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귀여운 네 살 된 조카가 우리 집에 왔다.
여동생 내외가 바빠서 어머니가 조카를 봐준다.
언제 봐도 귀엽다.
유감이지만 난 아직 독신…..
올해 나이 서른 여덟
해외에서 어렵게 고생하다 얼마 전에 귀국했다
혈혈단신으로 물 건너가서 어렵게 회사를 차리고 최선을 다했지만 운이 닿지 않
은 건지
아무튼 파산하고 귀국했다
아픈 마음으로 같이 동거하던 여자와도 헤어지고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못 사는 집안이라 어머니 걱정이 말이 아니다
우선 장가를 가라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독촉한다
그러다 얼마 전에 큰 사고가 났다
사건에 얽혀서 5층 건물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늘이 무슨 할 일을 남겨주신 듯 1년여의 병원 생활 끝에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
왔다
눈물 겨운 1년이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한 쪽 눈마저 실명하고….
하지만 오기가 생겼다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다시 정상적인 걸음으로 만들어 놓겠노라고…. 다짐
했다
매일 매일
해운대 동백 섬 조깅 코스까지 매일 매일 걸어갔다
그리고 코스를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걸었다 걷고 걸었다
절룩 절룩
조깅을 하던 사람들의 눈에 내가 이상하게 비쳤을 게다
머리 수술을 두어 번 받고 나서 아직 머리도 자라지 않은 밍숭밍숭한 빠박이….
머리 허연 영감님이 영차 영차 열심히 뛰시는 걸 보고선 그냥 눈물이 주루룩 흘렀
다
나도 저렇게 뛰어야지
3개월을 그렇게 그렇게 어기적 어기적 걷다가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나를 가련한 눈 빛으로 쳐다보던 낮 익은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 빛이
달라졌다
그렇다 난 조금씩 뛰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직 뜀박질 하는 모습이 균형 잡히지 못했지만 그렇게 뛰고 있었다
내 주위 사람들 모두다 평생을 그렇게 절룩거리며 살 거라고 믿었을 게다
하지만 작은 기적은 내게 일어났다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허연 백발의 영감님도 더 이상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
인간승리?
풋…그런 멋진 말은 내게 어울리지 않았다
1년이 지나고 수영도하고 헬스도 다녔다
매일 매일 땀 방울을 흘리며 예전의 내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었다
물론 이제는 일도 하는 완연한 정상인이다
다만 한 쪽 눈이 안 보여서 남들보다 시력이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전혀 생활하는 데는 문제 없다
여자도 생겼다
하지만 깊이 사귀지는 못한다
왜 그럴까
밖에서 같이 동거하던 그녀에게 너무 큰 아픔을 받아서 일까….
단지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그런 느낌이 큰 것 같기도 하다
혼자 살면 그렇고 그런 게 있어
정기적으로 밤마다 찾아오는 그런 외로움 어른이면 알 텐데
아무튼 나는 혼자 살 거라고…..
그런 어느 일요일 아침
조카 녀석이 콜록콜록 열도 나고 그렇다
동생 내외가 다들 어디로 나들이 나가고 나는 집에서 한가하게 일요일을 즐기고
있었다
귀여운 그 녀석 재롱을 보면서
그런데 감기가 심한 것 같았다 그래서 챙겨 입히고 말끔하게 씻겨서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방안에서 너무 무료했던지 콜록콜록 거리던 녀석의 얼굴엔 생기가 감 돌았다
“앗싸 삼톤이랑 병원간당”
콧물이 많이 막혀을 때 지네 엄마랑 몇 번 다녀온 경험이 있는지 녀석은 마냥 즐거워했다
시원하게 막힌 콧속을 뻥 뚫어주는 병원 의료기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코가 막혀있다가 병원에 가면 시원하게 뚫어주니까 그게 좋았나보다
우린 어렸을 때 병원에 가보지도 못 했지만 공포의 대상이었거든
그렇게 손을 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그냥 가지를 못 하고 팔짝 팔짝 뛰면서
“삼톤 이거 뭐야 이거뭐야” “삼톤 저거는 뭐야”
한 참 호기심 많은 그런 나이
병원에 도착해서 진찰실로 향했다
녀석은 이비인후과 진찰대로 제가 기어올라갔다
너무 신기했다
몇 번이나 다녀 본 화려한 경력 때문인지 녀석은 자신에게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
었다
의사 선생님도 다소 놀라는 눈 빛
“아이구 우리 꼬마 착하네 아빠랑 많이 닮았네….”
아무런 대꾸를 할 수도 없었다
그냥 그대로 넘어갔다
콧물을 의료기로 쪼옥 빨아낸 뒤 녀석은 더할 나위 없는 대 만족의 표정
그러다 나를 쳐다봤다
“삼톤 내 사탕 안줘?”
그 때 나를 쳐다보는 의사선생님
“아빠 아니었나” 속으로 생각했을 게다 그 의사선상
오히려 자신이 미안했던지 의식해서 시선을 컴퓨터 쪽으로 돌리는 선생님
“약은 이렇게 이렇게 드시면 됩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녀석을 데리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 조금 옆에 맥 도날드 가게가 하나 있다
녀석에게 뭔가 사주고 싶어 물었다
“뭐 먹을래 저기서”
“아니 슈퍼에 가서 자동차 사줘”
풋! 녀석은 정말 자동차 마니아. 다른 어떤 것 보다 자동차를 좋아한다
녀석을 덥썩 껴 앉아 들어올리는 순간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맥 도날드 가게 안에 한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앉아 맛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꼭 조카 녀석 나이 만한 아이가 두 명 그리고 내 나이 정도되어 보이는 부부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행복해 보였다
부러웠다
감자튀김을 맛나게 먹던 그 꼬마가 나를 쳐다보았다
아마 자기 또래의 조카녀석을 보고 뭔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인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더 흘러내렸다
순간 내 얼굴을 향해 돌아보면 조카녀석이 물었다
“삼톤 왜 울어? 어디 아파?”
“응 눈이 아파서 그래”
“그럼 병원에 가야지 쭈사 맞으러 가자 병원에”
그날 밤 혼자서 포장마차에 앉아 많이 마셨다
취할 정도로 마셨건만 정신만 말똥말똥했다
왜 난 남들이 다 가지는 조그만 행복을 가질 수 없는 걸까라는 주제로 혼자 고민
했다
대한민국의 독신 내지는 노총각 여러분 이런 기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