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할때 초,중학교 동창이며 동네친구인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사촌을 소개받았다.
나와 동갑내기, 지방 농고인지 공고를 졸업해서 취업전선에 뛰어 든 남자애였다.
키도크고 목소리도 좋고 우선 허우대는 멀쩡해보였던게 잠시 스친 첫느낌이었다.
나중에 정식으로 소개받은 두번째 만남에서는 실상이 참으로 괴로웠다.
잘생기긴 했지만 너무 부담스러운 외모였다. 자신의 외모에 비해 어리숙함을 숨기지못하는
촌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던 남자애... 여자친구와 난 항상 좋아하는 사람이 동일인물이었다.
매번 그 동일인물은 날 선택했고 나 또한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스스로 자신감에 빠져있었다.
내 친구는 자신의 사촌과 내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비는 듯 했다. 그친구의 언니까지 합세해서 말이다.
몇번의 만남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좀 음침한 그 남자애가 심하게 부담스러우면서
내가 피하기 시작했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그 남자애에게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그 남자애는 그러더라. 자기가 가장 듣기 괴로운게 가방끈 짧다는 소리라며... 잘 지내라고 연락안하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난 그냥 늦지않았으니 대학교를 들어가는게 어떻겠냐는 거였는데...나에게는 단지라는 뜻이 그 남자애에게는 자존심이 상했던 말이었나보다.
그러면서 난 나름대로 대학생활에 적응을 해가고... 3개월 정도 지나서 문득 그 남자애가 생각이 나서
호출을 해봤다.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은근히 반가웠다. 약속을 정하고 카페에서 만났다.
예전보다 훨씬 부담도 없어지고 나름대로 반가운 감정이 커서 나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
그러면서 나 학교끝나면 둘이 만나서 차 마시고, 밥먹고...그 남자애는 일때문에 저녁 9시정도까지 회사엘 나가고 그러기를 거의 9개월...( 야간시장에서 옷 도매업을 하고있었다).
그러던 중 깊이 마음을 줄 수 가 없는 나 자신에게 무언가 확신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스스로가 만들 수 없는 확신이기에 많이 괴로웠다. 그러던 중 그 친구 집에 화재가 일어나 당장 지방으로 내려가야 할 일이 생겼다. 그때처음 이틀정도 못 보게 되었는데 그 이틀이 어찌나 길던지 이틀째 되던날 그 시간에 잠깐 얼굴 볼 수 있겠냐구 음성이 남겨지구... 난 엄하신 아빠 몰래 나갈 수 있다구 음성을 남기고는 약속장소로 가슴을 잡고 뛰어갔다. 우린 설레이고 두근거리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고 어찌할바를 몰라하는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딱 1분동안 껴안은채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그 시간부터 우린 정말 남부럽지 않은 애틋한 연인이 되었다. 정말 내가 너무도 싫어하던 사람과 이렇게 사랑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니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싫어한게 아니라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던 내 자신이 느껴진다. 피해야 되는데 피할수가 없었던...정확히 다시 만난지 9개월째 되는 날 우리는 첫키스를 했다. 심장이 터질것같아서 너무 창피했지만 우리의 풋사랑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2년의 세월을 사랑으로 지내오다 우린 처음으로 여행이란 걸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많이도 인내하였던 그가 고맙고 또 많이 사랑스럽고 믿음직 스러운 감정을 가슴에 안고
우린 바닷가로 향하는 기찻길에 올랐다. 도착하자마자 그의 선배가 근처에 있다며 잠깐 얼굴을 보고오자고 했지만 난 사양을 했고 어쩔수없이 그 혼자서 선배를 만나러 가게 되었다.
나름대로 창문을 열어 파도가 치는 바다를 바로 보니 기분이 뭐라 말 할 수 없을만큼 평온함과 동시에 가슴벅찬 기분과 설레임이 밀려왔다. 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까지도....
똑똑 소리가 나고 난 문을 열었다. 들어서자 마자 날 껴안으며 잠시지만 너무 보고싶었다며...
나두 쌩뚱맞긴 하지만 유치하긴 하지만 그 기분을 알 것 같아 껴안으며 나 또한 그랬노라고...
우리는 누가 말할것도 없이 침대로 뒷걸음 쳐 갔으며 그렇게 우리의 첫사랑은 이루어졌다.
나의 처녀성을 본 그는 이젠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며 넌 내거야. 하면서 날 어찌할 줄 몰라하며
그렇게 마냥 날 이쁘다 이쁘다 해주었다. 난 나의 처음을 준 그에게 후회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너무 집착하는 그가 점점더 불안해보였다. 내 사랑이 식은 건 아니지만 내가 친구들과 만나서 밥먹고 차마시거나 술 한잔 하고 있다고 말하면 내내 시무룩 해지며 꼭 표시를 내는 그가 점점더 못마땅하면서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고, 무언가 모르게 자격지심에 휩싸여 날 대하는 그가 자꾸만 불안정해보여 점점더 거북해지고 화가 치밀었다. 다툼이래봤자 전화 안받고 통화할때 성의없는 말투 말고는 없었지만 내 맘속에 있던 그에 대한 믿음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다시 지방에 있는 집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사촌형과 가게를 차리게 되었다.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주말마다 올수있네 못오네 하며 서운함도 느껴지거니와 채워지지않는 우리의 관계때문에 나 혼자서 아니 어쩌면 당시 그 또한 힘들었겠지만 난 마지막으로 그를 보러 그곳엘 내려갔다. 기차역까지 마중나온 그는 날 반가워하며 밥을 사주고 모텔을 잡아놓고 일 마치고 바로 올테니 불편해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금방 나가버렸다. 그 곳은 논이 많다. 혼자서 밖으로 나가 이곳 저곳 살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다. 그에게서 전화가 오고 우린 카페에 들어갔다. 가는 곳 마다 여자들이 그를 보고 눈빛으로 아는 척을 하며 나를 힐끗 거리며 피식 우스며 암튼 느낌은 100% 좋지 않았다. 전혀 묻지도 않고 있다가 문득 그가 화장실 간 사이 문자를 보고있는데, 여자아이 이름이었다. 보고싶어. 우리 집에 오면 안돼? 일부러 다 읽어놓고도 전화기를 내 손에 들고 그가 올때까지 기다렸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팬이 있나보네? 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아는 동생이라고... 자기를 좋아하는데 자기는 전혀 그럴지 없지않냐고, 술한번 마시고 집까지 바래다 준적 말고는 가끔 문자 주고받고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냥 이 시점에서 중요하지않은 문제였다. 저녁을 먹고 소화 시킨후 모텔로 들어왔다. 여지없이 달려드는 그에게 저항할 맘도 없이 녹아들었다. 그래도 이별은 한다. 지금 상황에선 내가 그를 지켜줄 수 도 없고, 그 또한 점점더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날 보며 자신의 무능력함에 대한 비관을 하며 우리 둘 사이가 퇴색될게 뻔했다. 그리고 사랑... 이라는 감정 이제 느낄 수 없을만큼 난 내 몸에서 그의 향기를 지워가고 있었다. 알몸으로 그에 팔에 껴안긴채 창밖을 보며 난 말했다.
" 여기서 계속.. 얼마나 지낼거야?"
"응...? 아직 잘은 모르겠는데 한 1년정도는 있어봐야 될것 같아..."
" 그럼 주말마다 쉬는 거야? 그때마다 난 아무 약속 못정하고 너만 기다려야겠네?"
" 어? 어... 내가 못 갈수도 있지만 가능한대로 올라갈게..."
" 그냥 이대로 여기서 살면 안돼? 서울 오지말구..."
" 그게 무슨 뜻이니..."
" 응... 말할게... 나 여기 오는 거 싫구, 너 서울오는 것두 이제 싫어..."
" 나... 사랑안해?"
" 지금은 사랑해... 하지만 서울 가면 이제 사랑안하려구...
좀 더 늦게 만났다면 우린 결혼도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직 길이 멀다..."
" 나 너 없이 못 살아...너 알잖아"
" 그 정도로 사랑한다는 거겠지. 못살진 않을거야. 내가 살아있는 한..."
그는 담배를 물더니 내내 연기를 뿜으며 괴로워했다.
죽고싶다고... 자기가 병신같다고...
그래 병신같았다. 말은 자신감 넘치면서 정작 행동은 단 한번도 용기있는 모습 보인적이 없다.
서울가서 마음 정리 되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밤새 날 껴안고 흐느끼며 얼굴을 쓰다듬으며 맘 아파하는 그가 느껴졌지만...
난 그냥 이제 끝이구나... 하며 아늑한 꿈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그의 체온을 느끼면서...
새벽에 눈이 떠졌다. 자는 사이 나가고 싶었다. 가방을 입구에 세워놓고고, 그가 자는 모습을 보았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빨리 일어나길 바래. 떳떳한 모습 꼭 볼 수 있기를 바래...
일어나려는 순간, 그가 일어나서 날 뒤에서 부둥켜 안았다. 제발.... 이 한마디였다...
참으로 이상했다. 마음이 아프지가 않고 빨리 날 놓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더이상 따뜻하게 그를 대해주지도 못하고 이제 그만해... 잘 있어... 한마디 남기고 나와버렸다.
지금 생각하니 그가 많이 비참했을 것 같다. 그 모습은 정말 미안하다... 아직까지도...
40분정도 기차 오는 걸 기다리며 아무생각도 안하고 단지 피곤하구나...라는 생각만 머리에서 감돌고
기차가 오자마자 내 자리로 가서 그대로 눈을 감았다. 반쯤왔나 싶더니 서울에 도착을 하고...
힘들어할 그를 생각도 안은채 내 스스로는 많이도 개운해졌다는 위로를 하며 이제 무엇이든 힘차게 시작하자...하며 박차를 가했다. 웹 관련 프로그램을 공부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 학원등록부터 하였다.그게 나의 두번째 사랑의 행로였다는 걸 상상도 못 한채 말이다... 그렇게 3개월 정도 혼자서 열심히 공부에 열중했다. 기초단계가 끝나자 전문과정이 너무 하고 싶어 엄마께 졸라서 6개월 코스인 애니매이션 과정을 들었다. 강사님은 월드컵 폐막전 애니메이션 작품에 출전하여 대상을 받으신 상당한 실력을 갖추신 분이었다. 그런 성과도 있었는데 좋은 곳에서 자길 스카웃 안해가는 것 보면 우리나라 애니매이션 문화가 발전을 못하는 이유가 그거라며 웃지못할 넋두리를 하시는 분이었다. 후배라며 선생님의 작업실에 드나드는 남자가 있었다. 호남형에 유머도 겸비한 싫지않은 그 사람... 그와 헤어진지 1년이 다 되어가는 때였다. 나름대로 그도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그립기고 하고
또 눈물나기도 했지만 꾹 참고 나의 길을 가고 있었다.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모임이 잦아지면서 그와도 자주 보게되었다. 어느날 그는 친구가 다니는 직장이 우리동네 쪽이라면서 같이 가자고 하였다. 좀 불편하긴 했지만 싫지않은 느낌이라 이런 저런 대화도 하며 드디어 그가 내릴 역이 먼저 다가왔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그도 잘가라... 하고 인사를 하더니 문앞에 서서 가지 않고 있었다. 지하철 문이 닫히려던 찰나에 그가 갑자기 열차를 다시 타는 것이었다. 어머 왜 그러세요? 했더니 나 바래다 주겠단다... 별 재미도 없는 사람이 뭔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건지... 그때부터 괜한 인연 만들고 싶지 않아 투덜거리며 이제 다 왔으니 가보세요...하고 아주 차갑게 그를 대하기 시작했다. 집앞에서 담배 한대만 피우고 가겠단다. 점점더 뭔가 연줄이 당겨지는 듯 해서 기분이 묘하게 나빠왔다. 전 들어가봐도 되겠냐고 기분나쁜 듯 쏘아댔지만 그는 내내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좀 기다려주면 안되냐구... 암튼 담배연기도 싫고 서 있는 것도 싫다며 안녕히 가라는 말 남기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턴가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도 않고 계속 대쉬를 하기 시작하면서 날 지치게 만들었다. 난 그가 인상은 좋았지만 남자로서 첨부터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기때문에 계속 찍으면 넘어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오기를 부리고 있는 듯 해보여 많이 불쾌했다. mt도 가고 이런 저런 만남으로 점점더 포기하지 않고 날 바라보는 그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이로써 난 두번째 인연또한 긴긴 시간끝에 맺어지는 연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옛날의 그보다 더 여유로운 스타일이었고 위기상황에서도 나름대로 능숙한 대처능력을 발휘하는 멋진 모습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내 맘을 다 줄 수는 없었다. 소위 말하면 약간의 심심풀이로 그를 대했던 것 같다. 그러기를 1여년... 옛날의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지금 함께 있는 그에게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집에 돌아가겠다고 했다. 바래다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하고 옛사랑을 만나러 갔다. 횡단보도 건너에 서 있는 그가 손을 흔들었다. 우린 만나자마자 손을 잡고 뛰었다. 한강 근처를 맴돌며 쑥쓰러운 듯 그동안 지내온 여러 얘기들을 하며 서로의 얼굴을 부비며 그가 그랬다. 이젠 널 끝까지 지켜줄 수 있노라고... 나도 그말을 기다려왔는지 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의 잊을 수 없었던 사랑을 다시 확인했다. 우린 초저녁이 되어 하룻밤을 함께 묶기로 했다. 들어서자 마자 격렬한 사랑을 나누며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애가타게 서로를 애무했다. 또다시 그의 품에 안겨있다... 전화가 오고있다... 받지 않았다. 그 사람이다. 어디있니? 별일 없니? 걱정되니 연락주라... 갑자기 내 마음이 왜 이런걸까. 지금 옆에있는 내가 애타게 기다리던 그가 갑자가 거리감이 느껴지면서 문자 속에 있는 그의 말들이 내 머리속에서 계속 맴돌며 내 스스로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마치 뒷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느낌... 옆에 누워있는 그를 쳐다보았다. 피식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키스세례를 퍼붓는다. 마냥 웃어주고 싶었던 그인데, 갑자기 가슴이 불안하고 편치않은 이 감정은 무어란 말인가... 여자... 너 왜 이러니...
그 남자는 그냥 잠시 스쳐간 그런 별볼일 없는 남자란 말이야... 네 사랑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끝에 다시 만났잖니. 이제 행복할 일만 남은거야. 맘 속으로 그렇게 외쳤건만 난 빨리 집에 가봐야 겠다며 그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채 집으로 돌아왔다. 내 방에서 캄캄한 천정을 보며 지금 이 감정은 또 무어란 말인가... 오늘은 도저히 그 누구와도 통화를 못 하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들었다.
새벽인가... 전화인지 문자인지... 삐릭삐릭 소리에 눈을 떴다. 두 남자에게서 내기라도 한듯 문자가 여러통이 와 있었다. 나의 첫사랑의 그..." 자니? 왜 연락이 없어..." 별볼일 없는 그..." 나쁜 지지배... 연락도 안하고, 아침에 집앞에 간다. 안나오면 울어버릴거야"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시 돌아온 그는 바로 또 내려가봐야 한다며 밥 같이 먹고 헤어지자고 한다... 난 그럴 수 없다고...
지금 할일이 너무 많아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고 그리고 몸이 안좋다고... 다음주에 오면 그때 일찍 보자고... 미안하다고 그러고 아쉬워하는 그를 뒤로한채 이 남자를 만나러 나갔다.
내 얼굴을 꼬집으면서 어찌나 사악한지 근데 그 사악한 악마가 왜 이리 보고싶냐? 하면서 입이 쭉 찢어질 듯이 내내 웃고만 있다. 왠지 편안했다... " 오빠... 차 안막히는데서 정처없이 드라이브 하고싶다..." 오빠는 "지금 갈까? 괜찮겠어?" 오빠 무릎위에 머리를 올려놓고 "얼른 가..." 오빠는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나머지 한손으론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기어변속을 하며 먼 바다까지 날 안전하게 데려다 주었다...그렇게 나의 두번째 사랑은 시작되었다... 둘만의 은밀한 장소로 내가 원해서 우린 함께 밤을 지새웠다.
오빠는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될런지 모르겠다고... 살아있는 한 항상 너 지켜주겠다고... 나는 "응..." 하며 그에게서 사랑받는 여자의 행복함이 이런거구나...하며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점점더 밀려오는 압박감... 옛날의 그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 나도 어이가 없다. 내 마음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이상하게도 그를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설레이지만 오빠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편안했다... 그래서 쉽게 이 편안함을 놓지를 못할 것만 같았다. 옛날의 그에게 미안하다고... 시간이 날 변하게 한 것 같다고... 널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지금 이 마음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 확실히 너와 함께 있는 걸 원하고 있지는 않다는 거... 함께 있으면 편한 사람이 있어서 널 외면하게 된다고... 미안하다고... 그게 마지막으로 한달정도 연락이 끊겼다. 절친한 그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가 자살시도를 했다고 한다. 손목에 칼을 그어 죽을뻔했다고... 다행히 목숨에 지장이 없다고... 죽지 않았다는 말에 먼저 안심을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야속했다. 왜 이런식으로밖에 못 살까... 힘든 거 알지만, 내 맘이 아닌데 어떻게 곁에 있어달라는 거냐구... 내가 여기서 어떠한 책임감을 느껴야 되는거냐고 그 친구에게 물었다. 그런 건 아니다. 단지 친구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달라도 한다. 그런 바보같은 모습을 보고 내가 어떻게 그를 위로할 수 있겠냐고... 잠시 지나가는 안개라고 여기고 있다고 더이상 연락 말아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했다. 그 친구도 그렇게 하겠다고 친구가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다고...처음으로 저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정말 충격이 크다며... 나더러 정말 죄송했다고 한다. 친구인 당신이 뭔 죄가 있나요... 못난 그가 못난 거지요... 내 감정아니라고 야박하게 떨구어 내려던 내 방법이 아주 잔인했던거겠지요... 하며 마지막으로 그에게 제발 별일 아닌듯 훌훌 털고 일어나주길 빈다고... 예전 보다는 덜 힘들거라고... 나도 힘들다고... 서로 편해지지고 메일을 보냈다. 5일정도 후... 읽었다는 확인은 되었지만 답장은 받아보지 못했다... 오빠와 사랑을 키워온지 4년 가까이 되던 해였다... 역시나 비젼없는 오빠의 일상생활에 무료함을 느끼며 동창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다툼도 많이 생겼고, 오빠 또한 나에게 못된 성질 변하는게 없다며 심한 소리도 하며... 결국 건너선 안될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오빠는 첫직장에 들어가서 알게된 동갑여자애를 친구삼아 자주 만났었나보다. 그러면서 나와 그 여자를 비교해가며 정말 몹쓸 행동을 해버렸다. 양다리라는 거... 지금 껏 살아오면서 여자의 직감이라는 말...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었지만 오빠와의 인연에서 나의 직감에 정말 또한번 놀라고야 말았다.
문득 새벽에 눈이 떠지더라... 지난 밤 오빠에게서 부재중 전화도 한통 오질 않았다. 새벽에 나가 택시를 타고 그의 집으로 갔다. 혼자 있는 그...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하며 문을 여는 오빠... 너무나 놀라며 날 끌어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그 손을 뿌리치며 문을 열어보니 어떤 여자가 오빠 집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다. 눈앞이 캄캄하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현실이 정확히 보였다. 문을 닫아버렸다. 오빠는 날 따라 나온다. 뒤돌아 그대로 오빠의 뺨을 내리쳤다. 오빠의 눈은 빨개진다. 바로 나에게 무어라 설명을 한다. " 그래 솔직히 쟤 너보다 키작고, 못생기고 잘난 거 하나없어. 하지만 솔직히 너보다 쟤가 너무 편해. 그래서 만났어." 그렇다... 나도 지금과 똑같이 옛날의 그에게 상처를 줘버렸구나... 그래서 내가 똑같이 벌을 받고 있는거구나... 난 바로 그곳을 벗어났다. 잘 되었구나... 그래 잘 되었어... 저 비전없는 인간 계속 만나서 결혼까지 해야되면 어쩌나 괴로웠는데 정말 잘 되었구나... 하며 터벅터벅 거리를 미친듯이 걸었다. 저녁때 되어서야 그에게서 연락이 온다. 물론 두 사람에게 다 미안하지만 왜 네 걱정이 더 되냐... 나 미치겠다... 이런다. 한숨만 나오고 면상을 갈기고 싶었다. 더러운 자식... 내 인생에게 가장 추악한 놈... 왜 그랬냐고 했더니 예전에 자기와 내가 함께 있는데 나에게 전화 온 친구가 분명 남자였는데도 난 여자라고 시치미를 떼었다며 그때부터 믿음이 없어져서 그 여자를 만났다고 한다.이후 그 여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쪽을 후에 만난거면 그쪽에게 마음이 떴다는 건데 난 왜 정리못하고 계속 만나걸까요 했더니 그 여자하는 말... 그쪽이 불쌍했대요... 자존심이 상하고 화를 억누르느라 정말 힘들었지만 네... 좋아하면 계속 만나세요... 전 이미 마음이 떴습니다... 라고 더이상 통화하지 말자고 구질구질 하다고... 하지만 난 현실이 너무 잔혹하다고 느꼈다. 임신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은 오빠도 알게 되었다. 같이 병원에 가려고 했으나 너무 괴로웠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아서 이런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는 거지...정말 미치도록 분하고 억울했다. 그에게서 돈만 받았다. 혼자서 친구와 함께 가겠다고... 그여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신도 임신을 했다며 그치만 그가 병원에 같이 가주지 않겠다고 했다며... 혹시 다시 만나고 있는 거냐며... 나보다 나이도 많은 여자가 그런식으로 대화를 해왔다.
굴욕적이었다.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다 쓰레기같았다.
그가 날 찾아왔다. 그냥 술한잔 들이키며 푸념하듯 아무런 원망도 아픔도 없이... 그냥 그랬다.
난 여기서 가겠다고 하고 돌아서자 길거리에서 그가 날 끌어안았다.
자기가 잘못했다고... 정말 잘못했다고... 처음엔 너무 당황해서 그랬다고 진작 사과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자기가 잘못했다고... 또 다시 내 마음은 냉혹 그 자체였다.
그가 함께 있길 원한다... 나도 이 기분으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와 함께 있고 싶어서가 아니라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서 그와 함께 밤을 지새웠다.
새벽에 전화가 온다. 그 여자에게서 모닝콜이다...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는 그...
한참을 그를 쳐다보았다. 그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구나.
그는 항상 내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걸 잊어본 일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고...
한번도 자길 위해 희생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치만 이 여자는 희생을 할 줄 안다고 한다.
그런 차이를 안겨주어 창피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비열함을 합리화 시키며 치장하려는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 저주스런 여자는 너무도 잘난척을 하며 자신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며 나의 인내심을 극에 달하게 했다. 그는 내가 잡아주길 바란다. 하지만 난 그런 실없는 여자는 절대 될수없다. 남자들은 그렇게 되면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철저히 밟아주리라.
내가 만나자고 했다. 냉큼 달려와준다. 거기까지는 좋다. 손가락에 낯선 반지가 보인다.
그 여자가 해온 커플링이라고 한다. 빼라고 했다. 내 손에 반지를 쥐었다. 부르르 떨었다.
이딴게 사랑이라고 잘난척이니? 그 여자에게 전화를 했다. 더이상 이 인간 안 만나면 안되겠냐구...
셋다 편해질 날이 올거라며... 위선을 떤다... 아직은 그가 자신에게 마음이 더 있다고 여기는 거다.
네 반지 내가 갖고 있다고...내가 빼라고 했더니 선뜻 내어 주었다고... 그래도 만날거냐고...
내가 잡으면 넌 버림받는거고 내가 놓아주면 넌 그나마 연명하는 것 뿐이라고...
그렇게 비참해하는 그여자를 뒤로 한채 모든 걸 거두었다. 삼류영화 찍고 있는 느낌이 들었기때문이다. 그는 아직도 날 그리워 한다. 그건 나의 착각이다. 나의 오만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있다.
그는 날 그리워한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안다. 잠시뿐이라는 것을... 잠시 만나 날 안고 나면 또다시 돌아가야 할 가정이 있는 남자... 남자는 그렇다. 쉽게 가정을 버리지 않는다...
난 지금 두번째 그를 만나는 동안 내 맘속에 간직했던 선망의 대상인 그와 결혼하여 신혼을 누리고 있다.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 하지만 또다시 인생이 무료해 질때... 그때 난 또다시 방황을 하게 될까...세상 어느 남자보다도 잘났다고 여기는 이 남자가 내 반려자가 되어있다. 이보다 큰 행복이 있을까...과거의 남자들이 가끔 내 가슴을 조이며 답답하게 하지만... 지금의 이 사람에게서 말없이 표현없이 치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저마다의 가슴엔 그렇게 숨겨진 과거가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