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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땡아!뚱땡아!-39

하이수 |2005.11.10 08:44
조회 399 |추천 0

다음까페 : 하이수의 하나지기

 

 

 

..아이고, 됐네요! 이젠 내 쪽에서 노우라구요!!..

 

라고 큰소리를 뻥뻥 쳤다면, 어제의 베이비의 차가웠던 행동에 대한 복수라도 되었건만..그랬건만..

 

정녕 조심스레 반짝이는 베이비의 큼지막한 눈을 보고 이미 무너져버린 한심한 나였다.

 

 

 

 

 

 

“아프든 말든.....너가 무슨 상관인데? 얼른 가던 길이나 다시 가시라고요..”

 

 

 

 

 

 

샐쭉한 내 말투에 여우같은 베이비가 눈치 못 챘을 리가 없었다.

 

환한 미소를 입가에 주렁주렁 달면서 후다닥 방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누가 들어오래!”

 

 

 

 

 

 

내 말은 듣는 체도 안하는 베이비, 내 손을 덥썩 움켜잡더니 일으켰다.

 

 

 

 

 

 

“왜 이래! 힘들어 죽겠는데..”

 

 

 

 

 

 

“힘들어?”

 

 

 

 

 

 

힘들다는 내 말에 눈이 휘둥그래진 베이비.

 

 

 

 

 

 

“그래, 힘들어! 왜! 나는 힘드면 안되냐!”

 

 

 

 

 

 

“아니..아니아니!!”

 

 

 

 

 

 

베이비는 말도 안된다는 듯이 힘차게 도리질을 했다.

 

조심스레 나를 다시 앉히더니 태미가 가져다준 죽을 들이밀었다.

 

 

 

 

 

 

“너 몸 약해. 이거 얼른 먹어.”

 

 

 

 

 

 

..어라?..

 

뚜껑까지 열더니 숟가락으로 퍼서 내 입 앞으로 죽을 내밀었다.

 

 

 

 

 

 

“내가 먹을 테니까 내려놔!”

 

 

 

 

 

 

“너 몸 약해. 내가 먹여줄 거야.”

 

 

 

 

 

 

“아이고~ 내가 미쳐.. 너 날 뭘로 보고 그러냐?

 

난 몸 안 좋아도 이 상태에서 황소 한 마리는 때려눕힐 수 있다니까!”

 

 

 

 

 

 

“아아~”

 

 

 

 

 

 

듣는 체도 안하는 베이비, 자꾸 죽을 들이민다.

 

점점 떨어지려는 죽 한방울에 더 못 버티고 냉큼 받아먹었다.

 

그러자 베이비가 다시 환하게 웃더니, 죽을 한 숟가락 더 떠서 내 입 앞으로 내밀었다.

 

 

 

 

 

 

“내가 혼자 먹는다니까! 불편해서 더 못 먹겠잖아! 숟가락 이리 내놔!”

 

 

 

 

 

 

또다시 얼른 한숟갈 받아먹고 숟가락을 뺏으려 하자, 베이비는 얼른 숟가락을 자신의 뒤로 숨겨버렸다.

 

 

 

 

 

 

“앞으로 절대 뚱땡이한테 나쁘게 안할게..”

 

 

 

 

 

 

“......?”

 

 

 

 

 

 

“다신 어제처럼 안 그럴게..”

 

 

 

 

 

 

..애는 무슨 엉뚱한 소리야?..

 

 

 

 

 

 

“내가 먹을 테니까 숟가락이나 내놔!”

 

 

 

 

 

 

이럴 땐 막무가내로 내 말 하는 게 좋다!

 

 

 

 

 

 

“미..안. 미안해.”

 

 

 

 

 

 

“......?”

 

 

 

 

 

 

“나쁜 행동해서 미안해..”

 

 

 

 

 

 

아주 조그맣게, 그리고 조심스레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베이비가 처음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나에게 했다!

 

나는 순간 멍해졌다.

 

내 생애 저 놈의 꽃봉오리같은 입에서 사과의 말을 들었다.

 

 

 

 

 

 

 

“앞으로 절대 뚱땡이 안 괴롭힐께! 나 안 미워할거지?”

 

 

 

 

 

 

어색스레, 그리고 정말 미안해하는 베이비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저런 놈을 어떻게 내가 미워하냔 말이냐구...

 

바트, 여자는 한번씩 튕겨줘야 한다는 명언이 있었다.

 

 

 

 

 

 

“글쎄.. 너 하는 거 봐서.”

 

 

 

 

 

 

애매모한 대답에도 베이비는 안심이 된다는 듯이 싱글벙글 웃으며 나에게 숟가락을 내밀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떠오른 잘생긴 얼굴 하나.

 

가비!!!

 

얼른 시계를 보았다.

 

가비와 항상 만났던 시간이 되려면 아직 삼십분이 남아 있었다.

 

 

 

 

 

 

“베이비, 나 이거 다 먹고 나가봐야 하거든. 좀이따 보자.”

 

 

 

 

 

 

“어디 가?”

 

 

 

 

 

 

“음...새로운 일할 때도 다시 연락해봐야 하고..그러니까..하여튼 그런 게 있어!”

 

 

 

 

 

 

“..알았어. 뚱땡이 그거 다 먹는 거 보고 나갈래..”

 

 

 

 

 

 

약간은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베이비였지만, 끝까지 캐묻지는 않았다.

 

넘어가지도 않은 전복죽을 목구멍으로 다 넘긴 걸 보고 난 후에야 베이비는 내 방에서 나갔다.

 

나가기 전, 다시 문 틈 사이로 머리를 쏘옥 내밀더니만,

 

 

 

 

 

 

“뚱땡아, 몇 시에 들어올 거야?”

 

 

 

 

 

 

“몰라.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어. 그런데 늦게는 안 들어올거야..”

 

 

 

 

 

 

“응, 알았어.”

 

 

 

 

 

 

베이비가 사라지자마자 부랴부랴 대충 씻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오늘도 가비가 있을까..

 

설마 영영 못 보는 거 아니야!!

 

그런 불길한 생각이 들자 페달을 밟는 내 발길질이 더 빨라졌다.

 

제발!!제발 있어라!!

 

시계를 보니 이십분이 지나 있었고, 내 마음은 더 다급해졌다.

 

드디어 놀이터가 보였고 어렴풋한 사람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자전거를 세우고 후다닥 놀이터를 향해 달려갔다.

 

희미했던 사람의 윤곽은 뭐가 그리 초조한지 벤치에 앉지 못하고 계속 서성거리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가비!! 가비였다!!

 

가비는 사라지지 않고 지금 내 눈 앞에 있었다!

 

두근거렸던 심장이 서서히 차분히 두근거림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가비, 움찔하더니 재빨리 벤치에 앉았다.

 

정말 못 볼 것 같았던 가비의 얼굴이 지금 내 눈 앞에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가비의 옆에 앉았다.

 

어색한 동작으로 가비가 천천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안녕.”

 

 

 

 

 

 

최대한 자연스레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

 

듣지는 못하겠지만, 안녕이라는 말을 내 입모양을 보고 분명히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비의 눈동자는 내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눈빛 하나,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이다.

 

..왜 그러지? 내 얼굴에 뭐 묻었나?..

 

갑자기 가비가 손을 들어 내 볼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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