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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번호 1004 그 아련한 추억.

발신번호1004 |2006.01.11 12:24
조회 513 |추천 0

어제 일찍 퇴근을 하고. 간만에 집에 들어와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한동안 고장난줄 알았던 필자이 폰에 진동이 울렸소.
대략 가장 소중한 사람 10명에게 보내는 문자어쩌구... 저쩌구...
이 문자가 자기한테 10명이 다시 보낸다면 뭐 행복하네 마네 어쩌구..
그 문자를 보는 순간. 갑자기 흉부 좌측에 이름 모를 통증이 작렬 하였소.

 

 

콩알만한 뇌로 기억하는 발신번호1004의 문자....

때는 필자가 휴대폰을 처음 샀던 중3.
당시 공짜로 주던 흑백 단음 구형 플립이었지만 필자에게는
당시 휴대폰의 최고봉이라 불리던 듀얼폰보다 더 멋져 보였지요.
거의 한달동안 하루 죙~ 일~ 폰만 만지작 거리던 필자였소.

괜히 필요없이 문자보내는것은 기본이오. 폰 배경화면 바꾸고 단음 벨 이쁜거로 바꾸고.
난리도 아니었지요.

그래도 폰을 억지로! 사다라고 어마마마께 손이 발이 되도록 간절이 빌었던 이유는!

 

 

솔! 로! 탈! 출 !

 

 

크크크 이 폰을 통하여 많은 여학우들과 연락을 주고 받아 16여년간의 정예 솔로부대에서
탈영을 시도하고 싶었던 것이오. 당시 필자는 같은 학원에 다니는 한 아리따운 여학우를
홀로 사모하고 있었지요... 하루에도 몇번씩 ... 밥은 먹었냐? 급식은 맛있냐? 집엔 잘들어갔냐?
주말엔 뭐하냐? 노래방 같이 가지 않을래? 등등 시시껍절한 내용을 보내어 대쉬하고 있었소.

 


그리고 집에와서 그 여학우와 주고받은 문자를 동생과 어마마마께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오.
필자의 동생은 당시 폰이 없어서 문자를 주고받는 필자를 보며 매우 부러하였소.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소!!!!!!!!!!!

 


[바보. 너의 뒤에서 널 바라만보는것도 이젠 지쳐.] 발신번호:1004

학원 수업중에 온 문자 ! 정말 필자는 그 자리에서 킹콩의 괴성을 지르고 싶었으나.
우선 확인을 해야했기에 뒤를 돌아봤소.
[필자는 항상 앞자리에 앉았고 그 여성학우는 항상 뒷자리에 앉곤 했죠.]

뒤를 돌아봤을때 그 여학우와 난 눈이 마추쳤다오. 오.... 그... 애처로운 눈빛... 뭔가를 갈구하는 맑은 눈... 당장이라도 난 널 좋아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씁쓸...함을 머금은것 같은 미소. 필자 너무도 기뻐 눈물이라도 흘리고 싶었소만.

 

 

하지만.
우선은 100원짜리 얌체볼마냥 튕기기로 했소.

정말 누군지 모르는척하며 그 문자를 학원생 전체에게 돌렸다오.
"아우~ 정말... 누굴까? 누군지 몰라도 정말 바보다. 그냥 말했으면 내가 받아줬을텐데~~"
일부러 그 여학우 들으라고 목에 확성기를 장착하고 큰소리로 떠들고 다녔소.

척.. 보니 상당히 당황해하는것 같아 내심 즐거웠지요...

 

 

물론 집에와서 어마마마와 동생에게 자랑을 했소.
어마마마께선 너무 좋아하지 말아라 아직 누군지도 모르지 않냐고 하셨지만.
필자의 동생이 좀 생긴축에 껴서 어려서부터 여학우에게 인기가 많아 필자는 동생을 항상 부러워했다오. 그러다가 이렇게! 필자에게도 필자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생겼으니! 얼마나 기뻤겠소~!!!!

 

 

그 이후로 문자가 3~5개 정도 더 왔소.
널 보고싶다. 그립다. [허허... 내일이면 보는데.. ㅎㅎㅎ]
너에 비하면 내가 너무 모자르다.[허허.. 겸손하긴... 비쥬얼만 보면 당신이 훨씬 우세하다오.]
등등... 완전히 나의 마음을 녹여버렸소.

 

 

그러던 어느날 한통의 문자가 도착했소.
[널 만나고 싶어. XX여중 앞으로 와줄래? 꼭 너 혼자 와야해.]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찾아 온것이오. 푸하하핫!
난 그녀와의 약속을 어기고 같은 학년의 남학우를 몽땅 끌고 XX여중 앞으로 갔소. -_-;

학원에서 가까운 XX여중이 그 날따라 왜 그리도 멀게 느껴지던지...
심장이 두근 세근 뛰어 터져버리는줄 알았소.

 

 

10여명의 남학우들을 여기저기 숨기고 XX여중 정문앞으로 걸어간 필자.

20여분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소.

친구들을 이 모든 일을 필자의 자작극으로 치부해버리고 집으로 가버리고.
필자 혼자 XX여중 앞을 한 시간 가량 지키다가 집으로 돌아왔소.

돌아와서 어마마마께 흐느끼며 말했소.
"어마마마 내가 남자답게 혼자가야했는데... 친구들을 데려가서 그애가 도망갔나봐...
약속도 지키지 않는 날... 그애는 미워하겠지...? ㅇ ㅏ ... 정말 미안하다..."


그러자 주방에서 파을 송송 썰던 어머니께서 던진 한마디.

 

 

 

 

 

 

 

 

 

"그거 성빈이가 장난친거야."

 

"그거 성빈이가 장난친거야."

"그거 성빈이가 장난친거야."

 

"그거 성빈이가 장난친거야."

 

"그거 성빈이가 장난친거야."

 

 

"그거 성빈이가 장난친거

 

야."

 

그렇소... 성빈이는 바로 필자의 동생이오.
평소 폰을 부러워한 필자의 동생은 앙심을 품고 어머니의 폰으로 필자를 농락한 것이오. ㅡ_ㅜ

이런 씨빠빠룰라. 아직도 동생은 내가 그 1004가 자기인줄 모르는줄 아오...
맘같아서는 항문에서 꾀꼬리 소리가 나올때까지 따꼼하게 밟아주고 싶었으나.
도저히. 동생앞에서 내가 속았다는걸 인정하기가 싫었소.ㅡ_ㅜ

 


세월이 흘러~ 흘러~ 22살이 된 필자와 21살이 된 필자의 동생.
요즘도 이런식으로 서로를 속고 속이며 산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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