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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오늘은 꼭 말해야겠다.
더 이상은..."
그는 굳은 결심을 한 듯 되내인다.
<그 여자>
"오늘은 꼭 말해야겠다.
더 이상은..."
그녀는 굳은 결심을 한 듯 되내인다.
<그 남자>
평소에 잘 입던 옷들은 팽개치고 그는 근처 백화점에 들렀다.
먼저 1층 명품 샵들이 가득한 곳으로 걸어간다. 평소 같으면 유리창 너머에서로 저런 것을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댈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잠시 후 그의 오른손에는 피스타치오색같은 블루색의 박스를 꼭 움켜잡고 나왔다.
통장을 보고 짧은 한숨을 내 쉰 그는 곧장, 4층 남성복 코너로 가서 평소에 눈여겨보던 멋진 슈트 한 벌을 산다.
점원의 칭찬에 흐뭇한 표정을 짓는 그는 한 마디 덧 붙인다.
"저 오늘 청혼하러 갑니다."
<그 여자>
매일같은 밤샘 작업으로 늘 부시시한 표정과 차림으로 오후 늦게야 눈을 뜨고 활동을 하던 그녀는 오늘만큼은 뭔가 달러보였다.
그는 친구가 하는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다.
그리고 평소 잘 입지 않던 좋은 옷들을 침대위에 던져놓고, 화장대 의자에 앉아 정성스럽게 화장을 한다.
화장을 마치고 옷을 입고 구두를 신던 그녀는 친구의 전화를 받는다. 20분 뒤에 머리를 손봐줄수 있다는 소리와 함께 왠일이냐는 친구의 질문에 그녀는 대답한다.
"나 오늘 그 사람한테, 헤어진다고 말해야 하거든. 추하게 보일 수는 없잖아."
<그 남자>
그녀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하는 그는 그녀를 만나면서 격었던 즐거운 순간들을 떠올린다.
짧은 시간 같던 그 기간동안 그와 그녀는 너무나 많은 것을 함께 해왔다고 그는 생각했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녀만 생각하면 그는 웃을 수 있었다.
덜렁대는 그의 성격과는 달리 매우 꼼꼼한 그녀의 성격은 때로는 그를 숨막히게 만들기도 해서, 다투기도 했지만 다투다가도 그가 그녀의 빠져버릴 것 같은 눈망울에 정신을 놓다가 그녀의 잔소리를 못들어, 둘은 피식 웃으면서 금방 화해모드로 들어갔었다.
몇 번이나,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면서 둘의 관계를 확인했지만,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결혼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자칫 자신의 말이 가볍게 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경제적, 정신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때, 말해 믿음을 얻으려고 아껴두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지 2년, 그는 서울에 작은 아파트의 분양권을 손에 넣었고, 부모님께도 허락을 받은 상태였다.
사랑하는 그녀. 그동안 묵묵히 기다려준 그녀에게 최고의 순간을 선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장소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을 정말 가볍게 해주었다.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그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늘 먹던 아메리카노 대신, 달콤한 크림이 듬뿍 올려진 비엔나 커피를 주문한다.
<그 여자>
머리를 매만지는 친구는 연신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리도 묻는다. 왜 헤어지는지.
다른 사람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그에게 실망한 것인지.
그녀는 대답한다.
너무나 지쳤다고
이제 더 이상 버틸수가 없다고
친구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그녀는 떠올려본다.
행복했던 순간들을
하지만 그 행복한 순간들을
그녀의 몸을 더욱 짓누른다.
죄책감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혼잣말로
되내인다.
"그렇게 나를 사랑해주었는데."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 역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 남자>
그는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본다.
아직도 시간이 남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는 불안해진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청혼하는 것이 처음인 그는 갑자기 자신이 세운 계획이 너무나 빈틈 투성이 였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걸 수 있지만 그녀는 어떤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그녀도 그에게 그녀만의 애정을 충분히 보였다고 그는 확신했다.
그가 회사생활에 지쳐 풀 죽어 있을때, 늦은 시간 방문해 힘나게 해준다면서 만들어준 프랑스 풍의 정체 모를 스튜의 얼토당토한 맛보다다 더 진한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그는 충분히 맛보았기 때문이다.
다시 안정을 찾은 그는 조용히 앉아 그녀를 처음 봤던 그 순간을 떠올려본다.
<그녀>
약속 장소에 도착한다.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다자꼬자 울먹이면서
외치듯 말했다.
" 나 이제 당신을 떠나겠다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녀는 말을 이어간다.
"안다고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내가 얼마나 당신과 함께여서 행복했었는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곳을 함께 갔고, 그 곳에 우리의 파편을 두고 왔는지. 그래서 내가 발 닿는 곳 어디를 가나, 나는 당신을 느끼고 있어.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지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출때는
정막이 흐른다.
"당신에게 지친 것 같아. 아니 이제는 당신을 떠나야 할때라고 믿어. 지나날의 내 모습이 진실했으니까, 충분히 나는 지금 당당하다고 말 할 수 있어."
"잘 봐, 지금 내 모습. 기억해둬. 지금 내 모습.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가장 아름답게 기억되기 위해서. 나 스스로를 치장했어. 내가 당신을 멋진 사람으로 기억하듯. 당신도 나를 기억해줘. 아름답게."
<그 남자>
그는 황당했다.
<그 여자>
그녀는 그렇게 그 곳을 돌아섰다.
하지만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정말로 사랑했음을 안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더 이상 그를 향할 수 없음을 잘 안다.
<그 남자>
그는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늦은 그녀때문에 놀라지는 않았다.
그가 놀란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 그리고 항상 끼고 있던 왼손의 반지가 사라진 것때문이였다.
<그 여자>
더 이상 그녀는,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로 자신있게 그에게 말할 수 있었다.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그 남자>
그는 알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쉽사리 청혼하지 못했던 이유가 단지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
그녀가 그를 만나기전 사고로 보냈던 전 약혼자의 존재가 여전히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있어서 그는 두려웠던 것이다.
그가 그녀가 사랑했던 그 사람보다 덜 소중한 존재가 될까봐.
하지만 그는 이제 확신한다.
그녀의 왼손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것은
이제는 자신이 건낼
반지라고
<그 여자>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말한다.
"나 당신을 사랑해요. 미안해요. 너무 늦게 말해서."
<그 남자>
"나와 결혼해 줘."
ps. 이번 글은 어떤가요? 일부로 호흡을 좀 빨리 가져갔습니다. 길게 쓰다보면 저 혼자만 신이 나는 것 같아서요. 더 많이 글을 올리고 싶은데, 읽어주실지...
그 남자 그 여자와는 별도로
최초로 중편소설을 연재할 생각입니다.
7편 예정이고요(해리포터냐?)
가제이기는 한데 Seven days입니다.
일주일동안 허락(누구한테 받는 거냐?)받지 못하는 사랑을 벌이는 남녀.
일어나서는 안될, 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사랑이야기가 주제입니다.
재미? 있을까요?
재미보다는 제가 겪었던, 들었던, 그리고 생각하는 연애관을 총집하는 이야기가 될 듯합니다.
늘 제글을 읽어주시는 100여분의 독자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쓰고서 손 보고서 2월 정도에 올릴 생각입니다.
읽어주시고 던져주시는 쓴 한마디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행복한 1월달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