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또각. 멀리서 그녀가 보입니다. 저를 향해 걸어오고 있습니다. 저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더욱더 커지고 그녀의 모습이 계속해서 선명해집니다. 주위가 고요해지고 제 몸은 떨려옵니다. 2001년 1월 5일.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녀의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그날 그녀는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나타났지요. 왁자지껄 시끄럽고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맥주잔을 부딪치는 소리에 조금은 어순선 했던 우리 첫 만남의 장소는 사람들로 붐비는 어느 호프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등장과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앞서 말했듯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주위는 슬로우모선이 되어 고요해지고 그녀만 뚜렷했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말이죠.
이후 우리는 운명이라는 말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애시당초 우리를 연결시켜준 그녀의 친구와 제가 알게 된 것도 각본에 없는 순식간의 애드리브처럼 알게 된 것입니다. 흔하게 소개팅을 주선하고 만나는 만남이 아니라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1초 1분의 순간의 선택에서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게 됐으니 어쩌면 그녀와의 만남은 당연한 결과라기 보다는 운명의 장난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녀와 사는 동네도 다르고 나이도 틀렸으며 자라난 환경도 달랐습니다. 정말이지 운명이 아니고서는 그녀와 제가 만날 수 있었다는 자체가 우연을 가장한다 해도 있을 수가 없었지요. 세상에 그녀와 연결될 아무런 끈이 없었지만 우린 이렇게 만났습니다.
이후 그녀와 뜨거운 사랑에 빠졌고 서로에게 영원토록 사랑한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만 5년이 지난 2006년 1월 5일.
그녀의 휴대전화기에 제 이름은 삭제되고 없습니다. 대신 수신차단 항목에 제 번호가 기록돼 있습니다. 남들처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그녀는 제게 지쳐버린 겁니다. 지금 그녀의 옆에는 저보다 더 뜨겁게 사랑을 나눠 줄 다른 남자가 함께 있습니다. 결국 버림받고 상처받은 저는 아직도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제발 돌아와 달라고 애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노이고 말았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제 사랑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잃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영원을 다짐한 사랑이라도 변하는 게 사랑이라는 뼈아픈 상처를 남기고서 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녀가 저를 떠난건 모두 제 책임입니다. 저는 사랑하나 지키지 못하는 바보이니깐 말이죠.
지금은 헤어졌지만 그녀의 사랑은 변했지만 제가 아직도 깨닿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절대로 절대 사랑은 변하지 않는 다는 사실입니다. 그녀의 환심을 사기위해 사랑한다고 말한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도 아끼고 아끼고 아끼느라 5년간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못해줬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을 구걸한게 아니라 진심으로 진심으로 서로에게 영원까지 사랑하겠노라 다짐 했지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이미 그녀는 이 맹세를 어기고 다른 사람에게 사랑한다며 고백하고 있지만 그래서 저를 떠났지만 제 사랑은 아직도 영원까지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니깐요.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사랑만큼은 변하지 않는 다는 숭고한 사실을 믿습니다. 미리 사랑이 변하지 않을까하는 예단하는 마음에 걱정에 고민에 사람들은 지쳐가고 쓰러지지만 사랑이 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세상은 흑백으로 변해버릴 것만 같습니다.
하늘이 선택한 우리의 운명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그래서 더 이상은 하늘의 뜻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로써 헤쳐나가야할 사랑이 됐습니다. 이제 저에게 사랑 따위의 운명은 없습니다. 하늘의 제게 허락한 시간은 끝이 났고 앞으로는 제 스스로 사랑을 되찾아야할 가시밭길만 남아 있습니다.
이미 한달 보름전에 그녀는 저에게서 떠났고 저는 아직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가시에 찔려 생채기가 생기고 아물 시간도 없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지만 아직도 저는 그녀가 제게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세상이 흑백으로 변해서는 안 된다는 제 신념과 햇빛 찬란한 투명함과 천연색의 어우러진 세상은 아직도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그녀를 영원까지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