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형이 있는데 형과는 여섯 살 차이가 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형이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어른이 된 후에도 형은 어렵기만 했다.
형은 작년부터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형을 보니 사는게 뭔지 하는 생각과 함께 또 내 미래 같아 보여 씁쓸하다.
평소 형은 나와 전화통화를 1분 이상 하지 않는다. 용건만 그것도 일방적으로 말하곤 끊는다. 그런 형이 통화를 오래할 때도 있는데 술을 먹었을 때다. 잔뜩 취해서 평소에 하지도 않는 얘기, 주로 잔소리를 끝도 없이 늘어놓는다. 물론 듣기 싫지만, 후환이 두려워 먼저 끊지는 못한다.
원래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다. 그래서 형의 밥 동무나 해줄 겸 해서 형이 있는 집으로 갔다. 평소 깔끔한 성격답게 집안은 깨끗한데 역시 사람 사는 온기가 없었다. 무슨 자취생의 냉장고도 아니고 음료수 있던 자리는 술병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그날부터 집안에 요리냄새가 풍기고 TV소리 대신 사람 소리가 두런두런 들렸다. 그렇지만 형은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이 취해서 왔다. 하루는 잔뜩 취해 들어온 형을 향해 술 작작 좀 먹고 다니라고 소리를 질렀다. 형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평소 어려워만 하던 내가 형에게 그렇게 했으니… 목숨을 내 놓은 거다.
형은 동생인 내가 말대답하는걸 무척 싫어하는 한마디로 대단히 보수적이다. 한마디 할 줄 알고 목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는데 웬일인지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음날 늘 그렇듯 아침 5시에 일어나 식사준비를 했다. 형 직장이 인천이라 아무리 늦어도 6시까지는 밥을 다 먹어야 늦지 않기 때문이다. 식사하라고 했더니 됐다며 그냥 가 버렸다. 짐작에 어제 일 때문인 것 같았다. 좀스럽기는….
그날 저녁은 웬일로 일찍 들어왔지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 먼저 무슨 말인가를 건네려다 형의 표정을 보곤 그냥 있었다. 그런 식으로 5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풀어지지 않은 듯 보였다.
그 말 한마디 했다고 일주일씩이나 말도 하지 않다니…. 황당하기도 하고 괜히 성질도 났다. 몇 번인가 말을 붙였는데 그때마다 얼음장같은 대답만 돌아왔다. 도저히 이렇게는 숨막혀서 지낼 수 없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오늘 저녁에는 결정을 봐야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시장으로 향했다. 형과 쌈을 했으니 푸는 것도 쌈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또 뭘 씹으면서 대화를 하면 뇌에서 엔돌핀이 나와 더 친해진다고 하는걸 들은 기억도 났다. 쌈에 필요한 갖은 채소를 샀다. 4천원 들었다. 이제 막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밥만 해 놓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형을 기다렸다. 조금있으니 형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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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쌈이 먹고 싶은데 막장은 형이 해주는 게 제일 맛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어.”
조금 닭살이 돋았지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형이 무표정한 얼굴로 막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굵은 멸치에 된장, 양파, 청양고추를 넣고 달달 볶았다. 멸치 대신에 소고기를 넣을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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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니 막장이 완성됐다. 이어 상에다 쌈용 채소, 막장, 그리고 몇 가지 반찬을 올렸다. 상추를 비롯한 갖은 채소를 켜켜이 올린 후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 한큰술을 올린 후 막장을 위에 놓고 입을 있는 대로 크게 벌려 오물오물 씹었다. 맛은 기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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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특별히 할 것도 없었다. 입이 터져라 쌈을 넣고 오물오물 씹고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으니까…. 역시 쌈은 쌈으로 화끈하게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