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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8막 : 복수자 #23~#24

J.B.G |2006.01.05 12:35
조회 77 |추천 0

#23

무린의 저택.

어두운 밤에 자현룡이 홀로 무린을 찾아 그와 독대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주앉은 두 사람의 표정은 매우 심각했다.

 

“제상.”

“네…”

“혹…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지요.”

“…”

 

무린이 깊게 침묵하자 자현룡이 다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란 군사와 유란, 함덕, 이서기 장군 그리고 정찬우, 요적란 장군이 모두 한 사람에게 이토록 사무치는 원하는 살 만한 일은 없습니다. 비록 전란 중에 우리가 많은 사람을 죽여야 했지만, 이럴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건대, 그들이 동시에 개입한 사건은… 오직 한가지 뿐입니다. 그것은 제상과 저도 관여한 사건…”

“장군께서 생각하시는 것은 혹시 대장군 철기주에 관한 일입니까?”

“그렇습니다. 그 일 외에는 달리…”

“그렇다면, 철기주 대장군이 진실을 알고 이런 일을 벌인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아닙니다. 다만, 혹시 그녀가…”

“그 당시 철기주 대장군의 부인인 운향은 일개 촌부였습니다. 살아남아 그때부터 검을 연마했다 해도 이런 일을 벌일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 아들이 살아 있다 해도 이제 겨우 스물이 넘었을 것입니다. 그런 자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겠습니까?”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만… 혹시, 그 운향이라는 부인도 장군처럼 신분을 숨긴 타국의 장수가 아니었을까요?”

“흠… 그런 기개 있는 장수였다면 미란 군사가 일개 촌부라 폄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네?”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미란 군사는 한때 철기주 대장군을 사모하여 눈이 흐려져 있었습니다.”

“…”

 

무린이 깊은 생각에 잠겨 말이 없자 자현룡이 그에게 청했다.

 

“그래서 제상께서 폐하를 만나 보심이 어떠한지…”

“폐하를?”

“폐하께서는 그 여인을 만난 적이 있으니 그녀의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보셨을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폐하는 그 일로 당시 대노 하셨습니다. 자칫 덮여진 일이 들춰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아는가 모르는가는 지금 중요치 않습니다. 다만 그를 제거할 따름입니다.”

“…”

 

무린의 거절에 깊게 침묵하던 자현룡은 다시 한번 무린에게 청했다.

 

“제상. 저는 틀림없이 그자는 죽일 것입니다. 다만,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장군…?”

“그자를 잡기 위해 외모를 캐묻고자 함이 아닙니다. 그 그릇을 알고 싶습니다. 정말… 장군에게 걸맞지 않는 촌부였는지… 행여 우리가 큰 우를 범했던 것은 아닌지…”

“장군…”

“물론, 우를 범했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이제 저는 그자를 죽여야만 합니다. 아니 반드시… 죽일 것입니다. 이 제국을 위해서… 그러니…”

“알겠습니다.”

 

황궁.

자현룡의 간곡한 청으로 어쩔 수 없이 무린은 지금 황제와 독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칫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다. 황제가 지난날의 아픔을 회상케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전하께 묻고자 하는 것이 있어 이렇게 독대를 청한 것입니다.”

“그래. 내게 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오?”

“그것은 지난날 폐하께서 만나셨던 운향이라는 여인에 관한 것입니다.”

“운…향?”

 

제상이 그 이름을 거론했으나 황제는 미처 그 이름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러자 무린이 그의 기억을 되새겨 주었다.

 

“지난날… 목진군에게 아들과 함께 죽은 대장군 철기주의 정부인 입니다.”

“…!”

“그 여인은 어떠한 여인이었습니까?”

“어째서 지금 같은 시기에 그것을 묻는 것인가?”

“…”

“제상!”

“소인의 여식이 비록 지금은 대장군의 안사람이 되었으나, 그 정부인에 대한 예를 다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녀를 정식으로 정부임을 인정하여 그에 대한 예우를 다하여 제를 올리고자 하기에 그 그릇을 묻는 것입니다.”

“그 뜻은 알겠으나 그 그릇을 묻다니?”

“마음으로부터 진정으로 모시기 위함입니다.”

“흠…”

 

침묵 속에 적룡은 지난날을 회상하는 듯 보였다.

 

“분명히… 일개 촌부는 아니었네.”

“…!”

“알 수는 없었지만, 당시 나는 일순간 형수님의 기에 압도 되었다네. 형수님은 틀림없이 그 신분을 숨기고 은거하던 귀족이었네. 아마… 형님도 알고 계셨겠지…”

“그렇… 습니까?”

“더 이야기를 해주고 싶지만, 나도 두 번 밖에 만나지 못해서 더 이상을 해 줄 이야기가 없네.”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소신의 여식에게는 그리 전하겠습니다.”

“…”

 

그렇게 제상이 황급히 물러가자 황제는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번 변괴가 도대체 이미 죽은 형수님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가? 도대체…’

 

황제는 이 사건이 점점 과거의 악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운향… 이제는 그 이름마저 희미하군…’

 

한편, 비는 자신의 방에서 그 동안 무린의 저택에 있으면서 주워들은 사건에 대한 정보를 조합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 삼자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먼저 해답에 도달해 있었다.

 

“틀림없어…!”

 

이리 결론을 내린 비는 그날 밤이 깊자 수랑의 처소에 홀로 들었다.

 

“접니다.”

“응, 비구나. 어서 들어 오너라.”

“상처는 좀 어떠세요?”

“…많이 좋아졌단다.”

 

수랑의 맞은편 자리에 앉은 비는 갑자기 웃옷을 벗으려는 듯 하더니,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꺼내서 탁자의 중앙에 올려 놓았다. 그러면서 아직은 그것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이게 뭔지 아세요?”

“응?”

 

수랑이 갑작스러운 자신의 태도에 의아한 표정을 짓자 비는 꼭 쥐고 있던 손을 천천히 펴서 보여주며 그녀의 심기를 살펴보았다. 이 일로 수랑이 크게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이럴수가…’

 

지난날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겨우 5살이었던 비를 한번 보았기에 그녀는 그 동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비를 차며 연관시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명확해 졌다.

 

“너…”

“제 어머니가 제상 무린의 여식인 것은 모르셨나 보군요?”

“…”

“그렇죠? 어머니.”

“닥치거라!”

 

비가 갑작스럽게 자신을 어머니라 부르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역정을 내었다.

 

“이 목걸이… 형님이 지니던 것이라고 들었어요. 이걸 알아보시니 틀림없는 어머니가 아닌가요?”

“닥치라 했느니라…”

 

그녀의 노기와 함께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적포청에서 자객을 어떻게 대처할지를 다 알고 있으니… 틀림없는 범인은 적포청에 인연이 있는 자라 생각하고 범인을 물색해 보았어요. 그런데, 자객이 부상을 당한 시기에 공교롭게도…”

“그만 되었다.”

“이제… 어쩌실 거죠?”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제가 어찌하면 좋겠어요?”

“입을 다물지 않으면 넌 죽는다.”

“아버님의 아들인 저를 죽이실 건가요?”

“이놈…”

“저도 아버님의 아내인 어머님을 고발하지 않겠습니다.”

“너…”

“다만, 멈추어 주세요.”

 

너무나도 당돌한 비의 요구에 적령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 방에 무영이 들어서고 있었다.

 

“비야. 네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아 외삼촌 오셨어요. 외숙모님께 제 목걸이를 보여 드렸어요.”

“외숙모님?”

“헤헤… 곧 그리 될 거잖아요. 그럼, 전 이만…”

“녀석…”

 

비가 그렇게 방을 나가자 수심 가득한 얼굴을 한 수랑에게 무영이 말했다.

 

“무슨 일이죠?”

“아무것도…”

 

무영은 수랑의 얼굴이 지나치게 어두워진 것에 짐짓 불안해졌으나, 그녀가 곤란해 할 것 같아서 더 이상 캐 묻지 않기로 했다.

 

 

#24

황도의 한 기방.

창원군은 지금 기방에서 은밀히 거사를 치를 동지들을 만나고 있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느냐?”

“그렇습니다. 나리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전한 한가지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다.”

“문제라면…”

“무영이다.”

“…”

“적포청을 무력화 시키지 않으면 황도를 넘볼 수 없다. 거사 전에 그를 먼저 제거해야겠다.”

“어찌 하시려고…”

“내게 다 생각이 있느니라.”

 

그리고 며칠 후, 무린의 집을 창원군이 찾았다. 반갑지 않았지만 그가 황족임을 잘 알기에 무린은 예를 갖추어 그를 맞았다.

 

“어서 드시지요.”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무린의 방에서 마주 앉게 되었다. 창원군이 무슨 의도가 있어 자신의 집을 찾았다는 것을 무린은 잘 알고 있었다.

 

“어인 일로 저희 집을 찾은 것입니까?”

“소문에 제상께서 곧 며느님을 맞으신 다기에 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여 이리 발걸음을 하였습니다.”

 

그의 이 말에 무린은 본능적으로 불쾌감이 밀려왔다.

 

“그런 작은 일까지 이리 신경을 써주시다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허허 별 말씀을…”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더니 창원군이 말을 이었다.

 

“어디에 꼭 숨기셨기에 이렇게 보이질 않습니까?”

“하하하… 그럴 리가요.”

“…”

“…집사.”

“네. 나리.”

“수랑이를 들라 하게.”

 

창원군이 무슨 속셈을 가지고 수랑을 보러 왔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무린은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수랑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곧 무영을 앞세우고 수랑이 방에 들었다.

 

“무영장군도 집에 있었군. 그래.”

“그 동안 평안하셨는지요.”

“덕분에 잘 지낸다네.”

“수랑이라 합니다.”

 

수랑은 창원군에게 예를 올리자 창원군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여기 앉으시게…”

“…!”

 

수랑은 잠시 놀랐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무영의 옆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창원군이 말을 이었다.

 

“내 지난날 자네에게 천하다 한 것을 사과하러 이리 들렀네.”

 

그의 너무나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이 말에 무영의 미간이 일그러졌으나, 무영은 지금 자신을 잘 다스리고 있었다.

 

‘오호, 참아 보시겠다?’

 

그러나 창원군을 이미 무영을 치기 위해 왔기에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내 지난날에는 그대의 가르침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네. 그대 말대로 황제께서 신분제도를 혁파 했으니, 비록 그 출신이 천하다 한들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것을… 내가 너무 옹졸했던 것 같네. 그려.”

“소녀는 이미 잊었습니다.”

“이제는 그대같이 천한 자가 귀족의 반열에 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것이야 말로 천지개벽이 아니겠는가?”

“모두 황제폐하의 은혜입니다.”

“그래도 예의는 배운 모양이구나. 하! 하! 하!”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던 무영은 그만 가슴이 터질 듯 하더니 곧 폭발할 기세였다.

 

“말을 삼가 해 주시죠. 나리!”

“영아!”

 

그러자 무린이 황급히 아들을 말렸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칠 창원군이 아니었다.

 

“어허, 무영! 네 어찌 이리 얼굴을 붉히는 것이냐! 내 너의 안사람 될 자에게 사과를 하러 온 것이니라!”

“필요 없습니다.”

“아니? 이놈! 내 황족으로 머리를 숙이는데도 어찌 이리 안하무인인 게냐?”

 

창원군의 계속되는 도발에 무영은 결국 스스로 무너지고 있었다.

 

“듣고 싶지 않다 했습니다. 그만 물러 가시지요!”

“어허! 이놈이… 네가 아무리 무린의 아들이라 하나 그 방자함이 도를 넘는구나!”

“그만하라 하지 않았소!”

“이놈이 그래도…”

 

마침내, 창원군이 먼저 역정을 내면서 무영의 따귀를 때렸다. 그러자 결국, 무영은 참지 못하고 차고 있던 칼을 빼어 들었다. 그리고 그 찰나에 화를 이기지 못한듯하면서 창원군이 무영에게 달려들었다.

 

“이놈~”

 

그리고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슈각!’

 

날카로운 검날이 피부를 가르는 소리가 흐르더니 곧 창원군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 이럴수가…’

 

무린은 황급히 아들의 뺨을 때려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당장 그 검을 거두지 못하겠느냐?”

 

그러면서 무린은 곧 무릎을 꿇고 창원군에게 사죄를 했다.

 

“나리! 제 아들이 아직 불민하여 큰 죄를 범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지요.”

“그만 두시오! 감히 내 얼굴에 상처를 내다니… 내 이 일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오!”

 

무린의 무릎을 꿇고 백배 사죄했으나 창원군을 분을 삭히지 못하고 곧 무린의 저택에서 물러갔다.

 

‘이를 어찌한다…’

 

무린은 그만 큰 문제를 떠안고 말았다. 그러나 칼자루가 이미 창원군에게 넘어갔기에 그로서는 더 이상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정녕, 아들이 죽을 날만을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도록 창원군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선대황제의 기일이 다가왔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문, 무 대신을 포함한 황족과 창원군이 황제를 알현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주어졌다. 그렇게 황제를 알현한 창원군을 보며 적룡이 놀라 물었다.

 

“아니? 숙부 그 얼굴의 상처는 무엇입니까?”

 

사실 창원군은 매일 이를 갈면서도 이 날을 인내하며 기다라고 이었다. 그것은 황제는 황족이 자주 궁에 드나드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창원군이 갑자기 궁에 들어 자신의 상처를 고변한다면 정적인 무린을 자신이 몰아내려 하는 것으로 비쳐질 것이기에 이것을 경계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분을 참으며 황제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이 날을 기다린 것이었다.

 

“별 것 아닙니다.”

“별 것이 아니라니요. 칼에 베인 것이 아닙니까?”

“다 제가 부덕한 탓입니다.”

“숙부?”

“황족이면서도 그 위엄을 드러내지 못했기에 얻은 상처입니다.”

“어허. 숙부! 그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흐흑…”

 

창원군은 갑자기 문, 무의 대신들과 황족이 모두 모인 선대황제의 제가 있는 자리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적룡을 노하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날 밤.

무린의 집에 금위군장이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났으며, 그 사태를 맞으며 무린은 깊은 한 숨을 쉬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그리하여, 하루 밤 사이에 무영은 그 지위를 박탈당하고 투옥되어 황제의 친국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옥사.

지금 그곳에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한 수랑이 무영을 찾아와 있었다.

 

“여기는 무엇 하러 온 거죠?”

“무엇 하러 오다니요?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미안해요.”

“다 잘 될 거예요. 기운 내요.”

“이제 곧 폐하의 친국이 있을 거예요. 어쩌면 중벌을 받게 되겠지요.”

“그리 되면 제가 변호를 할 거예요.”

“쓸데없는 짓 말아요.”

“하지만…”

“절대 그러지 말아요. 잘못하면 큰 화를 입게 될 테니…”

“…”

“수랑!”

“…알았어요.”

 

옥사를 나온 수랑은 혼자 쓸쓸히 무영과 걷던 밤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한 무리의 남자들이 그녀의 주위를 감쌌다.

 

“누군데 길을 막는 거죠?”

 

수랑이 놀라 이리 묻자 길을 막은 무리 중에 한 남자가 그녀의 앞에 나아왔다.

 

“나리께서 수랑 너를 뵙고자 하신다.”

“나리?”

“창원군 나리시다.”

“흥! 여인을 탐하여 잔꾀나 부리는 소인배를 내 만날 연유가 없다.”

“뭐라?”

“물러서라!”

“이년이! 감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그 순간, 순식간에 칼 바람이 일더니 그녀를 둘러쳤던 자들이 모두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저작거리의 개, 돼지보다도 못한 자들 같으니…”

 

수랑은 창원군의 수하들을 대로에서 모두 주살해 버렸다. 그리고 이 일로 창원군은 크게 놀랐으나, 그 범인이 수랑이라는 것은 차마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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