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은행잎이 눈내리듯 날리는 하루였습니다.
노란 눈이 하늘에서 하염없이 내렸고, 세상이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고 멋내기 바쁜 하루였습니다.
어느덧 글을 올리기 시작한지 한달이 된 듯합니다. 처음 의도와는 달리 글을 쓰면서 너무 늦게
올려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하지만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 때문에 힘들더라도 완결하려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그리고 여러분의 댓글 하나하나가
제게 힘이 된다는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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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문을 잠근채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밖에서 지은의 어머님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어릴적부터 부모님 말씀을 거역하거나 연락도 없이 지방을 다녀온다거나, 요즘처럼 지은의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진적이 없었다. 오늘은 지은의 어머니도 작정을 하신 듯 계속 노크를
했다. 하지만 아직 잠 들어 있는지 인기척이 없었다. 지은의 대답이 없자 열쇠로 문을 열고
지은의 방으로 들어섰다. 지은이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로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방안이 옷가지며 책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꺼지지 않은 컴퓨터가 윙윙대며 방의 적막을 깨고
있었다. 분명 어제 아침에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가 방 청소 하는 것을 봤는데, 지은의 어머니가
갑자기 소름이 돋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잠을 자는 듯 했지만 지은은 울고 있었다. 밤새 울다 지쳐 잠들었다가도 화들짝 놀라 깨었다
다시 울다 잠이 들었다.
지은의 어머님이 침대에 누워 울고 있는 지은을 일으켜 세우셨다. 눈물에 화장이 번져 얼굴이
엉망이었고,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얼굴을 뒤덥고 있었다.
지은의 어머님이 기가 막힌듯 아무말도 못하곤 지은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지은이 갑자기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는 서럽게 울어대었다. 지은의 어머님이 지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한참을 울고 나서 지은이 울음을 멈추자 아무말 없이 지은을 욕실로 들여 보냈다.
아침이라도 먹이고 무슨 영문인지 알아봐야겠다 생각했다.
지은이 욕실로 들어가고 지은의 어머니가 방정리를 하고 있었다. 얼핏 책상위에 한장의 사진이
보였다. 군복을 입은 군인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기억을 하려해도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지은이 샤워를 하는지 물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지은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지은이 핸드폰입니다." 전화벨이 계속 울리자 지은의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최준혁이라고 합니다. 지은씨가 어제 저녁부터 연락이 안 되어서 전화했습니다.
실례하지만 전화 받으시는 분은 누구십니까?"
준혁이 출근을 하자마자 지은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지은은 아니지만 누군가
전화를 받아 주어서 안심이 되었다.
"네. 안녕하세요. 지은이 엄마예요."
"안녕하세요. 어머니. 지난번."
"네 알아요. 최검사님." 준혁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지은의 어머님이 아는 체를 했다.
"지은씨 어디 아픈가요?"
"아뇨. 아침에 들어보니 핸드폰을 차에 두고 내렸다네요. 지금 샤워중인데 조금 있다가
전화하라고 할께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네."
전화를 끊고 지은의 전화 통화 내역을 보았다. 어제밤부터 부재중 통화내역의 대부분이 준혁
이었고, 상우의 이름도 있었다. 지은의 샤워를 끝내고 욕실에서 나왔다.
준혁이 지은의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비록 지은의 어머니와 통화를 하기 했지만, 지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것이 끝내 아쉬웠다.
어제 지은을 만나는 자리에서 고백을 하려했다. 맞선을 보는 자리에서 지은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을 해서 포기하려 했지만, 첫눈에 반해버린 지은의 모습이 마음속에서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지은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부러웠다. 아니 왠지 모를 질투심이 났다.
어제 영호와의 만남이 있은 후 상우로 부터 연락이 왔었다. 오늘 반가운 손님과 함께 영업소로
오겠다고 하였다.
현이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차에 물건을 싣고 있었다. 생각할게 너무 많았다. 내일이면 김사장
님이 출장에서 돌아오신다. 아직 어떻게 해야할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전소장의 말대로면
김사장이 현을 수양아들로 삼을 생각이란다. 덜컥 겁이 났다. 비록 어릴적 부모님이 돌아가시긴
하였지만, 고향에 친척들이 엄연히 있었고 의지할 곳이 없는게 아니기에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
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영원히 남남이 되어버릴듯한 생각에 무서웠다.
물건을 배달하면서도 수십번 더 생각이 바뀌었다.
지은이 어머니와 함께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 아무말도 없이 고개를 숙인채 밥알을 세듯
젓가락으로 께지락 거리고 있었다.
"지은아." 어머니가 나지막한 소리로 지은을 불렀다.
"......" 아무런 대답없이 짧은 한숨을 내 뱉었다.
"무슨일 있는거니? 엄마한테 말 해보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여전히 조용히 말씀하셨다.
"엄마" 엄마를 부르는 지은의 눈가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그래. 착한 우리딸 울지만 말고 속시원히 말해보렴."
"나 그사람 찾지도 못하면서........" 지은이 말끝을 흐리며 다시 눈물을 떨구었다.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지은의 방 책상위에 놓여져 있던 사진속의 남자. 군복을 입은 남자라는
것을 지은의 어머니는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알게 된건지보다 지금 지은이 그 남자때문에 무척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지은이 사랑때문에 이렇게 아파하는걸
본적이 없었다. 어릴적부터 남부럽지 않게 키운 귀한 딸이었다. 지은의 어머니가 몸이 약하셔서
몇 번의 유산 후 어렵게 얻은 딸이었다. 애지중지 키운딸이 지금 사랑때문에 울고 있다.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때문에. 울고있는 지은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지은아, 울지마. 그 사람도 지금 너를 찾고 있지 않을까?" 지은의 어머니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지은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은의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지은의 곁으로 다가가 끌어 안았다.
"속시원히 울고 잊어버려. 보이지 않는것은 사랑이라고 할 수 없어."
지은이 엄마의 품속에 안겨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이제 영원히 잊어버리겠다
다짐을 하고 또 했다.
상우가 지은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어제밤에 김현과 통화를 한 후 오늘 지은과 함께 현을
만나러 갈려고 했다. 어제밤부터 계속 연락을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가끔가다 통화중인듯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이씨. 왜 이리 전화를 안받어?" 상우가 통화버튼을 누르며 혼자 중얼거렸다.
더이상 연락이 되지 않자, 상우가 혼자 현을 만나기위해 버스를 탔다.
현에게 전화를 걸까 생각하다 다시 지은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이게 마지막이야." 핸드폰 액정화면에 숫자를 째려보면 혼자 중얼거렸다.
신호음이 계속 울렸다. 역시 받지 않았다. 상우가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 받았다.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상우가 핸드폰의 안테나 표시등을 보았다. 이상한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핸드폰을 귀에 바싹 갖다 대었다.
"여보세요. 지은이 핸드폰아닌가요?" 도무지 알아들 을 수 없는 소리에 상우가 큰소리로 말을
했다. 버스안에 사람들의 시선이 상우에게 쏠렸다.
"야. 뭐야. 왜 이렇게 연락이 안된거야? 상우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뭐? 잘 안들린다. 크게 얘기해봐."
"어. 미안." 전화기 너머로 지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찾았다. 지금 김현이 만나러 간다. 너하고 연락이 안되어서 나 혼자 간다. 생각있으면
지금 오던지."
"아니 안갈래. 이제 만나기 싫어."
"왜?"
"몰라. 이제 그사람 싫어졌어. 상우야 나 피곤해 이만 끊자."
지은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알 수 없는 지은의 말투에 상우의 머리가 뭔가에 한대 얻어 맞은듯
멍해졌다. 지난번 제대하고 지은을 만났을때 지은의 행동과 말투에서 지은이 현을 좋아하고
있다 생각했다. 불과 한달의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토록 오래 찾아다녔으면서 쉽게 포기
하리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버스가 어느새 전자공업단지에 도착을 했고, 상우가 버스에서 내렸다.
현이 일한다는 택배 영업소가 길 건너편에 보였다. 상우가 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우와의 통화를 끝내고 지은이 침대에 넋이 나간듯 앉아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만나러 같이
갈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잊겠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꺼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머리속에 맴돌았다. 보이지 않는것은 사랑이 아
니라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