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사귀고 있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저는 그 사람보다 네 살 어린 23살의 여자입니다.
가난한 그 남자, 처음에 저한테 사랑의 표시로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주었습니다.
저와 사치스럽지 않은 데이트를 주로 하면서도 비용은 그 사람이 약간 더 부담하곤 했습니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이다보니 함께 공부도 하고, 거의 모든 생활을 함께 해 나갔습니다.
사귄지 얼마 안 되어, 저는 그 날따라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오빠를 붙잡았습니다.
그냥 꼭 껴안고 자고 싶다고. 그런데, 오빠는 그 이상을 허락한 것으로 알았고, 저역시 호기심도 들고
해서 관계를 가졌습니다.
점점 사귀면서 잊혀졌던 옛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상처만 받고 지낸 줄 알았는데,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하고도 좋은 기억들이 있었음을.... 이 사람과 사랑을 시작하면서 하나둘 기억해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빠에게도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옛날에 사귀었던 사람에 대해서...
오빠는 그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나중에 고백합니다. 그리고 오빠도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았죠.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가 있었다고. 그 여자와 동거를 했었고, 군대에 가서도 휴가 나올 때면 그 여자와 만나 관계를 가졌다고.. 그 여자는 연예인을 닮은 예쁜 사람이었지만, 화를 내면 아주 무서웠고, 서로 지독하게 싸우곤 했다면서.. 그래서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고 있음을 느끼고 도망치고 싶었고, 또 자신이 군대에 있는 동안, 돈 많고 유능한 남자가 그녀에게 접근하자 홧김에 그랬는지, 자괴감 때문이었는지 그녀와 헤어지자고 했다고.... 그 뒤로 그녀는 단호히 돌아서서는 다시 만나주지 않았다면서.
저는 그 뒤로 한 동안, 아마 반 년정도였던 듯 하지만, 오빠와 싸울 때면 오빠의 과거를 들추곤 했습니다. 사랑을 하면 그 남자의 과거까지도 소유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녀를 사랑했었다...라고 말하는 것, 그녀가 예뻤다...라고 한 것, 그녀와 어떻게 관계를 가졌다....라고 한 것 등의 기억들...물론 우리가 싸울때나 이런 말을 하곤 했지만.... 오빠의 옛 여자의 그늘에서 저는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정작 오빠는 그녀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간신히 벗어나서 군 생활을 마치고, S대를 계속 다니는 대신 제가 다니는 대학으로 재입학함으로써 새출발을 자신했는데...그런데... 제가 자꾸 과거를 들추어내니까 화가 많이 났나 봅니다... 이해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그 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점점 사이가 벌어지고, 다투고, 또 화해하는 등의 시간이 계속 되었습니다.
결국 제가 더 이상 오빠의 과거를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다음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난한데다가, 다른 대학을 다니다가 군대까지 다녀와서 이곳에 재입학한 그에게 있어, 성적을 유지하는 것과 장학금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그에게 있어 학업은 직업과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와 사귀면서 힘들어하는 동안 늘 1등만 하던 그가 미끄러지게 되었고, 오히려 저의 성적은 그를 앞서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감을 잃었고, 제가 자신보다 똑똑한 것 같다고, 자신은 왜 이렇게 머리가 나쁜지 모르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저는 그보다 적은 시간동안 공부하고도 더 좋은 결과를 얻었고, 대신 남는 시간은 그와 보내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저와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서라도 공부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괴롭습니다. 아무리 그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해주어도 그는 자신감을 되찾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가 망가진 것을 제 탓으로 돌립니다.
그리고 저와 싸우고 힘들 때면, 다른 여자에게 연락을 하는 때까 많아졌습니다.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 또는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에게 연락을 합니다. 더욱 질투가 나는 것은 그 여자들 모두 인기가 많고 예쁜 사람들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헤어지자고 싸웠다가 미련이 남아 다시 만나는 것을 반복하는 동안 점점 정리하는 것이 쉬워졌나봅니다. 얼마 전에 헤어지자고 했을 때 그는 단호히 돌아서 버렸습니다. 아무 거리낌없이 자신을 사랑했던 아름다운 여자와 전화하고 만나고,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 춤을 추고, 술을 마시고, 주변에서 시키는대로 러브샷도 하는 반면 저에게는 냉담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그를 잊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때문인지 아침에 눈을 뜨면 보고싶고, 헤어진 기간동안 하루라도 서럽게 울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이틀에 한 번은 술에 절어 있고, 그가 저를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차갑게 대하는 것을 보고, 저는 욱한 마음에 면도칼로 손목을 긋기도 했습니다.
제가 손목을 그었다는 사실은... 아침에 술에서 깨어난 뒤에야 알았습니다. 다행히도 위험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는 제가 안쓰러웠는지 그가 자신에게 전화해도 좋다고, 같이 밥 먹을 사람 없으면 불러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건 그의 사랑이었지 동정이 아니었기에 저는 더더욱 비참한 기분만 들 뿐이었죠.
결국 제 삶을 유지할 힘이 없고 그에게 못해준 것이 자꾸만 마음에 걸리고, 또 그가 보인 행동들을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다시 사귀자고 말했습니다. 처음에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만, 제가 그의 요구조건들을 모두 들어주겠다고 하니 다시 사귀겠다고 했습니다.
잘 된 일인가요... 그 날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저는 깨닫고 있습니다. 그에게서 더 이상 사랑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아직도 동물적으로 내 육체를 원하지만, 나의 우울한 성격이나, 나의 가치관이나, 나의 어린 영혼이 그를 기쁘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는 오히려 다른 쾌활한 여자와 통화를 했을 때 더욱 활짝 웃고 있다는 것을. 하루종일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바라보며 무기력하게 그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가 똑똑하다고 칭찬했던 내 머리가 더 이상 돌아가고 있지 않음을 느끼면서, 나를 보살펴주고 챙겨주려는 것이 아님을 느끼면서...... 저는 불안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이 남자, 저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내가 원하는 것은 그의 관심과 따뜻한 배려인데, 그것조차 얻지 못하는지금, 그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바꾼다는 것이 가치있는 일일까요? 왜 그는 다른 여자에게서와 같이 활기찬 목소리로 저의 전화를 받지 않는걸까요?
저는 어떻게하면 이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제 종교를 가지려고 하고, 방학부터는 운동도 배울 것이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그가 나에게 진심으로 돌아와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과연 사랑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