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배우 조모씨와 함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중이다.
조모씨는 연신 내 얼굴을 보며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소짓곤 했다. 그런 조모씨의
눈빛과 미소에 새빨개진 내 볼을 숨기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입에 넣었다.
"이슬비씨."
"네?"
"더이상 제 마음을 숨길수가 없습니다. 슬비씨도 제 마음 아시잖아요. 안그래요?"
"그렇지만..."
"뭐가 문젭니까."
"조모씨.. 조모씨는 공인이예요. 그런데 만약에 불미스러운 스캔들이라도 나봐요.. 저같은거 때문에
조모씨에게 피해가 생긴다면.. 전 견딜수 없을거예요."
"다 필요 없습니다. 슬비씨가 없는 인기라면, 슬비씨가 없는 명예라면 저 다 필요 없다구요."
"조모씨...저도 물론 조모씨를 사랑해요.. 제 마음도 아시잖아요. 하지만.."
"그럼 제가 다 버리겠습니다. 슬비씨 옆자리만 가질수 있다면 다른거 다 버릴수 있어요."
"안되요! 조모씨가 연기하는걸 얼마나 사랑하는지 저 알아요. 연기할때의 조모씨의 눈을 보면 느낄
수 있다구요. 왜 저때문에, 왜 저같은거 때문에 다 버린다는 말을 하세요. 그러지마세요.."
"그럼 제가 얼마나 슬비씨를 사랑하는지는... 제 눈에 안써있습니까? 안보여요?"
"보여요.. 보여요.."
"이슬비씨. 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조모씨..."
조모씨는 나이프와 포크를 테이블에 놓고는 벌떡 일어서서 내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나를 일으
켜 세운후 나를 와락 안았다. 조모씨의 가슴에 안긴 나는 행복함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슬비씨.. 사랑합니다.."
조모씨는 내 귓가에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수도 없이 속삭였다.
"조모씨..."
조모씨는 안고 있던 나를 느슨하게 풀어준 후 내 입술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
채듯이 내 입술을 낚아채 버렸다. 그리고는 내 입술을 점령했다.
뜨거운 조모씨의 입술을 느끼며 나는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이슬비..."
"조모씨.."
"나랑 자자."
"네... 네?-0-"
갑작스러운 조모씨의 말에 조모씨의 가슴을 밀치고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내 사랑 조모씨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미친 실장놈이 징그러운 미소를 지은채 다시 한번 또박 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나에게 말했다.
"이슬비. 나랑 자자!"
"으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떴다. 옆에서 짱구모양의 시계는 울라울라를 외치며 나를 깨우고자 노력하
고 있었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시계를 던져버렸다. 물론, 침대 위로 던졌다. 깨지기라도 해봐. 나는
우리 엄마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이다. 욕만 먹으면 다행이지-_-; 끝없는 구타를 이겨낼 자신은
없다-_-;
다행히 조모씨에서 미친 실장놈으로 변신한 그 상황은 현실이 아닌 꿈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꿈을 꾼거냐 이거다. 나는 조모씨를 원했다 이말이다!!
그래도 그렇지! 미친 실장놈과 키스하는 꿈을 꾸다니!! 역시 실장놈의 전염성은 대단한 것이었다.
단 세번의 만남으로 나를 미친 이슬비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앞으로는 조심해야지!!
대성이와 지원이가 특별출연했던 악몽과는 비교도 할수없는 악몽이었기에 빨리 지워지기를 바라
는 마음으로 머리를 힘차게 흔들었다. 아니다! 어쩌면 머리를 흔듬으로 인해 그 꿈의 기억이 구석
구석 박혀버릴지 몰라. 귀를 파볼까? 모르는 일이다. 귓구멍으로 미친 실장놈의 기억이 슝~ 하고
모조리 빠져나갈지도-0-
"아우~ 저 바보! 빨리 가서 사랑한다고 말해! 아~ 답답해!"
나는 케이블에서 방영중인 드라마를 보며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여자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멍청하게 고민하면서 술을 퍼마시고 있는 남자 주인공! 술퍼마실 시간에 가서 고
백했으면 벌써 애가 둘이겠다! 아휴! 답답한 것들!
뻴렐렐렐렐레~
남자 주인공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포장마차를 나설때 나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 중요한 시점에 누가 전화질이야! 여보세요!"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받았다.
"이슬비양?"
"누구세요?"
"해바라기 극단의 최감독인데, 기억하지?"
"어머! 감독님~"
"그래. 잘 지냈나?"
"그럼요~ 감독님도 잘 지내셨어요?"
"그렇지 뭐. 슬비양 우리 극단에 들어올 준비는 됐나?"
준비? 무슨 준비를 말하는 거지? 설마 돈을 원하는.. 것인가? 그래.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물론 최
감독님이 미친 실장놈처럼 썩어빠진 인간은 아닐꺼라 믿지만, 모르는 일이다.
나는 긴장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준.. 비 라니요?"
"다른 극단 알아본건 아닌가 해서."
"아~ 아니예요! 감독님 연락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래, 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와서 연습하기로 하세. 슬비양은 발성이 많이 부족해서 기초부터 다
시 시작하려면 남들보다 몇배는 열심히 해야되는거 알지?"
"네! 걱정 붙들어 메시라니까요!!! 감사합니다!"
"음.. 그럼 오늘 일단 한번 와서 단원들하고 인사나 좀 나누지. 어차피 그때 소동때문에 다들 슬비양
을 알기는 하지만, 슬비양한테는 모두 대선배니까 와서 깍듯이 인사도 하고 해."
"네! 몇시쯤 갈까요?"
"오늘 저녁에.. 7시쯤 오게. 오랫만에 다같이 식사도 할겸 환영회나 하세."
"네에-0- 아참! 혹시.. 그 실장님.. 도 오나요?"
'유실장? 모르겠네. 오늘 오시는 날도 아니고.. 연락도 따로 없으신거 보니까 안오실꺼 같은데?"
"네^-^
실장놈의 말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역시 최감독님은 사람보는 눈이 있으시군. 나같은 인재를 알아볼
줄 아시는 최감독님. 최감독님이야 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희망이자 지성인이십니다-0-
거기다가 미친 실장놈도 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0- 역시 그 꿈은 오늘의 행복을 만끽하기 위한
액땜이었을 뿐이었다. 역시 하나님은 나를 버리지 않은 것이다. 신난다! 신나~
자~ 이제부터 이슬비의 시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말씀! 흥! 아릿다운 머리 빈, 알고보니 왕따였던
지수라는 여자야! 긴장하라 이말이다! 물론 그대의 연기는 인정한바 있으나, 뭐 내가 발성이 조금
부족하지만 이제 시간문제다 이거다. 하하하! 미친 실장놈아! 너도 함께 긴장하라! 이제 곧 내 앞에
서 무릎꿇으며 이슬비님! 제발 저희 극단을 버리지 말아주세요! 하고 빌 날이 멀지 않았다 이거다!
나는 팔랑팔랑 내방으로 뛰어가 그날 단원들에게 보였던 첫인상을 지우기위해 내가 제일 아끼는 치
마와 니트, 그리고 가디건을 찾았다. 근데 조금 걱정이 되긴한다. 극단에서는 말그대로 연기연습과
연극준비를 해야하는데, 이렇게 입고 간다면 뭇 남자 단원들의 마음을 모조리 빼앗을텐데...
뭐 하지만 할수없는 일이다. 이렇게 이쁘게 태어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니까-0-
나는 가방에서 트윈케익을 꺼내 화장을 살폈다. 오늘의 화장? 좋아! 완벽하다. 옷? 물론 완벽하다.
다소 짧은 치마이긴 하지만 내 쫙 뻗은 다리를 잘 살려주고 있었고, 그 위에 입은 니트와 가디건은
더욱 나를 귀엽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자~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보실까?
나는 8개쯤 되는 계단을 하나씩 올라갔다. 마치 시상식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있는것만 같았다.
상상해보라. 내가 등이 파진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 위를 걷는 것이다. 물론 각 매스컴에서
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가려고 몸싸움을 하며 내가 한번만 쳐다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어다니겠지? 그게 어디 우리나라 매스컴 뿐이겠는가? 미국의 방송국에서도 올지 모른다. ABC방
송국이던가? AAA방송국이던가? 그렇다. 방송국이름은 중요한게 아니다. 암~ 그렇지! 내가 남의 나
라 방송국 이름까지 외우고 다닐 필요는 없다 이거다. 내 모습을 담으러 비행기를 타고 그 사람들이
날아오는게 중요한거다.
내 옆에는 내 미모를 한껏 더 살려줄, 통역을 해주기위해 참석한 못생긴 여자가 있을테니 나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말이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여러 사람들의 정중한 인사를 받
을 것이다. 모두 나와 한번이라도 악수를 해보려고 난리들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신한 이슬비다
이말이다. 그러므로 나는 예의바르게 목인사를 해주고는 유유히 그들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이다.
어느덧 극단앞의 8계단을 다 오르고 문 앞에서서 나는 또다시 상상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문을 열면 화려한 조명과 함께 많은 배우들과 기자들, 또는 대통령도 나를 보기위해 참석했을지
도 모르는 일이지. 하여튼 화려한 드레스와 깔끔한 정장을 입고 빨간색 좌석에 앉아있다가 문을 열
고 들어오는 나를 발견하면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맞이할 것이다. 그럼 나는 환히 웃어보이며
손을 두어번 흔들어 줘야겠지? 나의 그런 모습은 모두의 입에서 감탄을 자아낼 것이다.
나는 극단의 문을 힘껏 열었다. 그리고 온몸으로 나를 향해 있는 수 많은 시선을 느끼려는 찰나...
극단의 안에는 나를 향한 시선이 있기는 했다. 물론 내 생각처럼 좌석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는 사람
들의 눈빛은 아니었으나 분명 나를 향한 시선이 있기는 했다.-_-;
"왔냐?"
이런 젠장-_-;; 나는 최감독님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다. 그렇다. 이것도 명백한 사기인 것이다. 최감
독님을 믿었건만.. 미친 실장놈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있는 의자에 걸터 앉아 한손에는 책한
권을 든채로 나를 보며 말했다. 재수없는 인간들의 특징은 책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지원이놈과 저 미친 실장놈이 있지 않은가? 지원이놈이 들고 있던 책과 비슷한 꼬부랑 글씨
가 마구 뿌려져 있는 알수 없는 책... 저것은 분명히 싸가지와 재수 집단의 교리가 들어있는 책임이
분명하다! 저걸 그냥 사이비집단으로 신고를 해버려?-_-;;
"안녕.. 하세요-_-"
억지로 미소를 짓는 내 얼굴에는 경련이 일어났다. 이러다가 안면마비가 오는 것은 아니겠지?
그래. 어쩌면 안면마비로 인해서 이 놈을 사회에서 매장시켜 버릴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집에가면
인터넷을 뒤져 안면마비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미친 실장놈은 나를 한번 휙 쳐다보고는 책을 접고 벌떡 일어났다.
"가자."
가자고? 나를 또 어디로 끌고가려고? 그럴수는 없다. 비록 내가 이놈에게 몇번 끌려간 적은 있지만
그건 단순히 내가 이 놈의 정체를 잘 몰랐기에 당한 일이었을 뿐이다.
"전 최감독님을 만나뵈러 왔습니다. 실장님에게 끌려갈 이유는 없습니다."
저놈과는 다르게 예의바른 나는 비록 미친놈일지라도 정중히 예의를 다해 말했다.
"끌려가? 내가 언제 널 끌고 간적이 있었나?"
오호~ 이것봐라? 지금 나를 끌고간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할셈이냐?
"어쨌든! 전 최감독님 만나러 왔어요!"
"알아."
"알면서 어딜 가자는 거예요!"
"최감독한테."
"네?"
"단원들이랑 최감독이랑 옆에 고기집에 가있어. 최감독이 너 오면 같이 오라고 해서 기다려줬더니
끌고가? 진짜 끌고가는게 어떤건지 가르쳐줘?."
"아니요-_-;"
끌고간다는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니..저 표정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표정이 아닐
것이다. 오랜 노력과 고도의 작업을 하지 않고서는 나올수 없는 저 표정-_-;;
비록 내가 정의의 용사 이슬비이긴 하지만 어디 용사가 나 하나뿐이겠는가? 저 표정에 반항을 시도
해봤을 수 없이 많은 여성용사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꼭 내가 저놈을 해치워야 할 이유는 없
다 이거다! 내 손에 저놈의 더러운 피를 묻힐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저놈이 분명 고기집이라고 했겠다? 일단 한번 믿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기
집이니까! 그리고 이놈이 나를 끌고가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나는 분명 오늘
최감독님과 약속이 있으니 내가 늦으면 최감독님께서 연락을 할거다 이말이다! 그럼 나는 최감독님
에게 구출될수 있을 것이다. 그래. 분명하다. 일단 한번 믿어보자!
미친 실장놈은 내옆을 지나 극단의 문을 열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따라와."
"네."
그래. 정말 저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고기를 먹게되는 것이다. 무조건 사람을 의심할수는 없지.
나는 실장놈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물론 1미터 이상의 사정거리를 유지한채 말이다.
뺄렐렐렐렐레~
"여보세요?"
"이슬비. 나 대성이다."
"어? 어.. 대성아.."
"어디야?"
"나? 홍대근처.."
"거기서 뭐해?"
이놈은 아직 내가 극단에 들어가게 된것을 모른다. 그래. 그날 떡볶이 집에서 나에게 그랬었지.
'너 대학 떨어지고 집에서 논다며'라고..-_-;; 흥!
"어머. 몰랐구나? 나 오디션 합격했거든. 그래서 극단 단원분들한테 인사하러 왔지."
"그래? 축하해."
"뭘 이런거 가지고^-^"
대성이의 목소리는 다소 놀라보였다. 앞으로 나는 방송국이름은 확실히 알수없지만 미국방송국에
서도 나를 취재하러 올텐데 겨우 이 정도가지고 놀라면 안되지! 암~ 그렇지!
"인사만 하면 끝나는거야?"
"같이 저녁먹을거야. 왜?"
"잠깐 보자고. 저녁먹고 끝나?"
"응.. 아마 그럴껄?"
"그럼 내가 그쪽으로 가서 기다릴께. 어딘데?"
나는 대성이에게 극단의 위치를 대충 알려준 다음 전화를 끈었다. 짜식. 내가 보고싶어 미치겠다는
말투로군. 그래. 지금부터 많이 봐두렴~ 나중엔 보고 싶어도 나를 볼수 없을테니!!
그때 미친 실장놈은 고기부페라고 적힌 가게 안의 문을 밀치고 들어갔고, 나도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실장님 오셨어요? 슬비도 왔니?"
"감독님 안녕하세요^-^"
"어서와~"
"반갑다~"
고기를 먹고 있던 감독님과 단원들은 나를 보며 인사를 해왔고, 나도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했다.
"슬비야. 여기 앉아~"
한 여자가 자기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앉으라고 권했고, 나는 웃으며 그쪽으로 가서 앉았다.
"오빠. 여기 앉아."
지수라는 여자는 실장에게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했다. 나는 분명 봤다. 들리지는 않
았으나 분명 실장의 입은 이런 씹.. 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 실장놈은 극단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
기고 있었던 것이다. 지원이네 학교에서 봤을때는 지수라는 여자에게 그렇게도 못되게 굴어놓고선
그래도 극단 단원들 앞이라고 순순히 지수라는 여자의 옆자리에 앉는 것을 보라 이거다.
이제부터 실장놈의 정체를 다 밝히리라! 한번에 다 밝혀버릴수는 없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너의 목
을 조여가리라~ 그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난 나에게 내 옆에 앉은 여자가 말했다.
"너 이름 이슬비지? 난 최명숙이야^-^"
"네. 안녕하세요^-^"
"편하게 대해~ 자. 일단 술한잔 받고! 어.. 저거 다 익었다. 먹어^-^"
명숙이라는 여자는 소주 한잔을 부어주며 맛있게 익은 듯한 돼지갈비 한점을 나에게 주었다.
그대는 참으로 친절하군요! 이제부터 내 그대를 친절한 명숙씨라 칭하겠소! 그리고 특별히 실장놈의
정체는 그대에게 제일 먼저 공개해주겠소!
"자, 그럼 슬비양도 왔으니 슬비양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건배 한번 하지."
최감독님은 나와 단원들을 쭉 둘러보신후 술잔을 높이 올리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와 단원들은
앞에 놓인 잔을 들고 큰소리로 '건배'를 외치며 입에 술을 털어 넣었다.
뺄렐렐렐렐레~
식사를 하고자 모인 자리는 어느새 술판으로 바꼈고, 다들 부어라 마셔라하며 신나게 이시간을 즐기
고 있었다. 그때 내 핸드폰은 조용히 울렸다.
"여보세요?"
"나 대성이. 아직 안끝났어?"
"응. 지금 술마시고 있는데.. 어디야?"
"니가 합격했다는 극단이 해바라기 극단 맞지?"
"응. 극단 앞이야?"
"응. 넌 어딘데?"
"그 옆에 보면 고기부페 보이지?"
"아.. 거기 있어?"
"응. 눈치 봐서 나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줄래?"
"알았어."
술자리가 한참 무르익었는데 벌써 도착했다는 대성이.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미친 실장놈은 지수라는 여자에게 꽉 붙들려 인상을 찌뿌린 채로 소주를 마시고 있었고, 감독님은
벌써 취했는지 빨개진 얼굴로 옆에 앉아있는 단원들에게 뭐라고 얘기를 하고 계셨다.
내 옆에 앉아있는 친절한 명숙씨도 반대편에 앉은 남자와 건배를 하고 있었다.
그래! 이때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썩 기분좋지는 않지만, 뭐 그래도
나에게는 지금 밖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 애태우고 있는 대성이가 있다 이거다!
나는 가방을 슬쩍 팔에 낀다음 일어섰다. 그때 친절한 명숙씨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슬비야. 어디가게?"
친절한 명숙씨! 술이나 드시라 이겁니다! 왜 하필 지금 나의 손을 잡는것이오!ㅠ0ㅠ
나는 베시시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니요-_-;; 계속 앉아있었더니 엉덩이가 아파서-_-;;"
"자~ 받아! 너어~ 술 못마셔? 여기 있으려면 너 술 잘마셔야 된다!"
"네-_-"
친절한 명숙씨가 주는 술을 받고 또 다시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을때 고기부페의 문이 벌컥 열리
며 대성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나를 찾는듯 고개를 요리 조리 돌렸다.
"이슬비!"
이런 젠장-_-;; 저놈은 왜 여기 들어온거지?
"어머~ 대성아. 여긴 왠일이니?"
"뭐가 왠일이야. 너 만나러 왔잖아."
"아참.. 그렇지..."
갑작스런 대성이의 출현에 단원들과 최감독님은 나와 대성이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오~ 슬비 애인이야?"
"네? 아니요.. 친구요.."
"에이~ 애인같은데? 슬비 애인이예요?"
"아직은.. 아니예요."
"앚아요. 앉아."
대성이는 터져나오는 질문세례에 당황한듯 주춤거리다가 단원들을 향해 말했다.
"죄송합니다. 슬비 환영식이라는건 아는데.. 슬비한테 할말이 있어서 슬비좀 빌려갈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오~~"
"이야~ 멋있네."
"그러지말고 앉아요."
"빌려가긴 뭘 빌려가요~ 같이 놀아요~"
대성이의 말에 다시 술렁거리는 단원들. 할수없이 대성이는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그때의 내 기분? 물론 대성이가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갑자기 들어왔는지는 알수 없으나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마 모두들 나를 사랑하는 대성이가 나에게 고백이라도 하려고 한다고 생각하겠지?
그래. 나는 인기있는 이슬비가 된것이다 이거야! 나는 옆에 앉은 대성이를 보며 방긋 웃어보였다.
대성이가 이렇게 이쁜짓을 할지 누가 알았던가! 대성이 말대로 이 자리가 내 환영식 자리이긴 했지
만 사실, 나에 대한 관심보다는 다들 술에게 더 관심이 있었기에 다시 나에게로 관심을 돌리게 한 대
성이의 등장은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아참! 슬비 신고식도 안했네?"
"네?"
계속 까불까불 거리던 병호라는 오빠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물컵을 나에게 주며 말했다.
"자! 받아. 신고식은 해야지!"
그리고는 물컵에 소주를 콸콸~ 붓기 시작했다. 설마 저걸 나에게 마시라고 하려는건 아니겠지-_-;;
"에이~ 병호 오빠. 너무 약하다. 나때는 대접에다 주더니!"
친절한 명숙씨는 저 큰 물컵도 작다며 꺄르르웃어대기 시작했다. 친절한 명숙씨. 이런 식으로 나오시
면 곤란하답니다-_-;;
"명숙아. 너는 주당이라 슬비랑은 틀리지. 자. 이슬비. 일어나서 한번에 들이켜!"
단원들은 박수를 치며 원샷을 외쳐대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술이 약한 편은 아니었으나 대성이도 있
는데 이 술을 원샷하는 모습을 보일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걸 마셔? 말어? 망설이고 있으니 대성이
가 벌떡 일어나 내 손에서 컵을 빼앗았다.
"제가 대신 마시겠습니다."
"오~ 그래? 그럼 그쪽은 남자니까 두잔. 어때?"
"좋아요."
"오~ 멋있다.~"
"슬비 애인 죽이네~ 부럽다~"
또다시 술렁이는 단원들. 그 사이에서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나 이슬비! 짜식. 나의 흑기사가 되어주
다니. 그래. 입냄새 파문은 내 필히 잊어주겠노라!
"저기, 그런데요. 제가 이 술을 마시면 슬비가 제 소원하나 들어주는거. 맞습니까?"
얼레? 소원? 대성이의 뜬금없는 소리에 나와 단원들은 잠시 당황했으나 병호 오빠는 박수를 치며 말
했다.
"당연하지! 흑기사의 소원을 들어주는건 당연한거지. 일단 마셔!"
병호 오빠의 말에 대성이는 들고 있던 소주 한컵을 꿀꺽 꿀꺽 비워나갔다. 잔을 비우기가 무섭게 병
호 오빠는 또 컵에 넘칠듯이 소주를 부었고, 대성이는 아까처럼 또 원샷을 했다. 그리고는 손으로 입
을 쓱 닦은후 물컵을 테이블에 놓은 후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소원 말해도 되나요?"
"말해!"
"말해봐~"
휘파람까지 불어대는 단원들 앞에서 대성이는 내 손을 잡아 일으켰다.
"이슬비."
"응?"
대성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나는 어정쩡하게 일어서 대성이를 쳐다보았다.
대성이가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부담스러워 진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이런 젠장-_-;; 하필이면 미친 실장놈과 눈이 마주칠게 뭐람! 실장놈은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이 손
에는 술잔을 들고 우리를 보고 있었다. 미친 실장놈아! 봤지? 내가 이런 사람이다 이거야!
"그날은 내가 미안했어. 원래 어제 말하려고 했는데 어젠 니가 좀 피곤해 보여서...."
"무슨.. 말인데?"
"처음엔 그냥 재밌는 애라고 생각했어. 그 다음은 귀여운 애라고 생각했고... 내가 너한테 심한말하
고나서 많이 생각해 봤어. 그리고 어제 너 만났을때 알았어. 나.. 니가 좋은거 같아. 너 좋아하는거
같아. 이슬비. 나랑 사귀자."
대성이의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단원들은 젓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여자 단원들은 멋있다를 외치며 반짝이는 두눈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완벽했다. 물론 장소가 고기부페라는 것은 마음에 안들긴 했다. 주변엔 젊은 사람들도 꽤 많았지만
아저씨들이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술을 드시고 있었고, 갖난아이가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시장바닥
같은 분위기. 하지만 이런 고백을 받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말이다.
모두들 나를 부러워하는 시선으로 보고있는 이 상황! 그렇다! 나는 순식간에 모두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이슬비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성이의 입냄새 파문은 나를 절망으로 밀어넣었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의 이 고백은 내 마음에 쏙 들
었다. 그래! 좋다. 너를 이슬비의 첫 남자친구로 인정해 주겠다 이말씀이다!
"그래.. 좋.."
"이슬비."
내가 대답을 하려는 순간 미친 실장놈은 내 말을 자르고 나를 불렀다. 그로 인해 나와 대성이를 향해
있던 모든 시선은 미친 실장놈에게로 향했다. 실장놈은 많은 시선이 부담스러운듯 인상을 찌뿌리고
는 나를 보며 말했다.
"하루에 두탕도 뛰냐?"
"네?"
"어제 저놈이랑 만났었다고? 우리집에서도 자고 갔잖아?.. 대단한데?"
훔.. 너무 늦은 10편이었죠? 어제오늘 이런 저런 일도 있었고, 스토리도 자꾸 막혀서....또 형편없는
10편을 들고 온것 같아서 속상하네욤... 상황상황마다 슬비의 공상과 재미있는 상황을 집어넣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것 같아요. 11편은 빨리 올릴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한 10편이지만 다음편을 기
대해주시고-_-;; 여튼 늦었으면서도 부족한 10편을 들고와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며...
그리고 항상 제 글에 좋은 말씀과 추천을 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구욤...
음.. 이글은 쓰는 저도 편하게 쓸수 있겠다 싶었는데 쓰면서 개그맨들의 직업에 감탄하게 되네요..
웃을수 있는 재밌는 글을 쓴다는게 이렇게도 힘든일인지ㅠㅠ 몰랐네요.. 여튼 다음편에는 더 많은 웃
음과 새로운 내용. 그리고 실장과 대성이의 사이에 낀 슬비. 그리고 밝혀지는 지수와 실장과의 관계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려요ㅠㅠ 그럼 저는 이만 도망을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