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끝내고 경진이와 상호 오빠, 둘만의 시간을 주고 싶어서 피곤하다며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리고 따뜻한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앉아 있는 내내 내 머리속엔 온통 상호
오빠의 솔직해지라는 말뿐이었다.
오로지 오빠를 사랑하는 마음만 생각하라던...
나는 핸드폰을 꺼내 조심스레 열었다. 오빠에게 솔직한 내 마음...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내 마음
을 전할수 있는 연결고리 10개의 숫자... 천천히 전화번호를 눌렀다.
하나의 숫자를 누를때마다 우리의 기억이 더해졌다. 첫번째 숫자에 오빠와의 첫만남.. 다음 숫자에
오빠의 고백...그 다음 숫자에 오빠와의 사랑.. 첫키스...
이제 숫자 두개만 더 누르면 되는데.. 떠오른 기억은 민연우에게 웃어주는 진우 오빠였다.
또다시 그모습을 기억하자 번호를 누르던 내 손에 힘이 빠졌다. 자신이 없어졌다.
진우 오빠도 나를 사랑하고 있을거라는 상호 오빠의 말... 하지만 그건 진우 오빠의 말이 아니었다.
상호 오빠의 생각일 뿐이었다. 진우 오빠는.... 아닐지도 모른다...
내 손에 힘없이 있던 핸드폰은 목표를 잊은채 다시 가방안으로 들어갔다.
진우 오빠가 너무 보고 싶었다. 매일 매일을 봐도 새롭기만 하던 그 모습... 매 순간마다 내 옆에 있
어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진 않을까 했었던 그 모습... 그런데 그런 진우 오빠의 얼굴이 좀처럼
기억이 나질 않았다. 가슴속에 숨겨놓았던 오빠의 얼굴을 아무리 끄집어내려 노력해봐도 자꾸만 흐
릿해져가기만 했다. 기억하려 애쓸수록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나는 다급히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이미 버려버린 진우 오빠와 나의 사진... 사진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화장대 위에 있을 우리의 사진을 찾았다. 이제서야 진우 오빠
의 얼굴이 기억났다. 오빠의 얼굴 윤곽이 또렷하게 눈으로 들어왔다. 액자를 들고 내눈에 다시 하나
하나 진우 오빠의 얼굴을 담았다.
"오빠.. 이렇게 생겼구나... 진우 오빠...이렇게 생겼었구나..."
띠리리리링♬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에 나는 깜짝놀라 액자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진 액자는 쨍.. 소리
를 내며 깨져버렸고, 유리 파편들이 여기 저기 흩날렸다.
깨진 유리사이로 우리의 웃는 얼굴이 있었다. 마지막 사진인데... 하나밖에 없는 사진인데...
혹시라도 진우 오빠의 얼굴에 상처라도 생겼을까 사진을 집어 들지도 못했다.
산산조각이 나버린 액자의 유리처럼 우리의 사랑도 깨져버린걸까... 나는 천천히 무릎을 꿇어 우리
의 사진을 집어 들었다. 다행히 오빠의 얼굴에는 아무런 흠집이 없었다. 사진을 내 가슴에 꼭 안았
다. 미안해.... 깨뜨려서 미안해.... 헤어지자는 말.... 헤어지는게 어떤건지도 모르면서 헤어지자는
말 꺼내서 미안해.... 오빠 믿지못해서...너무 미안해...
무심하게도 핸드폰은 계속 울려댔다. 여전히 울리고 있는 핸드폰 소리에 화가 났다. 자꾸만 흐릿해
지는 진우 오빠의 모습을 기억할수 있는 마지막 사진을 깨트려버린.. 전화의 주인공에게 화가났다.
나는 눈물을 훔치며 핸드폰이 있는 가방을 열었다.
거칠게 가방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민석이 오빠였다.
나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어? 그냥.. 잘들어갔나 하고. 무슨 전화를 그렇게 받냐?"
"왜? 기분 나빠?"
"뭐?"
"기분 나쁘냐고."
짐시 아무말 없던 민석이 오빠는 애써 웃는 척을 하며 말했다.
"야야. 내가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대놓고 무안주면 어떻하냐? 그러지 마라. 무섭다.야."
"무서우면 전화안하면 되겠네."
"왜그러는데?"
"뭘 왜그래? 나 오빠 귀찮아."
"뭐라고?"
"귀찮다고. 귀찮아서 그래. 알겠어?"
"이혜미."
"그러니까 이러지마. 짜증나."
"다른 사람 눈에 눈물나게 하면 내 눈엔 피눈물 난다더니만, 딱 내 꼴이 그러네.
정아 그렇게 아프고 힘들게 했으니.. 뭐 이정도 받는건 고마워해야 되는건가.."
"잘아네. 오빠 마음 고맙긴 하지만 그만해줘. 오빤 항상 이런식이야. 정아 언니한테도 오빠 맘대로
함부로 대하고, 나한테도 오빠 마음 그렇다고 싫다는데 자꾸 이러고. 이제 나도 안받아줘.
그러니까 그만해."
나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민석이 오빠가 나를 얼마나 생각해주는지.. 얼마나 위해주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민석이
오빠에게 기대고 싶어지는 마음도 생겼을테고... 나의 그런 마음으로 인해서 민석이 오빠가 다가오
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더 아프고 아프다...
물론 내 말이 오빠를 얼마나 아프게 할지 잘 알고 있었다.
진우 오빠가 나에게 보기 싫은 얼굴이라 했을때 내 심정이 지금 민석이 오빠 마음과 같을까...
이렇게까지 민석이 오빠한테 심하게 대하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지금 그 무엇보다 진우 오빠의 사진을 깨버린 민석이 오빠의 전화가... 민석이 오빠가 미웠다.
아무리 민석이 오빠의 한숨소리가 귓속에 머물지언정 이렇게 할수밖에 없었다.
띠리리리링♬
또 다시 울려대는 핸드폰.
"그만좀 하라고!"
나는 소리를 빽 질러버렸다. 잘라내야 할 서로의 감정이기에...
"혜미야?"
"아.. 원장어머니.."
당연히 민석이 오빠의 전화라고 생각했던 나는 깜짝놀라 어쩔줄 몰랐다.
"그래. 무슨일 있니? 진우 총각이랑 싸웠어?"
"네?.. 아니요...죄송해요..."
"아니다. 별일은 없는거지?"
"네.. 그럼요... 원장어머니는 잘지내셨어요? 아차.. 크리스마스...혼자 힘드셨죠?"
"얘는... 진우 총각이 혼자 다 했는데 내가 힘들일이 뭐가 있니?^-^"
"네? 진우... 오빠요?"
"그래. 몰랐니?"
"네?... 네... 진우 오빠.. 내려갔었어요?"
"오냐. 너 회사일이 바빠서 못내려 온다고, 어차피 너 바빠서 너랑 놀지도 못한다면서 내려왔는데
산타옷에 애들 선물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왔지 뭐니. 경준이가 자기 아빠라고 다른 애들은 옆에도
못가게 땡깡부려서 고생좀 했어. 너한테 말안하디?"
"네...."
"진우 총각 성격으로 봐서는 너한테 큰소리 뻥뻥치면서 자랑했을줄 알았는데...호호^-^"
"요즘.. 제가 좀 바빠서.. 잘 못봤어요... 진우 오빠가.. 다른 얘기는 안해요?"
"무슨 얘기?"
"네? 아니요..."
"원장어머니.. 유리도 전화주세요.. 유리도 주세요.."
원장어머니 옆에 유리가 있는지 유리 목소리가 들려왔다.
"혜미야. 유리바꿔줄께. 너한테 할말있다고 난리다."
"네.."
"혜미 언니. 나 유리야.."
"응. 유리야? 잘 있었어?"
"응."
"우리 유리 감기 안걸렸어?"
"유리 감기 걸렸어. 콜록콜록해. 그래서 병원에 가서 엉덩이에 주사 콕~ 맞았어."
"와.. 유리 착하네? 주사도 잘맞고."
"경준이 오빠가 주사 안맞으면 아빠 딸 하지 말라고 막 그랬어. 그래서 유리 주사맞을때 울지도 않
았어. 유리 착하지."
진우 오빠라는 사람이 내 맘속에만 이렇게 크게 있는게 아니었다. 경준이와 유리 마음속에도 어느
새 아빠라는 이름으로 커다랗게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 유리 착하네..."
"언니. 아빠가 나 인형사줬어. 그래서 유리가 목욕도 시켜주고 머리도 빗겨주고 그랬어."
"그랬어?"
"응. 근데 얘는 옷이 하나밖에 없어. 그래서 불쌍해."
"그래? 그럼 언니가 인형 옷 많이 사줄께."
"정말? 언니 정말이야?"
"그럼^-^"
"언제?"
"금방^-^"
"유리.. 언니 보고 싶은데.."
인형 옷 얘기는 나를 보기 위한 수단이었나보다. 전화 한번 못한 나에게 삐진듯한 유리 목소리.
"언니 보고 싶어? "
"응..."
"금방 유리 보러 갈께^-^"
"응...언니. 원장어머니가 전화 달래."
"그래. 유리 나중에 보자^-^"
"유리 빨리 가서 손씻고 누워! 지금 몇시야! 그래. 혜미야. 근데 요즘 진우 총각 무슨 일있니?"
"네? 왜요?"
"얼굴이 많이 까칠해 졌더구나. 신경좀 써주고 해라."
"네..."
"그래. 늦었다. 너도 내일 회사 가려면 일찍 자야지. 어서 자렴."
"네... 1월달에 내려갈께요."
전화를 끊은 나는 진우 오빠와 나의 사진을 가슴에 안은채 바닥에 주저 앉았다.
어떤 마음이 오빠의 진심인거야.... 나에게 차갑게 말하던 오빠가 진짜 진우 오빠야.... 아니면...
희망원에 갔던 오빠가 진짜 진우 오빠야? 나 어떤 오빠를 봐야되? 어떤 모습의 오빠를... 믿어야되?
나는 핸드폰을 열어 경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진아..."
"어! 안그래도 전화할려고 했는데."
"왜?"
"내일 나 잠깐 학교 가야되거든? 상호 오빠가 너도 불러서 마리하우스에서 밥먹재. 내일 회사 끝나
고 마리하우스로 오라고. 알았지?"
"그래..."
"근데 또 목소리가 왜그래?"
"경진아..."
"상호 오빠가 한 말때문에 그래? 근데 나도 상호 오빠랑 똑같은 생각이야. 너랑 진우 선배..."
"경진아..."
"그래..말해."
"크리스마스때.. 진우 오빠가 희망원에 갔었대..."
"뭐? 진짜?"
"응..."
"거봐. 진우 선배도 너 아직 사랑한다니까? 아우.. 답답해. 빨리 진우 선배한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해. 만나서.. 둘이 얘기좀 해봐.."
"보고 싶은데... 내 마음... 말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
"바보야. 뭘 망설여? 너 진우 선배 사랑하지?"
"응...."
"진우 선배도 너 사랑해. 모르겠어?"
"자신이.. 없어...."
"아휴... 이 답답아... 그래서. 자신 없어서 마냥 그러고 있겠다고?"
"어떻하지.."
"니가 하고 싶은 데로 해. 너 지금 진우 선배 보고 싶지? 니 마음 가는데로 해. 진우 선배도.. 왜! 엄
마! 나 지금 통화중이잖아! 아.. 진짜..-_-;; 혜미야. 나 엄마가 부른다. 니 마음가는 대로 행동해.
알겠지? 내일 보자!"
상호 오빠와 경진이 모두들 나에게 진우 오빠에게 다가가라고 재촉했다. 진우 오빠에게 가는 나의
발걸음은 너무나도 무거운데 두사람은 진우 오빠에게로 나를 떠밀었다.
경진이나 상호 오빠가 볼까 싶어 옷장에 숨겨놓았던 커플니트를 꺼냈다. 오빠에게 주고 싶었다.
오빠 마음을 아직 알수는 없지만... 상호 오빠 말대로.. 경진이 말대로... 나를 아직 사랑하는지, 아니
면 이미 나를 지웠는지 알수는 없지만... 내 마음은 아직 오빠를 사랑하고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오빠에게 오빠를 위해 산 이 니트는 꼭 전해주고 싶었다.
니트를 잡은 손에.. 그리고 핸드폰에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용기가 나는것만 같았다.
내 마음가는 대로.. 솔직하게.... 나는 핸드폰을 다시 열어 진우 오빠의 전화번호를 재빨리 눌렀다.
중간에 또다른 생각들이 나를 막을수 없도록... 민연우의 얼굴도... 차갑던 진우 오빠의 목소리도 나
를 막을수 없도록 빠르게 번호를 눌렀다.
몇번의 신호음이 들린후 곧이어 그립기만 한 진우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힘이 없는 오빠의 목소리.. 다소 긴장한 듯한 오빠의 목소리.. 눈물이 조금씩 맻혀왔지만 우는 목소
리 들려주기 싫어서...바보처럼 울기만 하는 내 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메여오는 목소리를 다듬고
오빠를 불렀다.
"오빠.."
".... 누구... 세요..."
"정말... 누군지 몰라?"
"..... 무슨.. 일이야..."
잠시 아무말 없던 진우 오빠는 힘겹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희망원에... 갔었어?"
"어?... 어... 원장어머니가.. 말씀.. 하셨어?"
"응.. 방금 통화했어.."
"그냥.. 유리랑 경준이도 볼겸 해서 갔다왔어.."
"내가.. 희망원에 갔을수도 있는데... 나랑 마주치면 어쩌려고...?"
"상호한테 얘기 들었어.. 크리스마스때 경진이랑 셋이 보낸다고..."
"그랬구나... 잘... 지내?"
"그렇지 뭐.. 넌 잘지내지? 상호 얘기 들어보니까 잘지내는것 같더라.."
"나... 오빠한테 줄거 있는데..."
"뭐?"
"크리스마스... 선물..."
"....."
"받아...줄래?"
"그래... 그래..."
"오빠... 시간나면 전화해... "
"알았어.."
"끊을께..."
"....."
"오빠..."
"정말... 잘지내?"
"....모르겠어...."
"하나도 안아프고.. 하나도 안힘들고... 매일 매일 웃으면서... 그렇게 잘지내?"
".... 아니..."
내가 어떻게 아프지 않을수가 있겠어... 어떻게 힘들지 않을수가 있겠어... 오빠가 옆에 없는데...
내가 어떻게 웃을수가 있겠어...
"나랑 헤어지면...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될거라며... 그래서 헤어지자며... 왜 아파해... 왜 힘들어해.."
"오빠는... 정말 잘지내?"
"... 아니..."
"나한테 민석이 오빠랑 사귀라며. 내얼굴 보기도 싫다며.. 그러면서 왜... 왜 오빠는 아파해..."
"끊자.."
"오빠.."
울려고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울고있었던 모양이다. 내 목소리는 벌써 눈물로 젖어 있었다.
목까지 차오른 하고 싶은 말들이 차마 새나가지 못하고 목구멍안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다른 말들로 피해가고만 있었다.
"울지마... 옆에서 안아줄수도 없는데... 울면... 나한테 어쩌라고... 나는 어떻하라고....
니가 울면... 니가 나때문에 울면..."
오빠도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나를 감싸안아 주지 못해서 오빠도 울고 있었다.
"미안해... 오빠.. 미안해..."
"울지마... 내일 또 얼굴 팅팅 붓겠다..."
"치... 뭐 어떄..."
"이쁜 얼굴 부으면 안되지... 울지말고 쉬어... 오빠가... 나중에 전화할께.."
"언제?"
내가 보고 싶다고 칭얼거리던 유리처럼 나도 오빠에게 칭얼댔다. 내가 보고싶다고 말하던 유리가
부러워 졌다. 차라리 내가 유리라면 보고 싶다고... 너무 보고싶다고 말할수 있을텐데...
"금방..."
"응..."
안타깝고도 아쉬운 오빠와의 전화를 끊었다. 내 얼굴은 온통 눈물로 번져 있었지만 내 입가엔 미소
가 퍼져있었다. 아직은... 아직은 오빠가 나를 잊지 않고 있었다. 느낄수 있었다.
나처럼... 울고 있는 오빠... 나처럼... 목이 메여 겨우 겨우 입을 여는 진우 오빠..
아직은 오빠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오랫만에 푹자고 일어나 얼마만에 느껴보는 설레임인지 모를 감정을 가지고 회사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혜미씨 왔어?"
"은주 언니 빵좀 드세요^-^"
"왠 빵이야?"
"아침을 못먹고 나와서요~"
"그래? 어디 보자~"
은주 언니는 빵을 고르는척 하며 나를 곁눈질로 보고 있었다.
"근데.. 혜미씨. 무슨일 있어?"
"네? 아니요? 왜요?"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여서.."
"그래요? 아무일 없는데^-^ 언니. 어제 그 보고서 어딨어요? 그거 작성 새로 해야되는데."
"어? 어.. 과장님 책상에 있을꺼야."
"네!"
나의 이별 소식에 내심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감싸주시던 은주 언니와 회사분들은 오늘 나의 모습
에 꽤나 당황하신듯 싶었다. 지금 나를 보는 눈빛을 내가 제대로 해석한거라면... 심한 정신적인 충
격으로 인한-_-;; 이상증세를 보인다고 생각하는듯 싶었다.
아직도 진우 오빠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듯 싶었다. 아직도 나를 그리워 하는 오빠의 목소리...
오빠를 만나면 꼭 말하리라.. 사랑한다고... 너무 사랑한다고....
나에게 다시 웃어주겠지...? 나를 품에 안고 행복해 하겠지..? 오빠 마음도 나와 같겠지...?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나는 턱을 괴고 앉아 넋놓고 웃고 있었다.
"켁! 부장님!"
얼이 빠져있는 나에게 부장님은 또 장난을 치셨다. 헤~ 벌리고 있는 내 입에 부장님의 손가락을 쑥~
집어 넣으신 것이다. 부장님은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보시며 말했다.
"우리 혜미씨. 이렇게 웃으니까 얼마나 이뻐! 감히 우리 혜미씨 찬놈이 누구야! 내가 아주 작살을 내
줄라니까. 데리고와!"
나는 부장님 손가락의 짠맛을-_- 느끼며 원망의 눈초리로 부장님을 올려다 봤다.
"내가 혜미씨 만한 아들놈만 있으면 딱 내 며느리 삼겠는데 말이야. 혜미씨. 중2 한번 키워볼 생각
없나? 혜미씨를 딴 놈한테 넘겨주긴 아까운데 말이지. 중2라도 요즘애들 알거 다 알아서 괜찮을텐
데-0-"
"부장님-_-;;"
"어? 혜미씨 째려보니까 무섭네-0-"
항상 나를 회사 부하직원 이상으로 아껴주시는 부장님. 그런 부장님이시기에 나의 요즘 모습에 마
음이 많이 아프셨었나보다. 내 웃는 모습에 기뻐하시며 농담까지 하시며 좋아하셨다.
오빠.. 난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어. 바보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어. 내 옆에 나를 아껴주는 사람
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난 몰랐어. 이세상에 나만 혼자 뚝 떨어져 있는지 알았어. 그래서 뭐든지 자신
이 없었어. 나 이제는 보여..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이제 다 보여...
오빠로 인해서 나... 사랑을 배웠어... 오빠로 인해서... 이 많은 사람들을 새로 얻었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큰소리로 인사를 꾸벅 한후 나는 약속장소인 마리하우스로 향했다. 가는 길에 오빠와 나의 사진을
새로 끼울 예쁜 액자도 사고 뿌듯한 마음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걷고 있었다.
띠리리리링♬
"응! 경진아."
"어디야?"
"마리하우스 앞이야. 넌?"
"빨리 들어와. 상호 오빠 배고파서 돌아가시겠단다.-_-"
"-_-;; 어."
힘차게 마리하우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학기간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경진이와 상호 오빠가 앉아 있는 테이블과 여학생 두명이 앉아 있는 테이블.. 나는 웃으며 경진이와
상호 오빠에게 갔다.
"야! 너 왜이렇게 늦어!"
"회사 끝나고 바로 왔는데 뭐가-_-"
"너 이오빠를 굶겨 죽이고 싶어서 그러는거얏!!! 아씨ㅠㅠ 자! 혜미 왔으니까 빨리 시키자ㅠ0ㅠ"
"점심 안먹었어?"
"아니!"
"근데 며칠 굶은 사람처럼 왜 그래-_-"
"혜미야."
상호 오빠는 내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나.. 있잖아... 고백할게 있는데..."
"오빠. 겁나게 왜그래-_-"
"나 있잖아... 임신인가봐-_- 자꾸만 먹을게 땡겨-_-"
진지하게 듣고 있던 나보다 경진이의 행동이 빨랐다. 상호 오빠의 팔을 짝~ 소리가 날정도로-_-;;
세게 때리고는 상호 오빠를 흘겨 봤다.
"하여튼! 매를 벌어요!"
"야. 김경진! 뭔 여자가 이렇게 폭력적이야!"
"맞을 소리만 하고 있구만-_-"
그동안 가슴속에 눈물 감춰둔채 웃었던 내가 상호 오빠와 경진이의 모습에 환하게 웃어보였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상호 오빠는 허겁지겁 밥을 퍼 먹으며 나에게 물었다.
"근데 너 좋은일 있냐? 계속 실실대네? 같이 좀 웃자?"
"아니, 그냥.^-^"
"아참! 너 진우 선배한테 연락했어?"
경진이는 어젯밤의 통화가 생각난듯이 나를 보며 물었다. 상호 오빠도 무슨 소린가 하는 표정으로
입안 가득 담긴 밥을 우걱 우걱 씹으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두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생긋 웃어보인후 입을 열었다.
"응^-^"
"정말? 선배가 뭐래?"
"진우 오빠가.."
자꾸만 새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한채 어제 일을 얘기 하려는 순간 마리하우스 입구에 달린 종이 딸
랑 딸랑~ 거리며 큰 소리를 냈다.
손님이 없어 조용한 실내라서 그 소리가 더욱더 크게 느껴졌다. 그 종소리에 이끌려 말을 꺼내다 말
고 마리하우스 입구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리하우스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진우 오빠와..민연우...두사람이었다. 두사람은 우리를 보지 못
한듯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내 입에선 허탈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
상호 오빠와 경진이도 두사람을 봤는지 스픈을 놓은채 두사람쪽을 보고 있었다.
바보처럼 진우 오빠 얘기에 웃고 있던 내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또 다시 오빠가 나를 사랑하고 있을
거라는 어이없는 착각에 빠져 있던 내 모습이 우스웠다. 새 액자까지 사들고 온 내 모습이 미련하기
짝이 없었다.
이게 이유였어? 우는 내 목소리 들으면서... 오빠 역시 울고 있는 것만 같아서.. 당장이라도 나에게
달려와 나를 안아주길 바랬었는데.. 우는 오빠 내 품에 안아주고 싶었는데... 달려와 주지 않았던게
...그렇게 전화를 끊었던게... 이거였어?
결국은 민연우였던거야? 오빠가 필요한 사람은 역시 민연우 였던거야?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가방을 어깨에 메고 섰다. 그리고 마리하우스 입구쪽에 앉아 있는 두사람
에게로 걸었다. 그제서야 나를 발견한 진우 오빠와 민연우가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
나는 앞만 보며 걸었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조금의 울먹임도 없이..
오빠와 민연우가 앉아 있는 테이블을 지날때 진우 오빠가 내 팔을 잡았다.
"혜미야."
"어.. 안녕.. 두사람... 보기 좋네... 먼저.. 갈께.."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듯이 말하려고 노력했다. 두사람 때문에 울기나 하는 우스운 모습까지 보일수
는 없었다. 일그러진 표정의 진우 오빠는 슬픈 눈으로 나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의 팔을 잡고 있던 진우 오빠의 손에 힘이 점점 빠지는 걸 느꼈다. 금새 내 팔은 진우 오빠의 손에
서 빠져나왔다. 오빠는 나의 손을 놓은 것이다. 잡지 않은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오빠와 민연우
를 뒤로 한채 마리하우스 입구를 향해 발을 옴겼다.
"이혜미씨."
그때 민연우가 나를 불렀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 민연우를 똑바로 쳐다봤다.
"이혜미씨. 내 얘기좀 들어.. 줄래요?"
음.. 참.. 끝으로 갈수록 힘드네요... 생각한것과는 전혀 다르게 써지는것 같기도 하고...휴...-_-;;;
또 많은 걱정을 하며 글을 올립니다. 음.. 상호의 말에 용기를 얻어 혜미가 진우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두사람이 다시 이쁜 사랑을 하길 바라셨는데... 뜬금없는 연우의 출연에 당황하시겠어요;;
음.. 연우는 또 다시 혜미 앞에 나타나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요...
또 전처럼 혜미에게 심한말로 상처를 주려는 걸까요... 또다시 연우와 함께인 진우를 보고 상처를 받은
혜미... 혜미와 진우는 어떻게 될까요....;;
여튼 항상 제글 읽어주시고 리플 남겨주시고 추천해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기대에 충실한 글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저 감사하기만 할 따름입니다. 그만큼 걱정도 되고요.. 너무 좋은 글이 많은데 그 속에서 끼어 있으려니 부끄럽지만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을
냅니다^-^ 그럼 다음편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