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날 구해준 단 하나의 손길
“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집안이 시끌벅적했다. 송 여사님의 가식적인 웃음소리가 온 집안을 떠나갈 듯 한걸 보니
오늘 아빠 회사 중역들이 집에 오신 모양이다. 웃음 수위가 높은 걸 보니..
“다녀왔습니다...”
“어머.. 우리 수아 이제 오는 구나~ 아빠 회사 임직원 분들이 오셨어..
인사하고 올라가렴~”
느닷없는 엄마의 다정한..그리고 표준어이기를 희망하는 표준어 사촌쯔음 되는 듯한 엄마의
억양 때문에 웃을 까 말까 찡그린 표정의 수아가 되어버렸다.
수아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송 여사는 옆구리를 꼬집으며 얼른 인사하며 올라가라고
재촉했다.
“안녕하세요...”
수아가 억지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니 새로한 금니를 자랑하듯 번뜩이는 손상무가 있었다.
가까이 온다.. 아 싫다...
“수아양~ 오랜만이에요? 예전에 볼때 보다 더 예뻐진 것 같아?”
손 상무는 수아의 어깨를 한번 쓰윽 쓰다듬곤 화장실로 가는 듯 했다.
“그럼 저는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저 사람은 볼때마다 기분이 나빴다. 특히 저사람이 손으로 어깨나 머릴 쓰다듬을 때면
그 감촉이 어찌나 싫은지 진절머리가 쳐질 정도 였다. 왜 유독 저 사람 에게만
그러는 건지..
방으로 들어가자 마자 침대에 그대로 쓰러진 수아는 잠을 자고 싶었다.
요새는 일이 힘들다기 보단 마음이 더 힘들고 혼란스러웠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장석진 그 망할 자식이 내 머릿속에 쳐들어와 보란 듯이
내 마음을 휘젓고 갔다. 장 석진을 떠올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데
문이 열리더니 송 여사님이 당근주스를 갈아 올라왔다.
“엄마 저 손 상무는 우리 집에 안올수 없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수아는 항의 하며 따지듯 송 여사에게 물었다
“아야 손상무님이 느그 아부지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맞고 있는디
니는 어려서 부터는 무쟝 손상무를 싫어라 하드라잉~느그 아부지 저냥반 아님 이라고
회사가 클수나 있었간디? 느그 아부지 배짱에? 택도 없는 소리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송여사는 당근주스를 건네주며 말을 되받아쳤다.
“그 얼굴 좀 봐 돼지 비지만 짜서 얼굴에 발랐어도 저거보다 덜 번들거릴 꺼야.
한번씩 어깨라도 두드릴라 치면 어떻구? 거미 백 마리가 내 몸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이야“
“어른한티 함부로 말 하는 것 아녀. 요새 어째 얼굴이 꺼칠 허다? 장서방이
잘 안해주냐? 그넘 어려서부터 어찌나 정이 많고 너한테 잘해주는지 내가 봐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어야~“
“어려서부터? 참 그 사람 어떻게 알아? 나에 대해 다 알고 있어 하는 거 같아.
만날 때 마다 기분 나빠..“
석진의 이야기가 나오자 금새 새초롬해 지는 수아였다. 석진이 자신의 머릿속에
들락 거리는 걸 들키기라도 한 것 처럼..
“너 생각 안나냐? 엄마랑 장서방 엄마랑 중핵교 고등핵교 대핵교 동기 아니냐~
그래서 어려서는 몇 번 저녁도 먹고 휴가도 댕기고 했었제~ 그란디 장서방이
중핵교 들어가믄서부터 미국 들어가서 공부 하느라고 못만났던 것이제.
아 왜 안있냐? 너 어려서 부텀 골골하던 방배동 아줌마?“
거의 옛날 기억을 떠 올리느라 마시마로 눈이 다 되어있던 수아는 방배동 아줌마란 말에
두눈이 토끼 같이 크게 떠졌다
“방배동 아줌마?”
“그려~ 장서방이 그것도 이야기 안하든?”
방배동 아줌마 방배동 아줌마...아~ 어려서부터 우리 엄마와 방배동 아줌마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자란 수아였다. 방배동 아줌마는 어찌나 다정다감하고
말도 그리고 행동도 고상하게 하든지.. 방배동 아줌마를 볼때 마다 항상 신사임당 모습이
떠올랐던 수아였다. 그 사람이 아줌마 아들이었다니.. 그래서 그렇게 나에대해
다 아는 척을 했었구만... 흠.. 아차.. 이혼?!
“엄마 방배동 아줌마가 나 이혼 한거 알잖아? 우리집 까지 찾아와서
나 위로 해 주고 가셨던 분 아니야? 그런데 왜 나랑 장석진을 선보게 가만히 뒀데?“
주스잔을 들고 나가는 송여사의 뒷모습에 이야기를 꺼냈다.
“아야 너는 시엄니 제목은 세상에서 젤 좋은 줄로 알거라잉~ 지 아들도 볼 것도
없는 넘이라고 다른 요즘 젊은 것들은 다 맘에 안들고 어려서부터 지켜봐온 니가 맘에
든다고 그 아줌마가 먼저 이 선자리를 주선 한거 아니여~ 너같은 이혼녀가 어디
넘볼자리나 되간디? 우리 장서방이? 언감생심 꿈도 못꾸제~느 결혼 헌다고 했을때
얼마나 서운해 한중 아냐? 즈그 아들내미랑 시켜야 쓴다고~
우리집에 여러번 찾아왔었제.. 그란디 정작 장서방이 미국서 학위 다 따고 온다고
결혼 생각 없다고 해서 그 아줌마도 포기 한거 아녀..그란디 너 이혼 했다고 항께는
않되았다 함시로도 은근히 잘되았단 뜻을 내비친 아줌마 아니냐~니 팔자에 다신
못올 호박 아니 복덩어리 잉께잉 잘 해라잉~!!“
두주먹을 불끈 쥔 모습을 보여준 송여사는 불타는 의지를 눈으로 보여주곤
수아의 방을 빠져 나갔다.
뭐야.. 아지식.. 그럼 나 이혼 한거 까지 다 알고 있단 거잖아?
차라리 한결 선배랑 다시 결혼 하는 한이 있어도 너랑은 안한다 이눔..아...
자신이 이혼한걸 다 알고 있었으면서 모른척 결혼하자 하던 석진이 생각나
바짝 약이 오른 수아는 침대에 누워 허공에 삿대질을 하며 한창 쫑알거리다
어느새 잠이들어버렸다.
“엄마.. 나 무서워... 아저씨 하지 마세요.. 무서워요.. 아프단 말이에요..”
“수아야 잠깐만.. 아주 잠깐이면 돼... 잠시만.. 헉헉.. 헉헉.. 헉...”
“아.. 아퍼 아프단 말이야.. 누구 없어요? 좀 도와 줘요... 살려주세요..”
수아는 또 꿈에서 알 수 없는 손아귀에 갖혀 신음 하고 있었다.
“살려 주세요..”
“헉헉.. 아가야 잠시만 이제 조금 있음 안아플꺼야..헉헉...”
그 손아귀에서 빠져 나오려 안간힘을 쓰던 수아는 갑자기 몸이 쑥빠지는 것을 느꼈다.
“당신 나만나러 오는 길 아니야? 나를 이렇게 기다리게 여기서 뭐해”
“석..석..석진씨?”
“헉~”
또 꿈을 꾸었네... 젠쟝.. 이 망할 꿈은 언제 까지 계속 꿔야하는지.. 정말...
아.. 꿈에 장석진이 나왔다? 왜? 20년 가까이 꾸던 꿈을.. 항상 발버둥 치다가
내가 지쳐 쓰러질때쯤에야 깨던 꿈이었는데.. 그 남자가 이 손아귀에서 나를
구해줬어..이남자..장석진이... 그러고 보니.. 그때 한강에서 울다가.. 헤어진 뒤론
연락도 없네.. 그때 내 부은 눈을 보곤 놀란걸까? 보고싶다.. 그사람 어깨 따듯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춥고 외롭다... 무섭고...
생각이 거기 까지 미친 수아는 핸드폰을 찾았다.
“음..이 밤에 누구야.. 여보세요...”
“나에요...”
잠이 든지 한 30분쯤 된 것 같은데 요새 무리한 업무로 피곤이 쌓여 있던
그는 너무 피곤해 베개에 얼굴을 묻고 전화를 받다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수아...? 당신이야? 정말..당..?”
“그래요 나에요. 나 지금 춥고 무서워요. 우리집 인데.. 와줄수 있어요?”
“당장 가지.. 기다려..”
대충 옷을 걸쳐 입은 석진은 그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기쁨과 무슨일 일까 하는
초조함이 동시에 그의 마음에서 그를 괴롭혔다.
이제 공식적으로 만나려고 한 만남이 한번 남았다. 한강에서 그렇게 떠나가라
우는 여자를 내려 보며 그는 마음이 아팠다. 아직 이혼의 상처도 아물지 않았을 텐데..
자신이 너무 그녀와의 결혼을 쉽게 생각한 것 같아 그녀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닌지.
자신의 발등을 찍고 싶은 그였다. 이제 마지막 딱 한번 남았기에 한번 만나고 나면
다신 그녀 얼굴을 보지 못할까봐.. 또 그녈 먼저 보고싶은 마음이 앞서 만나고 나서
다신 만나지 못할까봐 두려워 일을 과다하게 해오던 그였다.
그런데 그녀가 먼저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일까?
신호란 신호는 다 무시하며.. 그녀의 집앞에 도착했다. 대문 앞에서 한강에서처럼
다리를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칼에 베인 것처럼
아릿해져 왔다. 불현듯 어려서 모습이 생각이 났다. 밝고 씩씩하게 자신을 따라 다니며 쫑알 거리다가도 어느새 쭈그리고 앉아 다리를 감싸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가녀린 그녀의 어릴적이 떠올랐다. 예나 지금이나 가냘퍼 보이는 모습이
석진의 마음을 헤집고 들어 왔다.
“최수아~”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그녀는 그자세로 눈물만 뚝뚝 흘렸다.
“흥..쳇.. 너 혼자 멋있는 역할은 다해라 이자식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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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오늘은 시간이 없어 한편만 올립니다^^;;
날씨가 또 많이 추워졌어요.. 훙훙,,
여러분 모두 감기 조심 하시구용^^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