찰서장의 딱지를 끊으려 하는 것은 다시 말하면 갓 여섯 살 먹은 손자가 할아버지의 뺨을 때리려 하는 것과 같은 무례한 짓인 것입니다.
결국 그 일 때문에 우리 경찰서 교통지도계 계장은 간부회의 시간에 끌려가서 그야말로 죽도록 망신을 당했답니다. 속된말로 과장급 간부들한테 돌림빵(각 간부들한테 번갈아가며 혼이 나는)을 당한 거죠. 그리고 그날 오후 6시경에 무전기로 호출이 왔어요. “ 광교 셋! 날때 교실로 하나열! (지금당장 교통지도계로 들어와!) ”
그래서 부랴부랴 경찰서 교통지도계로 들어갔는데, 사무실 분위기는 그야말로 험악 그 자체였습니다. 김경장, 박순경, 그리고 제 의경 고참들.. 전부 돌아가면서 저한테 ‘저 병신새끼! 똘아이 새끼!’ 하면서 저를 갈궈대기 시작했어요. 그 중에서 저와 친했고 저를 아껴주었던 고참 중 한명이 저한테 이러는 거예요.
“ 너 어떻게 할래? 이 새꺄! 너 때문에 지금 교통계장님 교통과장한테 끌려갔어... 넌 오늘 잘 생각 하지마.. 오늘 밤에 한번 뒈져봐라! ”
저와 친했던 고참까지도 그래버리니까.. 정말 환장하겠더군요. 그때서야 저는 군대생활하면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해서 교통지도계 한쪽 구석에 차렷자세로 반성하듯, 교통계장을 기다렸어요. 상상이 가세요? 정말... 정말 미칠 지경이었죠. 차라리 뺨이라도 한대 맞았으면 하는 생각까지도 들더군요.
그렇게 30분 정도가 흘렀을까요? 드디어 교통계장님이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셨어요. 교통계장은 그 뒤에 한참 풀이 죽어있는 저의 곁으로 다가와 저와 눈을 마주쳤어요. 순간.. 저는 ‘핑’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 흐.. 흑... 죄송.. 죄송합니다. 계장님! 흑흑흑... ”
그러자 계장은 ‘핫하하하’ 하는 웃음과 함께 제 어깨를 살짝 때리며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 괜찮아 임마! ”
그날 밤, 교통계장님은 제가 근무하는 교통 초소에 통닭과 소주 한 병을 사들고 오셔서 오히려 격려까지 해주시더군요.
“ 잘 했어.. 지 까짓게 서장이면 다냐? 씨발 놈... 잘 했어.. 핫하하... ”
여러분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슬픔 속에서 감사했던 기억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