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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2-7화> 비책

바다의기억 |2005.12.21 09:32
조회 10,247 |추천 0

12월 18일 정모가 성공리에 개최되었습니다.

 

공대사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

 

메리크리스마스 되시고...

 

솔로부대도 만세입니다.

 

=========================== 크리스마스날 춥답니다. ==============================

 

기억 - 하아...



때는 날씨 화창한 토요일 오후지만


난 답답한 기분에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도 않고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뭔가 일이 꼬이고 있다.=



그런 암울한 생각이 질량으로 구체화 되어


내 머리 위를 누르고 있는 듯 했다.



점순이 = 감자 줄까?


나 = 거절한다!


점순이

= 이런 개념 없는 자식!


꼬꼬! 저 녀석을 혼내줘!



꼬꼬 = 허이짜...! 꼬꼬댁....!! 허이짜...!


나 = 아앗! 우리 수탉이~!!



문득...


어린시절 왜곡된 풋사랑이


닭에게 고추장을 먹이는 동물학대와


복수심에 눈이 먼 살계(殺鷄)로까지 이어졌던


하드보일드 스릴러 =동백꽃= 의 한 장면이 떠오르며


앞으로 내게 일어날 일들이


그 후속편처럼 펼쳐졌다.



민아 = ...... 우리 팔짱낄래?


기억 = 어허, 어딜!!


민아

= 아니,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피카츄 물어~!!!



피카츄 = 뷁~!!!


기억 = 크아아악!!



허억.. 나도 개를 키워야 하는 걸까?


도사나 도베르만... 뭐 그런 걸로....



민아

= 꺄아악!! 피카츄~!! 흐흑.... 이럴 수가.


나쁜 놈, 두고 보자!



..... 그런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잖아.



생각하면 할수록 막막해지는 기분에


거듭 베개에 머리를 파묻으며


오해를 풀만한 묘책을 강구하던 중


삽 대가리에 불꽃 튀듯


명쾌한 해답이 번쩍 떠올랐다.



깁스를 하자!



요컨대 내가 정말 다쳤다는 걸 알게 되면


오해도 풀릴 것 아닌가?




.....



의사 - 안 됩니다.


기억 - 그냥 해 주시죠.


의사

- 지금 같은 경우는 깁스를 하기 보단


자연스럽게 놔두고 무리를 하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하고 회복이 빠르지...


괜히 고정시켜두거나 하면 그게 더 위험해요.



기억

- 제가 사정이 좀 있어서 그러니까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해주시죠.



힘들게 떠오른 묘책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난


해줄 때까지 못 나가겠다는 각오로


집요한 대치상태에 들어갔고


그런 날 바라보던 의사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쓰고 있던 안경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의사

- 후.... 지금 교통사고 합의나


뭐 그런 것 때문에 이러시는 것 같은데,


젊은 사람이 똑바로 일을 해서 먹고 살 생각을 해야지...


우리 병원은 나이롱환자 같은 거 안 받으니까


그런 거 필요하면 다른 데 가서 알아보세요.


아니면 정말 부러뜨려서 오시던가.



기억

- ...무슨 사정인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말하는 거


상당히 심한 결례 같습니다만.



의사

- 허허, 솔직히 까놓고 그런 거 아니면


왜 파스 붙일 데다가 깁스를 합니까?



기억

- 얘기하자면 좀 길....... 후.... 아니지.


여자친구가 팔짱 끼려는 데


무의식적으로 아파서 빼버리는 바람에....


나중에 다쳐서 그런 거라고 말했는데도


여차저차 일이 있는 바람에 안 믿어서 그렇습니다.



의사 - ..........



=너도 참 어지간히 딱한 인생이다....=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그의 모습에


=정말 이런 방법뿐인가?=


라는 회의감도 들긴 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의사 - 진단서는 없어도 되죠?


기억 - 예.


의사 - 그럼 반깁스만 해드릴 테니까....오해 잘 푸세요.



그렇게 다소의 동정을 받아가며


전설의 병원 던젼을 클리어한 난


봉인된 깁스실로 들어가


반깁스 아이템을 습득할 수 있었다.



=아이템설명=

반깁스.(왼팔용)

석고 깁스를 반으로 자른 것. 붕대로 묶어 고정한다.

공격력 -5, 방어력 +3, 이동력-1.

보조효과>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나타내

상대방으로부터 동정심을 유발시킬 수 있다.

구입시 ?만G. 판매 불가.



의사 - 어디보자.. 적당히 맞을만한 게...


기억 - .......



내가 돈이 얼마나 들까 생각해는 사이에


깁스실 한쪽에 놓여있는 박스를 뒤적거리는 의사.


뜨아한 표정으로 서있는 나를 돌아보며


그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의사

- 어차피 오래 쓸 거 아니잖습니까?


그냥 드릴 테니까 가져가세요.



.......



=아이템설명=

버려진 반깁스.(왼팔용)

누군가 쓰다 버린 반깁스. 안 좋은 냄새가 난다.

구입시 0G. 판매 불가.



의사 - .....어유, 딱 맞네. 완전히 손님 거야.


기억 - 음... 이건 싸인이 너무 많이 되어 있어서...


의사 - 그래요? 그럼 이거 어때요, 이건 깨끗한데..


기억 - 그게 좋을 것 같네요.



아껴야 잘 산다.


그렇게 위안을 삼기로 했다.




그리고 결전의 월요일.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친구1 - 어? 너 팔 다쳤냐?


친구2 - 진짜네? 많이 다쳤냐?


기억 - 아... 어쩌다 좀 넘어져서...



그래, 나 다쳤다! 으하하.



너나 할 것 없이


만나면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의 반응에


이제 민아만 만나면 오케이라는 자신감이 든 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그녀와 함께 듣는 서양 음악의 이해 강의실로 들어섰다.



김씨 - 음? 그 팔은?


허씨

- 쯧쯧, 그래서 평소에 호신강기의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말라 그렇게 일렀거늘....



김씨 - 할 수 없지. 결투는 다음달로 미루기로 하자.


기억 - ....... 뭐라는 거야?



난 점점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김씨와 허씨를 잠시 뒤로하고


먼저 와있을지 모르는 민아의 모습을 찾았다.



민아 - ....



그때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녀.


난 서둘러 입구쪽으로 걸어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기억 - 왔어?


민아 - 으.....으응....



인사를 받는 그녀의 모습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다지 달갑지 않다는 듯한 반응...



의기양양하게 인사를 건넨 난


순식간에 기세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민아 - 팔.... 지난번에 다친 거야?


기억

- 응,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당분간 이러고 있어야 한다고....



민아 - 조심하지 그랬어.


기억 - .... 그러게 말이야.



한마디 한마디가 오갈 때마다 점점 침체되어


마이너스 극한으로 가버린 분위기 탓에


대화는 거기서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어버렸다.



왜 이렇게 됐지? 뭐가 잘못된 거야?



냉랭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반응에


난 차마 그녀의 옆자리에 앉을 엄두도 못 내고


김씨와 허씨 쪽에 자리를 잡았다.




상황은 수업이 끝나고도 비슷했다.



기억 - 저...저기.....


민아 - 응, 왜?


기억 - ......... 자..... 잘 가....


민아 - ..... 너도.



.... 암담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김씨 - 뭐야, 둘이 싸웠어?


허씨 

- 이야.... 얼음발이 막 휘날리는데?


불어라 바람아~ 쏟아져라 우박아~!



그녀가 저만치 걸어간 뒤


내 옆으로 다가와 수군거리는 김씨와 허씨.



얼음발이라....


문득 영문학부의 얼음공주라는 그녀의 별명이 다시 생각났다.



김씨 브라더스와 헤어져 다음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


아침만 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던 깁스가


점점 답답해지고 거치적거렸다.


만약 지금 김양이 어제처럼 담배를 권하면


아무 망설임 없이 받아서 피울 것 같다.



기억 - 푸우.....



결국 난 푹푹 치솟는 스트레스를 주체 못하고


연습실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기억 - 실례합니다....


유니

- 이미 그가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아가야, 이리 앉아보렴.



기억 - ...예.



갑자기 진지하게 ‘아가’ 운운하는 그녀.


차라리 ‘오빠~’ 할 때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지금 의지할만한 곳이라고는 그녀 밖에 없었기에


난 다소곳이 그녀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유니 - .... 바보.


기억 - .....


유니 - 둔팅이.


기억 - ....


유니

- 멍게, 해삼, 거머리, 바다강구, 갯지렁이 ....


이상 민아가 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했던


각종 비교대상들이란다. 어떻게 생각하니?



기억 - .... 수산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유니 - 답답하다는 듯.... 지금 그게 중요하니?


기억 - 아뇨....



그녀의 말로 미루어 볼 때


이미 그녀는 민아로부터 비교적 최근의 일에 대한


상황설명과 감상까지도 전해들은 듯 하다.



유니

- 지난번에 일 터지고 얼마 됐다고 또 이래 또.....


민아가 자기 첫 키스라고 말했는데


곧장 =나 갈게.= 그랬다며?



기억 - 곧장은 아니고 좀 서 있다가...


유니 -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지금 장난하니?


기억 - ........아뇨.


유니 - 대체 왜 그랬냐?


기억 - 뭐.... 딱히 할 말도 안 떠오르고.... 여차저차 해서...


유니 - 대체 생각이 있니 없니...


기억 - ..... 저도 가끔 갑갑합니다.


유니 - 팔짱 끼는 데 그것도 놀라서 뺐다며?


기억 - 놀라서가 아니라 아파서.... 팔 다쳤거든요.


유니 - 그럼 그때 그렇다고 말을 하지.


기억 - 아 말을 하긴 했는데.... 그게 또 일이 꼬여서....



=안군 삐- 이런 삐- 같은 삐-를 아주 그냥 삐-=


팔짱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발끈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난 주먹을 부르쥐며 몸을 떨었다.


그녀는 그런 날 보며 혀를 쯧쯧 차더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유니

- 딱하다는 듯 혀를 쯧쯧 차며...


우리 진지하게 한 번 생각을 해보자.


지금 민아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뭘까?



기억 - ....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유니

- 하긴.... 네가 그걸 알았으면


지금까지 엉뚱한데서 삽질하고 있었겠니....



기억 - 예, 그러게 말입....아니, 아무리 그래도 삽질이라니요...


유니 - 그럼 아니냐? 응?


기억 - ...... 동의합니다..



이런 내 모습이 볼수록 답답한지


콧숨을 푸우- 내쉬며 숨을 돌린 그녀는


그 사이 뭔가 결심을 한 듯


내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유니 - 너...... 눈 딱 감고..... 이거 한 번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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