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호기심을 뒤엎고 불안함을 가슴에 싸 안은 채 이끌려오듯 떠밀려온 훈련소에 입소한 게 바로 엊그제처럼 생생한데 이제 오대장성이란 영예를 쥔 병장이란 계급을 앞세우며 전역을 눈앞에 두고보니 정말 꿈만 같기도 한 지금.
돌이켜보면 군대는 이 세상 어느 대학에서도 가르쳐줄 수 없는 인간사 최대 희로애락을 직접 체험하며 가치를 깨닫는 곳이라 생각된다. 세상의 자유에 물든 나를 버리고 그들을 등진 채 훈련소 입소시의 암담함을 몸에 새겨 낯선 이들과 몸을 부대끼며 목이 터져라 괴성을 지르고, 엎어지면 다시 일어나 뛰었던 육체적 고통의 향연들…. 그 낯선 이들과의 뒤섞임 속에서 피어난 귀한 전우애. 작대기 하나라는 이등병의 계급을 달고 신병으로서 대기하며 마음졸이던 순간들….
이제는 좀 적응됐다 싶으니 선임병들 눈치보랴, 어설픈 졸병들 보랴, 인간적인 근심만 쌓이더니.
별거 아닌 듯 하면서 가슴속 깊이 진한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곳은 이 곳 뿐이리라.
내가 가는 곳이 어디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 집을 떠나 이 미지의 세계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의 보금자리가 된 이곳을 쉽게 잊을 수는 없겠지만, 이곳 군에서 배운 애국심과 전우애, 그리고 갖가지 경험을 토대로 내가 체험한 귀중한 가치를 잃지 않고 사회로 나간다면 활력있게 내 꿈을 키워가며 보람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끝으로 병영생활의 시작속에 자리한 후임병들에게 한마디 전하고 싶다.
7백90일간의 외출? 한마디로 청춘의 장으로서 생애 최고의 젊은이의 캠프인 이곳을 나 자신을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생각하라고 전하고 싶다. 왜냐하면 2년이상 계속되는 이 캠프는 인생에 있어 두번 다시 오지 않는 소중한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